“향후 물환경정책, 관계 부처 협업 필수불가결”

물환경·이수·치수 등 부문별 접근 한계 직면…경계 허문 학제적 접근 필요 
물환경 문제 갈수록 복잡하게 얽혀…부처 간 협동 통한 정책 연구 강화해야

Part 01. 물관리 30년 정책 연구 흐름과 향후 과제

이 창 희 명지대학교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
이 창 희 명지대학교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

『제1차 국가물관리기본계획』에서는 물환경이란 ‘사람의 생활과 생물의 생육에 관계되는 물의 질(수질) 및 공공수역의 모든 생물과 이들을 둘러싸고 있는 비생물적인 것을 포함한 수생태계를 총칭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정의를 통해 물환경 관리의 목표가 기존 이화학적(물의 질) 요인에서 생물학적(생물) 및 물리적·친수 요인(비생물적인 것)까지 확대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30년 물환경 분야 핵심 정책 및 현황

물환경 분야의 핵심 정책을 살펴보면, 1990년대는 물환경관리체제의 정립이 이루어진 시기로, 주목할 만한 정책은 수질 관리체제의 정비와 공공처리시설의 확충을 꼽을 수 있다. 특히, 공공처리시설의 확충으로 상당수의 대단위 환경기초시설이 구축됐으며, 상수원 수질관리를 위한 특단의 대책으로 물관리종합대책이 수립되기도 했다.

2000년대에는 유역관리체제로 전환되면서 다양한 정책 수단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 중 대표적인 정책은 수질오염총량관리제, 비점오염관리제도, 수계위해성 및 수생태계 관리 강화 등이 있다. 2010년대로 넘어오면서 통합 물관리시대의 막이 열렸다. 4대강 사업을 비롯해 건전한 물순환 복원을 위한 물순환율과 불투수면적율로 정책이 확대되고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이 수립되면서 통합 물관리 시대가 시작됐다.

현재 물환경 정책은 △기본관리체제 △오염원 관리 △4대강 유역관리 △호소 수질관리 등 4가지 항목에 녹아져 있다. 기본관리체제는 보호지역 지정, 오염물질 지정과 환경기준 및 배출기준 설정, 모니터링 및 평가 등이, 오염원 관리에는 생활하수·산업폐수·비점오염원·가축분뇨 관리 등의 정책이 담겨있다. 4대강 유역관리에는 수변구역 지정,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 및 총인(T-P) 등 수질오염총량관리, 물이용부담금 등의 정책이 속해있는 한편, 호소수질관리에는 중점관리저수지 지정, 녹조관리 등의 정책이 포함돼 있다.

수질오염총량관리제, TMDL 모델로 전환해야

현 물환경 정책에 대해 △산업폐수 △비점오염 △수질오염총량관리 △수생태계 정책 △통합물관리 순으로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산업폐수 정책에는 예방수단, 처리수단, 유인수단, 기타수단 등 다양한 정책 수단들이 도입돼 있다. 다양한 정책 수단이 도입된 배경은 산업폐수의 핵심 문제인 유해화학물질 관리를 해결하기 위한 배출허용기준을 강화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30년간 강화된 방류수 수질 기준은 BOD와 부유물질(SS) 외에 전무하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산업폐수는 경제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어 환경 분야에서 강도 높은 정책을 펼치기에 어려움이 있다.

비점오염원 정책은 1990년대 환경기초시설의 대대적 건설로 점오염원 체계가 구축되면서 비점오염원의 문제가 불거져 도입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비점오염 저감시설 설치신고제도와 비점관리지역 지정제도 등이 도입돼 기본적인 비점오염원 관리가 정립됐다. 이후 물순환으로 옮겨져 그린빗물인프라조성사업, 빗물유출 제로화 시범사업, 물순환선도도시 등 유역 관리 차원으로 점점 확대됐으며, 최근에는 물순환 정책이 점차 강화돼 불투수면적률 및 물순환율의 중장기 목표 설정까지 정책이 도달한 상태다.

수질오염총량관리 정책은 기존 점오염원관리체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도입됐다. 20년이 지난 지금, 목표수질 달성을 전제로 입지규제 완화를 위한 안전판 마련, 선 처리 후 개발의 원칙을 실현키 위한 지역개발-수질악화 악순환의 고리 차단, 수질과 부하량의 인과관계를 바탕으로 한 수질관리의 과학적 기반과 투명성 확보 등의 정책이 효과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반면, 핵심 정책 수단 중 하나인 부하량 중심의 수질관리와 점오염원 및 비점오염원 관리 강화는 미진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현재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유역 최하단부에 목표 수질을 설정·관리하는 이른바 입구 봉쇄전략(총량관리제)에서 전 유역을 대상으로 문제 지점을 관리하는 원점 타격형(미국 TMDL 모델)으로 전환해야 한다. 

통합물관리 정책, 물환경 자연성 회복의 핵심

수생태계 정책은 수생태계건강성 개념이 2006년 도입되면서 본격화됐다. 이후 2008년 하천수생태계 현황조사 및 건강성평가 제도가 도입되고, 2016년 생물측정망 제도가 도입 및 운영되면서 모니터링 및 평가기법 등을 개발하는 연구가 진행됐다. 또한 「수생태법」과 「물환경법」을 통해 수생태계의 연속성, 환경생태유량, 수생태계 복원 제도 기반 확보 등 지속적으로 수생태 분야 정책들이 강화됐다.

물관리 일원화 정책에 있어 2018년은 물관리 일원화 3법의 통과를 시작으로 물관리위원회의 출범, 「물관리기본법」 발효 및 물관리 기본계획까지 수립한 매우 기념비적인 해다. 특히, 물관리 기본계획은 ‘자연과 인간이 함께 누리는 생명의 물’로 비전을 선포해 ‘자연’이 ‘인간’보다 앞서 등장한 최초의 정부 계획이기도 하다. 

또한 ‘건전한 물순환 달성’을 목표로 선정해 물환경, 물이용, 치수 등 통합적 관리가 불가피해졌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여러 이유로 발생되는 유역 물순환의 왜곡, 강의 역동성 저하, 수생태계 건강성 악화, 유역 공동체의 위기 등의 문제를 관통하는 공동의 목표를 건전한 물순환으로 삼고, 물순환 전(全) 과정이 통합물관리를 통해 물환경의 자연성을 회복한다는 것이 정책의 핵심 방향이다.

물환경 문제, 협업 없이 해결할 수 없어

이러한 물환경 정책의 현황을 바탕으로 향후 기술적, 사회경제적 변화를 반영한 정책 수립이 요구되고 있다. 이제는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이 공존하는 뷰카(VUCA)의 시대가 도래했다. 물기술 분야에서는 뷰카시대에 맞서기 위해 센서,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기술 기반의 스마트 워터 매니지먼트(Smart Water Management)를 도입하고 있다. 정책 분야에서도 이를 반영한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사회경제적 측면에서는 그간 한국 사회가 지향했던 국가성장, 경제성장, 효율성 위주의 사회에서 다원가치, 합의 지향, 개인 중심의 성숙사회로 나가야 한다는 요구를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이와 함께 향후 물환경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협업을 통한 정책 연구가 요구된다. 그 예로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에 들어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공업용수 공급 문제를 들 수 있다. 현재 확보되지 않은 공업용수의 규모는 SK하이닉스의 경우 일일 약 57만3천㎥이며, 삼성전자는 일일 약 100만㎥으로 추정된다. 부족한 공업용수의 공급을 위해 경기도 송탄 및 유천 상수원보호구역을 해제할 것인지, 하수처리장 재이용수를 공업용수로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여부를 비롯해 농업용수로 사용되는 이동 및 고삼 저수지를 통해 평택호로 유입되는 반도체 폐수는 안전한지 등 여러 문제들이 얽혀있다. 이러한 문제는 물공급부터 시작해 수질·수생태계 이해당사자까지 광범위하기 때문에 협업을 통한 문제 해결과 연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부처 협동 등 거시적 차원 연구 강화 필요

향후 물환경정책 연구과제는 건전한 물순환 달성이라는 목표를 필두로 정책의 공간 영역을 확장해 기존 상수원, 저수지뿐만 아니라 하구·연안까지 아우르는 정책이 도입돼야 한다. 또한 화학적(일반, 유해물질), 생물학적 속성에서 나아가 물리적 환경의 관리까지 포괄해야 한다.

현재 직면한 물환경 문제의 해결을 중심으로 보면 △물이 없는 강에서 맑은 물이 흐르는 강(물리·화학적)으로 △단절되고 막힌 강에서 살아 움직이는 강(물리적)으로 △생명이 살지 않는 강에서 생명이 숨쉬는 강(생물적)으로 △사람과 멀어지는 강에서 더불어 사는 강(사회적)으로 전환해 통합적 접근을 통한 건전한 물순환을 이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결국 기존 한계에 봉착한 물환경, 이수, 치수 등 부문별 접근 방식에서 벗어나 학문간의 경계를 뛰어넘는 학제적 접근 방식이 도입돼야 하며, 향후 물환경 문제는 환경부만의 노력으로는 해결할 수 없어 여러 관계 부처 간 협동 연구가 강화돼야 한다. 나아가 최근 물-토지-에너지-식량 넥서스(Nexus)와 같이 물환경, 사회, 경제가 한 데 엮인 문제를 풀어나가야 하기 때문에 좀 더 거시적 차원의 연구가 필요하다.

[『워터저널』 2023년 8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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