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대응 위한 물관리 재정 통합정보 시스템 필요”

물관리 재정 여건 갈수록 어려워져…상하수도 부채관리 시급
민간투자사업 확대해 재정적자 줄이고 국가 복지 높여야

Part 02. 물관리 재정의 쟁점과 과제

한 혜 진 KEI 선임연구위원
한 혜 진 KEI 선임연구위원

국가 물관리 재정은 중앙 정부, 지방 정부, 공공기업 등에 물예산이 산재해 있어 통계를 모으기 어렵다. 하지만 제1차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각 지자체에 자료를 요청해 부처와 관계없는 물관리 재정에 대한 통계를 확보할 수 있었다.

제1차 국가물관리기본계획에 따르면, 공공부문 물관리 재정지출 추이는 2007년 11조 원 규모에서 4대강 사업의 영향으로 2011년 22조8천억 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20년까지 17〜18조 원 내외 수준을 유지했다. 

물관리 예산, 물관리일원화 이후 환경부로 이전

상하수도 예산은 2007년 6조2천억 원에서 2020년 10조8천억 원으로 지속 증가했다. 이처럼 공공부문 물관리 지출은 증가하다가 다소 정체되고 있으며, 상하수도 지출이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 재정 상황을 파악할 수 없어 2019〜2023년까지 중앙정부 물관리 재정지출에 대해 살펴본 결과 재정지출은 2020년 홍수 영향으로 2021년 9조6천억 원(2019년 대비 15.7% 증가)을 기록하며 크게 올랐으나 이후 소폭 감소해 2023년 9조1천억 원 규모를 이룬 것으로 확인됐다. 

물관리 일원화 이후 대부분의 물관리 예산이 환경부로 이전됐다. 2023년 ‘환경부 물관리 예산안’을 보면, 2023년 물관리 예산은 5조9천734억 원으로 환경부 예산의 47%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 물관리 예산은 주로 특별회계 중심으로 운용되며, 특별회계의 많은 부분을 일반회계 전출금에 의존한다. 환경부 특별회계 자체세입원은 주로 △환경부담금 △배출부과금 △폐기물예치금 △폐기물부담금 등으로 2023년 기준 6조8천87억 원에 달한다.

물관리 비용규모 증가…재정여건, 어려워질 전망

저성장 시대의 도래로 재정기조가 건전 재정으로 전환됨에 따라 물관리 재정 여건이 갈수록 어려워질 전망이다. 한국재정정보원이 발표한 ‘재정 지속가능성 복합지표 연구’에 따르면, 2023년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은 49.8%로 높은 편에 속하진 않지만,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는 점에서 위험하다고 판단된다.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2026년 GDP 대비 국가 채무비율은 2021년 51.3%에서 52.3%를 기록할 것으로 나타났다. 35개 주요 선진국 가운데 가장 빠른 결과다.

환경부의 전국수도종합계획 수립 연구(2020)에 따르면, 상하수도 투자에 대한 소요가 증가하고 있는 반면, 2019년 기준 하수도의 경우 모든 지자체에서 운영 적자가 발생했고, 상수도 역시 같은 해 기준 125개 지자체에서 운영 적자를 냈다. 2023년 상하수도 총비용은 지방재정의 약 5.3%를 차지한다. 즉, 수도요금 외 지자체 일반회계 전입금과 국고보조금으로 상하수도 운영 적자를 충당하고 있다.

물관리 시설의 유지관리 및 성능개선 소요 규모가 증가한 데 반해, 상하수도 요금현실화율은 최근 10년 간 상수도 78.2%, 하수도 41.8%를 기록하는 등 점점 떨어졌다. 상하수도 사업의 망 기반 특성상 급수인구가 적을수록 생산원가가 높고, 요금 현실화율과 영업손익이 낮아진다. 상하수도는 사업자별 격차를 크게 내므로 수도사업 합리화 및 서비스 형평성 제고 후 효율화된 비용을 마련해야 한다.

상수도 광역화 사업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는 것도 중요하다. 보편적 상하수도 서비스를 공급하려면 합리적 재정보조, 상하수도 사업의 지역 간 교차보조를 고려하고 취약계층에 대한 고도화된 지원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2020년도 집행실적을 기준으로 요금을 산정하는 원가산정방식에서 벗어나, 미래 투자계획까지 반영해 원가를 산정하는 요금부과체계의 고도화가 필요하다. 

지방이양사업, 성과관리 미흡…정책목표 달성 어려워

재정분권 추진방안(2018)에 따라 2019년부터 지방소비세율을 확대하는 등 재정분권 정책이 시작됐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재정분권정책 및 지방이양사업 평가(2023)’에 따르면 물관련 지자체전환사업 대부분은 2020년 1차 전환 시 3조5천억 원 규모로, 확충된 상수도 시설 일부는 2023년 2차 전환 시 1천26억 원 규모로 이양됐다. 주로 상수도 사업, 지방산단 공업용수도 건설, 하천 정비, 생태하천복원 등이다. 

문제는 지방자치단체 전환사업 운영기준에 따라 지자체 대상으로 예산을 편성하는 등 이행 상황에 대한 평가만 이뤄질 뿐 이양된 사업이 지역별 특성에 맞게 잘 운영되는지는 평가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업별 예산이 취합되지 않아 예산 추이를 파악하기 어렵고, 중앙부처 담당자가 없어 예산 및 성과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책 목표 달성 여부 역시 미지수다. 1단계 지방이양사업의 실질적인 사업 시행 주체인 기초자치단체의 집행률은 2020년 약 58%로, 지방이양 전인 2019년(70.5%)보다 떨어졌다. 지방이양 이후 지자체의 관심도가 낮아 농어촌 상수도 보급 증가율이 2.6%에서 1.9%로 떨어졌으며, 형평성 있는 공공재 보급의 사업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지방이양 사업은 예산과 실적, 요금 현실화율 등 모니터링을 강화해 평가돼야 한다. 집행부진에 대한 기준을 강화하는 등 집행률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도 중요하다. 전환사업의 성과가 미흡하다면, 중앙과 지방이 협력해 어떻게 해야 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현재 이양사업의 성과관리는 행정안전부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고, 이양사업에 대한 중앙부처 담당자 부재로 실적을 총괄해 파악하기 어렵다. 따라서 기능 재분배를 통해 국가물관리위원회, 이전 소관부처 등의 참여와 조정 기능이 확대돼야 한다.

물관리 시설, 민간자본 통해 효율 추구 가능

국가 재정이 부족하면 민간 시장으로부터 도움을 받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민간투자사업(PFI)은 정부예산으로 지은 사회기반시설을 민간재원으로 운영해 효율을 도모하는 사업이다. 민간투자는 지자체의 재정 적자를 줄이고 금융비용과 위험성을 민간으로 전가해 국가복지를 높인다. 2022년 9월 기준 우리나라 물 기반시설의 민간투자사업 대부분은 하수도나 환경기초시설로 한정된다. 상수도의 경우 실제 전문기관에 위탁한 사례는 한국환경공단과 K-water뿐이다. 

다양한 물관리 시설의 민간투자는 법적으로 가능하지만, 여러 한계에 부딪힌다. 정치적 변화에 영향을 크게 받는 사업이므로 위험 부담이 크다. 요금현실화가 낮아 수익률 역시 불확실하다. 규모 경제가 없는 소규모 사업은 원가절감이 어려워 기대투자 수익률이 낮다. 또한 개별시설 단위의 민간투자는 비용을 절감할 방안이 다양하지 않다. 민간투자가 수도 요금을 인상하거나 서비스 질을 저하한다는 국민의 우려가 크고 이에 대한 정치적 반감이 높다. 

일본 미야기현 양여계약 민간투자…한국에 도입해야

민간투자와 관련해 일본 미야기현 양여계약이 가장 최적의 모형이라고 본다. 일본은 2018년 7월 「수도법」 개정을 통해 수도운영 민간위탁 양여계약 방식의 수도민영화를 도입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30년 이상 노후화된 시설물에 대한 갱신 비용이 급증하자, 상하수도 공업용수도 통합운영을 통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업무 효율화하는 비용 절감안을 제시했다. 

또한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광역 감시 시스템을 도입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해 자산을 관리했다. 지금까지 일본이 어떤 변화를 맞이해 이를 어떻게 끌고 나갔는지를 바라보며 이러한 사례를 한국에 중장기적으로 도입하는 게 중요하다. 물 기반시설 소유권은 국가나 지자체가 보유하고, 운영 및 관리는 기능적으로 민간투자로 추진돼야 한다. 무엇보다도, 수도사업자 및 시민사회가 구조개편의 주체로서 자율적으로 판단해 결정에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민간투자 전 시설의 광역화를 통해 연계할 수 있는 시설 간 통합이 필요하다. 독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민간기업의 성과를 규제하는 공공계약시스템, 최적 가격을 설정하는 규제시스템을 수립할 수 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하수를 재이용하거나 신재생 에너지 기반으로 만들어진 해수담수화로 민간 자본 사업을 연결하는 방법도 있다. 물기반 시설을 중심으로 복합개발을 추진해 효율적으로 부지를 활용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등 복합개발 사업에 민간투자를 추진할 수 있다. 

기후위기 대응 물관리 재정정보 시스템 구축해야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설계기준 강화, 기반시설 확충 등 물 관련 관리비용이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기후변화에 대한 재정투자 기반이 잘 잡혀 있지 않으며, 중장기 목표나 선제적 투자 계획은 아직 미흡한 실정이다. 따라서 기후위기에 대응할 물관리 재정정보 시스템을 구축하고, 기후위기 관리 예산을 조정하기 위한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물기반 시설을 관리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재원을 마련하고, 국가 차원에서 투자우선순위 결정 방법론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 

홍수나 도시 침수 등을 관리하기 위한 목적세로 ‘빗물세’ 혹은 ‘빗물요금’을 고려하는 방안도 있다. 「탄소정리기본법」은 기후대응기금을 포함하는데, 이때 세부 프로그램 내 기후위기에 취약한 물관리 프로그램까지 적용할 수 있도록 확장해야 한다. 또한 수질 중심의 물이용부담금 체제를 변경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후변화 때문에 수자원은 높은 기회비용을 치르므로 기후변화에 수자원 기회비용을 고려하고, 수량과 수질을 통합관리할 재원으로서 ‘취수부담금’을 도입해야 한다. 

끝으로, 부처별 분산돼 있는 기후변화 관련 물관리 사업의 예산이나 성과를 총괄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통합 재정정보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물관리 재정 관련 자료가 흩어져 있어 물관리 재정정보 시스템을 통해 정보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면 이를 분석해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워터저널』 2023년 8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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