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순환 도시로 전환해 기후변화 대응해야”

현 물순환·재이용 제도 실효성 없어…도시계획 단계서 물관리 고려해 효율성 높여야
기후변화 대응 위해 외부수자원 의존도 완화해야…기후영향 적은 수자원 확보 중요

Part 03. 미래 도시의 물관리 방향

김 호 정KEI 통합물관리연구실장
김 호 정KEI 통합물관리연구실장

도시는 각종 인프라를 통해 시민의 삶에 필요한 공공서비스를 제공한다. 일례로, 상하수도, 하천과 같은 물인프라는 홍수·가뭄 조절, 용수공급, 생태계 보전, 여가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나 최근 도시는 물부족, 수질오염, 침수, 인프라 노후화 등 다양한 물문제에 당면했다. 특히, 기후변화의 영향이 본격화되고, ‘코로나19’ 같은 예상치 못한 도시 외부의 문제들이 얽히면서 미래의 물관리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도시, 물부족 등 다양한 물관리 위기에 당면

도시가 당면한 물관리 위기에는 물부족 문제가 있다. 물부족은 개발도상국뿐만 아니라 인구와 경제·산업이 증가하는 선진국에서도 물수요의 증가로 발생할 수 있다. 기온이 상승할수록, 도시의 성장과 재개발이 진행될수록 도시의 물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도시의 외부 취수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물관리 문제 중 하나다. 2012〜2021년 사이 우리나라의 상수도 보급률은 1% 증가했다. 특히, 10년간 시 지역에서는 자체 취수량보다 타 지자체 물수입량과 K-water(수자원공사)의 취수량이 늘었다.

이에 더해 도시화로 인한 불투수면 증가로 물관리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불투수면이 증가하면 유출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작은 변화로도 강우 시 홍수, 지하수 수위 감소와 같은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불투수면은 수질에도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데 한강 47개 소권역 조사에 따르면, 불투수면이 20%가 넘는 경우,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 기준 2등급 이하의 수질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기후변화, 노후화 등 물관리 여건 갈수록 악화 

기후변화, 팬데믹 등 외부 위협은 도시 물관리의 불확실성을 야기한다. 연평균 강수량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극한 강우의 증가다. 21세기 후반 연평균 강수량은 4〜16%, 극한 강우일은 0.2〜0.6일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또 물수요 패턴 변화와 물관리 운영인력 부족 등의 문제를 가져온 ‘코로나19’처럼 예측하기 어려운 외부 위협들이 생기고 있다.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물인프라가 점차 노후화되는 반면, 기후변화로 극한 현상이 빈번해지면서 미래의 도시가 요구하는 인프라 수준을 맞추기 어려워졌다. 뿐만 아니라 도시의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물공급 및 처리에 사용되는 에너지를 저감시켜야 하지만 해수담수화 등 에너지 사용이 많은 물관리 공정이 늘어나고 수(水) 생태 보호를 위해 하수 처리 기준이 강화되면서 물관리 부문에 소요되는 에너지가 더 늘어나고 있다.

긍정적인 부분은 최근 친환경 생태 도시, 안전하고 깨끗한 물, 하천·호수 등 쾌적한 물환경에 대한 접근성 등이 요구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 도시계획 및 신도시 조성 시에도 에너지와 환경적인 요소를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다. 이에 더해 AI(인공지능) 정수장, 스마트 계량기 등 상수도 부문에서 디지털 기술의 연구·발전과 IoT(사물인터넷)나 센서 등 기술의 보편화가 물관리 체계를 개선할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물순환·에너지 회수 위한 물관리 시스템 구축 필요

앞으로 도시의 물관리는 이러한 위기를 반영해 전환점을 맞이해야 한다. 물순환 회복 관점에서 △물순환 도시 △물안심 도시 △물민감형 도시 설계(WSUD) △스펀지도시(Sponge-City) 등의 물관리 모델이 제시됐다. 과거 물관리 논의들이 비점오염 저감과 유출량 관리를 주로 고려했다면 최근의 물관리 논의는 도시 생태환경과 지속 가능성으로 개념을 확장했다. 

또 물공급·하수처리·지표수 등 물관리 전반을 도시계획 설계의 틀에서 고려하고, 상하수도의 강우유출수, 고도처리수(재이용수)를 하나의 순환 과정으로 보는 특징이 있다. 탄소중립 관점에서는 빗물저류 등 저영향개발(LID) 요소를 고려해 설계하는 물관리 모델이 제시됐다. 또 상하수도 기업을 대상으로 물순환 단계별로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시범 사업들이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도시는 상류에서 깨끗한 물을 끌어와 쓴 다음 하류로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방식을 쓰고 있어 에너지와 물을 많이 사용한다. 앞으로는 물의 순환을 촉진하고, 물에 담긴 에너지를 회수하는 방식으로 물관리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물의 순환을 예로 들면, 빗물이 내린 지역에 흡수되도록 하고, 자체적인 수자원 활용을 확대해야 한다. 에너지 절약 측면에서는 하수에 담긴 유기성 에너지 자원을 재이용하는 부분이 필요하다. 

물관리-도시계획 연계 및 공유 목표 설정해야 

호주 시드니는 도심 개발 프로젝트에서 먹는물 외의 용도에 강우유출수를 재이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수원 광교는 물순환 시설을 들여, 신도시 내 호수를 친수·수변 공간으로 조성했다. 이 두 사례는 도시계획과 물관리 계획 간 성공적인 연계를 보여준다. 현재 우리나라 시스템은 도시계획에서 물관리에 대한 고려가 미흡할 뿐 아니라 물관리 계획 간에도 연계가 부족하다. 

도시계획에서는 상하수도 보급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만 규정하고 있고, 물순환·재이용에 대해서는 선언적 수준에서만 언급하고 있다. 또 도시계획에서 나온 인구 전망 및 개발계획에 따라 급수 및 하수처리 계획을 수립하는 일방적인 체계를 보인다. 물관리 내부적으로는 상하수도 계획과 재이용 계획이 서로 연결돼 있지 않다. 예를 들어 수도정비 기본계획에서 물재이용은 크게 고려하지 않고, 효과가 분명한 유수율 제고 사업만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 또 용적률 인센티브 제도를 통해 빗물 재이용 시설이 건설됐지만 빗물량·사용처 부족, 사람들의 심리적 거부감 등으로 시설의 실효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많은 시설에서 빗물 재이용량을 측정하지 않고 있다. 빗물 순환 취지에 따르면, 물을 재이용한 만큼 상하수도 요금 등을 감면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외국의 경우 물을 재이용하면 강우유출수 요금으로 유틸리티 비를 감면 받을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이런 인센티브 정책들이 적절하게 활용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물순환 촉진에 관한 법률」에 관한 논의처럼 도시계획에서 강제적으로 물순환 요소를 고려해 설계하도록 하는 정책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이 방법은 실효성이 부족하다. 세종시 도시계획 사례의 경우, 건설계획에서 ‘녹지 비율 50% 이상’이라는 목표가 제시됐고, 그 목표가 도시계획까지 이어졌다. 그 결과 세종시는 현재 다른 도시보다 훨씬 더 넓은 녹지와 공원을 조성했다. 

호주 시드니는 도시계획에 ‘1인당 주거지역 수돗물 사용량을 170L/일로 크게 줄인다’는 목표를 설정했고, 그 결과로 대규모 강우유출수 재이용 확대 사업을 펼쳤다. 이처럼 도시계획에 또 다른 의무를 부여하는 것보다 도시계획과 물관리 두 부문에서 공유할 수 있는 목표를 설정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 

외부수자원 의존도 완화 및 물순환 확대해야

물이 부족한 지역에서나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대체 수자원을 이용하려는 노력들이 확대되고 있다. 외부 수자원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서는 하수처리수와 같은 기후의 영향을 받지 않는(Climate-Proof) 수자원을 추가적으로 확보하고, 도시 자체적으로 발생하는 물을 재이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물의 재이용은 ‘비교적 낮은 품질의 수자원(빗물, 잡배수 등)을 위험도가 낮은 용도(비음용, 비접촉)’로 이용해야 비용 면에서 유리하다.

물순환·재이용 대책은 기존 개별 시설이나 사업 단위에서 지구 단위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빗물·중수도 시설의 규모화를 통한 재이용률 확대 △적정 시설 규모 확보 △스마트 기술 적용 및 운영관리시설·기능 집약화 △관리역량 향상 등 재이용 시스템의 경제성·효율성 제고가 가능해진다.

하·폐수처리수 같은 경우에는 연중 일정하고, 다량 발생하기 때문에 매우 가치 있는 수자원이다. 포항제철, 울산(용암) 폐수처리장 같이 어떤 상황에서도 공정이 중단되면 안 되는 기관은 하수 처리수를 재이용함으로써 가뭄 상황에 영향을 받지 않고, 일정하게 시설을 운영할 수 있다. 한편, 민간 투자를 통해 공공 폐수처리장 용수를 제공하는 산업도 있다.

도시 바깥에서 물을 끌어와 쓰고 버리는 지금의 도시 물관리 방식으로는 기후변화 등 앞으로의 위기에 대응하기 어렵다. 따라서 도시 안에서 발생하는 여러 형태의 물과 그에 담긴 에너지를 회수·재이용하는 물순환도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때 신도시 개발이나 재개발은 물순환도시를 구축할 기회로 활용될 수 있다. 도시의 물순환이용은 삶의 질을 제고하고, 도시의 활력 증진 및 가치를 향상시킨다. 지금보다 앞단에서 도시계획과 물관리를 연계한다면 보다 효율적인 도시 물관리가 가능하게 된다.

[『워터저널』 2023년 8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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