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리스크 관리,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리스크 관리, 과학적 근거 기반 의사결정 중요…근거 확보 위한 자료 수집 필요
21세기 재난관리 패러다임, 협력적 거버넌스 및 광의의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해야

Part 03. 21세기 재난의 위기 대비와 대응

고 상 백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교수
고 상 백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교수

현대 재난의 특성은 재난의 빈도가 늘고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관여되는 영역·분야가 증가하고 위기 상황에 노출되는 사람과 대응에 필요한 자원의 수가 늘면서 위기관리 과정도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초래된 기후변화는 재난의 빈도와 규모를 크게 증가시켰으며, 최근 ‘코로나19’에서 보듯이 치명률 또한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전쟁과 테러, 난민, 사회적 불평등으로 인해 초래되는 사회적 취약성이 사회재난과 복합적으로 관여되면서 성격이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새로운 위협이 증가하고 사회적 취약성과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상황에 따라 재난위기의 리스크관리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위협요인에 대한 대비 및 대응책의 마련을 위한 과학적 접근이 필요하며, 새로운 사회적 취약성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고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소통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문제 해결방안의 다양한 통합적 접근과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예방부터 대비, 대응, 복구에 이르기까지 과학적 접근이 중요해지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한 리스크관리가 절실하다. 이를 위해 원인 파악 및 대응체계 마련을 위한 과학적 접근이 필요하고, 과학기술을 활용한 위기관리와 대응정보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유류오염 대응, 제도개선 및 포괄적·장기적 대책 필요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재난 관리 사례의 문제점을 살펴보면 우선, 태안 원유 유출사고가 있다. 2007년 12월 7일 허베이 스피릿호에서 원유가 유출돼 모항리 해변에서에서 태안화력까지 약 17㎞의 기름띠를 형성하는 오염사건이 발생했다. 12월 12일에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으나 초기 환경위해도 평가는 실시되지 않았다. 지역 주민과 전국에서 자원봉사자가 방재작업에 참여했는데 특별한 보호장구 없이 참여해 다양한 건강 문제가 발생했으며 초기 대응에 실패해 환경오염을 정화하지 못했다.

2007년 12월 7일 허베이 스피릿호에서 원유가 유출돼 충남 태안군 모항리에서 태안화력까지 약 17㎞의 기름띠를 형성하는 오염사건이 발생했다. 지역 주민과 전국에서 자원봉사자가 방재작업에 참여했는데 특별한 보호장구 없이 참여해 다양한 건강 문제가 발생했으며, 초기 대응에 실패해 환경오염을 정화하지 못했다.
2007년 12월 7일 허베이 스피릿호에서 원유가 유출돼 충남 태안군 모항리에서 태안화력까지 약 17㎞의 기름띠를 형성하는 오염사건이 발생했다. 지역 주민과 전국에서 자원봉사자가 방재작업에 참여했는데 특별한 보호장구 없이 참여해 다양한 건강 문제가 발생했으며, 초기 대응에 실패해 환경오염을 정화하지 못했다.

태안 원유 유출사고를 되돌아보면 재난 대응 시기를 세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단계는 급성 건강영향조사단계로 민관합동회의를 구성해 급성 건강영향조사를 했다. 이 과정에서 「허베이 스피리트호 유류오염사고 피해주민 지원 및 해양환경 복원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는 등 환경보건 비상대응조치의 과학적 근거가 마련되는 계기가 됐다.

두 번째 단계는 중장기 건강영향조사 기반 구축단계로 태안환경보건센터가 설립되고 중장기 건강영향조사의 기반이 구축됐다. 세 번째 단계는 중장기 건강영향조사 발전단계로 코호트를 구축하고 암 검진을 실시했다. 국제연대활동을 통해 여러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했으며 환경 재난에 대한 발전방향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

이 사고를 요약하면 초기 위해도 평가 및 주민대피 등을 신속하게 결정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며, 중장기건강영향을 예방하기 위한 지속 활동이 제도적으로 지원돼야 한다는 점이다. 또 피해보상에 대한 제도적 개선과 포괄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화학공장 화재, 예방 및 대비 체계 구축 필요 

두 번째 사례로 화학공장 화재 사고가 있다. 일반적으로 공장의 화재가 발생하면 단순 화재 진화를 떠올리는데 이 사고는 화재가 기술재난으로 이어진 복잡한 사례다. 2018년 4월 인천 지역 폐기물 재생처리 공장에서 IBC 탱크 충진 작업 중 용기 내부에서 화재가 발생해 화학물질이 외부로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화학공장은 주택 밀집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거대한 화재를 통해 미세먼지 뿐만 아니라 다양한 화학물질이 주변을 오염시켰고 진화 과정에서 화학물질이 하수관로로 유입돼 수질도 오염시켰다.

화재 당시 환경부나 중앙부처의 초기대응은 실패했다. 지방환경보건연구원에서 노출평가한 자료에 의하면 화재 발생 두 시간 후 반경 2㎞까지 다양한 화학물질이 노출됐으며, 사고 발생 사흘 후에도 사고물질의 잔류노출이 확인됐다. 이로 인해 노출 반경에 있는 근로자나 지역주민, 사고대응자들에게 노출됐다. 구체적으로 화재진압에 동원됐던 소방관, 경찰관 등 779명 이상, 22개 피해사업장의 근로자 58명, 기타 노출 의심자나 건강영향조사자를 원하는 사람이 1천 명 이상 발생했다.

이 사고에 대한 시사점과 결론은 화학공장 화재는 단순히 화재 진화로 해결하기 어렵고, 초기대응 단계에서 다양한 화학물질에 대한 위해도 평가 및 건강영향 평가 등을 신속하게 결정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특히, 중앙부처와 지자체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고 중장기건강영향을 예방하기 위한 지속적인 활동이 제도적으로 지원돼야 한다.

산불, 중증 환자 최소화에 초점…중장기건강영향 고려

산불재난관리 사례를 보면 산불은 매해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4월 건조한 시기가 되면 동해안 지역에 양간지풍(襄杆之風)이 발생하는데 이 때 산불이 발생하면 대형 산불로 번질 수 있다. 우리나라의 산불 대응은 사망하거나 중증 환자를 최소화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즉, 재해적인 접근과 초급 중증 환자가 없으면 다행이라는 근시안적 태도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공중보건학적 측면에서 화재로 인한 건강문제는 매우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되는 사회적 재난이다.

산불이 발생하면 입자상 물질과 가스상 물질이 발생하게 되는데 여기에는 휘발성 유기 화학물질과 다이옥신(dioxine), 퓨란(furan) 등이 포함된다. 또한 바이오매스(Biomass)의 연소과정에서 다양한 화학물질이 생성돼 토양을 오염시킨다. 특히 발암물질인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나 폴리클로리네이티드 비페닐(PCBs) 등도 발생한다. 게다가 산불이 도시로 번져 주택을 태우면 중금속 농도가 올라간다. 실제로 2016년 캐나다 앨버타 화제 당시 평상시 중금속 농도로 회복하는 데 14개월이 걸린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아울러 산불로 발생한 화학물질은 빗물이나 물을 통해 다른 매체로 이동하거나 하천을 오염시켜 먹는물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2000년 동해안 산불 당시 그 지역에 거주했던 산모의 출생신고 기록의 신생아 노출군 1천800명과 대조군 5천 명을 비교해본 결과, 산불 연기에 노출됐던 태아의 체중이 크게 감소됐다는 보고가 있었다. 

산불은 매해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4월 건조한 시기가 되면 동해안 지역에 양간지풍(襄杆之風)이 발생한다. 이 때 산불이 발생하면 대형 산불로 번질 수 있다. 사진은 지난 3월 4일부터 13일까지 계속된 울진 산불을 헬기로 진화하는 모습. [사진제공 = 산림청]
산불은 매해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4월 건조한 시기가 되면 동해안 지역에 양간지풍(襄杆之風)이 발생한다. 이 때 산불이 발생하면 대형 산불로 번질 수 있다. 사진은 지난 3월 4일부터 13일까지 계속된 울진 산불을 헬기로 진화하는 모습. [사진제공 = 산림청]

과학적 근거 기반 체계적 리스크 관리 필요

과학적 근거와 경험을 바탕으로 한 리스크 대비와 리스크 대응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재난으로 인한 각종 위험으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예방과 대비 및 신속한 대응, 지속적인 치유관리를 위해 이를 관리할 수 있는 통합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재난 발생 시 초기 대응도 중요하지만 예방, 대비, 관리체계에 이르는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

재난 위기관리의 과정은 예방, 대비, 대응, 치유와 회복 네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우리나라는 그간 대응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체계적 리스크 관리를 위해 예방, 대비가 중요하다. 예방은 재난이 일어나기 전 전반적인 전략, 정책, 제도적 관리 구조를 만드는 활동이며, 대비는 재난이 임박하거나 시작되는 시점에 그 위험을 알리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해 위험에 처한 지역사회가 생명과 자산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외국의 산불 대비 사례를 통해 보면 미국은 전역에 1천700개소의 측정소를 설치해 연속형으로 대기질 자료를 수집하고 이 측정값을 국민건강영향에 적합한 지표로 환산해 국민에게 제공하고 있다. 또 대기질 상태에 따라 공무원을 위한 여러 권고조치 사항을 준비해 놓고 있다. 아울러 대기질 상태에 따라 교육기관의 행동지침을 만들고, 안전 대비 지역을 파악, 공지하고 피난계획도 준비한다. 또한 화재 수준별로 건강영향, 경고사항 그 외 보호적 행동과 화재발생 지점 거리에 따른 행동지침도 마련하고 있다.

재난 연구, 재난의 시급성 반영해야

예방과 대비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육과 훈련이다. 리스크 관리 시 과학적 근거 기반의 의사결정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가용한 최적의 근거를 적용해 리스크 관리 정책과 우선순위를 세워서 적정한 대응체계를 마련, 수행해야 한다. 근거 기반의 리스크 관리의 접근법은 합당한 정책과 사업을 결정할 수 있도록 충분한 자료와 정보를 제공해 올바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해준다. 과학적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사례, 실시간 자료, 정보 수집, 재난 후 자료 수집 등이 중요하다.

또 재난상황에서 연구의 시급성이 매우 중요하다. 평상시의 연구는 느리더라도 사려 깊게 준비해야 하지만 재난 연구의 경우, 재난의 시급성을 반영해야 한다. 건강영향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즉각적인 자료도 필요하다. 앞서 태안 원유 유출 사고나 화학공장 화재 사고는 이런 것들의 준비가 부족해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

또한 리스크 관리를 위한 대응의 수직적·수평적 협력체계가 필요하다. 산불은 산림청이, 화재는 소방청이, 화학물질은 환경부가 개별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아니라 포괄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수평적인 협력체계가 필요하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간의 수직적 협력체계도 중요하며, 이는 명령과 통제 방식보다는 참여적 거버넌스 틀에서 협조 체계를 구축해 대응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위기대응, 통합·기획·조정 권한 가진 조직 필요

중앙정부와 지자체 모두 위기관리 업무를 총괄해 기획, 조정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 특히, 이 조직은 통합·기획·조정 권한을 가져야 하며 재난 위기관리 전문가가 포함돼 전문가의 의견을 예방, 대비, 회복 활동을 위한 의사결정에 반영되어야 한다.

재난이 발생하면 치유와 회복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재해발생 지역의 피해시설을 수리, 교체하는 등 재건하고 복구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지만 재난으로 파괴된 지역 주민의 생활의 정상화와 희생자들의 치유와 회복, 재난 평가 연구의 결과와 교훈을 근거로 예방 활동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21세기의 재난관리 패러다임은 바뀌어야 한다. 개별영역 중심의 전통적인 재난관리로 재난을 대처해 왔는데 앞으로의 재난은 복잡하고 다양하기 때문에 이런 재난의 포괄적인 영역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재난 사건 중심이 아니라 재난 지역의 사람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재난관리는 명령과 통제보다는 협력적 거버넌스의 구축이 필요하고 협의(狹義)의 위기관리가 아니라 광의(廣)의 위기관리로 대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워터저널』 2022년 7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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