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적용 과정서 리스크 분석 선행돼야”
지구, 세계 에너지 소비량 100억년에 달하는 에너지 가져…자연재난 위험 상존
기술 발전에 따라 리스크 커져…실시간 모니터링 연계한 리스크 재산정 필요

Part 02. 자연재난과 기술재난 그리고 포항지진 

이 강 근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이 강 근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우주에서 본 지구는 아름답고 푸르지만 지구의 내부를 살펴보면 자연재난은 상존할 수밖에 없다. 지구 내부 중심의 온도는 5천℃를 넘어가며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보유하고 있다. 이 지구 내부의 에너지를 바깥으로 내뿜는 열류량 분포를 보면 불규칙적인 지역으로 분포돼 해당 지역에 집중적으로 열에너지를 방출하고 있다. 

지구는 생성 초기에 어마어마한 열을 가진 데다 지구내부의 방사성원소 우라늄(U)이나 토륨(Th)이 붕괴하면서 열을 방출하기 때문에 지구 내부로부터 지표면으로 방출되는 열류량은 평균 45TW(테라와트) 정도이며, 지구 내부의 전체 열에너지는 1031줄(J) 정도이다. 이는 50억〜100억 년 이상 열에너지를 방출할 수 있는 양이다. 

지구가 가지고 있는 열에너지에 비해 아주 미미한 양을 열전도로 방출하고 있기 때문에 이 에너지를 소모하기 위한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게 지구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맨틀의 대류 현상이다. 맨틀 내부의 암석들이 딱딱한 암석으로 보이지만 대류 현상을 통해 곳곳에 여러 현상을 만들게 된다. 인류가 실제 지구 내부로 직접 뚫고 들어간 것은 약 12㎞ 정도로 이는 바늘로 사과껍질을 찔러 본 정도에 불과해 지진파를 이용해 지구 내부를 측정하고 있다.

지구, 방대한 에너지 가져…자연재난 피할 수 없어

지구 내부의 에너지 1031줄은 상상하기 힘든 숫자다. 예로 전 세계 에너지 소비량은 연간 약 5x1020줄로, 지구 내부의 에너지를 사용한다면 100억 년 가까이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지구 내부에서 바깥으로 방출되는 열류량 45TW로는 지구 내부에 있는 에너지를 다 소화할 수 없기 때문에 지구 내부에서 일이 발생한다. 예로 리히터 규모 6.0의 지진을 발생시키면 지구 내부의 에너지 약 6x1013줄 정도가 방출되는 것이다. 

지구 내부의 에너지에 비해 아주 미미한 양이지만 리히터 규모 6.0의 지진은 우리나라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규모다. 리히터 규모 8.3, 9.5 정도 되는 지진도 각각 1017, 1018줄 정도의 에너지를 방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구 내부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 규모에 비해 미미하다. 즉, 화산이나 지진은 지구의 입장에서 하품이나 약간 몸부림한 정도로 우리가 지구에 살면서 큰 규모의 자연재난은 피할 수 없다.

2017년 11월 15일에 발생한 포항지진은 포항 북구 흥해읍 포항지열발전소에서 두 지열정(地熱井) 사이에 있는 큰 단층을 자극해 지진이 발생했다. 사진은 2019년 11월 11일 포항지열발전소에 대한 현장 검증 모습. [사진제공 = 포항시]
2017년 11월 15일에 발생한 포항지진은 포항 북구 흥해읍 포항지열발전소에서 두 지열정(地熱井) 사이에 있는 큰 단층을 자극해 지진이 발생했다. 사진은 2019년 11월 11일 포항지열발전소에 대한 현장 검증 모습. [사진제공 = 포항시]

신칸센, 지진파 활용 UrEDAS 통해 피해 최소화

물론 우리가 큰 자연재난을 피할 수 없다고 해서 그대로 받아드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인류는 자연재난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동일본 대지진은 지각이 횡으로 약 50m, 위로 약 10m 정도 이동하는 순간적인 지진이 발생하면서 쓰나미를 일으켰는데 일본해양연구개발기구(JAMSTEC)는 지진의 원인을 밝히고, 향후 대형 지진을 대비하기 위해 이 해구(Trench)를 직접 뚫는 ‘발생 판 경계와 진원, 해저 단층 시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또 산안드레아스 단층은 샌프란시스코에서 LA 북부로 지나가는 큰 단층인데 미국 서부 사람들은 큰 지진이 발생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어 이를 해소하기 위해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에서 많은 연구비를 투입해 단층 수㎞를 뚫고 들어가 단층에 관측기를 설치하고 연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외에도 지진의 조기 경보를 통해 피해를 저감한 사례도 있다. 신칸센은 긴급지진탐지 및 경보시스템인 UrEDAS를 1992년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지진계를 통해 지진파 중 먼저 도착하는 P파가 감지되면 더 큰 진동이 오는 짧은 시간 안에 신칸센의 동력시스템에 신호를 보내 전력 송출을 차단하고 자동으로 긴급 정지 장치를 가동시켜 탈선의 위험을 대폭 줄였다. 이를 통해 동일본 대지진 당시 운행 중이던 27개의 고속열차를 자동 정지 시켜 대규모 지진임에도 불구하고 인명 피해가 거의 없었다. 

자연재난 대응에 실패한 사례로는 네덜란드 그로닝겐 지역의 천연가스 개발 사례가 있다. 가스개발이 본격화되면서 규모가 작은 지진들이 빈발했다. 네덜란드 지진연구 및 감독위원회는 사암층에서 가스를 추출하면 지층의 가스압력이 감소하고 지층의 압축이 일어나 부등침하가 일어나 피해가 있을 것이라는 점은 파악하고 있었지만 그 영향을 분석하는 데 있어 지진의 영향이 최악의 경우라도 진원 근처에서 미미한 피해를 줄 정도라고 오측했다. 

포항, 지진 발생 위험 상존 지역 

우리나라의 포항 지진의 경우, 포항 지역에 지열발전이라는 온실가스를 적게 발생하면서 전력을 생산하는 녹색 기술을 추진 중에 발생했다. 지열발전은 땅속으로 깊이 관정 두 개를 뚫어서 관정(管井) 사이에 차가운 물을 넣어 뜨거운 물을 위로 올리는 시스템인데 물길을 만들기 위해서는 단단한 암석에 균열을 만들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두 지열정(地熱井) 사이에 있는 큰 단층을 자극해 지진이 발생했다. 

약 2천500만 년 전 우리나라와 일본열도가 거의 붙어 있었다. 그런데 태평양판이 유라시아판 밑으로 들어가면서 배호(back arc)라고 해서 플룸(Plume)의 대류환(對流環, convection cell)이 만들어지고 땅이 벌어지면서 해저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통해 동해가 생성됐다. 이 과정에서 일본열도는 활처럼 휘어지게 되고 포항이 위치한 영일만 일대는 동해가 생성되는 과정에서 비틀어지는 힘이 작용해 사이에 여러 단층이 만들어졌다. 즉, 포항 지역은 기존의 단층이 있는 상태에서 여러 단층이 만들어져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상존하는 지역이다. 

또한 포항 지역에는 곡강단층이 있는데 이 곡강단측 옆에 지금까지 인지하지 못했던 단층이 있었다. 지열발전 실증연구 수행 중 지열정 굴착과 두 지열정을 통한 수리자극이 시행되었고, 굴착 시 발생한 이수 누출과 지열정을 통해 고압력으로 주입한 물에 의해 확산된 공극압이 포항지진 단층면 상 남서방향으로 깊어지는 심도의 미소지진들을 순차적으로 유발 시켰으며, 시간 경과에 따라 본진의 진원 위치에 도달되고 누적되어 임계응력상태에 있던 단층에서 지진이 촉발된 것으로 조사됐다.

포항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아파트에 대한 정밀점검 모습. [사진제공 = 포항시]
포항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아파트에 대한 정밀점검 모습. [사진제공 = 포항시]

포항지진, 수리자극으로 인한 촉발지진

지진으로 인한 법적인 책임을 가릴 때 ‘유발(induced)지진’인지, ‘촉발(triggered)지진’인지가 중요하다. 

국제적으로 정의가 확립되지 않았지만 이번 조사연구에 사용된 유발지진의 정의는 지구 내부에서 유체 주입의 영향으로 공급압과 응력이 변화된 암석의 공간적 범위 내에 일어날 수 있는 규모의 지진으로, 이 때의 지진은 유체 주입과 조구조 운동으로 축적된 변형에너지를 방출한다. 촉발지진은 인위적인 영향이 최초의 원인이나 그 영향으로 자극을 받은 공간적 범위를 크게 벗어나는 규모의 지진으로, 이 때의 지진은 대부분 조구조 운동으로 축적된 변형에너지를 방출한다.

즉, 유발지진은 어떤 행위를 했을 때 그 행위로 인해 영향을 받은 단층의 범위만 깨져서 지진이 발생했는지고, 행위를 했는데 자연적 압력을 받아 크게 지진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을 자극시켜 소위 방아쇠를 당기는 역할을 한 것이 촉발지진이다. 포항지진의 경우, 방아쇠를 당기는 역할을 했다고 결론이 났다.

포항지진 결과 발표 후 포항지진 부지안정화를 위한 T/F가 구성됐다. 당시 참여했던 독일 베를린 대학의 샤피로(S.A.Shapiro) 교수가 분석한 내용을 보면 처음 수리자극을 1년 동안 다섯 차례에 걸쳐 시행했는데 리히터 규모 2.0 수준의 작은 지진이 일어났을 때 수리자극을 중단했으면 포항에 큰 지진이 일어났을 확률은 1% 정도이고, 리히터 규모 3.0 수준의 중간 지진이 났을 때 중단하면 포항지진 발생률은 약 3% 정도였다. 계속 진행해 확률이 15%까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이 분석은 개인의 연구결과지만 이를 참고하면 결국, 우리가 인류의 복지를 위한 일에 기술을 적용함에 있어 재난이 발생된 것이다.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에 의한 촉발지진으로 발표됨에 따라, 2019년 10월 29일 포항시청에서 열린 ‘포항지열발전 부지 안전성 검토 T/F’의 제7차 회의 모습. [사진제공 = 포항시]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에 의한 촉발지진으로 발표됨에 따라, 2019년 10월 29일 포항시청에서 열린 ‘포항지열발전 부지 안전성 검토 T/F’의 제7차 회의 모습. [사진제공 = 포항시]

기술 적용 과정서 리스크 분석 통해 재난 대비해야

이런 여러 사례를 보면 기술의 적용으로 인해서 자연재난이 촉발되거나 없어도 되는 재난을 초래할 수가 있다는 사실은 명확하다. 과거에는 우리가 지하를 뚫고 들어가 고압으로 수리자극할 수 있는 기술도 비용도 없었다. 하지만 기술력이 발전하고 재원이 확보됨에 따라 기술 적용의 강도가 증가하고 대형화되고, 복잡화되고 있다. 기술 적용의 강도가 증가, 대형화, 복잡화될수록 리스크는 커지는데 이 리스크를 분석하는 것이 상당히 어려워졌다.

또한 기술 적용 전-중간-이후 단계에서 기술 적용에 따른 단계별 리스크 분석이 반드시 필요하다. 리스크 분석 없이 기술을 적용하면 큰 규모의 재난이 발생할 수 있어 진행 중간 단계에서는 실시간 모니터링을 연계한 리스크 재산정 등이 필수적으로 수행되어야 바람직하다.

또 이 리스크를 산정하고 이를 고려한 기술개발 적용이 이루어지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와 동반해 위험 모니터링과 리스크 산정을 할 수 있는 과학기술의 고도화도 필요하다. 아울러 대중 수용성이 필요한 과학기술 분야에는 과학기술자와 대중의 책임과 보상 등에 관한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사고 발생 시 과학기술자와 대중이 각각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되는지 어떤 의도를 가지고 했을 때 이걸 어떻게 보상하고 책임져야 되는가에 대한 체계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워터저널』 2022년 7월호에 게재]

저작권자 © 워터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