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장마, 집중호우·폭염 반복되는 복합 기상재해”

저기압·대기의 강 발달로 전선 없이 폭우 내려…국지적 피해 발생
‘100㎜ 이상’ 극한 강수 변화 트렌드…한반도 증가 추세 뚜렷

Part 01. 2023년 7월 기상현황

손 석 우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손 석 우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여름철 우리나라의 날씨를 설명하는 중요한 인자(因子)는 북태평양 고기압이다. 북태평양 고기압은 우리나라의 여름철 기후에 주로 영향을 미친다. 늦봄이나 초여름, 날씨가 따뜻해지면 이 고기압이 동아시아까지 확장되면서 장마가 시작된다. 장마는 일본과 중국에서 먼저 시작되고, 북쪽으로 더 확장되면 한반도에서도 장마가 시작된다.

우리나라에서는 6월과 7월, 북태평양 고기압의 확장으로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됐다. 그리고 장마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폭염주의보·폭염경보가 내려졌다. 하루 이틀 사이에 이런 변화가 생긴 까닭은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 북쪽으로 올라가면 그 후로 더 이상 비가 내리지 않고 더운 날씨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전국 동시다발적 폭우로 시간당 49㎜ 이상 집중호우 기록

올해 장마는 매우 갑작스럽게 시작했다. 6월 20일에서 24일까지만 해도 뉴스에는 ‘때이른 폭염’이라는 보도와 ‘장마가 언제 시작될지 모른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런데 25일 전국적으로 장마가 시작됐다. 국가기상위성센터가 제공한 위성사진을 보면 6월 25일 북태평양 고기압 가장자리를 타고 구름대가 형성돼 있는 걸 볼 수 있다. 이 구름대 위로 저기압이 발달했고, 저기압에 의해 한반도에 비가 내렸다. 일반적으로 장마는 제주에서 시작해 남부, 중부 순으로 시간을 두고 시작된다. 그러나 올해는 전국에 동시다발적으로 장마가 시작됐다.

또 올해는 장마 시작부터 6일 동안 집중호우가 계속됐는데, 과거에 없던 역대급 수치를 기록했다. 일별 평균 누적 강수량을 보면, 6월 25일 제주도에서 시간당 최대 강수량 49㎜를 기록했고, 6월 26일 노은(충주)에서 68.5㎜, 27일 남해에서 74.5㎜의 강수량이 기록됐다. 이어 광주에서는 27일 54.1㎜의 비가 내렸다. 이는 지난 50년 동안 광주에서 기록된 시간당 강수량 중 역대 최고 기록이다. 

그리고 6월 27일, 광주에서 첫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그 당시 광주에서는 6월 25일부터 30일까지 비가 내렸고, 주말 동안 조금 잠잠했다가 이후부터 또 지속적으로 비가 내렸다. 특히, 7월 13일부터 18일까지 6일 동안 엄청난 양의 폭우가 지속적으로 내렸다. 각각의 사례가 연구를 할 만큼 특별한 내용이지만 그중 7월 11일과 15일 두 개의 사례만 자세히 살펴보겠다.

저기압 발달로 수도권에 많은 비 내려

7월 11일, 기상청에서 처음 ‘극한 호우’ 재난 문자를 발송했다. 이때, 대한민국 독자 기상위성 천리안과 레이다의 관측 기록을 합성한 사진을 보면 한반도 서쪽 ‘경기만’이라고 부르는 지역에 작은 반시계 방향 회전이 만들어졌다. 다시 말해, 작은 규모의 저기압이 만들어졌는데, 이 저기압을 따라 한반도에 일자로 비가 내렸다.

흔히 장마철 비가 내리는 원인으로 한반도를 가로지르는 장마전선(정체전선)을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날은 이처럼 작은 규모의 순환에 의해 비가 내렸다. 당시 기상청(동작 관측소)의 기록을 보면, 오후 3시 53분에 시간당 76㎜의 비가 내렸다. 이어 서울 구로구 72㎜, 금천구 70㎜의 비가 내렸다. 기상청 입장에서는 극한 호우 재난문자를 보내기 충분한 상황이었다.

‘극한 호우’란 표현은 작년 수도권 지역에 집중호우를 겪으며 처음 등장했다. 작년 수도권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유례 없는 시간당 141㎜의 폭우가 기록됐다. 기상청은 이처럼 심각한 재난이 발생했을 때 미리 알려야 한다는 차원에서 ‘극한 호우’ 재난 문자 제도를 도입했다. 극한 호우 재난문자는 ‘시간당 누적 강수량 50㎜ 이상 및 3시간 누적 강수량 90㎜ 이상’ 기준을 동시 충족할 때 발송한다. 즉, 장마전선이나 대규모 시스템이 있던 게 아니라 국지적으로 발달한 저기압에 의해 서울 남부 지역으로 매우 강한 호우가 11일에 내렸다

‘대기의 강’ 영향 충청·전북서 국지적 폭우…2022년과 유사

다음은 오송 궁평 제2지하차도 침수사고를 일으킨 폭우 사례다. 궁평 제2지하차도 참사와 곳곳에 산사태를 일으킨 폭우는 매우 좁은 지역에 다량의 수증기가 유입되는 이른바 ‘대기의 강’ 현상 때문에 생겼다. 기상청에서 제공한 레이더 영상에 따르면, 7월 13일 오전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렸다. 이후 수도권에 있던 강수대가 점차 내려와 충청, 전북 지역까지 확장됐다. 그런데 13일 수도권에서 남쪽으로 치우치듯이 발생했던 강수대가 7월 14일부터는 서해상에서 한 곳으로 수증기를 끊임없이 수송했다. 그리고 아주 좁은 지역에 띠를 이뤄 비가 내렸다. 이는 최근에 두드러진 ‘대기의 강’이라고 부르는 현상이다. 

‘대기의 강’은 중국 내륙부터 긴 띠를 이루면서 좁은 지역에 극단적으로 다량의 수증기를 수송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번에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대기의 강은 중부지방에서 발달했다. 또 이 현상이 3일 내내 발달하며 지속적인 집중호우가 발생했다. 그러다 보니 충청권 그리고 전북 지역까지 폭우가 계속됐고, 7월 13일 00시부터 궁평 지하차도가 침수된 7월 15일 오전 10시까지 정산(청양) 지역에 누적 강수량 530㎜를 기록했다. 이 지역은 올해 기상 기록을 전부 경신했다.

 1시간 누적 강수량을 기준으로 올해 가장 비가 많이 내린 지역은 군산, 문경, 공주, 청양 등인데 강수 일자를 보면 모두 7월 14일과 15일이다. 즉, 7월 14일과 15일에 대기의 강 현상으로 좁은 지역에 과거 관측에서 전혀 볼 수 없던 폭우가 내렸고, 이로 인해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었다. 

한편, 지난 7월 13일에서 15일까지 충청·전북 지역에서 발생한 집중호우와 지난해 8월 8일에서 9일 수도권에서 발생한 집중호우 누적 강수량을 비교해 보면 매우 비슷한 형태를 띄고 있다. 좁은 지역에서 발달했고, 강수량이 500㎜가 넘었다. 지난해에는 극단적인 강수가 더 많았고, 빈도가 잦았던 반면 올해는 지속적으로 호우가 내렸다는 차이가 있지만 공간 구조나 피해 내역은 유사하다. 지난해 수도권 폭우가 일어났을 때만 해도, 앞으로 이런 일이 있겠느냐는 의견이 나왔는데 1년도 안 돼 비슷한 현상이 발생했다. 앞으로 이런 일이 또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호우주의보 ‘453번’…누적될수록 경각심 옅어져 

7월 26일 기상청이 공식적으로 장마가 종료됐다고 보도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장마 기간은 전국 31일로 평년과 비슷했다. 또 올해 장마기록을 보면 충청·전북 지역에 평년 대비 250%에서 280% 정도 더 비가 내렸다. 태백산맥 너머에 있는 영동 지방엔 비가 거의 오지 않았고, 중부지방은 대기의 강 현상으로 엄청난 양의 수증기가 공급되면서 많은 비가 내렸다. 한편, 최근에는 사람이 많이 사는 지역에 비가 얼마나 왔는지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 똑같은 비가 오더라도 사람이 많이 살지 않는 지역보다 많이 사는 지역에 피해가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6월 25일부터 7월 25일 한 달간 주요 도시에서 비가 얼마나 왔는지를 알아보고자 춘천, 강릉, 서울, 청주, 대전, 광주, 부산, 제주 8개 도시를 중심으로 살펴봤다. 8개 도시에서 평균적으로 평년대비 강수량이 200% 이상 증가했다. 광주에서는 약 350%로 비가 더 내렸고, 청주, 대전 지역에서도 250% 이상의 비가 내렸다.

또 올해는 많은 비로 인해 호우주의보의 발령 횟수도 늘어났다. 올해 호우주의보는 453회 내려졌고, 호우경보는 139번 내려졌다. 아쉬운 부분은 매번 호우주의보가 발령되다 보니 일반인이나 심지어 언론도 무감하게 넘기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비는 누적됐을 때 피해가 더 심각하다. 그런데 경각심은 오히려 떨어져 아쉬운 대목이다. 

낙뢰·폭염주의보 등 복합 기상재해 양상 두드러져

올 여름 장마는 평년과 다른 몇 가지 특징을 보였다. 첫 번째로 장마철 하루 강수량 기준 역대 가장 많은 비가 내렸다. 정확히 말하면 역대 가장 많은 비가 내린 해는 2006년이고, 다음으로 많이 내렸던 해는 2020년으로 올해 장마는 3위 정도다. 다만, 과거 2006년, 2020년에 비해 올해는 장마 기간이 짧았다. 그에 반해, 장마기간 일 평균 강수량은 하루에 30㎜ 정도로, 일 평균 강수량 혹은 장마의 강도 측면에서 보면 가장 강했다.

두 번째로 일반적으로 장마는 제주, 남부, 중부 순으로 진행되는데 반해, 올해 장마는 시작과 함께 전국에 동시다발적으로 집중호우가 발생했다. 이에 더해 비와 함께 천둥 번개가 치는 횟수도 평년을 웃돌았다. 평소에는 1천 회가 될까말까한 낙뢰가 6월 27일과 28일에 하루에 3천 회 이상 발생했다. 벼락이 많이 칠 때는 바람도 세게 불어 풍랑주의보나 돌풍주의보가 같이 발령되는데 이런 일이 올해 빈번했다. 

세 번째로 전선이 없는데도 집중호우가 발생했다. 저기압, 대기의 강 등 다양한 형태의 집중호우가 6월 말부터 7월 말까지 꾸준히 발생했다. 그러다 보니 예보와 대비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마지막 네 번째는 폭염주의보의 발령이다. 앞서 호우주의보 453회를 강조했는데, 폭염주의보도 61회 있었다. 비가 많이 내린 지역은 호우주의보가 내려졌고, 비가 오지 않은 지역은 폭염주의보가 발령됐다. 동시에 여러 가지 기상 차이가 발생하는 복합 기상재해 양상이 올해 두드러졌다.

역대급 폭우 계속돼…극한 강수 증가 등 대비 필요

2022년 수도권에 집중호우가 발생했고, 올해는 오송 지역에 집중호우로 많은 비가 내렸다. 학계에서는 앞으로 이런 극단적인 강우가 지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한반도는 그 어느 지역보다 위험할 것으로 보인다. 1961년부터 2020년까지 60년 동안 100㎜ 이상 극한 강수 증가·감소 변화 추세를 보면 동아시아는 전반적으로 빈도가 꾸준히 증가했다. 

다른 지역보다도 일본 규슈 지역과 한반도 전역에서 이런 극단적인 강수가 증가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올해 한반도에 발생한 집중호우가 시작되기 전부터 규슈 지역은 시간당 강수량 100㎜가 넘는 사례들이 연이어 발생했다. 변동성은 크지만 이 우상향 추세는 과학적으로도 확인되는 매우 뚜렷한 추세다. 즉, 한반도에서 이러한 극한 강수 증가 경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장마는 6월 25일 전국에 동시다발적으로 시작해 처음부터 집중호우가 계속됐다. 특히, 대기의 강 현상으로 국지적으로 많은 비가 내려, 충청·전남 지역에 피해가 있었다. 또 올해는 저기압, 대기의 강처럼 장마전선이 없는 곳에도 집중호우가 발생하는 등 다양한 기상 형태가 발생했고, 장마와 폭염이 동시에 발생하는 복합 기상재해 양상이 두드러졌다. 게다가 앞으로 극한 강수 증가 경향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워터저널』 2023년 9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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