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적·비구조적 대책 결합한 복합대책 필요”

구조적 대책으로 침수규모 축소하고 비구조적 대책으로 인명·재산 피해 저감시켜야
하천 범람 1천207건 발생…지자체 하천관리 능력 제고 및 하천 설계기준 상향 필요

Part 02. 2023년 수해현황 및 대책

정 창 삼 인덕대학교 스마트건설방재학과 교수
정 창 삼 인덕대학교 스마트건설방재학과 교수

기후위기는 현실로 다가왔다. 2019년 한반도 최다 태풍 발생(7건), 2020년 최장기간 장마(54일), 2022년 8월 최고 강우강도(시간당 141.5㎜), 지난 7월 14일 지역별 일 최대 강우량(483㎜) 등 최근 5년간 모든 강우 기록이 경신됐다.

또한 집중호우로 인한 도시침수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 최근 13년간 평균 2〜3년 주기로 서울과 부산 등 도시 하천을 중심으로 침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8월 서울 등 수도권과 중부지방으로 이어진 집중호우는 일 최대 300㎜가 넘는 폭우를 쏟아내 사망·실종자 20명, 부상자 26명의 인명 피해와 3천155억 원 규모의 재산 피해를 입혔다.

예천 산사태·궁평 지하차도 침수 등 피해 속출

올해도 집중호우로 인한 기록적인 수해가 발생했다. 지난 7월 9일부터 시작된 집중호우로 충청도와 경상북도 북부지역을 중심으로 산사태와 침수 피해가 잇따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번 수해로 사망·실종자 50명, 부상자 35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또한 하천 범람 1천207건, 하천 제방 유실 225건, 침수 190건 등 총 6천897건의 공공시설 피해 신고와 주택침수 1천494건, 상가·공장 침수 288건 등 총 2천746건의 사유시설 피해 신고가 접수됐으며, 농작물·농경지 피해는 총 3만5천392.6ha에 달했다.

특히, 이번 폭우로 7월 15일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에 산사태가 발생했으며, 같은날 미호천 제방이 붕괴되면서 오송 궁평 제2지하차도의 침수 사고가 발생했다. 이 두 사건은 현재 수해 대응 체계의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예천 산사태의 경우, 충청에서 경북으로 이어지는 ‘대기의 강(긴 띠 형태의 수증기 이동 현상) 현상’이 예측돼 기상청에서 400〜600㎜의 폭우를 예보했지만, 해당 지자체는 상황판단회의를 미실행하는 등 사전 대응이 미흡했다.

궁평 제2지하차도 침수의 경우, 붕괴 위험 제방을 사전에 감독하지 않은 관계 기관의 부실 대응이 침수 사고의 선행 요인으로 지목된다. 붕괴된 제방은 하폭이 좁아지는 200m 구간 내 7개 교량이 밀집돼 있는 통수능(Conveyance)이 축소되는 지점에 위치하며, 높이도 기존보다 1m 낮아 붕괴 위험의 예측이 가능했다. 

이번 폭우로 지난 7월 15일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에서 산사태가 발생했으며(왼쪽 사진), 같은날 미호천 제방이 붕괴되면서 오송 궁평 제2지하차도에서 침수 사고가 발생했다(오른쪽 사진).

도시침수 피해 주시…충청·경북 피해 키워

이번 7월 폭우 피해의 원인은 △수도권 피해 관심 집중 △유출율 증가 △지자체 대응 능력 부족 △예산 감소 및 칸막이 행정 등으로 지목된다. 폭우 대비 단계에서 실제 피해가 집중된 충청 및 경북 지역보다 지난해 8월 침수가 발생했던 수도권 피해 상황에 관심이 집중돼 대응 시기를 놓쳤다.

또한 장마기간 동안 유출율과 토양 포화도가 점진적으로 증가해 하천 유량이 늘어나고 산사태 위험도가 높아졌다. 괴산댐 월류로 홍수경보가 발령된 달천 유역의 사례를 보면, 3차례 연이어 내린 강우로 유출율이 점진적으로 증가해 범람의 위험성을 가중시켰다. 7월 3〜5일 내린 1차 강우(85.7㎜)의 유출율은 33.2%이었지만, 7월 13〜14일 내린 3차 강우(392.2㎜)의 유출율은 94.1%에 달해 강우량 전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위험성을 시사했다.

이와 함께 기상청이 폭우를 예보한 상황에서 상황판단회의를 미실시하는 등 지자체의 미숙한 재난 대응이 인명 피해를 키웠으며, 예산, 인력, 전문성 등 지자체의 하천관리 능력 부족이 수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수해 및 하천 관리 예산의 감소와 칸막이 행정으로 재난정보가 원활히 공유되지 않았다는 점이 이번 수해의 문제점으로 꼽힌다.

한편, 환경부의 보수적인 댐 운영이 대하천 범람을 예방했다는 긍정적인 평도 있다. 환경부는 홍수기 제한 수위를 평균보다 4〜5m 낮게 설정해 댐을 관리했으며, 사전 방류를 통해 15억3천만㎥의 여유 공간을 확보하고, 전반적인 댐 사전 방류를 통해 33억6천만㎥의 홍수량을 저감시켰다.

구조적·비구조적 대책 병행해 홍수 피해 막아야 

수해는 외력(Hazard), 노출(Exposure) 및 취약성(Vulnerability)의 교집합에서 발생한다. 최근 기후변화로 외력은 지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돼 노출(비구조적 대책)과 취약성(구조적 대책) 개선을 통해 수해 위험도를 낮춰야 한다. 

또한 극한 호우에 대한 방재능력 확보를 위한 구조적 대책과 인명·재산 피해 저감을 위한 비구조적 대책을 병행해 홍수 피해 저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구조적 대책은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비구조적 대책을 먼저 추진해 수해로 인한 인명 및 재산 피해를 줄여야 한다.

대표적인 구조적 대책에는 △대심도 빗물 터널 △빗물펌프장·빗물저류조 △차수판·역류방지 밸브 등이 있다. 대심도 빗물 터널은 지하 70〜80m에 터널을 뚫어 대용량의 내수를 하천으로 강제 배수하는 시설이다. 서울시는 2019년부터 신월 대심도 빗물 터널을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강남, 광화문, 도림천에 대심도 빗물 저류시설을 설치하기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앞으로 대심도 빗물 터널은 치수라는 단일 목적이 아닌 지하 고속도로 등 다목적 시설로 병행해 추진할 필요성이 있다.

빗물펌프장은 배수위 영향이 있는 지역에서 외수위가 상승하더라도 내수를 강제 배수하는 시설로, 하천 제방 및 하수관거와 함께 도시 수해 방지의 핵심 수단으로 꼽힌다. 빗물저류조는 상류유역에 저류시설을 설치해 일시적으로 하류로 유출되는 유량을 줄이는 시설이다. 향후 빗물펌프장과 빗물저류조의 증설이 필요하다. 그밖에 차수판, 집수정, 역류방지 밸브, 방수판 등의 비용 효율적인 치수 수단은 지역 및 유역 단위의 방재가 어려운 곳에 사용할 수 있다. 

부동산 거래 시 홍수위험지도 통보 의무화해야

비구조적 대책에는 △하천 위기상황관리 시스템 △홍수위험지도 및 재해지도 △도시침수 예측 시스템 △재난약자 관리 등이 있다. 하천 이용 시민의 고립 사고 등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2010년부터 하천 위기상황관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하천 주변에 CCTV, 자동경보시설, 문자전광판, 진·출입 원격차단시설 등을 설치해 하천 범람 등 비상 상황 시 시민에게 예·경보하며, 하천수위를 모니터링해 실시간 대처가 가능하다.

홍수위험지도는 하천제방의 설계빈도를 초과하는 홍수 발생 시 제방붕괴, 제방월류 등이 발생한다는 가정 하에 하천 주변지역의 침수범위, 침수깊이를 나타낸 지도이다. 홍수위험지도에서는 「수자원법」 제7조에 의해 특정 조건에서 하천범람지도와 도시침수지도를 제공하고 있다.

재해지도는 풍수해로 인한 침수 흔적, 침수예상 및 재해정보 등을 표시한 도면으로, 「자연재해대책법」 제21조에 의해 실행되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부터 부동산 거래 시 홍수위험지도의 통보를 의무화하고 있다. 홍수위험 정보의 접근성이 높아진 만큼 홍수 피해의 저감을 기대할 수 있어 가장 좋은 대책 중 하나로 여겨진다.

도시침수 예측 시스템, 골든타임 확보로 피해 저감

올해 서울시에 처음 도입된 도시침수 예측 시스템은 예측강우 및 침수예상지역을 실시간으로 계산해 침수위험정보를 제공한다. 설계강우 이상의 집중호우에 대해서도 침수규모를 예측할 수 있어 골든타임 확보가 가능해 인명 피해를 저감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재난약자 관리는 지자체에서 가장 잘 추진할 수 있는 비구조적 대책으로, 도시침수 예·경보 발령 시 반지하에 거주하는 재해약자의 신속하고 안전한 대피를 지원하는 제도이다.

그밖에 기존 하천 설계 빈도를 재정립해 홍수 피해를 저감시켜야 한다. 기존 국가하천, 지방하천, 소하천 등 하천 등급에 따라 일괄적으로 적용되던 설계 빈도 해석에서 나아가 도시, 농경지, 습지 등 하천 주변의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선택적 홍수방어 계획 수립이 요구된다. 

또한 하천구조물의 빈도 상향, 비상여수로 추가 설치, 댐 증고, 댐 추가 건설 등을 고려해 기후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이와 함께 위험관리 성능목표 및 기준의 재정립이 필요하다. 현재 하천 및 내수침수 관련 관리 기준을 보면 환경부와 행정안전부 등 유관기관 간 관리체계 및 설계 기준이 상이해 일관성 있고 신속한 개선 계획 수립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워터저널』 2023년 9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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