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관리, 부분아닌 전체 보는 시스템 사고적 접근 필요”

물관리를 위한 환경기준 보다 인간과 생태계 보호라는 목적에 집중할 필요 있어

생태독성 평가 좀개구리밥 기술, 국내 수질분야 최초 ISO 표준화…물벼룩 기술보다 장점 많아

 Part 02. [특별강연] 미래형 물관리를 위한 시스템 사고

한 태 준 총장                          겐트대학교 글로벌캠퍼스  (Ghent University Global Campus)

‘시스템 사고(Systems Thinking)’란 사물을 부분이 아닌 전체적인 맥락에서 이해하는 것으로, 다양한 요소의 기능과 역할, 그리고 상호작용을 파악함으로써 시스템 전체를 움직이는 것을 뜻한다. 

물관리에 있어 시스템 사고가 필요한 이유는 물의 중요성 때문이다. 유엔(UN)은 제70차 총회에서 국제 사회가 2030년까지 달성해야 할 목표로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 17가지를 채택했다. 그중 하나가 깨끗한 물과 위생이라는 것을 보면 물의 중요성을 재차 확인할 수 있다.

물관리는 환경 기준을 만들고 이를 준수하는 것을 통해 이뤄진다. 「환경정책기본법」 제12조 제1항은 ‘국가는 생태계 또는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여 환경기준을 설정하여야 하며, 환경 여건의 변화에 따라 그 적정성이 유지되도록 하여야 한다’고 명시한다. 「환경정책기본법 시행령」 [별표 1]에 규정된 수질환경기준에 따르면 하천, 호소 및 해역에 대해 사람의 건강보호 기준은 각각 20개, 20개 및 19개 항목으로 설정하고 생활환경 기준은 각각 8개, 9개 및 3개 항목으로 구분하고 있다.

반면, 외국의 사례를 보면 미국, 캐나다 및 유럽연합에서는 사람의 건강보호를 위한 수질환경 기준을 각각 116개, 63개 및 46개로 설정하고 있다. 선진국에서 이처럼 많은 항목을 설정한 이유는 사람과 생태계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그만큼 많은 요소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태준 겐트대학교 글로벌캠퍼스 총장이 지난 11월 30일 제주 부영호텔 & 리조트에서 열린 ‘2023년 하수도 연찬회’에서 ‘미래형 물관리를 위한 시스템 사고’라는 주제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당면한 물관리 문제 해결 위해 시스템 사고적 접근 필요

본말전도(本末顚倒)라는 말이 있다. 일의 근본 줄기는 잊고 사소한 부분에만 사로잡혀 있다는 뜻의 고사성어로 ‘우선 순위가 바뀌면 안 된다’는 교훈을 준다. 사람과 생태계를 잘 지켜야 한다는 본래 목적보다 환경 기준과 오염물질 수치 관리 자체에 더 집중하고 있는 현재 물관리의 모습을 나타내는 말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연간 약 7만~10만 개의 신규 화학물질이 생산되고 전 세계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상황에서 오염물질을 개별적으로 관리하는 현 체계는 1991년 페놀 사고와 같은 수질오염 사태를 재발시킬 위험성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우리는 시스템 사고를 통한 해결책을 강구하기보다 당면한 문제를 가능한 한 빨리 해결하는 데 더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이러한 접근법의 부작용은 지난 역사 속에서 이미 경험한 바 있다. 동아프리카에 위치한 빅토리아 호수에는 크기가 작은 시클리드(Cichlid)라는 어종이 서식했다. 사람들은 어업과 경제를 활성화시키고자 시클리드의 수십배 크기의 외래종인 나일퍼치(Nile Perch)를 빅토리아 호수에 방생했다.

그 결과, 고유종 시클리드는 나일퍼치의 먹이가 돼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한 반면, 나일퍼치는 개체수가 급격히 증가해 생태계를 장악했다. 일반적으로 생태계는 먹이 연쇄 구조가 복잡할수록 외부 충격에 잘 견디는데 나일퍼치의 유입으로 먹이 사슬이 단순해짐으로써 빅토리아 호수의 생태계는 취약한 상태에 처했다. 이는 생태계 전체를 고려하지 않은 인간의 환경 개입이 어떠한 부작용을 초래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주변에 있는 것을 활용하는 청색 경제 접근법 필요 

시스템 사고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물관리를 위해 ‘청색 경제(블루 이코노미; Blue Economy)’라는 개념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벨기에 환경학자인 군터 파울리(Gunter Pauli)는 2010년에 발간한 『청색 경제 : 10년, 100가지 혁신, 1억 개 일자리』라는 책에서 청색 경제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청색 경제는 산업 및 경제 분야에 청색 기술을 적용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뜻한다. 여기서 청색 기술은 이미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기술로, 예를 들어 도마뱀 발바닥의 접착성을 활용해 테이프를 만들거나 빛 반사가 없는 나방의 눈에서 착안해 반사 방지 필름을 만드는 등 생체모방기술 등이 이에 해당한다.

따라서 청색 경제는 발전을 위해 투자와 생산을 부추기기보다 이미 우리가 갖고 있는 것에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더해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개념이다. 우리가 직면한 물관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러한 개념을 적용할 수 있다.

생태독성 평가, 이화학적 분석 대비 장점 갖춰

과거 광부들은 광산에 들어가기 전에 카나리아(Canary)라는 새를 갱내에 넣고 지시자로 활용해 유독 가스로부터 안전한지에 대해 판단했다. 이와 유사한 개념으로 수질관리에서 생태독성 평가라는 방법이 운영되고 있다. 환경선진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다양한 영양단계의 생물종을 활용한 생태독성 평가 기술을 연구하고 법제화해 이화학적 방식으로 관리할 수 없는 수생태계 건강을 확인하고 수질을 관리하고 있다.

생태독성 평가는 이화학적 수질 분석 대비 다양한 장점을 갖고 있다. 이화학적 방법은 기기 분석 기술에 기반한 개별 분자 또는 원자의 고유 특성 및 농도, 특정 시약의 반응을 분석한다. 따라서 정교하고 전문적인 기술 및 장비가 수반돼야 하며,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분석 전문인력을 필요로 한다. 또한 오염물질을 각각 분석하기 때문에 미지의 복합물질의 영향을 검출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생태독성 평가는 비용과 시간이 비교적 적게 소요되고 분석에 전문인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특히, 생태계에 대한 화학물질의 시너지 및 길항 효과를 식별할 수 있으며, 환경오염물질로부터 생태계 보호를 위한 안전 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화학적 방식의 단점을 보완한다.

국내 생태독성 평가 물벼룩 한 종류뿐…다양화 필요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생태독성 평가의 중요성에 주목해 2011년부터 생태독성 관리제도를 시행했으며, 2021년부터는 평가 대상을 폐수 배출 사업장 35종에서 전 업종(82종)으로 확대했다. 현재 생태독성 평가에 사용되는 시험생물은 물벼룩 한 종이다. 하지만 물벼룩은 국내에서 사용되기에 크게 세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 번째, 물벼룩은 미북반구에 주로 서식하는 국외종이다. 국내 담수생태계를 국외종으로 영향 평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두 번째, 담수 생물인 물벼룩은 염에 매우 취약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산업 폐수는 염도가 높은 특성이 있다. 산업 폐수 방류수 300개를 조사한 결과, 담수생물이 견딜 수 있는 염도 최대치인 5ppt 이상이 검출된 샘플이 약 50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염도가 높은 폐수에 물벼룩을 활용한 독성 평가를 실시할 경우, 물벼룩에서 나타난 독성반응이 염으로부터 기인한 것인지 수체 내 독성물질 때문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세 번째, 물벼룩은 유지관리가 까다롭다. 물벼룩 시험법은 특정 연령의 유생(부화 후 24시간 이내)을 사용하는 것으로 규정돼 있어 생활사 연령 단계 선별이 어려워 지속적인 계대배양을 필요로 하며, 시험자의 숙련도에 따른 평가결과의 차이가 발생해 생태독성 숙련도 시험 관리가 추가로 요구된다. 따라서 이를 보완하기 위한 다양한 생물을 이용한 생태독성 평가 개발이 시급하다.

일차생산자를 활용한 생태독성 평가 기술개발 필요

전 세계적으로 생태독성 평가에는 담수생물 86종과 해양생물 28종이 표준시험생물로 사용되고 있다. 담수생물은 동물(소비자)이 73.26%, 식물(생산자)이 13.95%, 미생물(분해자)이 12.79%를 차지한다. 시험생물로 동물이 압도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데는 과거부터 동물이 가장 독성에 민감하다는 생각이 팽배해 이와 관련한 연구가 많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물은 유지관리 측면에서 물벼룩과 같이 까다로울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윤리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반면, 식물은 생태계 먹이 사슬의 가장 기반에 위치하는 생산자로, 생태계를 부양하는 중요한 역할(먹이, 서식처, 산란공간 제공)을 하고 있어 식물에 미치는 영향이 곧 생태계 전체 변화를 야기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시험생물 분야에서 매우 적은 관심을 받았다. 따라서 식물을 활용한 생태독성 평가 기술의 개발이 필요하다.

생태독성 평가의 시험생물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다수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우선, 시험생물은 오염물질에 민감하고 유지관리가 간편해야 한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만 발견되는 고유종이 아닌 외국에서도 쉽게 발견될 수 있는 자생종이 적합하다. 그 이유는 글로벌 정보 공유와 더불어 국제 표준화를 위한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기술의 재현성과 보편성이 필요하며, 평가 결과가 생태적 의미를 지녀야 한다. 

생태독성 평가 활용해 수질·수계 등급화 가능

현재 우리나라에서 자생종에 초점을 맞춘 생태독성 평가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환경부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수생태계 건강성 확보 기술개발사업 ‘국내고유종 기반 하천호소수 생물영향평가 기술 개발’). 이 기술의 최종 목표는 신종·신규 유해물질 약 110종을 평가하고 SSD(종민감도분포) 모델을 사용해 유해물질 별 예측무영향농도(PNEC)를 결정해 생태학적 수질등급을 구축함으로써 우리나라 하천·호소 수질 관리를 위한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다.

향후 미국 환경보호청(EPA)과 캐나다 환경청(CCME)의 데이터베이스(DB)와 유사한 캐드(Korea Ecotox Database, KED)라는 한국형 데이터베이스(DB) 라이브러리를 구축해 생물의 종류와 분포 및 특성을 비롯해 시험에 사용된 독성원의 종류와 특성, 생태독성 반응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더 나아가, 간편한 생태독성 평가 기술을 적용해 수질을 신속하게 스크리닝(Screening)하고 이상이 있을 경우 이화학적 분석과 정밀 생태독성 평가를 함께 실시해 통합 독성 지수를 산출하고, 이를 기반으로 수질 및 수계를 등급화할 수 있다. 낮은 등급이 나온 수계의 경우 추가로 독성원인물질평가(Toxicity Identification Evaluation, TIE)를 통해 오염원인물질을 분석하고 이를 저감하는 방안(Toxicity Reduction Evaluation, TRE)을 제공할 수 있다.

[그림 1] 데이터 베이스화와 생태학적 수질관리 기준 제시

뿌리 재생 기반 좀개구리밥 기술, 국내 수질분야 최초 ISO 국제표준 제정

2023년 6월 ‘뿌리 재생에 기반한 좀개구리밥 기법’이 국내 수질환경기술 최초로 ISO 국제표준(ISO 4979)으로 제정됐다. 좀개구리밥은 전 세계 하천, 호수, 연못, 논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부유성의 수생식물이다. 좀개구리밥을 활용한 생태독성 평가 기술은 이미 ISO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존재했다. 하지만 기존 기법은 좀개구리밥의 잎 면적이나 잎의 개수를 측정해 오염물질의 독성을 평가하는 기술로, 잎의 경계를 정확히 식별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개선이 필요했다.

새롭게 개발된 좀개구리밥 기법은 좀개구리밥의 뿌리를 절단한 후 재생되는 뿌리의 길이를 척도 삼아 오염의 정도를 평가한다. 재생되는 뿌리의 길이가 짧을수록 수질오염도가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뿌리 재생에 기반한 좀개구리밥 기술은 다양한 장점을 갖고 있다. 먼저, 무균배양이 필요 없고, 평가 방법이 간단하며(필요 시료량 기존 100㎖에서 3㎖로 축소, 시험용기 기존 150㎖ 이상의 대용량 비이커에서 마이크로플레이트로 간소화), 독성 노출 시간을 7일에서 3일로 단축한다. 

또한 생태적 의미를 갖고 있는데, 좀개구리밥은 평소 서로 뿌리가 엉킨 상태로 서식지에 정체해 생육하다가 서식지 환경이 열악해지면 엉켜 있던 뿌리가 분리돼 자유롭게 물의 흐름에 따라 적합한 환경으로 이동하고, 뿌리를 재생해 정착한다. 이러한 특징은 ISO 심사 과정에서 국제기구에서 요구하는 표준시험법의 기준인 높은 재현성(Reproducibility), 반복성(Repeatability)과 함께 중요한 생태적 특성으로 인정받았다.

[그림 2] 생태독성평가 기술개발 사례 : 좀개구리밥 기술

좀개구리밥 기술, 물벼룩 기술 보완해 사용 가능

좀개구리밥은 생태독성 평가의 시험생물로 이상적일 뿐만 아니라 질소(N), 인(P) 등을 다량 흡수하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생물정화기법(Bioremediation)에 활용할 수 있다. 또한 다량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기능이 있어 탄소감축의 효과를 낼 수 있으며, 바이오연료(Biofuel)로 사용할 수 있다. 

법제화된 생태독성 평가 방법인 물벼룩 기술과 좀개구리밥 기술을 비교하기 위해 산업 폐수를 대상으로 연구를 수행한 결과, 좀개구리밥 기술이 폐수 내 특정 오염물질에 더 민감하게 반응해 물벼룩 기술보다 오염물질에 대한 변별력이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한 물벼룩 기술과 좀개구리밥 기술이 반응을 보이는 폐수 시료 업종에 차이가 있어 좀개구리밥 기술이 물벼룩 기술을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했다. 

최근 좀개구리밥 기술의 유지관리 필요성을 줄이기 위해 식물의 씨앗과 뭉친 형태의 잎을 사용해 생태독성을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이 연구 중에 있다. 이 기술이 개발되면 씨앗과 뭉친 잎을 냉장 보관하다가 필요시 바로 꺼내 평가에 사용할 수 있어 유지관리를 위한 시간·비용·인력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림 3] 좀개구리밥 평가기술과 물벼룩 평가기술 비교

이화학적 분석으로 생태독성값 산출하는 기술 개발

현재 생태독성 평가를 활용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물벼룩, 좀개구리밥, 발광박테리아, 파래 등 네 가지 생물을 활용해 약 400곳에서 채수한 산업 폐수 방류수를 대상으로 생태독성 평가와 함께 폐수 관리를 위한 생물별 적정 생태독성값(Toxic Unit, TU)을 산출하는 연구가 수행됐다. 

연구 결과, 물벼룩을 비롯해 발광박테리아와 파래는 물벼룩 생태독성 평가의 현행 기준인 TU1로 전체 폐수 관리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좀개구리밥은 폐수 관리의 목표에 따라 상이한 생태독성값이 산출됐는데, 전체 폐수의 99% 관리를 목표로 할 경우 TU1, 95%까지만 관리할 경우 TU2가 적절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또한 좀개구리밥의 독성 수치를 활용해 독성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예측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 연구는 사람과 생물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에 특정 유해물질이 유입될 경우 생성되는 활성산소(Reactive Oxygen Species, ROS)의 스트레스 반응인 항산화 효소를 기반으로 한다. 

인체와 좀개구리밥 세포에서 나타나는 산화적 스트레스 반응을 지속 비교해 상관관계를 기반한 모델을 구축함으로써 좀개구리밥의 독성 수치만으로 인체영향을 예측할 수 있다. 

추가적으로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이화학적 수치로 다양한 생물의 통합 생태독성값을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400개의 산업 폐수 시료를 대상으로 이화학적 분석과 생태독성 평가를 모두 실시한 후 AI(인공지능) 모델(XGboost, Adaboost)을 활용해 예측모델을 정립하고 생태독성의 주요 원인이 되는 중금속과 일반수질항목을 선별했다. 그 결과, 수소이온농도(pH), 구리(Cu), 전도도가 결정요인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를 통해 향후 현장에서 조사한 이화학적인 수치만으로도 생태독성값을 예측할 수 있다.

[그림 4] AI 기반의 생태독성지수 예측

파래 기술, 염도 높은 폐수서 활용 가능

우리나라 산업 폐수 중 염도가 매우 높은 폐수의 경우, 담수생물을 활용한 생태독성 평가를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환경부에서 염판정 위원회 운영 또는 염제거 공정 도입을 권고하고 있으나 이는 시간·비용·인력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염 함유 폐수 평가에 해양 생물을 사용한다면 이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이에 전 세계에서 광범위한 분포를 보이는 해조류 파래를 활용한 생태독성 평가 기술을 개발했다. 파래는 적합한 환경에서 생식이 진행돼 잎이 초록색에서 흰색으로 변하는 특징이 있는데, 환경이 좋지 않으면 생식을 진행하지 않아 잎의 색상이 초록색으로 유지된다. 이러한 잎의 색상 변화율(생식률)을 기반으로 수질을 평가할 수 있다.

[그림5] 파래생식 기반의 생태독성평가 기법

색상변화율은 생식된 부분만을 염색하는 염색시약을 이용해 생식 부위를 뚜렷하게 구분하고 ‘이미지J’라는 미국 환경보호청의 무료 배포 프로그램을 사용해 염색된 면적을 측정하고 주관성이 배제된 객관적인 생식률 산출이 가능하다. 파래 기술은 또한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과도 긴밀한 상관성을 보여, 파래기법을 활용한다면 기존 BOD 분석 기간을 기존 5일에서 4일로 단축시킬 수 있다.

정화조 슬러지를 대상으로 기존 발광박테리아(Microtox) 기술과 파래 기술의 독성 민감성을 비교했다. 그 결과, 두 생물의 반응 패턴은 유사했지만 파래가 발광박테리아에 비해 훨씬 민감했다. 또한 산업 폐수 시료에 대해서도 발광박테리아가 탐지하지 못한 시료의 독성을 파래는 검출해 시료 독성에 대한 파래의 분별력이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 

생태독성 평가에 사용되고 남은 파래는 숯으로 만들어 활용할 수 있다. 숯은 다량의 탄소를 격리할 수 있어 숯을 땅에 묻어 처리함으로써 탄소 감축 효과를 볼 수 있고, 동시에 필요한 경우 바이오연료로 활용이 가능하다.

[『워터저널』 2024년 1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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