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지하수 정화 법·기술 제도 개선 시급”

오염지하수 정밀조사, 법적 위상 낮아…「지하수법」 내 조항 신설 및 개정해야

정화 목표치 설정·처리방법 설계 제도화 등 오염지하수 정화 기술적 측명 강화 필요

Part 02. 오염지하수 정화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방향

이정호 한국환경연구원 통합물관리연구실 선임연구위원
이정호 한국환경연구원 통합물관리연구실 선임연구위원

우리나라 오염지하수 정화에 관한 법률은 「지하수법」 제16조, 「지하수법 시행령」 제26조의2〜4, ‘지하수의 수질보전 등에 관한 규칙’ 제3조〜제8조 등 총 13개 조항에 명시돼 있다. 「지하수법」 행정규칙에는 △오염지하수 업무처리지침 △오염지하수정화계획의 작성에 관한 규정 △지하수오염평가보고서의 작성에 관한 규정이 있다.

「토양환경보전법」은 「지하수법」보다 늦게 제정됐음에도 불구하고 부속 행정규칙에 보전 및 정화에 관한 조항이 다수 존재하는 것을 비롯해 관련 행정규칙이 25개가 있다. 하지만 「지하수법」은 오염평가 및 정화계획과 업무처리에 초점이 맞춰진 6개의 행정규칙이 전부이며, 수질관리 및 정화의 구체적 실행을 명시하는 규칙도 없다.

환경부 토양지하수과에서 2013〜2016년까지 실시한 토양정화명령 대비 지하수 오염방지조치 명령 건수를 살펴보면, 토양정화명령 건수는 매년 200〜300건 발생하지만 「지하수법」에 의한 오염방지명령은 총 1천10건의 토양정화명령 중 8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밀조사 기능, 「토양환경보전법」 조항으로 명시돼 있어

지하수오염 유발시설의 오염방지 행정명령 절차는 관측정 등 오염방지시설의 설치에서부터 시작되며, 단기·긴급 오염과 장기 오염에 따라 나눠진다. 오염물질누출사고가 발생할 경우(단기·긴급 오염) 오염지하수 긴급정화조치를 우선 실시하고 긴급정화조치 결과를 신고해야 한다.

관측정에서 수질기준이 초과한 경우(장기 오염) 지하수오염평가보고서를 제출하고 지하수 정화명령을 내린다. 이후 두 절차는 하나로 통합돼 오염지하수정화계획을 제출하고 승인을 받은 후 오염지하수 정화사업을 실시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토양오염 정화 절차는 토양오염 측정망에서 토양오염이 우려기준을 초과했을 경우 정밀조사를 시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상이한 강도의 조치명령이 발효되도록 돼 있다. 여기서 오염지하수정화 절차와 비교되는 점은 토양정밀조사 기능이 「토양환경보전법」에 조항으로 명시돼 있으며, 정밀조사에 대한 별도의 행정규칙을 운용한다는 것이다.

오염지하수 정화 사례 부족…법·제도 개선 어려워

지하수와 토양정화 규정간 차이점을 살펴보면, 토양 규정 체계는 조치 명령과 업무 주체가 일치하도록 개별적인 행정규칙을 제정 및 운용하고 있지만 지하수는 상위와 하위 규정이 불일치하다. 또한 토양 규정 체계는 조치 명령 단계별 세분화된 고시 및 예규를 운용하고 있지만 지하수는 측정망, 오염평가, 정화계획 등 3개 부문으로 모든 행정명령을 운용하고 있다. 아울러, 토양 규정 체계는 검증을 통한 전(全)과정 관리 및 전문기관 지정 사항이 포함된 반면, 지하수는 검증 및 전문기관의 지정 사항이 없다.

이를 종합해 볼 때, 현재 우리나라 오염지하수 정화의 문제점은 5가지로 꼽을 수 있다. 첫 번째, 단독 정화 성공 및 실패 사례가 극히 부족해 경험을 통한 법-제도 개선 등의 순환 고리 형성이 불가능하다. 두 번째, 기술적 인벤토리가 제도화돼 있지 않아 지하수 오염 발생 시 선택할 수 있는 기술의 폭이 좁고 특정 기술의 사후 관리에 대한 자료가 없다.

세 번째, 오염지하수 정화 목표치가 생활용수 수준으로 설정돼 있어 정화기준이 적절한 지에 대한 논란이 있다. 네 번째, 정화 종료 시점을 사전에 결정할 수 없으므로 시간적 제약이 있다. 다섯 번째, 정화는 원상 복귀가 아닌 원상태에 최대한 도달하는 것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국내 지하수 오염방지명령 정화 완료 사례 없어

공공발주 금액 중심으로 조사한 우리나라 토양·지하수 시장 추세는 2012〜2016년까지 1천〜2천500억 원 규모로 나타났으며, 연도별 변동성이 크다는 특징을 보였다. 최근 우리나라 토양·지하수 시장 규모는 2022년 발주 기준 1천798억 원으로 추정되며, 토양과 지하수간 큰 차이는 없었다. 하지만 토양에서는 정화가 높은 비율을 차지한 데 비해 지하수에서는 정화보다는 조사·개발 부분이 더 큰 비중을 차지했다.

우리나라 오염지하수 정화사례를 언론보도를 중심으로 조사한 결과, 대부분 군사시설, 군 이전 부지, 민간 기업 소유 부지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화를 위해 사용한 기술은 양수처리법이 우세하며, 오염물질은 유류가 다수를 차지했다. 그밖에 지하수 오염방지명령을 받은 사례가 대표적으로 5건이 있었지만 정화가 완료된 사례는 없었다.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미국은 1991년부터 수퍼펀드 레메디 리포트(Superfund Remedy Report, SRR)를 발간하고 있어 토양·지하수 정화 기술의 최신 동향을 파악하기 유용하다. SRR은 국가 우선순위목록(National Priorities List, NPL) 중 1982년 이후부터 정화 중인 사업 전체의 결정문(RODs)을 통계분석한 자료다.

SRR에는 오염지하수 정화 기술을 △부지 내 정화 △양수처리법 △모니터된 자연 저감(Monitored Natural Attenuation) △가둬두기(Containment) △제도적 개입 △대체 수원 공급 △기타 등 7개로 범주화했으며, 지중거동과 적용 정화 기술에 근거해 오염물질을 △금속 △VOCs △SVOCs △기타 등 4개로 분류해 제시하고 있다.

미국, 오염지하수 정화 정보 및 처리 기술 대중에게 공개

1987〜2020년까지 발생한 5천994건의 RODs를 분석해 미국 오염지하수 처리현황을 조사한 결과, 1천548개 부지 중 83%가 정화처리를 시행 중이거나 완료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 주로 사용하는 오염지하수 정화처리 방법은 제도적 개입과 부지 내 정화법이다.

미국은 NPL 사이트(Site) 1천850개소에 대한 속성 및 위치 공간정보 시스템을 구축해 국민에게 제공하고 있다. 또, 정화작업을 거친 NPL 사이트는 반드시 재사용해야 한다는 규정을 제도화해 현재 재사용 사이트는 약 800개소에 이른다. 미국 연방 정화기술 회의국(FRTR)에서는 실제 정화시공 또는 파일럿 규모의 토양·지하수 정화사례에 대해 항목별로 정보를 요약한 사례 연구집을 1995년부터 1〜2년에 한번씩 발간하고 있다.

미국의 오염지하수 정화 제도는 수많은 경험과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정화처리 기술의 동향 파악이 가능하며, 체계적인 정보를 국민에게 공개하고 있다. 또한 국가나 지자체의 지하수 관리 제도를 정화에 80% 이상 적용하는 등 제도 개입의 비중을 높였다.

이정호 한국환경연구원 통합물관리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의 ‘오염지하수 정화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방향’에 대한 주제발표 모습.
이정호 한국환경연구원 통합물관리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의 ‘오염지하수 정화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방향’에 대한 주제발표 모습.

「지하수법」에 오염 지하수 정밀조사 별도 조항 신설해야

우리나라 오염지하수 정화 분야는 「지하수법」과 동 법 행정규칙 등 법-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지하수법」에는 오염지하수 정화 촉진 및 강화를 위한 관련 조항을 신설하고 개선해야 한다. 정화의 정의와 한계를 명시하고, 정화 기간의 명시 여부에 대해서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또, 정밀조사 관련 조항과 정화 전과정 검증 명시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

행정규칙에는 오염지하수 정화의 논리적 체계 및 정화 기록 축적에 대한 체계를 명시해야 한다. 실태 및 정밀조사의 구체적 이행 체계와 검증 체계를 비롯해 업무처리지침 및 오염평가보고서 규정을 간소화하고 정화 단계별 산출 정보 작성 규정 및 축적을 명시해야 한다.

또한 오염지하수 정밀조사 방법 및 절차의 개선이 필요하다. 현행 지하수 정밀조사는 시행령에 간단하게 언급돼 있을 뿐만 아니라 상세 절차는 하위 규정에 명시돼 있어 토양정밀조사와 비교했을 때 법적 위상이 매우 낮다. 또, 시설 규모에 상관없이 동일한 절차를 적용하고 있어 영세한 시설관리자의 경우 전과정을 수행하는 것 자체가 불가하다. 따라서 지하수 정밀조사의 법적 위상를 제고하기 위해 「지하수법」 내 별도 조항을 신설하고 관련 조항을 개정해야 하며, 정밀조사 항목에 한정해 별도의 신규 행정규칙을 제정하고 오염지하수 정밀조사 방법 및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

지하수오염 평가보고서 작성시 면적별 절차 마련 필요

지하수오염 평가보고서 작성 규정의 개정도 필요하다. 지자체 담당자 및 시설소유자는 작성 규정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현행 작성 규정은 부지규모에 상관없이 일괄 적용돼 소규모 시설은 평가 시행이 불가하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이에 지하수오염 평가보고서를 작성할 경우 부지 면적에 따라 상이한 절차를 적용하고 소규모 시설일 경우 평가 절차를 대폭 간소화해야 한다.

오염지하수 정화의 기술적 측면에서는 정화 목표치 설정과 처리 방법 설계를 통한 개선이 요구된다. 정화 목표치는 각종 인체 및 생태 위해성에 근거해 설정해야 하며, 이를 통해 합리적인 정화기간 설정과 부지 특성의 파악이 이뤄질 수 있다. 처리방법 설계는 양수처리법의 한계를 설정하고 지역 내 처리를 기본으로 한 오염물질별 최적의 처리방법 조합을 도출해 낼 수 있다. 끝으로, 지하수 정화방법의 제도화가 필요하다. 지하수 정화방법을 처리 기술과 비처리 기술 2가지 범주로 분류하고 각 범주에 적합한 정화방법을 지정하는 것이 요구된다.

[『워터저널』 2023년 12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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