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분야, ESG 관련 이슈 중 Top3에 포함돼”
(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분야도 물을 중요한 자원으로 여겨…국내기업, ‘지속가능성보고서’ 발간 필수
미국·유럽·아시아 기관 투자자 3분의 2, ESG 관련 의사결정에 물 분야 적극 고려

Part 01. [특별강연] ESG 경영과 글로벌 기업 사례

이 재 혁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이 재 혁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SDG, 지구를 위한 지속가능발전목표” 

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란 각 개별 기업과 국가 그리고 지구를 위해 지속가능발전의 이념을 실현할 지속가능발전목표를 말한다. SDGs는 국제연합(UN)에서 2000년부터 2015년까지 시행한 새천년개발목표인 MDGs(Millennium Development Goals)의 뒤를 이어 새롭게 시작하는 공동 목표다. SDG는 17개 목표로 구분되어 있는데 그 중 6번째 항목이 ‘모두를 위한 물과 위생의 이용가능성과 지속가능한 관리 보장(Clean Water and Sanitation)’이다.

관련 내용을 살펴보면, △2030년까지 모두를 위한 안전하고 저렴한 식수에 대한 보편적이고 평등한 접근 달성 △물사용 효율성의 실질적 향상 △담수의 지속가능한 취수 및 공급 보장 △물부족 문제의 해결 등이 담겨 있다. SDG 6.5에는 2030년까지 국가 간 협력을 포함하여 모든 수준에서 통합 수자원 관리 실행으로 되어 있으며, SDG 6.A에는 국제협력 및 역량 구축 지원 확대, SDG 6.B에는 물 및 위생 관리 개선에 대한 지역 사회의 참여 지원 및 강화가 명시되어 있다.

 이러한 국가적 사안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국가는 물론 개별 기업들의 혁신과 노력이 있어야 한다. 대기업이나 글로벌 기업들은 SDGs와 관련된 상당한 공약과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경영학 관점에서는 기업이 경영활동을 할 때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첫 번째 요소가 자원이다. 인적 자원, 물적 자원, 금융 자원 등 종류가 많지만 물과 같은 천연자원이 꽤나 중요해지고 있으며, 기업들도 발맞춰 자사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물 관련 자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서유럽, 탄소중립 아닌 탄소네거티브 실천”

최근에 많이 언급되고 있는 온실가스 넷제로(Net Zero), 탄소중립이라고도 하는 표현을 많이 쓴다. 탄소중립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만큼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 실질적 배출량 ‘0’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우리의 경영환경을 보존만 할 수 있을 뿐 개선시키지는 못한다. 서유럽 국가의 경우 탄소중립이 아닌 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CCUS)을 활용해 탄소 네거티브(Carbon Negative)를 실천하고 있다. 

탄소 네거티브를 물과 관련지어 반대로 생각해보면 워터 포지티브(Water Positve)다. 물을 많이 쓰는 기업이 기술 개발을 통해 자사가 쓴 물만큼 사회에 물을 환원하는 것이다. 만약 어떤 기업이 10㎥의 물을 썼다면 11㎥ 정도의 물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것으로 거의 불가능(Mission Impossible)에 가깝다. 그러나 기업 입장에서는 이것이 중요한 셀링 포인트(selling point)가 된다. 

대표적인 예로 청바지를 하나 제작할 때 4인 가족이 일주일 가량 사용하는 정도의 물이 소비된다. 이 때 사용된 물보다 더 많은 물을 되돌려 보내자는 것이 워터 포지티브다. 전세계적으로 물부족, 물낭비, 가뭄과 같은 물위기가 일어나고 있으며, 기업이 기후변화와 환경문제의 주범이라는 인식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에 기업들은 자사의 수익을 위해 물을 적게 쓰는 것이 아니라 물을 더 잘 쓰고 가능하면 다시 지구나 사회로 돌리는 관련 기술에 힘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물관리 잘 못하는 기업은 생존할 수 없다”

세계자원연구소(WRI)는 오는 2030년에 전 세계의 56%가 담수 부족을 경험할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세계경제포럼(WEF)은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The Global Risk Report)』에 8년 연속 가장 큰 위험으로 물위기를 언급했다. RBC 글로벌에셋매니지먼트(RBC Global Asset Management)가 발표한 책임투자조사(Responsible Investment Survey)에서는 ESG 관련 여러 이슈 중 물 분야가 Top3에 포함되었다.

‘ESG’란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앞 글자를 딴 단어로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경제적 수익성뿐만 아니라 사회적 책임, 환경적인 위험요소를 고려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이나 캐나다, 유럽, 아시아의 기관 투자자 약 800명 중 3분의 2는 ESG 관련 의사 결정에 물과 관련된 이슈를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쉽게 말해 한 투자자가 특정 회사에 대한 투자나 투자 철회를 결정할 때 고려하는 다양한 요소들 중 물을 관심있게 본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딱 한가지다. 물관리를 잘 못하는 기업은 생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수많은 분쟁이 생기고 있는 원인 중 물부족에 따른 갈등요인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2017년에는 한 해 동안 45개국에서 일어난 분쟁의 주요 원인이 물이다. 우리나라도 일부 대기업에 한해 상당히 많은 양의 물이 소비되고 있어 이슈가 되고 있다. 

“ESG 높을수록 기업 가치 높게 평가”

삼정 KPMG 경제연구원이 2021년 발표한 ‘ESG의 부상, 기업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ESG 점수가 높은 상위 20% 기업은 상대적으로 점수가 낮은 하위 20% 기업보다 밸류에이션 프리미엄(Valuation Premium) 효과가 높게 나타났다. ESG가 높을수록 기업의 가치가 높게 평가되는 것이다.

ESG 평가 지표로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MSCI(Morgan Stanley Capital International)가 대표적이다. MSCI는 국내 기업 100개 이상을 포함해 전세계 8천700여 개 기업을 대상으로 ESG 관련 주요 이슈에 대한 일일 모니터링과 매주 새로운 정보를 습득해 최신 정보를 빠르게 반영하고 있다. 

MSCI가 시행하는 ESG 평가는 주로 2차 자료를 기반으로 한다. 2차 자료란 각국 정부·NGO·연구기관 자료, 미디어 자료, 기업 공시자료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등을 말하며, 1차 자료는 평가자가 설문을 통해 얻는 자료를 말한다. 여기서 기업이 직접 제출한 2차 자료를 믿을 수 있는가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수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기업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첫 번째 페이지에 해당 기업 CEO의 사진이 바로 나온다. CEO는 회사의 얼굴이기 때문에 위험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속이진 않았을 것이다.

평가 시 35개의 ESG 핵심 항목에 대한 기업의 노출 정도 및 관리 수준을 점수화하고, 각 기업별 ESG 관련 최근 논란사항에 대한 영향을 고려해 ESG 부문별 점수에 반영한다. 이후 ESG 부문별 가중치를 적용한 다음 0에서 10점 사이의 종합 점수를 매겨 평가등급을 산출하는 방식이다. 

S&P 글로벌이 발표한 CSA(기업 지속가능성 평가)는 MSCI ESG 등급(Ratings)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평가지표 중 하나로 국내 기업 200개 이상을 포함한 전세계 7천여 개 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수행하고 있다. MSCI와 차별된 점은 지배구조(G) 부문에 일부 재무항목을 반영하며, 직접적인 1차 설문조사 시행 및 ESG 부문별 가중치를 적용해 100점 만점의 점수를 부여하고 있다.

“물스트레스, 기업 비즈니스 모델 결정 역할”

앞서 말한 35개 항목은 산업별 중대성에 따라 일부 항목이 상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음료사업의 경우 건강과 안전(Health & Safety)보다 더 관심있게 보는 항목이 물 스트레스(Water Stress)이다. 물 스트레스는 해당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결정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레스토랑 사업의 MSCI 평가 지표는 레스토랑에 맞는 중요도에 비중을 두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MSCI가 평가하는 ESG의 E(환경), S(사회), G(지배구조) 비중이 똑같이 3분의 1이라고 알고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며 중요도에 따라 비중이 달라진다. 레스토랑의 MSCI ESG 평가지표 비중은 S가 49%, G가 33%, E가 18%를 차지하고 있다.

석유 가스 탐사 및 생산(Oil gas exploration and production)의 MSCI ESG 중 물 스트레스는 0.2%에 해당된다. ESG의 경우 집, 대학교, 공공건물 등의 가치를 측정할 때 이 건물이 그린 빌딩인지, 얼마나 좋은 환경 소재를 사용했는지, 건물이 지금 올라간 땅 아래에는 얼마만큼의 플라스틱이 있는지까지 다 평가가 되기 때문에 석유 관련 ESG에 물 스트레스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은 엄청난 큰 이슈고 주목할 만한 지수다.

“MSCI, 물 관련 평가 지표 확대할 것”

반도체(Semiconductor)의 MSCI ESG 중 물 스트레스는 11.2%나 해당된다. 최근의 반도체 가격이 상당히 올라가고 있는 현상이 물부족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앞으로 더욱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물부족이 중요한 이유였다면 다음 평가에는 더 높은 수치를 기록할 것이다. 

자동차 제조(Automobile Manufacturing) 부문의 MSCI ESG 중 물 스트레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없다. 그렇다고 앞으로도 자동차 제조업 관련 기업들은 물에 대한 관심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MSCI 평가사가 점점 더 많은 산업에 물 관련 평가 지표를 확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반면 수도공기업(Water Utilities)의 MSCI ESG 중 물 스트레스는 24.6%로 E(환경) 부문에서도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산업 분야를 벗어나 더 구체적인 특정 기업들을 분석했다. 이제 더 이상 담배 회사가 아닌 생명공학을 하는 기업이라고 주장한 필립 모리스(Philip Morris)는 MSCI ESG 평가지표를 통해 전세계 기업 중 물관리를 평균적으로 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업은 물 관련 이슈를 바탕으로 각종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때 가장 기본적인 부문을 갖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철강업 회사인 일본제철(Nippon Steel)도 물을 많이 소비할 것이라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물 관련 사항은 전세계에서 평균적인 수준을 보고, 리딩 그룹에 포함될 정도로 잘 관리하고 있다. 이것은 경영학적으로 볼 때 똑같은 외부의 위협이 있어도 회사의 핵심역량에 따라 기회로 바꾸는 기업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네슬레, 워터 포지티브 이니셔티브 선언”

글로벌 기업의 물과 관련된 사례들을 살펴보면 네슬레(Nestle)의 생수사업부는 2025년까지 전세계 사업장에서 ‘사용한 물보다 더 많은 양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라는 뜻의 워터 포지티브 이니셔티브(Water Positive Initiative)를 발표했다. 이는 해당 기업의 중요한 핵심 역량으로 대두되었다. 

네슬레는 워터 포지티브에 걸맞게 48개 현장에서 1억3천만 달러를 투자해 하천 복원 및 재건 프로젝트를 추진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2030 수자원 그룹의 창립 멤버로 탄자니아에서 농부들과 협력하여 물 관련 기술을 개선하고 재생 농업으로의 전환을 지원했으며, 네슬레 이집트도 운하 재건을 포함한 여러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반도체 위탁 생산업체인 대만의 TSMC는 물사용량이 많음을 인지하고 대만 남서부의 타이난 사이언스 파크(Tainan Science Park)에 재생수 플랜트를 건설하는 이니셔티브를 진행 중이다. 또한 생산 공정에 사용되는 물의 약 87%를 재이용해 타 경쟁업체보다 더 높은 물 효율성을 달성했다. 

세계적인 음료 브랜드 펩시(PEPSI)는 2030년까지 모든 물부족 위험지역에서 사용하는 물사용량을 50% 감소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을 달성하게 되면 경쟁사의 주가가 많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사는 펩시에 비해 물관리가 부족하다는 평을 듣거나 기존 투자자들이 투자 비중을 조금 덜어낼 가능성이 높다. 

“기후변화, 글로벌 차원의 공통 관심사”

한편 2021년 열린 G7 정상회담(G7 Leader’s Summit 2021)에서는 기후변화 대처가 주요 의제 중 하나로 논의되기도 할 만큼 기후변화가 글로벌 차원의 공통 관심사가 되었다. 2021년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공식 출범한 자연자본 관련 재무정보공개 전담협의체인 TNFD(Taskforce on Nature-realated Financial Disclosures)가 그 예다. TNFD는 향후 2년 이내 기업이 자연·자본에 미치는 영향을 공개하기 위한 보고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인 TCFD(Task 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와 함께 글로벌 기업의 ESG 경영 관련 공시 표준화 역할을 맡아 위험 공시 요건 의무화를 시행해야 한다. TNFD는 TCFD와 형식적으로 유사하지만 자연(Nautre)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더욱 광범위하다.

국내에서는 금융위원회가 2021년 1월 14일, ESG와 관련된 국내 변경사항으로 기업공시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ESG 책임투자 기반조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기업의 공시 부담은 줄여주고 투자 보호는 강화해 ‘시장친화적인 공시제도’를 수립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첫 번째 방안은 기업지배구조보고서 의무화 및 확대다. 이는 2019년 2조원 이상의 자산총액을 가진 기업을 시작으로 2022년 1조 원 이상, 2024년 5천억 원 이상, 2026년에는 코스피(KOSPI) 시장에 상장된 기업 전체에게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의무화하는 방안이다. 아울러 두 번째 방안인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공시 활성화도 3단계에 걸쳐 추진할 예정이다. 

주력 소비층인 MZ세대를 비롯한 국민들의 인식도 변화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5월 대국민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친환경 등 ESG 우수기업 제품에 대해서는 88.3%가 추가 가격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기업이 관심을 가져야할 환경 부문에는 플라스틱 과다사용에 따른 생태계 오염이 36.7%로 1위를 차지했고, 기후 변화 가속화(21%), 환경호르몬(19.7%)이 그 뒤를 이었다.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늘어남과 동시에 행동의 변화가 생긴 것이다. 

“지속가능성보고서 무조건 발간해야”

이에 맞춰 우리나라 대기업을 포함한 기업들도 지속가능성보고서를 무조건 발간해야 한다. 보고서 내용에 지난 3년 동안 해당 회사가 물관리를 어떻게 했다는 것을 일목 요연하게 보여주지 않는다면 그 기업은 절대 좋은 평가를 받을 수가 없다. 기업 투자자들은 보고서를 어떻게 관리하고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투자하거나 철회하는 경우가 분명하게 생길 것이며, 앞으로 주목할만한 가장 큰 트렌드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또한 기업은 자사의 물관리를 넘어 협력사의 물관리까지 살펴야 경제 우위를 선점할 수 있다. 펩시를 예로 들어 보면 펩시와 경쟁사가 똑같은 물관리를 했을 때, 두 회사의 물을 공급하는 협력업체 중 어떤 곳이 물관리를 더 잘했는지에 따라 경제 우위가 달라진다. 그러니 해당 기업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에 물건을 조달하는 협력업체 또한 물관리를 얼마나 잘했는지가 관건인 셈이다.

경영 분야에서도 환경, 특히 물은 중요한 자원의 하나로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러한 자리가 마련되어 더 많은 분들이 물과 관련된 새로운 정보를 공유하고 호흡할 수 있는 학회가 되었으면 한다.

[『워터저널』 2022년 7월호에 게재] 

저작권자 © 워터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