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 인간의 물 이용 위한 역사적 수단
보를 설치한다고 수질이 좋아지지도 나빠지지도 않아
4대강 살리기, 장기 프로젝트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


▲ 김동욱 교수
“보·저수지·댐은 물 가두는 저수시설에서 본질적으로 서로 다르지 않아…시설·저수량  크기 따라 작은 것은 보, 중간 것은 저수지, 큰 것은 댐이라 할 수 있어”

2002∼2006년 보 140개 철거돼

조선시대부터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많은 보가 설치되어 왔다. 1935년 이전에는 남북한을 합쳐 9만514개의 보가 있었고, 그 몽리면적은 우리나라 전체 관개면적의 약 50%인 51만2천㏊에 이르렀다. 나머지 관개면적은 저수지에 의한 것이 23만4천㏊, 양수시설 등에 의한 것이 34만7천㏊이었다.

그러나 일제시대의 산미증산운동(産米增産運動), 그리고 해방 후에도 계속된 미곡증산 시책의 추진으로 하천 상류의 많은 보가 저수지로 바뀌고 소규모 기존 보가 대형화됨에 따라 그 수는 2006년 말 현재 1만8천115개, 몽리면적은 10만9천㏊로 줄어들었다.

최근의 통계를 보면 2002∼2006년 기간 중 140개의 보가 철거되었고, 132개의 보가 새로이 설치되었다. 미국의 경우 1802년 육군공병단 (US Army Corps of Engineering)이 창설된 후 240여만 개의 보와 소규모 댐이 건설되었다.

그 중 보의 높이가 1.8m 이상인 것이 7만7천400개이고 그 중 15m 이상인 것이 5천300개이다. 1912년부터 현재까지 467개의 보와 소규모 댐이 철거되었다.

보의 기능은 진화하는가?

이와 같이 우리나라의 보는 주로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건설되어 왔고 지금도 건설되고 있다. 그러나 한강의 잠실수중보나 신곡수중보처럼 하천의 수위를 일정수준으로 유지시켜 하천 주변 토지의 지하수위를 안정시키려는 목적으로 건설되기도 하며, 잠실수중보처럼 그 상류에서 대량의 상수원수 취수를 위해 건설되기도 한다.

이제 우리나라의 보 설치의 역사는 또 하나의 전기를 맞고 있다. 4대강 살리기의 핵심사업인 16개의 보의 설치 목적은 4대강 수질개선과 장래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용수확보 및 홍수방지이다.

이것은 우리나라 보 설치의 목적이 농업용수 확보에서 지하수위 안정과 상수원수 취수로 바뀌고, 그리고 이제는 수질개선과 용수확보 및 홍수방지로 진화하고 있음을 말한다.

▲ 우리나라의 보는 주로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건설되어 왔는데, 하천 수위를 일정수준으로 유지시켜 하천 주변 토지의 지하수위를 안정시키려는 목적으로 건설되기도 하며, 잠실수중보(사진)처럼 상류에서 대량의 상수원수 취수를 위해 건설되기도 한다.

보와 저수지, 그리고 댐은 물을 가두어 두는 저수시설이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서로 다르지 않다. 시설의 크기와 저수량의 크기에 따라 작은 것은 보, 중간 것은 저수지, 그리고 큰 것은 댐이라고 할 수 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의 16개 보의 저수량은 작게는 수천만 톤에서 크게는 억 톤에 이르기 때문에, ‘하천을 가로질러 설캄되고, ‘강의 중·하류의 평야지대에 설캄된다는 이유로 ‘보’라고 부를 수도 있으나, 규모면에서 본다면 ‘댐’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도 있다. 댐의 특성을 가진 저수시설은 보(洑)보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주요 목적인 용수확보와 홍수방지에 더 적합하다.

북한강 8개 댐과 낙동강 8개 보

북한강에는 금강산댐, 평화의 댐, 화천댐, 춘천댐, 소양댐, 의암댐, 청평댐 및 팔당댐의 8개의 주요 댐이 있다. 4대강 살리기 사업 중 낙동강에도 상주보, 낙단보, 구미보, 칠곡보, 강정보, 달성보, 합천보 및 함안보의 8개의 보의 설치가 계획되어 있다.

북한강수계의 댐이 하천에 설치되어 있다는 점에서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의 보의 설치와 다를 것이 없으나, 강의 상류에 설치되어 인위적인 오염원이 적어 상대적으로 수질오염의 위험성이 낮고, 산간지역에 설치되어 단위면적당 저수량이 많아 용수확보와 홍수방지의 효과가 더 크다는 점 등이 다를 뿐이다([그림 1] 참조).

수질개선, 용수확보 및 홍수방지에 관한 한 4대강 살리기 사업에 의해 설치될 보들은 북한강수계의 댐들과 비교할 때 모든 면에서 열악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신중히 추진된다면 그 세 가지 목표의 달성 가능성이 한 층 높아질 수 있다.

▲ [그림 1] 북한강수계의 댐 현황


“보(洑) 바닥 침전물 중에 있는 오염물질 용출이나 재부상, 또는 자정능력 저하보다 유입수 본래의 수질이 보 수질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다. 따라서 보의 수질오염을 방지하려면 유입수 수질오염물질 농도를 낮추어야 한다.”

보·댐 등 정체수역에서 문제는 총인

보를 설치했을 때 수질이 반드시 나빠진다고 할 수 없다. 생물화학적으로 분해되는 유기물질(BOD)의 경우 유입수의 농도 이상으로 보의 수질이 나빠질 이유가 없다. 물 흐름이 정체되더라도 유기물질 자체가 증식할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보나 댐과 같은 정체수역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총인(T-N) 등 영양염류 농도의 증가로 인한 부영양화이다. 영양염류의 과다로 인해 조류가 과다 증식하게 되고, 보나 댐의 바닥에 가라앉은 조류의 사체가 호기성 분해에 의해 물 속의 용존산소(DO)를 과다 소모하게 되면 수중생태계가 파괴되고 수질이 오염된다.

▲ 수질개선, 용수확보 및 홍수방지에 관한 한 4대강 살리기 사업에 의해 설치될 보들은 북한강수계의 댐들과 비교할 때 모든 면에서 열악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신중히 추진된다면 그 세 가지 목표의 달성 가능성이 한 층 높아질 수 있다. 사진은 세종시가 들어설 충남 금산군 금남면 금강유역에 설치되는 금남보 건설현장.

그러나 보나 댐의 영양염류의 농도 역시 반드시 유입수의 농도 이상으로 높아지지 않는다. 보나 댐이 설치될 경우 그 바닥에 침전된 영양염류의 용출이나 재부상 등으로 인해 수주(水柱, water column)의 영양염류 농도가 증가한다는 것은 그런 경우보다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이 관찰된다.

보의 설치로 수질이 개선될 수 있다는 것도 증명된 것이 별로 없다. 수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수질이 개선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유입수의 농도가 같을 경우 수량에 관계없이 농도는 유입수의 농도와 같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보나 댐과 같은 정체수역의 자정능력이 하천과 같은 흐르는 물의 자정능력보다 커진다고 하는 것도 일반적인 현상이 아니다. 곡릉천 곡릉2보의 철거 전과 철거 후의 총인(T-N)의 농도는 각각 0.08mg/L 및 0.08mg/L로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고, 한탄강 고탄보의 경우 각각 0.12mg/L와 0.08mg/L로 비슷하게 나타났다.

그리고 보의 상·하류의 총인의 농도는 문산천 검전보의 경우 각각 0.07mg/L 및 0.08mg/L로 나타났고, 경안천 무명보의 경우 각각 0.21mg/L 및 0.83mg/L로 나타나 보의 상류보다 하류의 총인 농도가 오히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경우가 있기는 하다.

유입 오염물질 농도 대폭 낮추어야

보 바닥의 침전물 중에 있는 오염물질의 용출이나 재부상, 또는 자정능력의 저하보다는 유입수의 본래의 수질이 보의 수질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다. 유입수의 수질오염물질의 농도가 높으면 보의 그 오염물질 농도도 높아지고, 수질오염물질의 농도가 낮으면 그 오염물질의 농도도 낮아진다.

따라서 보의 수질오염을 방지하려면 유입수의 수질오염물질 농도를 낮추어야 한다. 영양염류인 총인(T-N)의 경우 비가 오지 않는 계절에는 하천이나 보의 총인 농도는 하수처리장 방류수의 총인 농도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다.

▲ 유입수의 수질오염물질의 농도가 높으면 보의 그 오염물질 농도도 높아지고, 수질오염물질의 농도가 낮으면 그 오염물질의 농도도 낮아진다. 보의 수질오염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하수처리장 방류수의 해당 오염물질의 농도를 대폭 낮추어야 한다.

낙동강의 경우 생활하수 처리수가 대량으로 방류되는 구미 지점(구미시 공공하수처리장 하류)과 화원나루 지점(대구광역시 공공하수처리장 하류)의 총인의 농도가 각각 90ppb 및 286ppb로 나타났다([그림 2] 참조).

이것은 총인의 1급수 농도인 10ppb의 9배 내지 29배나 높은 수치이다. 따라서 보의 수질오염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하수처리장 방류수의 해당 오염물질의 농도를 대폭 낮추어야 한다.

▲ [그림 2] 낙동강 주요 지점의 총인(T-P) 농도

“4대강에 설치하려는 대형 보는 여러 차례 시범사업을 통한 자료수집과 축적, 자료분석과 경험에서 얻은 결과를 토대로 환경영향을 예측, 시행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 최소화 및 긍정적인 효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농업용 저수지의 증고(增高)나 중소규모의 댐 건설은 국가 전체적으로는 수자원의 확보에 도움이 될 수 있고, 보의 경우 그 수질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증고된 저수지나 댐의 수질이 좋을 경우에는 직접 유량을 증대시켜 보의 수질악화를 방지할 수 있고, 상류의 지하수 함양으로 수용류(receiving water)의 유량을 증대시켜 보의 수질악화를 방지할 수 있다.

부정적 영향 최소화 방안 마련해야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장기사업으로 추진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 4대강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4계절’ 환경영향평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졸속 환경영향평가라느니 환경영향평가가 ‘형식적’이라느니 하는 것은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환경영향평가는 사업 시행으로 인해 미래 발생할 환경영향을 예측하는 것이고 이는 과거 장기간에 걸쳐 체계적으로 축적된 자료를 근거로 해야 한다. 사업 시행 전 최근 4계절의 자료를 가지고 환경영향평가를 했다고 해서 환경영향평가가 제대로 되었다고 할 수 없다.

예를 들어, 기상자료의 경우 최소한 최근 10년간의 자료를 사용해야 한다. 과거에 축적된 자료가 없거나, 있어도 그 내용이 빈약하거나 부정확할 경우 최근 4계절 조사 자료를 사용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자료를 근거로 한 환경영향 예측의 정확성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이러한 맥락에서 4대강에 설치하려는 대형 보와 같은 그 영향의 범위와 깊이가 넓고 깊은 대형 사업의 경우, 그리고 과거에 축적된 자료가 미흡한 경우에는 여러 차례의 시범사업을 통한 자료의 수집과 축적, 자료의 분석과 경험에서 얻은 결과를 토대로 환경영향을 예측하여 본 사업의 시행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긍정적인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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