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원 문제 해결 위해 
  ‘상수원 네트워크’ 구축 시급

수질·수량 문제를 효과적·효율적·근본적 해결 가능
 


▲ 김동욱 교수님
“불합리한 상수원 체제로 인해 상류의 깨끗한 물을 하류로 끌어내려 오염된 물을 사용하는 것은 더욱 어리석은 일”
 

낙동강, 수질오염·수질사고 잦아

우리나라 4대강 유역 중에서 상수원의 입지가 가장 열악한 것이 낙동강 유역이다. 낙동강 유역의 수질은 4대강 중에서 가장 나쁘고 강수량도 전국 평균 이하이며 인위적인 수질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했다.

낙동강 유역에는 1991년의 낙동강 페놀오염사고, 1994년의 낙동강 수질오염사고, 2009년의 낙동강 다이옥산오염사고 등 그 동안 크고 작은 수질오염사고가 많이 발생했으며 ‘사고’ 수준에는 이르지 못한 수질오염사고도 많이 발생했다.

낙동강은 총 연장이 506km로서 우리나라에서 압록강 다음으로 긴 강이다. 낙동강에는 상류로부터 중·하류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도시와 공단, 공장이 들어서 있고 농경지와 축산시설이 많아 많은 종류, 많은 양의 수질오염물질이 끊임없이 유입되고 있어 일상적인 수질오염과 수질오염사고의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러한 자연적, 인위적인 여건에서 대구광역시나 부산광역시와 같은 대도시가 지금까지 그 상수원수의 거의 전부를 하천표류수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은 놀랄만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호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대도시의 많은 주민에게 많은 양의 깨끗하고 안전한 상수원수를 공급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 상수원은 ‘상류 호소’이어야 한다는 것이 국내외 사례를 통해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상류에 상수원 호소를 확보하지 않고는 낙동강의 상수원 문제는 영원한 ‘문제’로 남을 수밖에 없다. 상수원 문제를 현대적인 정수처리시설의 건설이나 고도정수처리 등 기술적으로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낙동강 유역의 상수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류 호소 체제를 구축할 수밖에 없다. 낙동강 유역의 호소체제를 보면 경상북도 지역 상류에 안동댐과 임하댐이 있고 경상남도 지역 상류에 합천댐과 남강댐이 있다.

안동댐의 연간 용수공급량은 9억2천600만 톤이고 임하댐의 연간 용수공급량은 5억9천200만 톤으로 이들 2개 상류호소를 상수원으로 사용할 경우 520만 대구·경북 주민에게 하루 1인당 800L의 깨끗하고 안전한 수돗물을 공급할 수 있다.
 
또한 합천댐의 연간 용수공급량은 5억9천900만 톤이고 남강댐의 연간 용수공급량은 5억7천300만 톤으로 이들 2개 상류 호소를 상수원으로 사용할 경우 679만 부산·경남 주민에게 하루 1인당 473L의 깨끗한 상수원수를 공급할 수 있다.

다만, 안동댐과 임하댐, 합천댐과 남강댐의 이러한 용수공급 가능량은 수년간의 평균치로 강수가 적은 해의 경우에는 수량이 부족할 수 있으므로 소규모 댐의 신설과 기존 댐의 확장, 지하수의 함양과 여과수의 개발 등 상수원의 다변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현재 낙동강이나 황강, 남강이라는 개방수로(open channel)를 이용하여 상수원수가 공급되기 때문에 상수원수의 증발 및 지하침투 손실이 매우 큰 만큼 폐쇄된 도수로를 건설하여 사용할 경우 이러한 수량 손실을 피할 수 있어 상수원수의 실효 수량을 현재보다 크게 높일 수 있다.
 

▲ 낙동강에는 상류로부터 중·하류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도시와 공단, 공장이 들어서 있고 농경지와 축산시설이 많아 많은 종류, 많은 양의 수질오염물질이 끊임없이 유입되고 있어 일상적인 수질오염과 수질오염사고의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강 유역, ‘팔당상수원’에 대한 집착 버려야
낙동강 유역, 4대강 중 상수원 입지 가장 열악


한강유역 상수원이 문제되는 이유

한강 유역은 우리나라에서 수량이 가장 많고 그 상류에 우리나라에서 총 저수용량이 각각 1, 2위를 차지하는 소양호와 충주호를 가지고 있다. 소양호의 총 저수용량은 29억 톤이고 용수공급량은 연간 12억 톤이며, 충주호의 총 저수용량은 27억5천만 톤이고 용수공급량은 연간 33억8천만 톤이다.

이와 같이 풍부한 수량과 대규모 용수공급 능력을 가진 ‘상류 호소’를 가진 한강 유역에서 상수원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상류에서 많은 점오염원과 비점오염원으로부터 많은 종류의 오염물질이 대량으로 유입되는 팔당호를 상수원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지역의 가장 큰 상수원인 팔당호의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지금까지 많은 대가를 치루면서 그 상류 지역에 대한 각종 규제를 강화해 왔지만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어 보인다. 그것은 ‘팔당호 상수원’이 상수원은 ‘상류 호소’라야 한다는 원칙에 벗어나기 때문이다.
 

▲ 연간 용수공급량이 9억2천600만 톤인 안동댐(위)과 5억9천200만 톤인 임하댐(아래)을 이들 2개 상류호소를 상수원으로 사용할 경우 520만 대구·경북 주민에게 하루 1인당 800L의 깨끗하고 안전한 수돗물을 공급할 수 있다.


한강유역 상수원 체제 바꾸어야

1980년대 전라남도 목포시는 우리나라에서 상수원수의 수질이 가장 나쁜 물을 사용하고 있었다. 목포시는 지리적으로 영산강 최하류에 위치한 도시로 상류의 생활하수와 공장폐수 등의 유입으로 수질오염이 극심한 영산강의 표류수를 상수원수로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목포시는 고도정수처리시설의 도입 등 수돗물의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으나 수돗물에 대한 시민의 불만이 날로 높아져 급기야는 목포시장이 “목포시 바로 상류에 있는 나주시의 생활하수로 인해 목포시의 상수원이 오염되었다”고 하여 나주시장을 고소하는 일까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주암댐과 장흥댐에서 우리나라에서도 손꼽히게 수질이 좋은 상수원수를 하루 평균 10만2천 톤을 공급받고 있다. 그것은 ‘상류 호소’라는 우수상수원 확보 원리에 따라 상수원체제를 근본적으로 바꾸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것은 터널효과(tunnel effect)를 통해 상류와 하류의 갈등을 없애고 서로가 이기는 ‘윈-윈 게임(win-win game)’이었다. 그 결과 깨끗하고 안전한 상수원을 확보하기 위해 상류 지역의 개발을 규제하고 고도정수처리시설의 도입이라는 장애물이 없어졌다.

한강 유역의 상수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강 유역의 상수원 체제를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먼저 ‘팔당호 상수원’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 집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사고의 틀을 바꾸어야 한다.

“왜 소양호와 충주호의 물은 수도권의 상수원이 될 수 없는가?”라는 질문의 대답은 “소양호와 충주호의 수량으로는 수도권의 수요량을 충족할 수 없기 때문엡”이다.

그러나 소양호와 충주호의 연중 물 공급 가능량 시뮬레이션에 의하면 갈수기에도 현재의 수도권 상수원수 수요량을 충족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림1] 참조).
 

▲ [그림1] 팔당호 유입수량(1999∼2008년)


“그러면 팔당호의 수질개선 노력을 포기하는가?”라는 질문에 “아니다. 팔당호의 수질을 최소한 현재보다 악화시키지는 않는다.”라고 답할 수 있다. 소양호와 충주호 상수원을 수도권의 주된 상수원인 ‘제1상수원’으로 하고 팔당호를 제1상수원을 보완하는 ‘제2상수원’으로 하는 것이다.

비점오염원으로부터 오염물질의 유입이 많아 수질이 악화되는 여름철에는 제2상수원 대신 수량이 풍부하면서도 깨끗한 제1상수원에서 수도권 상수원수 전량을 취수하고 강수가 없어 비점오염원으로부터 오염물질의 유입이 없고 제1상수원의 저수량이 줄어드는 시기에는 필요한 경우에 한해 제2상수원에서 적당량의 상수원수를 취수하여 공급함으로써 제1상수원의 부족한 상수원수량을 보충해 주는 것이다.

다만 비 강수시기에 제2상수원의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생활하수, 축산폐수, 공장폐수 등 점오염원에서 발생한 오염물질의 철저한 정화가 필요하고 하수관거의 완벽한 정비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전국 상수원 네트워크 구축 필요성

장기적으로는 한강유역의 상수원으로서 앞에서 말한 제1상수원과 제2상수원에 더하여 팔당댐과 잠실수중보 구간의 상수원을 ‘제3상수원’으로 하여 서로 다른 상수원과 서로 보완하는 기능을 가지게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식으로 청평댐을 ‘제4상수원’으로, 화천댐을 ‘제5상수원’으로 하여 한강 유역 상수원망을 구축할 수 있다.

수도권 상수원 네트워킹의 원리를 나머지 3대강 유역에 대해서도 적용할 수 있다. 특히, 낙동강유역에 있어서의 상수원네트워킹은 필요하고 시급한 과제다. 한 때 합천댐의 물을 부산시에 공급하기 위해 막대한 국가예산을 들여 도수로를 설계한 적도 있었으나 댐 주변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된 일이 있었고, 남강댐 상류의 추가 댐 건설과 남강댐 숭상(崇尙) 계획도 주민들과 지방자치단체의 반대로 더 이상 진척이 없다.

그러나 현재 낙동강유역 상수원의 취약성을 고려한다면 ‘낙동강상수원네트워크’ 사업은 시급히 이루어져야할 우선 국가시책사업이 되어야 한다. 안동댐과 임하댐에서 시작된 낙동강 도수로에 충주댐에서 시작된 한강 도수로를 연결시키면 한강유역과 낙동강유역의 상수원네트워크가 형성된다.

이와 같이 4대강 유역에 있는 주요 우수상수원을 연결시키면 전국상수원네트워크가 구축되어 우리나라 상수원의 수질과 수량 문제를 효과적, 효율적, 그리고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될 수 있다.

▲ 합천댐(왼쪽)의 연간 용수공급량은 5억9천900만 톤이고, 남강댐(오른쪽)의 연간 용수공급량은 5억7천300만 톤으로 이들 2개 상류 호소를 상수원으로 사용할 경우 679만 부산·경남 주민에게 하루 1인당 473L의 깨끗한 상수원수를 공급할 수 있다.


소양호·충주호 도수로 건설 필요

소양호 도수로와 충주호 도수로 건설공사를 지금 당장 시작해도 빠르지 않다. 그 이유를 다음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소양호와 충주호 물은 간이정수처리 과정만 거치면 생활용수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수질이 좋고 병원미생물이나 환경호르몬 등 유해물질의 유입 가능성이 없으므로 상수원수의 고도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트리할로메탄(THMs) 등 소독부산물로 인한 수돗물의 2차 오염을 방지할 있어 건강한 수돗물을 시민들에게 공급할 수 있고, 수돗물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를 높일 수 있다.

둘째, 소양호와 충주호의 수량을 합하면 수도권 상수원수 수요량의 전량을 공급할 수 있고, 셋째, 팔당호의 점진적인 수질악화로 인한 막 여과 등 상수원수의 고도정수처리의 필요성을 사전에 차단하여 장기적으로는 도수로 건설 및 유지관리비용을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다.

넷째, 팔당호 상류 유역에 대한 총량관리를 통해 적정수준의 개발을 허용할 수 있어 팔당댐 상·하류의 갈등을 해소함과 아울러 팔당호 상류지역의 토지이용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고, 다섯째, 팔당호에 수질오염사고가 발생했을 경우에도 수도권 상수원수 공급에는 문제가 없으며, 마지막으로, 상수원수의 유하(流下) 과정에서 발생하는 증발 및 지하침투 손실 등을 막을 수 있어 수도권 상수원수의 유효량을 늘릴 수 있다.

물은 생명의 원천이고 산업의 원동력이다. 우리나라는 물에 관한 한 지구상에서 가장 축복 받은 나라 중 하나다. 그러나 물이 아무리 많아도 낭비하고 오염시키면 사람이나 동식물이 사용할 수 있는 물은 부족하게 된다.

또한 불합리한 상수원 체제로 인해 상류의 깨끗한 물을 하류로 끌어내려 오염된 물을 사용하는 것은 더욱 어리석은 일이다. 합리적인 상수원체제를 구축하고 소하천 상류에 크고 작은 지하수 함양저수지(涵養貯水池)를 만들면 지하수와 여과수의 양을 풍부히 할 수 있어 소하천의 생태계를 살리는 한 편 추가로 좋은 수질의 많은 양의 물을 확보할 수 있다.
 

▲ 소양호(위)와 충주호(아래) 물은 간이정수처리 과정만 거치면 생활용수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수질이 좋고 병원미생물이나 환경호르몬 등 유해물질의 유입 가능성이 없으므로 수돗물의 2차 오염을 방지할 있어 건강한 수돗물을 시민들에게 공급할 수 있고, 수돗물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를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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