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철민 편집국장
극심한 겨울 가뭄이 지속되면서 전국 곳곳이 물 부족의 재앙에 시달리고 있다. 강원, 충북, 영남 등 내륙지역은 물론 남해안 도서지역까지 제한 급수나 단수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

낙동강 주변 가뭄은 최악이다. 대구·경북 일부지역에서는 발암물질인 ‘1,4-다이옥산’ 농도가 권고치 이상으로 검출돼 취수 중단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다이옥산 농도를 낮추려면 낙동강 유량을 늘려야 하지만 상류 지역 안동댐에서는 물을 더 내보낼 형편이 못 된다. 안동댐의 저수율은 30% 남짓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저수율(56%)이나 1977년 댐 준공이래 30여년간 평균 저수율(49%)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강원도 정선·태백 등 폐광지역은 강수량이 예년의 30%를 밑돌면서 광역상수도 수원인 광동댐 수량이 급격히 줄어 이들 지역 주민 3만여 명과 강원랜드를 이용하는 유동인구 2만여 명 등 5만여 명이 제한급수 등으로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정선군은 급기야 ‘물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비상대책을 추진하는 등 총력 대응에 나서고 있다.

겨울가뭄은 해마다 겪는 일이지만, 지난해 여름과 가을, 비가 많이 내리지 않은 상태에서 겨울가뭄으로 이어지는 바람에 올 겨울 물 부족 상황이 훨씬 심각하다. 심지어 5월까지도 이같은 가뭄이 지속된다는 장기 예보가 나와 있다.

더욱 큰 걱정은 가뭄에 수반되는 수질오염과 전염병 유행이다. 낙동강 수계 수돗물에서 1,4-다이옥산이 기준치 이상 검출됐고, 노로바이러스에 의한 식중독 발생 등 지하수 오염에 따른 수인성 전염병과 병충해도 급속히 확산되고 있으며, 강설량(降雪量) 변화로 산불도 빈발하고 있다.

유엔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가 지적한 것처럼 우리나라는 물 부족국이다. 도시 등 일부 지역의 과소비 현상에도 불구하고 많은 지방 도시와 농촌 지역은 상수도 공급 부족을 겪고 있다.

연평균 강수량(1천245mm)이 세계 평균(880mm)보다 많다지만 강수량의 3분의 2가 여름 장마철과 태풍기간에 집중되고, 강수량이 집중되는 시기에 물을 가둘 수 있는 댐 등이 충분하지 않아 대규모 홍수 피해 등으로 연결될 뿐 아니라 식수를 포함한 용수 부족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효율적인 물 확보를 위해서는 필요한 지역에 댐을 만들어야 하지만 환경문제가 대두되면서부터는 댐 건설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지난 10년간 착공된 댐은 3개에 지나지 않으며 저수량은 고작 1억3천만 톤, 소양강댐의 22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댐 하나 건설하는데 10년이 소요됨을 감안할 때 지금부터 서두른다 하더라도 10년 뒤에나 혜택을 보게 된다.

단기간에 가장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은 물을 아껴 쓰는 것이다. 지난해 말 환경부가 발표한  우리나라 한 사람당 하루 사용하는 물의 양은 269L(2007년 기준)로 1997년 409L를 정점으로 계속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지만 독일(192L), 영국(200L), 프랑스(211L)보다 많은 편이다.

우리가 가정에서 사용하는 물을 용도별로 분류하면 화장실 변기용 25%, 싱크대용 21%, 세탁기용 20%, 목욕용 16%, 세면용 11% 순이다. 따라서 화장실 변기에 벽돌을 넣거나 세수한 물을 활용한다면 가정용수 사용 1위인 변기용 물 사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또 식기 세척 시 설거지통을 이용하면 60%, 샤워시간을 절반으로 줄이면 50%, 빨랫감을 한번에 모아 세탁할 경우 30%의 물을 각각 절약할 수 있다.

다행히도 이번 겨울가뭄을 계기로 물 아껴 쓰기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다소 불편하더라도 온 국민이 물 절약 운동에 적극 동참하여 이 가뭄을 극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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