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처리공정으로 조류 독소 제거 가능”

고도정수처리공정, 전·후오존 및 입상활성탄으로 조류 독소 효과적으로 제거

ELISA, 부정확한 교차 반응성 및 위양성으로 공식적 자료로 사용하기 어려워

Part 03. 조류 발생 시 수돗물의 안전성 확보 방안 
이 창 하 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이 창 하 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이 창 하 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녹조는 오늘날의 문제가 아니라 과거부터 지속돼 왔다. 하지만 최근 수돗물에서 조류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Microcystin)이 검출됐다는 기사가 보도되면서 녹조 문제가 더욱 불거졌다. 이에 환경부 산하기관인 국립환경과학원은 2014년부터 마이크로시스틴 LR에 대해 총 4천900회, 마이크로시스틴 8종에 대해 총 422회에 걸쳐 검사했으며. 그 결과 모두 검출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2023년에는 한 환경단체가 저수지와 취수구를 비롯해 수용가의 수돗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는 기사를 보도했다. 이에 해당 지자체는 마이크로시스틴 6종이 모두 불검출됐다는 상반된 결과를 제시하며 반박했다. 잇따라 발생하는 조류 독소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학계에서는 토론회, 콜로키움, 포럼 등을 개최하며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마이크로시스틴, 치명적인 간독성 용출

남세균(Cyanobacteria)의 일종인 마이크로시스티스(Microcystis)에서 발견되는 마이크로시스틴은 7개의 아미노산 조합으로 구성된 고리형 펩티드(Cyclic Peptide) 구조를 띤 독성 물질이다. 7개의 아미노산 중 X와 Z는 가변 아미노산으로 각각 류신(L), 아르기닌(R), 티로신(Y) 등과 아르기닌(R), 알라닌(A) 등을 포함하며, 이 두 종류의 아미노산 조합에 따라 마이크로시스틴 LR, YR 등 300종이 넘는 동질체가 생성된다.

마이크로시스틴은 발달장애, 종양 촉진, 신경 독성 등을 유발하며, 특히 급성 간독성(Hepatotoxin)으로 작용해 단백질 인산분해효소를 억제시키고 간세포의 변형을 초래한다. 

세계보건기구(WHO) 음용수 가이드라인에서는 마이크로시스틴 LR의 수질기준을 1ppb로 설정해 규제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마이크로시스틴을 감시항목으로 지정해 LR, RR, YR, LA, LY, LF 등 6종의 총합을 1ppb 수준으로 관리하고 있다.

응집·침전 및 입상여과 공정, 녹조 세포 99% 제거

현재 조류 독소는 정수처리공정을 통해 기술적인 대응이 가능하다. 남조류 세포 및 마이크로시스틴이 함유된 원수가 정수장으로 유입됐을 경우, 일반정수처리공정에서는 △취수 △응집·침전 △모래여과(입상여과) △염소 소독의 공정을 거쳐 수돗물을 생산해 수용가로 공급한다.

취수 단계에서는 조류차단막을 설치하고 살수장치와 표면 폭기기를 가동해 조류의 유입을 물리적으로 차단한다. 또한 표층에 주로 분포하는 녹조의 특성을 활용해 심층에서 취수하는 선택 취수를 실시함으로써 녹조의 유입을 막고 있다. 응집·침전 및 입상여과는 입자성 물질을 제거하기 위한 공정으로, 녹조 세포의 99% 이상을 제거할 수 있다. 하지만 용존된 마이크로시스틴의 경우 효과적으로 제거하지 못하며, 응집·침전 공정 내 침전된 슬러지에 포함된 세포가 사멸되면서 일부 독소를 용출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용존 조류 독소, 염소 산화 공정으로 제거 가능

호주 사우스이스트 퀸즈랜드(South East Queensland) 정수장에서 실시된 녹조 모니터링 연구에 따르면, 일반정수처리공정에서 녹조 세포를 99% 이상 제거할 수 있지만 조류 대발생(㎖당 100만 개 이상)과 같은 고농도의 세포가 유입될 경우 일반정수처리공정을 거친 후에도 일부 세포가 잔류할 수 있다. 

또한 응집·침전 공정을 거친 물의 용존 독성 농도가 원수보다 L당 1나노그램(ng) 증가한다는 결과를 나타내, 먹는물 수질기준 이하지만 침전 슬러지에 포함된 세포가 사멸되면서 일부 독소를 용출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했다.

응집·침전 및 입상여과로 제거할 수 없는 용존 조류 독소는 마이크로시스틴을 분해할 수 있는 염소 산화 공정을 통해 제거할 수 있다. 스위스에서 실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염소 주입 농도를 높임으로써 마이크로시스틴의 수치가 떨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정수처리공정에서 염소 농도를 높일 경우 소독 부산물(DBP)이 함께 증가한다는 문제가 발생하므로 용존 유기물 농도에 따른 최적 염소 주입 농도 산정과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오존 산화, 염소 대비 제거 속도 1천배 빨라 

고도정수처리공정은 △전오존 △일반정수처리공정 △후오존 △입상활성탄 흡착지 순으로 운영되며, 일반정수처리공정보다 조류 독소 대응 능력이 우수하다. 입상활성탄은 흡착을 통해 조류 독소를 효과적으로 제거한다. 입상활성탄 공정이 없는 일반정수처리공정에서는 분말 형태의 활성탄을 구비해 유사시 사용할 수 있다.

오존 산화는 염소 산화보다 약 1천 배 빠른 반응 속도로 조류 독소를 제거하며, 마이크로시스틴 LR 구조 중 독성을 유발하는 ADDA를 공격해 제거 효율이 높다. 하지만 산화로 스트레스를 받은 녹조 세포가 독소를 용출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으며, 이에 대해 상반된 연구결과가 보고됐다.

스위스에서 실시된 오존 산화 연구에 따르면, ㎖당 3만 개 세포가 포함된 원수를 전·후오존 공정으로 처리할 경우 마이크로시스틴을 대부분 제거하며, 세포로부터 용출된 독소도 산화 분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다른 연구에서는 세포 개체수, 산화제 종류, 주입률에 따른 특정 조건에서 독소 용출로 인한 마이크로시스틴 농도가 증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반된 연구 결과는 수질조건, 산화제 주입농도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마이크로시스틴의 특징에서 비롯된 것으로, 후오존 공정을 운영할 경우 문제되지 않는다.

국내에서는 2019년 낙동강 매곡정수장 여과수를 활용해 마이크로시스틴 6종(LR, RR, LA, LF, YR, LW)에 대한 오존 산화 실험을 실시했다. 그 결과, 오존 농도를 0.6ppm으로 주입할 경우 6종의 마이크로시스틴을 모두 제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마이크로시스틴 분석 방법인 크로마토그래피법(LC-MS/MS)과 PP2A 억제 분석법의 분석 결과를 비교했다. 그 결과, PP2A 억제 분석법을 사용할 경우 일부 마이크로시스틴에서 효소 억제 효과(분자생물학적 독성)가 제거되지 않은 산화 부산물이 생성됐으며, 이 경우 오존 농도 주입률을 높여 제거할 수 있다.

ELISA, 간편한 분석 방법으로 모니터링에 적합

대표적인 마이크로시스틴 분석 방법인 LC-MS/MS와 효소면역측정법(ELISA)은 검출한계가 낮다는 공통적인 장점이 있지만 정량화하는 실체가 달라 각기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LC-MS/MS는 마이크로시스틴 중 주요 4가지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정량화하는 반면, ELISA는 총 마이크로시스틴을 분석하며, 분석 방법이 간편해 신속함을 요구하는 모니터링에 사용될 수 있다.

하지만 ELISA는 마이크로시스틴 종류에 따라 반응 감도가 달라지고, 교차 반응성(Cross-Reactivity)이 부정확하다는 한계가 있다. 또한 LC-MS/MS보다 마이크로시스틴 농도를 과대평가하는 위양성(Fale Positive) 문제도 연구를 통해 보고됐다. 따라서 ELISA는 교차 반응성의 부정확성이나 산화 부산물의 간섭 효과로 실제보다 더 큰 값을 나타낼 수 있어 공식적인 결과로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저농도 마이크로시스틴 노출, 만성적 위험 유발

중국에서 실시된 한 연구에 따르면, 저농도 마이크로시스틴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간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중국 하이먼(Heiman)시와 치둥(Qidong)시는 연못과 도랑 물, 관정 물을 음용수로 사용하고 있다. 연못과 도랑 물에서는 평균 농도 160ng/L(분석된 샘플의 60%가 양성)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으며, 관정 물에서는 검출되지 않았다. 

관정 물을 음용한 시민의 경우 간암 발병률이 10만 명당 4.28명으로 나타난 반면, 연못 및 도랑 물을 음용한 경우 100.13명으로 나타났다. 간암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 보고된 지역에 거주하는 시민은 40〜50년 간 여름(6〜9월)마다 하루 0.19피코그램(pg)의 마이크로시스틴을 소비한 것으로 추정된다.

장기적 대응 위한 취수원 다변화 및 원수 수질개선 필요

현재 조류 발생 시 각 지자체에서는 정수장 원·정수 내 조류 세포 및 조류 독소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지만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기존 조류 대응 가이드라인을 과학적인 연구 결과에 기반해 체계화 및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수돗물 관련 조류 문제는 민감한 사안이므로 조류 발생 시기에 민·관 합동 조사를 실시해 수돗물 신뢰성을 제고해야 한다. 아울러 장기적인 측면에서 조류 독소에 대응하기 위한 취수원 다변화와 원수의 수질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조류 독소와 관련해 추가적으로 연구가 필요한 부분은 응집·침전 슬러지를 비롯해 전오존 및 전염소 공정에서 용출될 가능성이 있는 조류 독소다. 또한 염소 산화 시 수질에 따른 조류 독소 제거율 및 소독 부산물 생성의 상관관계를 조사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ELISA 분석 시 원·정수에서의 산화 부산물 분석을 통한 위양성 원인 규명과 ELISA 위양성 물질의 독성을 규명해야 한다.

[『워터저널』 2024년 3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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