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연구원, 감마선 이용한 하수슬러지 처리기술 개발

처리시간, 기존 30일서 5시간으로 대폭 단축…처리량 2배 증가
슬러지 분해액, 복합비료 및 탄소원 등으로 재활용 가능

한국원자력연구원 해체기술개발부 임승주 박사 연구팀은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하수슬러지를 방사선의 일종인 감마선을 이용해 단시간에 처리하고, 비료로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사진은 미처리된 하수슬러지(왼쪽)와 감마선으로 처리된 하수슬러지(오른쪽)의 비교 모습.
한국원자력연구원 해체기술개발부 임승주 박사 연구팀은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하수슬러지를 방사선의 일종인 감마선을 이용해 단시간에 처리하고, 비료로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사진은 미처리된 하수슬러지(왼쪽)와 감마선으로 처리된 하수슬러지(오른쪽)의 비교 모습.

우리가 사용한 물은 하수처리장에서 정화 과정을 거친 후 강이나 바다로 방류된다. 하수처리장에서는 미생물을 활용해 하수 내 오염물질을 제거하며, 이 과정에서 하수슬러지가 다량 발생해 환경오염을 유발한다.

한국원자력연구원 해체기술개발부 임승주 박사 연구팀은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하수슬러지를 방사선의 일종인 감마선을 이용해 단시간에 대량 처리하고, 비료로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6년 해양오염방지에 관한 국제협약으로 하수슬러지의 해양 투기가 전면 금지돼 육상에서 하수슬러지를 처리하고 있다. 국내 연간 하수슬러지 발생량은 2022년 기준 약 447만 톤이며, 이를 처리하는 데 6천300억 원이 소요된다.

현재 하수처리장에서는 미생물을 이용해 하수슬러지를 분해한 후 압착하는 방식으로 처리하고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은 30일 이상의 긴 처리시간이 소요되고, 처리 효율도 약 30%로 낮다.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은 단 5시간만에 최대 61.5%의 슬러지를 저감하며, 하수슬러지 분해액은 복합비료와 탄소원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 연구팀은 감마선의 강력한 산화 분해 특성에 주목했다. 전자기파의 일종인 감마선은 파장이 짧고 에너지가 높아 물질을 산화시켜 분해 능력이 뛰어나다. 산화제와 알칼리를 주입해 수소이온농도(pH)를 조절하고, 감마선을 조사(照射)하면 하수슬러지를 효과적으로 분해할 수 있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감마선을 조사하면 하수슬러지 내 미생물 세포가 파괴돼 미생물이 갖고 있는 수분과 영양분을 외부로 용출시킨다. 이로 인해 하수슬러지의 부피와 무게는 줄어들고, 용출액에는 비료와 탄소 성분이 증가한다. 용출액은 농가의 복합비료로 재활용하거나, 하수처리장의 메탄올을 대체 탄소원으로 사용할 수 있어 사업화 가능성이 높다.

감마선 조사 후 발생한 하수슬러지 용출액은 비료로 사용할 수 있다. 사진은 용출액을 주지 않은 상추 모종(왼쪽)과 용출액을 비료로 준 상추 모종(오른쪽) 모습.
감마선 조사 후 발생한 하수슬러지 용출액은 비료로 사용할 수 있다. 사진은 용출액을 주지 않은 상추 모종(왼쪽)과 용출액을 비료로 준 상추 모종(오른쪽) 모습.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원자력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기초 기술개발부터 시작해 슬러지 감축 성능에 대한 공인시험을 마쳤으며, 현재 3건의 국내 특허를 출원했고, 미국·일본·중국 등 국외 특허 출원을 앞두고 있다.

한편, 연구팀은 정액기술료 3억5천만 원과 매출액 1.5%를 경상기술료로 받는 조건으로 본 기술을 ㈜에이치엔엠바이오(대표이사 이명오)에 이전했다. ㈜에이치엔엠바이오는 하수처리장에서 발생하는 하수슬러지와 고농도 산업폐수를 처리하는 오·폐수처리 전문 기업으로, 이번 기술을 활용해 국내는 물론 중국·동남아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워터저널』 2024년 3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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