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나가 유지 지음 / 산지니 / 318쪽 / 25,000원

한국과 일본에서 과불화화합물(PFAS)로 인한 오염 사례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2023년 7월 일본의 미군 아쓰기기지 내 저류지에서 잠정 목표치 보다 18배 많은 과불화화합물이 검출됐다. 2022년 부산에서는 취수장 원수에서 기준치 이상의 과불화화합물이 검출됐으며, 2018년 대구에서는 정수된 물에서조차 이 화학물질이 165ng(나노그램) 검출됐다. 과불화화합물은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문제다.

PFOS·PFOA로 대표되는 과불화화합물은 완전히 분해되기까지 수천 년이 소요돼 ‘영원한 화학물질’이라고 불린다. 이 물질은 몸에 들어오면 그대로 축적돼 당뇨, 고혈압, 신장암 등의 다양한 질병을 일으킨다. 과불화화합물의 심각성을 파악한 유럽연합은 2022년 3월 PFAS 사용 제한을 결정했다. 미국 바이든 정부도 PFAS 및 기타 오염물질 제거에 100억 달러에 달하는 예산을 편성해 2023년 3월 사실상 PFAS를 퇴출시키는 규제안을 내놓았다.  

아사히 신문의 기자인 저자는 도쿄의 수돗물이 발암성 물질로 오염돼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혹을 품고 조사를 시작한다. 저자의 취재에 정부기관의 담당자는 “오염은 없다. 수돗물은 안전하니 안심하고 마셔도 된다”고 답한다. 그러나 의문을 하나씩 풀고 진상을 파헤치는 동안 저자가 마주한 것은 일본 정부의 부실한 대처와 무능함을 숨기기 위한 정부기관의 거짓말, 미국과의 불평등한 협정에 따른 환경 피해, 숨겨져 있던 오염이었다. 저자가 밝혀낸 것은 물오염뿐만이 아니라 일본이라는 나라가 안고 있는 위기의 심층이기도 했다.   

이 책은 과불화화합물과 물오염을 집요하게 파헤친 저자의 취재과정을 담았다. 저자가 느낀 위기감에서 한국 독자도 자유로울 수 없다. 책에 담긴 일본 사회는 어쩌면 한국 사회를 비추는 거울일지도 모른다.

[『워터저널』 2024년 3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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