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재근 박사
물은 태양, 공기와 더불어 인간 생명을 유지함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예로부터 물이 풍부하면서 좋은 물이 있는 곳에 마을이 생기고, 도시가 형성돼 왔다. 또한 풍수지리에서도 물은 인간의 운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옛날부터 사람들은 물로 질병을 치유하려고 하여 건강유지와 장수를 위해 이름난 약수터를 찾아 다녔다.

물의 질은 물 속에 수질을 나쁘게 하는 인위적인 화학물질이 없는 한 토양과 암반에서 유래하는 각종 무기 이온성 물질에 의해 그 품질이 좌우된다. 물의 맛은 마시는 사람들의 습관, 기호, 운동량에 따라 다르며, 후각은 미각보다 더 예민하기 때문에 약간의 냄새라도 불쾌한 맛을 느끼게 된다.

오염되지 않은 지하수나 계곡수와 같은 천연수는 적당량의 미네랄과 유리탄산, 용존산소를 함유한 좋고 맛있는 물이다. 매일 수돗물을 마시다가 우물물이나 산에서 솟아나는 용천물을 마시면 왠지 물맛이 좋게 느껴진다. 그 이유는 천연수가 미네랄을 포함한 여러 이온성 및 광물성 물질이 함유된 물이기 때문이다.

수돗물을 맛없게 만드는 가장 큰 주범은 잔유염소 냄새인데 강물을 수돗물로 만드는 과정에서 염소를 사용하기 때문에 수돗물에서는 잔유염소 냄새가 난다. 상수원이 오염된 물을 마실 수 있는 수돗물로 정화하려면 염소를 많이 사용할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맛이 떨어진다. 잔유염소 냄새뿐만 아니라 곰팡이 냄새도 수돗물의 맛을 크게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

요즈음은 정수 고도처리기술로 활성탄 및 오존소독 및 UV소독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수돗물에 냄새가 없다. 또한 수돗물을 5∼15℃이하로 차게 하면 더욱 맛이 좋다. 그 이유는 차가우면 염소 냄새가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 온도에서는 상쾌함을 느낄 수 있고, 감각이 둔해져 냄새나 맛에 덜 민감해진다. 사실 우물물이나 용천수가 맛있는 것도 온도가 15℃이하이기 때문이다.

물의 온도는 물맛을 좌우하는 중요한 조건이다. 우리나라 울릉도에 솟아나오는 용천수의 온도는 7℃이하로 물맛도 좋고 미네랄도 많고 미생물도 없다고 한다. 일본의 ‘맛있는 물 연구회’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보면 맛있는 물의 조건으로 온도가 최우선으로 거론되었다. 또 아무것도 녹아 있지 않은 순수한 물은 맛이 없다. 즉 증류수와 같다.

맛있는 물이란 맛을 좋게 하는 성분은 함유하되 맛을 떨어뜨리는 성분은 함유하지 않은 물이다. 그러면 맛을 좋게 하는 성분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크게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미네랄이란 칼슘, 마그네슘을 비롯해 나트륨과 칼륨, 규산 등 물에 녹아 있는 광물질의 총량을 말한다. 미네랄 함유는 너무 많아도 너무 적어도 안 되며 물 1L당 30∼200㎎ 정도가 적당하다. 특히 100㎎정도가 함유된 물맛이 가장 순하다.

경도란 칼슘과 마그네슘을 합한 양이다. 경도는 물 1L에 10∼100㎎ 정도가 적당하며, 특히 일반 사람들은 경도 50㎎ 전후에서 가장 물맛이 좋다고 느낀다. 또 이산화탄소가 물에 충분히 녹아 있으면 신선하고 상쾌한 맛이 더해진다. 미네랄과 경도는 비슷한 내용이므로 결국 맛있는 물의 세 가지 조건은 수온, 미네랄 양, 이산화탄소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수돗물 보급률은 높은 수준이지만, 정수장 가동률은 50%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물관리 책임자는 먹는물을 관리하는데 있어, 정수장 가동률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여 맛 좋은 물 공급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때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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