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철민 편집국장

100년 맞은 한국 수돗물의 과제

우리 국민에게 수돗물을 처음으로 공급한 지 이 달로 꼭 100년이 되었다.

수돗물은 구한말인 1908년 9월 1일 하루 급수능력 1만2천500톤의 뚝도(뚝섬)정수장 준공으로 서울 4대문 안과 용산 일대 주민 12만5천 명에게 공급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수도업무는 100년 전 최초 준공된 뚝도정수장을 영국인이 경영하는 조선(대한)수도회사로부터 시작되어, 일제 강점기의 조선총독부, 광복 후에는 내무부(현 행정안전부), 건설부(현 국토해양부)를 거쳐 현재의 환경부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역사와 발자취를 같이 하고 있다.

100년이 지난 지금은 전체 인구 대비 전국의 상수도 보급률 91.3%로 4천527만 명이 수돗물 공급혜택을 받고 있으며, 선진 고도정수시설 도입 등 수돗물은 양적·질적으로 성장을 이룩해 왔다.

특히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80여 년 전에 비해 무려 45년이나 늘어났는데 이는 의학기술과 함께 상수도 보급에 따른 위생환경이 크게 개선되었기 때문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100년을 맞은 우리나라 수도사업은 수돗물 불신, 수도요금 지역간 불균형, 수도사업 구조개편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특히 수돗물에 대한 불신은 심각한 수준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수돗물 음용률은 2%로 조리과정에서 수돗물을 사용하지 않는 국민도 20%를 넘었다. 미국이나 일본의 상수도 직접 음용률 30∼50%에 비해 낮은 훨씬 낮은 수준이다. 원인은 노후 배관에 의한 녹물, 소독약품 냄새, 부실한 상수원 관리, 빈발하는 수돗물 사고 등으로 분석된다.

수도요금의 지역간 불균형도 심각하다. 2007년을 기준으로 특·광역시의 상수도 보급률은 97.4%이지만 농어촌 지역은 48.4%로 절반에도 못 미친다. 특히 농촌지역은 시설이 미비하고 낙후돼 수도요금 격차가 지역간 최대 3∼4배에 달한다. 실제 수돗물 생산비용과 공급비용은 5∼7배 차이로 더 벌어진다.

현재 수도요금이 가장 비싼 지역은 강원도 정선으로 1천277원이고, 가장 낮은 곳은 경북 청송으로 399원이다. 다만 현재는 정부가 높은 생산원가와 수도요금의 차액을 세금으로 충당하면서 사실상 지역에서는 수도요금 차이를 크게 나지 않는 상황이다.

이처럼 수도요금이 차이가 큰 것은 정부가 도시화·산업화를 지원해 온 결과 농촌지역은 시설이 미비하고 낙후돼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 대형댐에서 대용량의 물을 취수해 관거를 통해 도시까지 장거리로 이송하면서 소규모 농촌지역 주민들에게 수돗물을 공급하는 데 한계가 많다.

이로 인해 농어촌 및 산간지역에 사는 450만여 명이 마을상수도나 소규모 급수시설, 우물물 등을 식수로 이용하고 있고 시설 또한 낙후되어 미생물, 질산성질소, 방사성 오염물질 등에 노출되어 있다.

수도 시설의 비효율적 운영과 중복투자도 문제다. 환경부, 국토해양부, 행정안정부 등이 각각 진행한 사업이 도시지역에서 과잉 중복투자를 가져왔다. 또 지방자치단체는 더 많은 예산을 따내기 위해 규모를 부풀려 공사를 추진하지만 막대한 운영비를 감당하지 못해 가동을 중단하고 있다.

현재 정수장 시설의 가동률 50.8%에 불과하며, 감사원이 추정한 중복투자만해도 3조7천억 원에 이른다. 또한 공무원의 순환보직제도로 인해 전문인력 육성이 미흡한 것도 심각한 문제이다. 정부는 수도사업 경영 효율화를 위해 광역화·전문화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치권과 시민단체, 공무원노동조합 등의 반발로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100년 동안 수돗물은 우리에게 많은 혜택을 주었고,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맑은 물 공급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국민들에게 더 깨끗하고 더 안전한 수돗물 공급을 위해서는 수도시설 및 서비스 개선과 수도사업 구조개편이 시급하다. 특히 여러 부처에 분산돼 있는 물 관리 업무를 일원화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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