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수원 전환·고도처리·과학적 관망관리 필요
수도꼭지까지 안전한 물 공급, 현재의 제도·기술로 불가능
물탱크 블록화·통신망 이용 수돗물 관리 등 기술도입 시급


   
▲ 박석순(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

수돗물 불신의 원인은 수돗물의 생산과 공급 과정에 따라 크게 다섯 단계로 나눠볼 수 있다.

첫 번째 단계는 원수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65% 이상이 산림이고 화강암 지대가 넓게 분포하고 있기 때문에 지질학적인 측면에서 수질이 매우 우수하다. 그러나 상·하류에 무질서하게 발달된 도시로 인한 하수의 하천 유입과 호수의 부영양화 현상으로 인해 수질악화가 야기된다. 뿐만 아니라, 강우 시 유역으로부터 흘러 들어오는 엄청난 쓰레기는 시민들로 하여금 수돗물에 대한 불신의 차원을 넘어 혐오감마저 갖게 할 정도이다.

두 번째 단계는 정수장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의 경우 정수장에서 비교적 좋은 기술을 사용하고 적절한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일부 중소도시는 현재 정수과정에 상당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세 번째 단계는 상수도 관망에서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지금도 전국적으로 관망교체 사업이 계속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관망 노후화율과 누수율은 선진국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이다. 이것은 수도꼭지에서 녹물 현상으로 나타나 불신을 부추긴다. 뿐만 아니라 해외 선진국에서 이뤄지고 있는 관망관리 시스템 활용과 같은 과학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네 번째 단계는 물탱크에서 일어나는 수질오염에서 찾아볼 수 있다. 수돗물 공급이 높은 수압을 가하여 이뤄지지 않을 경우 건물 물탱크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현재 일반적으로 건물이나 가정마다 개별 물탱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물탱크로 인한 수질오염이 자주 발생할 수 있다.

물탱크는 시민들이 수돗물을 사용하지 않는 시간에 물을 저장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물을 뽑아쓰기 때문에 물탱크의 수위변화는 항상 일어나게 마련이고 이 과정에서 대기오염물질도 물탱크에 들어갈 수 있다.

다섯 번째는 옥내 배관이다. 오래된 건물에서 옥내 배관이 부식되어 누수와 수질오염이 빈번히 발생한다.

정부는 수돗물 수질관리를 강화하고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상수원 수질개선, 정수장 현대화, e-상수도 사업, 노후관망 교체 등 다양한 노력을 추진해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문제점 해결에 다소 도움은 될 수 있지만 근본적인 해법은 될 수 없다.  왜냐하면, 상·하류 공생을 해야하는 우리의 국토 조건과 집중 강우가 빈번한 기후조건 하에서 수돗물 불신을 해소할 정도의 상수원 수질을 확보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며, 수돗물 불신의 체감지점인 수도꼭지까지 안전한 물을 공급하기에는 지금의 제도와 기술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해법이 적극 검토되고 도입돼야 할 것이다.

1. 취수원 전환

현재 전국 대부분 정수장에서 만족할 만한 상수원의 수질을 얻지 못하고 있다. 비교적 양호한 수질을 보이고 있는 팔당호에서도 녹조발생은 매년 반복되고 강우 시 엄청난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으며, 호수 주변의 개발 사업은 계속되고 있다. 상류에 농업을 비롯한 산업이 이뤄지고 중소도시가 발달되어 있는 곳에서 이러한 현상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또한 국토 균형발전을 위한 상류지역의 개발규제는 한계가 있다. 뿐만 아니라 개발이 완전히 차단된다 하더라도 포유류나 조류와 같은 야생동물들의 배설물로 인해 안전성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최근 식수전용 댐을 사용하는 선진국 사례에서 나타나고 있다. 1993년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시에서 발생한 원생동물 수돗물 감염 사건이 발생한 이후 이러한 한계성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 수돗물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잔류염소의 경우 이동거리에 따라 변화가 심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대규모 정수장의 경우 정수장 인근에 위치한 곳은 너무 높은 농도의 잔류 염소로 인해 사용이 부적합하고, 먼 곳은 박테리아나 바이러스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대부분 강변여과수나 하상여과수를 수돗물 원수로 사용하고 있다. 우리도 안전한 상수원을 얻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취수원 전환이 필요하다. 지역에 따라 많은 수량을 확보하는데 다소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나 최근 발달된 기술로 하상여과수를 활용할 경우 수량 확보에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2. 고도처리 및 정수장 중소 규모화

상수원에 녹조 발생이나 원생동물이 대량 번식할 경우 전통적인 정수기법이 한계가 있다는 것은 지금까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취미 현상과 소독부산물 발생, 원생동물 생존 등이 주요 문제점이다.

또한 보다 나은 물맛을 얻기 위해서도 고도처리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 정수장의 또 다른 문제는 중소규모 정수장을 폐쇄하고 대규모 정수장을 건설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용과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대규모 정수장이 유리하지만 수돗물 소비자의 측면에서는 안전한 물을 공급받기 어렵다.

왜냐하면 정수장에서부터 일반 가정에까지 오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그 과정에서 수질오염 발생 가능성은 커진다. 특히 수돗물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잔류염소의 경우 이동거리에 따라 변화가 심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대규모 정수장의 경우 정수장 인근에 위치한 곳은 너무 높은 농도의 잔류 염소로 인해 사용이 부적합하고, 먼 곳은 박테리아나 바이러스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

3. 과학적인 관망 관리

정수장에서 생산된 수돗물은 수도관과 물탱크를 거쳐 소비자의 수도꼭지까지 오는 동안 수압과 수량 그리고 수질에서 많은 변화를 겪게 된다. 특히, 우리나라 도시와 같이 누수율이 높고 높낮이가 심한 지형에 위치한 수도관에서는 그 변화가 매우 크다.

따라서 적정 수압과 수량을 유지하고 수질변화를 예측하여 효율적으로 수도관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보다 과학적인 관망관리가 요구된다. 이를 위해 해외에서는 관망관리 시스템이  널리 사용된다.

관망관리 시스템은 수압과 수량을 관리하는 수리모델과 수질변화를 예측하는 수질모델, 그리고 관망의 공간적 위치와 실시간 예측결과를 제시해주는 지리정보 시스템으로 구성된다.

관망의 물리적 특성인 관경, 길이, 관망 재질의 거칠기, 수도 사용량을 이용해 관망의 각 지점별, 시간별로 수리학적 특성인 유량, 유속, 수압, 수두와 관망에서의 잔류염소 농도 변화를 시뮬레이션 할 수 있다.

또한 상수도 배수관로를 통해 구역 내의 계획 환경을 검토하고, 주요 격점 수압의 예측값과 실측값을 비교해 관로의 이상 유무를 판단하는 기능을 제공하며 시간대별 유량과 수압 변화를 예측하고 배수지 및 펌프 등의 운용효율을 점검할 수 있다. 예측 결과를 통해 누수 및 오수 유입의 량과 위치를 탐지하고 관망 교체의 우선 순위를 결정할 수 있다.

특히 수질모델은 박테리아, 원생동물, 바이러스 등과 같은 병원성 미생물 관리에 반드시 필요한 잔류염소 변화를 예측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같이 병원성 미생물로 인한 수돗물 안전성이 문제가 되는 도시에서는 정수장에서부터 사용자에 이르기까지 잔류염소의 실시간 예측 및 관리는 매우 중요하다.

4. 물탱크 블록화 및 직수 공급

물탱크는 수도꼭지의 적정 수압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지만, 이를 통한 수질오염도 매우 심각하다. 관리가 부실할 경우 바이러스, 박테리아, 중금속 등 여러 가지 오염물질의 온상으로 변하게 된다.

또한 대기와 접촉하고 있기 때문에 대기 오염물질에서부터 조류의 배설물까지 유입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일반주택은 집집마다 개별 물탱크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관리가 더욱 부실할 수밖에 없다.

이를 해결키 위해 일정 지역에 대해 수도관망을 블록화하고 물탱크를 동별, 소지역별로 통합하는 것이 필요하다. 관망을 정비하고 수압을 높여 직수공급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5. 실시간 모니터링 기술 도입

하천이나 호수와 같은 자연수의 수질을 자동으로 실시간 모니터링 하는 기술이 개발되어 최근 몇 년간 활용도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수돗물 자동측정은 매우 낮은 농도의 수질을 측정해야하는 어려움과 허용 가능한 오차의 범위가 극히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현재 정수장에서 몇몇 수질 항목에 대해 실험실 분석의 보조 수단으로 실시하고 있다.

   
▲ 앞으로는 통신망을 이용한 수돗물 관리가 필요하다. 사진은 전남 여수시에 구축된 관망관리운영 시스템(관망 및 블록 시스템)에 대한 PC 설명 장면.

또한, 사용 중인 측정 장치는 장비의 크기가 매우 크고 가격이 고가이기 때문에 현장 시스템 구축에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현재 수돗물 자동측정 장치는 국내 및 국외에서도 정수장에서만 한정적으로 사용되며, 몇 몇 수질항목에 대한 장치도 한 개의 실험실을 전부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최근 나노기술의 발달로 과거 실험실 전체를 차지했던 자동측정장치는 하나의 작은 칩으로 대체됐고, 측정치의 신뢰도도 크게 향상됐다. 해외에서 개발된 수돗물 수질측정장치는 나노기술을 활용한 실시간 모니터링으로서 로그와 모뎀을 통해 실시간 전송될 수 있다.

향후 이러한 기술이 대중화되어 일반 가정에서도 자신이 사용하는 수돗물의 안전성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게 된다면 수돗물의 사용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사료된다.

6. 통신망을 이용한 수돗물 관리

일반적으로 상수도 관망으로부터 개인소유인 아파트단지나 빌딩에 수돗물이 들어온 이후 물탱크와 건물내 관망에서의 누수와 수질악화는 건물 소유주가 관리해야 할 사항이다.   아울러 대도시에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수도관망과 소비자의 수도꼭지까지 정부나 자치단체가 관리하기는 어려우며 수질을 관리한다 하더라도 시민들의 불신 해소는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소비자 측면에서 수돗물 관리는 안전성 보장과 불신 해소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항이다.

현재 소비자 측면에서 수돗물 수질관리는 일정기간이 지난 후 건물의 물탱크 청소가 고작이다. 건물이나 아파트 단지 내 수돗물 관리는 관망구조와 물탱크 용량 그리고 사용량 등을 고려해 이뤄져야 하며, 건물에 유입되는 수질과 건물 내 관망과 물탱크를 거쳐 수도꼭지에서 사용하는 수질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 자료를 기초로 관리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기술로는 수돗물 사용자는 자신이 사용하는 수돗물의 안전성에 관해 검사해 볼 방법이 없었으며 안전성을 관리해주는 곳도 없었다. 특히, 건물에 공급되는 물과 사용하는 물의 수질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그러나 최근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대부분의 빌딩과 아파트단지 그리고 학교 등에서는 인터넷 통신망이 연결되어 있고, 수질자동 측정기술이 발달해 소비자 측면에서 실시간 수질관리가 가능하게 됐다.

건물에 유입되는 관망과 주요 사용 지점의 수돗물의 수량과 수질을 실시간으로 측정해 인터넷 통신망으로 관리회사에 공급하고, 관리회사에는 관망 배수 모델을 기본으로 하는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두고 정수장에서부터 소비자에 이르는 수량과 수질 과정을 시뮬레이션 해 측정자료와 비교해 실시간 관리하게 된다.

수돗물의 안전성을 확인하여 통신망으로 다시 사용자 빌딩의 전광판에 게시하며, 이상 유무가 발견될 시 즉시 사용 중지를 권고하고 현장에서 채수한 수돗물을 실험실에서 정밀조사해 원인분석과 대책을 강구할 수 있다.

7. 수도사업 반관·반민영화

이러한 해법이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모든 수도사업이 지자체에서 이뤄질 경우,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수도사업을 민영화 할 경우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 향상이나 수질 향상을 가지고 올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나 영국과 같이 수돗물 값 상승이나 물 절약의 어려움과 같은 부작용을 가지고 올 것이다. 이를 절충할 수 있는 방안이 반관·반민영화 제도이다. 정수장에서 송수관까지는 지금처럼 지자체에서 운영관리하고 나머지 급수 부분은 민영화하는 것이다.

지자체는 보다 나은 원수를 확보하고 정수장을 선진화하며, 적정 물 값 규제와 물 절약 등에 전력을 다하고, 관망관리와 물탱크 블록화, 실시간 모니터링과 통신망을 통한 수질관리 등은 지역별로 민영화하거나 민간회사에 위탁 경영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라 사료된다.

 

 

저작권자 © 워터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