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질 정화는 물론 물 저장능력 뛰어나 홍수발생 완화·기후조절 기능
국내선 산지에 가능한 한 많은 인공습지 조성하는 것이 현실적 방법

김동욱 박사

▲ 김 동 욱 박사•한국물정책학회장•본지 논설위원•전 강원대 환경공학부 교수•환경부 기획관리실장·상하수도국장·수질보전국장 역임
▲ 김 동 욱 박사•한국물정책학회장•본지 논설위원•전 강원대 환경공학부 교수•환경부 기획관리실장·상하수도국장·수질보전국장 역임

수자원, 생태계, 기후변화, 그리고 산지습지

자연습지와 인공습지

자연습지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습지를 말하고, 인공습지는 사람이 조성한 습지를 말한다. 자연습지는 연안습지와 내륙습지로 나뉘고, 내륙습지는 하천습지와 산지습지로 다시 나뉜다. 산지습지는 다시 사면형 습지와 분지형 습지로 분류되기도 한다. 산지습지는 ‘산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습지’를 말한다. 식물 퇴적물로 형성된 이탄과 점토에 의하여 불투수층을 이루어 산 정상에서도 습지를 이룬다(Daum사전). 산지습지 발달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수원이 지하수로부터 공급되는 것이다. 지하수가 지하에서 지표로 유출되는 경사변환점에 이르러 완경사면에 산지습지가 발달한다([그림 1] 참조).

인공습지란 인간에 의해 형성된 습지를 말한다. 좁은 의미의 인공습지는 인간의 요구와 필요성에 의해 자연습지의 형태와 기능을 모방해 설계, 시공, 운영되는 인위적 습지로서 자연습지가 가지고 있는 정화능력을 향상시켜 수질정화 목적으로 이용하는 습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넓은 의미의 인공습지는 자연습지의 모든 기능을 수행하는 습지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인공습지는 주로 수질오염물질 처리를 위해 설치된다. 안동호의 수질보호를 위한 안동 사신리 송두인공습지, 주암호 수질보호를 위한 주암호 상류의 인공습지 등이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으며, 이러한 인공습지는 생태관광을 위한 습지로 활용되기도 한다. 

산지에 설치된 인공산지습지는 수질오염물질 정화뿐만 아니라 기본적으로 자연산지습지의 모든 기능을 가진 습지라고 할 수 있다. 

습지의 기능

산지습지를 포함한 모든 습지의 주요 기능으로서는 생태적 기능, 수질정화 기능, 기후조절 기능, 수리적 기능, 지하수위 조절 기능, 심미경관 기능, 그리고 문화적 기능이 있다([표 1] 참조). 

습지는 생태계의 연결고리 기능을 하는 생물다양성의 보고이며, 질소와 인 등 영양염류를 축적하고 보존함으로써 하천이나 호소 등 수역의 부영양화를 억제하는 수질정화 기능을 한다. 또한, 습지는 온도와 습도를 조절해 기후조절기능을 수행하며, 홍수 시 초과되는 홍수량을 축적하는 저수지 역할을 하고, 늪의 식물들이 물의 흐름을 지연시켜 하천유량의 극심한 변화를 막아 홍수발생을 완화시키는 수리적 기능을 한다. 

그리고 습지는 저층을 통해 지하수층으로 물을 보내며, 이렇게 지하수층으로 유입된 물은 생활용수, 농업용수, 공업용수 등으로 직접 이용되며, 연안에서 염수의 유입을 막는 지하수위 조절 기능을 한다. 습지는 조류, 어류, 포유류 등 각종 생물이 서식하면서 수변과 연계돼 있어 아름답고 특이한 경관을 만들어 낸다. 이러한 환경을 여가공간과 심미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습지는 자연교육, 생태관광 등 문화적 기능도 가지고 있다. 

[표 1]과 같은 자연습지의 기능은 지구환경에서 습지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자연습지는 그 면적이 전 세계 면적의 6%에 불과하고, 우리나라의 경우 자연습지 면적이 전 국토면적의 0.12%에 불과하다. 습지는 세계적으로나 국가적으로 귀중한 자연자산이므로 자연적·인문적 여건이 허용되는 한계까지 인공습지를 많이 조성할 필요가 있다. 

산지습지 조성으로 생물다양성 증대

지금까지 조사된 우리나라 생물종은 총 5만827종이며 그 중 습지에서 발견되는 생물종이 3천768종으로 전체 생물종의 7.4%를 차지한다. 우리나라 습지면적 117㎢가 전체 국토면적의 0.12%인 점을 고려할 경우 습지의 생물다양성은 기타 토지에 비해 61.7배 크다는 것을 말한다. 

특히, 우리나라 국토의 64.7%를 차지하는 산지의 생물종은 1만8천169종으로 전체 생물종의 35.7%를 차지한다. 이는 산지의 생물다양성 크기가 면적 기준으로 기타 토지 생물다양성의 0.55배에 불과하고 특히, 습지 생물다양성의 112분의 1에 불과하다는 것을 말한다. 

이와 같은 산지에 습지를 조성하면 우리나라의 생물다양성과 종풍부성을 크게 증대시킬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자연적으로 형성되는 산지습지는 한계가 있으므로 인공적인 산지습지의 조성이 필요하다. 산지습지는 규모에 관계없이 산간지역의 적정한 장소에 가능한 한 많이 조성하는 것이 좋다([그림 2] 참조). 

산지습지 조성으로 홍수 통제·수자원 공급

산지습지는 우리나라와 같이 강우가 여름철에 집중되는 경우 빗물을 습지에 저장함으로써 하류 홍수 발생을 완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습지의 토양은 단위부피 당 보유할 수 있는 물의 양이 많아 물 저장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그림 3] 참조). 

그리고 습지에 저장된 빗물은 지하수가 되어 하류의 하천이나 호소의 수량을 증가시킴으로써 수자원 공급을 상당 부분 증가시킬 수 있다. 습지는 비가 많이 오는 우기나 홍수 때에는 많은 양의 물을 습지토양에 저장함으로써 비가 오지 않은 건기에 지속적으로 주위에 물을 공급해 추가적인 수자원 공급을 가능케 한다. 이러한 이유로 습지를 자연 댐이라고도 한다([그림 4] 참조). 

산지습지 조성으로 기후변화 방지

2008년 브라질에서 개최된 국제습지학회에서 28개국 700여 명의 과학자들은 전 세계 습지가 7천710억 톤의 이산화탄소와 메탄 등이 매장된 ‘탄소저장고’이기 때문에 습지를 파괴하면 대기 중의 온실가스 농도가 극적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습지에 매장된 온실가스의 양은 지구 상 존재하는 탄소의 20%로 현재 대기 중에 함유된 탄소의 총량과 같다고 밝혔다. 

습지는 지구의 수많은 물리·화학적 작용과 유전인자의 원천이고, 그 저장소 및 변화의 산실로 인류를 포함한 지구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습지는 자연현상 및 인간의 활동으로 발생된 유·무기물질과 수리·수문·화학적 순환이 활발한 장소로 그 과정에서 수질을 정화할 뿐만 아니라 홍수 방지, 지하수 충전 등을 통한 지하수량 조절과 다양한 종류의 식물 및 동물군으로 구성돼 아름답고도 특이한 심미적 경관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습지가 질소와 같은 영양물질 순환과 탄소순환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세계적인 물순환, 탄소순환, 질소순환, 그리고 궁극적으로 기후변화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토는 산지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평야지대가 협소해 전 세계 습지면적에 대한 우리나라 습지면적의 상대적인 크기는 50분의 1에 불과하다. 이러한 자연적인 조건에서 우리나라의 습지면적을 대폭 확장하는 가장 현실적이고 유일한 방법은 산지에 인공으로 습지를 조성하는 것이다. 인공산지습지는 규모의 대소를 가릴 필요가 없다. 작은 것은 수십㎡에서 큰 것은 수백, 수천㎡가 될 수 있다. 인공산지습지 조성은 우리나라의 좁은 국토면적을 최대한 활용하는 하나의 방법이며, 세계적으로는 기후변화 방지에 일조하는 길이다.

[『워터저널』 2022년 3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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