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근 박사

▲ 류 재 근 박사
▲ 류 재 근 박사
·본지 회장
·㈔한국시니어과학기술인협회 연구위원
·㈔한국환경학술단체연합회장
·(전)국립한국교통대학교 석좌교수 ·㈔한국환경분석학회 명예회장
·(전)한국물환경학회장(현 고문)
·(전)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6,7대) ·(전)국립환경과학원장
·(전)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식품이나 섬유 공업으로 발전하던 삼성이 40년 만에 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이유는 좋은 원수를 가지고 물관리를 잘했기 때문이다. 과거 우리나라의 물은 고유 용존물질이나 수질이 양호하지 않은 지하수를 사용하는 선진국과 달리 어느 곳을 가도 좋은 수질로 물처리 비용이 많이 들지 않았다. 이러한 이유로 1970〜1980년대 섬유공업이나 염색공업이 번성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삼성은 1990년 들어서부터 반도체 산업에 뛰어들어 세계에서 제일 가는 기업이 되었다. 삼성이 세계 일류의 반도체 기업으로 자리 잡은 데에는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사용되는 세정수, 바로 ‘초순수(初純水)’ 제조 기술이 큰 역할을 했다.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사용되는 초순수는 집적회로(LSI)의 집적도 향상에 따라 전기전도도, 고형 미립자수, 생균수, 유기물 등을 극히 낮은 값으로 억제한 순수한 물이다. 증류, 이온교환, 역삼투 등을 조합해 만든다. 생산 세정수에 불순물이 포함되면 건조 후 웨이퍼(wafer)상에 불순물이 잔류하고, 이상 패턴이나 쇼트(short)의 원인이 되어 제품 불량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전자산업의 발전은 초순수 제조기술의 발달에 의존해 왔다고도 할 수 있다.

초순수 생산에 엄격한 기준은 없지만, 유기물질이나 무기물질이 거의 없는 10억분의 1 수준으로 오염물질을 제거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온이나 유기물, 미생물, 미립자, 실리카, 용존기체 등의 제거가 요구된다. 이 때문에 각각의 항목에 대해 제거기술은 물론, 그것을 확인하는 분석기술에도 궁극의 기술 난이도가 요구된다.

반도체 제품의 집적도 향상 등과 함께 초순수의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제조비용 면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에는 초순수에 약간의 가스 성분 등을 추가해 세정력을 상승시킨 ‘기능수’가 각광받고 있다.

기능수는 세정약제나 초순수의 절감에 의해 비용이 대폭 절감이 가능해 주목 받고 있다. 기능수에는 미립자 제거를 위한 수소수, 유기물 제거를 위한 오존수, 물의 전하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탄산수 등이 있고, 각각의 용도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제부터 물관리 분야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물이 세계 최고로써 관리를 잘 한 선진국이라는 점과 그로 인해 우리나라 반도체가 계속 일류를 유지할 수 있었다는 점을 명심하고 더 깨끗한 물을 만드는 데 더 열심히 노력해주길 바란다. 물이 최고라야 반도체 산업도 최고가 될 수 있다.

[『워터저널』 2022년 2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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