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철민 편집국장

   
▲ 배철민 편집국장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광주과학기술원에서 환경부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수돗물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매우 낮지만, 생수(먹는 샘물)나 정수기물보다 안전한 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서울시장 재직 당시 수돗물 ‘아리수’를 상용화시켰던 사례를 다음과 같이 들었다.

“나도 서울시장이 되기 전에는 수돗물이 안전하다는 것을 안 믿었는데 시장이 된 후 수돗물 생산 과정을 보고, 안전하다는 것을 확신하고 그냥 마셨다. 가족들도 처음에는 안 마시려고 했지만 시장직을 4년 하니까 변하더라”면서 “수돗물이 안전하다는 것을 국민들은 알고 있지만 심리적인 불안감 때문에 음용을 꺼리고 있으니, 신뢰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사실 수돗물은 정교한 처리방식을 이용하여 만들고 있다. 상수원수에 있는 병원균, 미생물, 콜로이드 형태의 부유물질 등을 중화시켜 침전시킨 후 모래와 활성탄 등을 이용하여 여과를 하고 정수된 물을 살균하여 각 가정으로 공급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많은 이론과 설비는 지난 100여년 동안 계속 발전되어 왔고, 특히 지금은 맛있는 물, 건강한 물을 만들기 위한 방식까지 도입, 수자원공사나 지자체들은 수돗물을 먹는 샘물처럼 패트병에 넣어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정수된 물은 수돗물 수질기준에 맞는다 하더라도 공급과정에서 노후된 관이나 저류조의 관리 부실로 수도꼭지에서의 물을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수돗물 수질기준은 탁도를 제외하고 다른 인자들은 모두 수도꼭지에서 채취한 물을 가지고 검사하도록 되어 있어, '수질기준에 적합하다'는 것은 정수장과 급수과정을 거친 수도꼭지의 물이 안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외국의 음용률 통계와 수돗물 안전도에 대한 인식을 보면, 미국·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수돗물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높다. 미국인들의 경우 대다수가 수돗물을 그대로 마신다. 심지어 갓난아이에게도 끓이지 않은 수돗물로 우유를 타서 먹일 정도로 신뢰하고 있다.

그 이유는 미국 환경보호청(EPA)에서 엄격한 수질기준을 선정하고 철저한 과정을 거쳐 수돗물을 생산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많은 미국 소비자들이 정부의 신속한 조치나 예방책에 대한 신뢰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수돗물을 식수로 사용하고 있다.

실제로 필라델피아 시민 70%는 수도꼭지에서 나온 수돗물을 그대로 마신다. 필라델피아에서의 수돗물 음용률이 이처럼 높은 이유는 녹물과 염소냄새에 대한 바른 인식 때문이다. 즉, 수돗물 속에 일시적으로 함유된 녹물은 건강에 위험을 줄 정도가 아니고, 염소소독은 세균 살균을 위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건강상의 이유나 장거리 여행 또는 재해 준비물로 사용할 목적이 아니면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수돗물을 식수로 사용하고 있다.

영국인들도 수돗물을 매우 신뢰하고 있다. 영국의 한 언론이 조사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7∼8명은 수돗물을 닭고기, 쇠고기 등과 같은 음식보다 안전하다고 생각, 식수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돗물이 우리나라에 공급된 지 올해로 100년이 된다. 과학적으로 처리된 수돗물은 수인성 전염병 등으로부터 우리의 건강을 지켜줬고, 보다 편리하고 여유로운 생활을 가져다주었다. 그래서 수돗물 공급 기술을 20세기의 최고의 발명 중 하나라고 불려진다.

이처럼 안전하고 편리한 삶을 위한 가장 소중한 자원 중의 하나가 수돗물임에도 우리는 믿지 못하고 또 홀대하고 있다. 여기에는 수돗물에 대한 부정확하고 편파적인 정보를 흘린 언론이나 정수기회사들도 한몫을 해왔다.

수돗물은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그렇게 위험하지 않다. 수질기준은 한 사람이 70년 동안 매일 2L씩 마셨을 때의 확률로, 100만 명중에 1명이 죽을 수도 있는 확률을 기준으로 설정된 것이다.

수돗물을 막연히 불신하는 국민들의 의식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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