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 교수

김동욱 박사 정책제언


“강·하천 상류 상수원 광역화로 수질 보전 도모해야”

중하류 상수원보호구역 지정·관리, 막대한 재원 투입·사회적 비용 유발
상류에 깨끗한 상수원 있고 상수도 광역화 위한 기술·재정적 여건도 충분


▲ 김 동 욱 박사
•한국물정책학회장
•본지 논설위원
•전 강원대 환경공학부 교수
•환경부 기획관리실장·상하수도국장·수질보전국장 역임

수질보전 관련 규제의 개혁

자연의 자연적인 물 사용

강과 하천의 자연상태의 물은 상류에서 하류로 내려갈수록 무기물질 성분과 유기물질 성분이 다양해지고 그 양도 증가한다. 강과 하천이나 그 주변에 사는 생물들은 그러한 자연적인 수질에 따라 형성된 생태계 속에서 상호작용하면서 살고 있다. 예를 들어, 강과 하천의 상류에는 산천어, 금강모치, 열목어, 버들치 등 소위 1급수 어종이 서식하고, 중상류에는 쉬리, 갈겨니, 은어, 쏘가리 등 2, 3급수 어종이 서식하며, 중하류에는 피라미, 끄리, 모래무지, 참붕어 등 3, 4급수 어종이 서식한다. 그리고 하류에는 붕어, 잉어, 미꾸라지, 메기 등 4, 5, 6급수 어종이 서식한다([표 1] 참조).

자연적인 물 사용이란 이와 같이 자연적으로 형성된 물환경에 순응한 생물체에 의해 물이 사용되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자연상태의 물을 등급으로 나눠 ‘매우 좋음’부터 ‘매우 나쁨’으로 구분하는 것은 옳지 않다. 자연상태의 물은 물을 구성하는 물질의 종류나 양에 관계없이 모두 ‘매우 좋음’으로 봐야 한다. 1급수에는 2급수의 어종이 살 수 없고, 4, 5, 6급수에는 2급수 어종이 살 수 없다. 자연상태의 물에는 1급수 어종도 있어야 하고, 2, 3, 4, 5, 6급수 어종도 있어야 한다. 자연적인 수질이 다양해야 생물다양성이 커지고, 생물다양성이 커져야 생태계가 풍부해져 생태계의 건전성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물의 수질 등급은 물의 자연적인 용도에 따라 구분하는 것이 옳다. 예를 들어, 상수원수로 사용하는 물은 현재와 같이 1등급에서 3등급까지로 구분해 설정할 수 있을 것이고, 공업용수와 농업용수도 상수원수와는 별도로 1등급에서 3등급으로 구분해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하천, 호소 등 수역의 생태용수의 경우는 상류, 중류 및 하류의 자연적 수질은 모두 1급수가 되어야 할 것이다. 자연적 수질은 모두 선(善)이다. 물환경 등급을 자연적인 물 사용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구분할 일이 아니다.

인간의 자연적인 물 사용

지구상의 모든 생물체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물환경에 순응함으로써 생존을 유지하지만, 인간은 생존을 위해 자연적으로 형성된 물환경을 교란, 파괴하고 있다. 생활용수, 공업용수, 농업용수 등 인간의 물 사용으로 인한 수질오염이 그 대표적인 예다. 그러한 교란행위는 자연생태계를 파괴하고, 자연생태계를 파괴하면 그에 의존하는 인간의 생존도 위태로워진다. 인간은 자해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자연적인 물 사용은 자연생태계의 다른 생물체와 같이 자연적인 물 환경에 순응하는 방법으로 물을 사용하는 것이다. 생활용수는 수질오염물질인 무기물질과 유기물질의 종류와 양이 적은 강과 하천의 상류의 물을 취수해 사용하고, 강과 하천의 중하류 수역에 방류하는 생활하수는 그 유입수역의 수질과 동일한 수준으로 정화해 방류하는 것이다. 산업폐수나 축산폐수는 물론, 농경지나 도시화지역 등에서 발생하는 비점오염물질도 유입수역의 자연적인 수질과 동일하게 정화해 방류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인간의 자연적인 물 사용이다([표 2] 참조).

 
물 사용의 자연성 회복

우리나라 물관리의 기본방향은 인간을 포함한 동식물의 물 사용의 자연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물 사용의 자연성이란 인간을 포함한 자연생태계가 자연에 의해 주어진 수질과 수량에 순응해 물을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인간의 자연적인 물 사용이란 상수원수의 경우 인간에게 유해한 물질이 없어 정수처리를 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물을 마실 수 있는 물의 사용을 말하며, 이는 곧 상수원수로는 강과 하천의 상류에 있는 청정수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강과 하천의 중하류에 있는 상수원에서 취수한 물을 고도정수처리해 생활용수로 사용하는 것은 자연적인 물 사용이 아닌, 자연적 물 사용에 역행하는 것이다.

자연생태계의 자연적인 물 사용은 강과 하천의 상류, 중류 및 하류의 각각 다른 자연적인 수질의 물을 각각 다른 종의 동식물들이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한 자연적인 물 사용으로 강과 하천의 상류, 중류 및 하류에는 각각 다른 생태계가 형성된다. 강과 하천 전 수역의 자연적인 수질이 현행 환경기준으로 1급수가 될 수도 없지만, 1급수가 되어서도 안 된다. 모든 수역이 1급수가 되면 2급수 이하의 수질에 살 수 있는 생물들은 우리나라에서 모두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현행 상수원 수질보전 정책의 문제점

우리나라의 수질보전 업무의 대부분이 상수원 수질보전 업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상수원 수질보전을 위한 주요 정책수단은 상수원보호구역, 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 수변구역, 배출시설설치제한지역 등의 지정·관리이고, 그 내용은 모두 상수원의 수질보전을 위한 수질오염물질 배출시설의 입지규제다. 상수원의 수질을 보전하기 위한 이러한 지역, 구역의 지정, 관리의 핵심적인 내용은 해당 지역이나 구역 안에 수질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시설의 입지를 원천봉쇄하는 것이다.

상수원 수질보전을 위한 이와 같은 지역·구역 규제는 근본적인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다. 그 하나는 상수원 취수지점이 강이나 하천의 중하류에 위치해 있다는 것이다. 강이나 하천 중하류의 수질은 자연상태에서도 상수원수로는 부적합하다. 다시 말하면 인위적인 수질오염행위가 전혀 없는 경우나 인위적으로 발생하는 수질오염물질을 완전히 정화한다고 가정할 경우에도 강과 하천 중하류의 물은 상수원수로서 사용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강이나 하천의 중하류에 있는 상수원의 수질을 상수원수에 적합한 수질로 개선하기 위해 취수지점 상류의 토지이용과 수질오염물질 배출원에 대한 극심한 규제로 막대한 재원을 낭비하고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강과 하천 중하류의 상수원의 수질을 상수원수 수질에 적합하게 개선하려고 하는 지금과 같은 노력은 국가자원과 시간의 낭비일 뿐이다.

예를 들어, 한강 중류에 있는 수도권의 주요 상수원인 팔당호의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165㎢ 면적의 상수원보호구역과 2천97㎢ 면적의 팔당호 수질보전 특별대책지역을 지정해 수질오염물질 배출시설의 입지를 강력히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팔당호의 수질은 상수원보호구역이 지정된 1975년이나 팔당호 수질보전 특별대책지역이 지정된 1990년에 비해 개선된 것이 거의 없다.

상수원 보호 입지규제 점진적 폐지

상수원 수질보호를 위한 대표적인 입지규제가 상수원보호구역의 지정이다. 상수원보호구역은 1961년 제정된 「수도법」 제3조에 의해 1962년 3월 24일 포항시 제2수원지에 대한 상수원보호구역의 지정을 시작으로 1982년에는 292개소로 증가했고, 1999년에 391개소로 정점을 지난 후 2010년에는 340개소, 2020년에는 273개소로 점점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그림 1] 참조).

 
상수원보호구역의 이와 같은 감소 추세는 광역상수도 등에 의한 상수원수 취수원의 상류이전 때문이다. 금강유역의 상수원보호구역 감소는 대청댐, 용담댐 등 상류 상수원 광역화에 의한 것이며, 영산·섬진강유역의 상수원보호구역 감소는 주암댐, 장흥댐, 동복호 등 상류 상수원의 광역상수도화에 의한 것이다([그림 2] 참조).

 
이와 같이 강과 하천의 중하류에 있는 상수원보호구역의 지정·관리를 위한 막대한 재원의 투입과 사회적 비용의 발생에도 불구하고 상수원수 수질의 유지·개선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상류 하천이나 호소 등 상류 취수원의 광역화로 인해 상수원보호구역의 숫자가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그러한 추세는 상수원보호구역이 모두 폐지되는 시점까지 계속될 것이다. 팔당호와 대청호 상류지역에 설정된 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과 「물환경보전법」 제33조에 의한 배출시설 설치제한 지역 설정 등에 의한 입지규제도 상류의 청정 상수원의 광역화에 의해 점진적으로 폐지될 것이다.

상수원보호구역 등 상수원 수질보전을 위한 강력한 입지규제 수단의 사용은 상류에 안정적인 청정 상수원이 없거나 기술적·재정적 여건이 구비되지 않아 청정 상수원의 광역화가 어려운 시기에는 불가피한 면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상류에 안정적인 청정 상수원이 확보돼 있고, 상수도 광역화를 위한 기술적·재정적 여건이 충분히 갖춰져 있으므로 상류 청정 상수원의 광역화에 의해 중하류의 오염된 상수원을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

[『워터저널』 2022년 1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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