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 박사

  김동욱 박사 정책제언


“물과 토지의 자연스러운 이용 추구해야”

토지이용 제한 않고 깨끗한 상수원수 얻으려면 상수원을 상류로 이전 바람직
상수원 상류 이전 시 수질관리비용 줄어 탄소배출 감축 등 환경 전반 개선 가능


▲ 김 동 욱 박사
•한국물정책학회장
•본지 논설위원
•전 강원대 환경공학부 교수
•환경부 기획관리실장·상하수도국장·수질보전국장 역임
물이용과 토지이용의 조화
 
물이용과 토지이용

물이 없는 토지는 생산력이 없다. 물이 없는 사막의 토지는 아무 것도 생산할 수 없으며, 강수량이 아주 적은 토지는 몇 포기의 풀과 나무가 자랄 뿐 이용가치가 거의 없다.

연간 강수량이 200〜300㎜의 토지는 야생동물이 서식하는 초원으로 이용될 수 있을 뿐이지만 1천㎜ 이상의 강수량이 있는 토지는 그 물을 사용해 많은 사람들이 살 수 있다.

세계의 인구밀집지역은 모두 강수량이 풍부한 곳이다. 인구밀집지역이란 사람이 생산과 소비활동에 사용할 수 있는 생활용수 등 각종 용수가 있는 지역이다. 어떤 지역의 인구밀도는 그 지역의 강수량에 비례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인구밀도는 세계에서 23위이고, 인구 1천만 명을 넘는 국가들 중에서는 3위이며, OECD 국가들 중에서는 1위다. 우리나라의 토지면적은 10만 평방킬로미터(㎢)에 불과하지만 상대적으로 풍부한 수자원이 토지의 생산력을 높여 세계 10위권 안팎의 경제대국으로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물이용과 토지이용의 충돌

토지에 생활하수나 공장폐수, 그리고 축산폐수 등 수질오염물질을 버리면 토지의 위나 아래, 또는 그 사이를 흐르는 물이 오염된다. 이와 같이 토지를 주거, 공장, 축산 등을 위한 용지로 사용하면 그 주위 및 하류의 지표수와 지하수가 오염된다. 이 경우 토지이용과 물이용은 서로 충돌하는 관계가 된다. 토지이용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공장용지와 주거용지로 토지를 사용하는 경우다. 공장용지로 사용하면 산업폐수가 발생하고, 주거용지로 사용하면 생활하수가 발생해 하류의 물을 오염시킨다. 또한 공장용지와 주거용지는 차량의 통행 등으로 비점오염물질을 발생시킨다.

토지이용으로 발생하는 이러한 수질오염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산업폐수나 생활하수, 비점오염원발생물질 등을 정화해 배출하는 것이다. 그러나 수질오염물질 정화를 위해서는 적정한 처리기술이 개발되어야 하고 많은 처리비용이 소요된다. 그러한 처리기술의 개발과 투입할 수 있는 처리비용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일정 시점에서의 수질오염물질 처리수준에는 한계가 있다. 이 경우 수용수역의 물의 용도에 맞는 수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 상류에 있는 토지에 입지할 수 있는 공장과 주거시설 등 오염원의 규모를 제한할 수밖에 없다. 그 좋은 예가 상수원보호구역과 상수원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의 지정이다([표 1] 참조). 그러나 상수원보호구역제도는 상수원 상류의 토지이용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것이기 때문에 토지소유자의 재산권 행사를 과도하게 제한함은 물론 토지가 부족한 우리나라에서는 국가경제적인 손실이 매우 크다.

 
물이용과 토지이용의 조화

물의 용도는 일반적으로 생활용수, 공업용수, 농업용수, 생태용수 등으로 구분되며, 각종 용수는 그 용도에 적합한 최저수준의 수질기준들이 설정되어 있다. 예를 들어, 생활용수의 수질은 Ⅰb 등급 이상, 공업용수는 Ⅲ등급 이상, 농업용수는 Ⅳ등급 이상, 생태용수는 자연 상태의 수질과 같게 설정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농업용수와 생태용수는 거의 모든 하천과 호소의 수질이 상류 토지이용에 대한 특별한 제한 없이 그 수질기준을 만족하고 있다. 공업용수의 경우에도 일반적인 수준의 토지이용 제한으로 그 수질을 만족하고 있다.

다만 생활용수로 사용되는 상수원의 수질을 보전하기 위해 상류의 토지이용에 대해 특별한 제한이 가해지고 있다. 상수원보호구역이나 상수원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 안에서는 원칙적으로 공장, 건물, 주택 등 수질오염물질을 배출하는 모든 시설의 설치가 금지되며, 허가 받은 시설에 한해 제한적으로 설치가 허용된다. 이러한 토지이용 제한이 비과학적이고 과도할 경우 수질보전과 토지이용 간의 균형을 잃어 막대한 국가경제적인 손실과 사회적인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

수질보전과 토지이용의 조화는 보전 또는 개선하고자 하는 수질수준과 토지이용도의 수준을 서로 얼마간씩 양보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상수원의 경우 그 수질수준의 하한을 가장 바람직한 수질수준인 Ⅰa 등급에서 Ⅰb 등급으로 낮추고, 대신 상류 토지에 유하거리(流下距離)와 유량 등 자연적인 자정능력 등을 고려해 일정규모 이상의 공장이나 주택 등 오염원의 입지를 금지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물이용과 토지이용의 조화에 의한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서는 적정한 유연성이 필요하다. 수질은 용수목적에 적합한 최저수준으로 낮춰야 하고, 토지이용의 제한은 수질의 최저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최저수준에 그쳐야 한다. 그러한 최저수준의 수질 유지와 최저수준의 토지이용 제한은 과학적인 수질오염총량관리에 의해 달성할 수 있다. 토지이용 제한의 경우에는 포괄주의가 아닌 열거주의에 의해야 한다. 포괄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현행 상수원보호구역제도는 비과학적으로 토지이용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경향이 있으며, 과학성과 수질오염총량관리의 요소들을 도입한 상수원보호구역제도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자연스러운 토지이용

물이용과 토지이용의 가장 이상적인 조화는 자연스러운 토지이용이다. 상수원을 하천의 하류에 설치하고 그 수질을 보전·개선하기 위해 상류의 토지이용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은 사회적·경제적으로 막대한 손실을 가져온다. 상수원에서 상수라고 하는 것은 ‘윗물’을 말하는 것으로, 윗물이란 곧 깨끗한 물을 말하는 것이다. 즉, 상수원은 하천의 상류에 있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토지이용을 제한하지 않고 깨끗한 상수원수를 얻는 방법은 상수원을 그 상류에 현재도 수질오염원이 없고 미래에도 수질오염원이 발생할 가능성이 적은 하천 상류나 호소로 이전하는 것이다. 하천 상류의 물을 상수원으로 이용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토지이용이다. 자연스러운 토지이용은 인간에게 아무런 대가를 요구하지 않고 깨끗한 물을 제공해준다.

하천 상류의 토지는 일반적으로 산림지역이기 때문에 인위적인 수질오염원은 물론 자연적인 수질오염원도 거의 없다. 다시 말하면, 하천 상류의 토지는 자연적인 산림지역으로 그 토지를 산림지역 외의 용도로 사용하기가 불가능하거나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경제성이 없어 자연만 훼손한다는 것을 말한다.

산지지형의 토지는 산림지역으로, 평평한 토지는 주택용지나 공장용지로 이용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물이 있는 평야지역은 농경지로 이용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토지이용은 이와 같이 자연 상태 그대로 이용하는 것이 가장 환경적이며 경제적이다([그림 1] 참조).

 
상수원 상류 이전이 토지자원의 최대 활용 방법

깨끗한 상수원수를 얻기 위해 토지의 생산력을 희생하는 것은 하나를 얻고 다른 하나를 잃는 것이기 때문에 순수하게 얻는 것이 없다는 것과 같다. 귀중한 토지에서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면 그 토지자원을 그냥 버리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토지생산력을 희생하지 않고 깨끗한 상수원수를 얻는 방법을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은 상수원을 상류로 이전하는 것이다.

상수원의 수질보전을 위한 토지이용의 제한과 관련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 중의 하나로 수도권의 팔당댐상수원을 상류로 이전하는 문제를 예로 들 수 있다. 2천500만 수도권 주민에게 상수원수를 공급하는 팔당댐상수원은 한강 하류에 위치하고 있어 그 수질이 상수원수로 부적합하다. 팔당댐상수원의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상류에 상수원보호구역과 상수원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을 지정해 토지 이용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음에도 수질이 개선되지 않고 있으며, 개선될 전망도 없을 뿐만 아니라 현재 수질의 유지도 어려운 실정이다. 불가능한 팔당댐 수질개선을 위해 상류의 토지이용 제한이라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다. 팔당댐 측정지점 중 수질이 가장 좋은 팔당댐2의 수질은 지난 20년간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수질항목에 따라서는 2020년 수질이 2001년 수질보다 더 나쁘게 나타나고 있다([표 2] 참조).

 
이제 우리나라 모든 크고 작은 상수원을 가능한 한 상류로 이전하는 사업을 대대적으로 전개할 때가 되었다. 상수원을 상류로 이전한다는 것은 기존 상수원 상류의 토지 생산력을 높이는 동시에 상류로 이전된 새로운 상수원의 깨끗한 물을 사용하면서도 비용은 거의 들지 않는 이중의 이익이 있다. 수질관리비용을 절약한다는 것은 물질자원과 에너지자원을 절감한다는 것으로 탄소배출량 감축 등 지구환경 전반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상수원수의 수질이 좋으면 고도정수처리가 필요 없고, 고도정수처리로도 제거되지 않는 미량유해물질에 의한 건강위협을 피할 수 있으며, 고도정수처리에 소요되는 물자와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물이용과 토지이용의 조화란 물과 토지의 자연스러운 이용을 말한다. 하천 하류에서 상수원수를 취수한다거나 하천 상류의 토지에 공업단지나 도시를 건설하는 것은 물과 토지의 자연스러운 이용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다. 자연스러움이란 자연의 법칙에 따른다는 것이고, 자연법칙에 따르면 기후온난화와 같은 인위적인 환경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물과 토지와 같은 자연자원을 인간의 자연스러운 삶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워터저널』 2021년 11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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