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근 박사

 류재근 박사 칼럼


“겨울철 월동작물을 심어 미세먼지 발생을 줄이자”

 

▲ 류 재 근 박사
·본지 회장
·㈔한국시니어과학기술인협회 연구위원
·㈔한국환경학술단체연합회장
·(전)국립한국교통대학교 석좌교수
·㈔한국환경분석학회 명예회장
·(전)한국물환경학회장(현 고문)
·(전)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6,7대)
·(전)국립환경과학원장
·(전)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수확이 끝난 가을철 논밭은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고 물이 공급되지 않으면서 흙이 마른 상태로 관리되는 경우가 많은데, 논밭에 쌓인 미세먼지가 비산하며 문제가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논밭두렁 태우기를 하거나 농사 후 나온 폐기물을 소각하는 관행 탓에 산불의 원인이 되는 데다 이 때문에 많은 양의 미세먼지까지 발생한다.

또한 논이나 밭, 토양에 축산 분뇨를 살포하거나 쌓아둬, 유기성 퇴비에서 나오는 암모니아 등 각종 가스가 대기 중 수증기와 결합해 전국 미세먼지 발생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 많이 보고되고 있고, 시비한 가축 분뇨가 겨울철 건조되면서 미세먼지가 발생해 도시에 미치는 영향도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영국 런던에서도 농작물 수확 후, 축사의 유기성 퇴비에서 발생한 가스와 수증기가 결합한 미세먼지가 런던지역 미세먼지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영국 당국이 농작물 수확 후 철저한 환경관리를 당부하고 나섰다.

생태적으로 논이나 밭에서 비산먼지나 미세먼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려면 월동작물(越冬作物)인 보리, 밀 등을 심어야 한다. 월동작물을 재배하면 미세먼지 발생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하수 함양을 통한 하천 유지용수 공급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우리나라 논밭은 국토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어, 논밭에 월동작물을 심으면 논밭이 마르지 않아 미세먼지 저감 효과도 크게 볼 수 있다. 월동작물을 심지 않더라도 논밭에 물을 채워두기만 해도 11월부터 4월까지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크게 줄일 수 있고 저서생물(底棲生物) 및 피라미, 송사리 등이 살면서 생태계도 살아날 수 있다. 아울러 겨울철 산불 예방도 가능하다.

농촌의 논밭을 더 이상 미세먼지의 근원지로 두지 말고 월동작물을 심어 식량도 확보하고 미세먼지도 저감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겨울철 영농작물 재배가 보편화될 수 있도록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워터저널』 2021년 11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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