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근 박사

류재근 박사 칼럼
 

“통합물관리 시대에 걸맞게 농업용수 관리해야”
 

▲ 류 재 근 박사
·본지 회장
·㈔한국시니어과학기술인협회 연구위원
·㈔한국환경학술단체연합회장
·(전)국립한국교통대학교 석좌교수
·㈔한국환경분석학회 명예회장
·(전)한국물환경학회장(현 고문)
·(전)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6,7대)
·(전)국립환경과학원장
·(전)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세계 4대 문명의 발생지인 티그리스·유프라테스강, 나일강, 인더스강, 황하강 유역은 풍부한 하천수를 이용한 농경의 발달로 안정적인 식료 공급이 가능했고, 이는 문명의 탄생과 번영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농업용수는 인간의 삶을 영위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전통적으로 벼농사가 왕성한 우리나라에서 농업용수의 이용이라고 하면 논을 떠올리게 된다. 실제로도 농업용수 사용량의 85%는 논의 관개용수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농업용수는 이 외에도 밭의 관개용수나 비닐하우스, 축산용수 등 용도와 농기구나 작물 등의 세정, 친수공간이나 경관의 형성, 제설, 생태계 보전 등 다양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0년 이후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연중 생산이 가능한 비닐하우스 재배 농업이 발달했고, 이로 인해 가을철 물 사용량이 급증해 상류에서부터 물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지하수와 유지용수 부족 현상이 과거에 비해 두드러져 생태계 보전에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과거 논밭엔 사시사철 물이 흐르고 개울에서 물고기나 가재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지만 요즘에는 물이든 생물체든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자연이 보존되지 않고 있다.

진정한 의미의 물관리는 언제나 물고기가 뛰어 놀고 농업용수로도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의 수질과 수량으로 물을 관리하는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은 하천이나 개울에 낚시나 수영을 할 수 있어야 깨끗한 하천이라 여기고 있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용수 이용량은 244억㎥이다. 이 중 농업용수는 154억㎥로 전체 용수 사용량의 63%를 차지한다. 하지만 농업용수는 용수 사용량에서 큰 비중을 차지함에도 수질환경기준이 없다. 과거 우리나라의 농업용수는 수질환경기준의 4급수 오염농도를 기준으로 운영됐으나 현재는 농업용수 수질환경기준이 별도로 지정되어 있지 않다.

최근 캐나다와 미국의 연구에 따르면 남조류의 독성물질이 하천이나 호소에 침전됐다가 농업용수로 이용될 때 농작물로 전이돼 독성을 함유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어 농업용수에도 수질환경기준을 다시 설정해 관리·감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 국민이 농업용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농업용수의 수질환경기준을 마련해야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좋은 농산물이 생산될 것이다. 통합물관리 시대로 나아가는 만큼 그에 맞는 수질환경기준 제정을 통한 수질관리가 필요하므로 농업용수의 수질환경기준 제정을 시급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워터저널』 2021년 10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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