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 박사

김동욱 박사 정책제언


“우리나라 최대 상수원 팔당호, 상수원수로 ‘부적합’”

팔당호 물 체류기간 2.7일로 짧아 물리적·화학적·생물학적 정화작용 미미
한강상류 청정호소인 충주호·소양호 등을 항구적 상수원으로 사용 가능

▲ 김 동 욱 박사
•한국물정책학회장
•본지 논설위원
•전 강원대 환경공학부 교수
•환경부 기획관리실장·상하수도국장·수질보전국장 역임
 항구적 수도권 상수원 확보 대책

수도권 주민의 유일한 상수원, 팔당호

수도권 2천500만 주민의 유일한 상수원인 팔당호는 1973년 12월에 준공되었으며, 총 저수량 2억4천400만㎥ 규모의 콘크리트 중력식 댐으로 한강 수계의 중하류에 위치하고 있다. 팔당호는 생활용수, 공업용수 및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수력전기 생산 등을 위한 다목적댐으로 건설되었다.

팔당호의 상수원수 일평균취수량은 424만㎥로 서울시, 인천시 등 대도시를 포함한 수도권 31개 도시에 상수원수를 공급하고 있다. 팔당댐과 잠실수중보 사이 하천구간인 잠실수역의 상수원수 일평균취수량은 438만㎥로 서울시, 인천시, 성남시 등에 상수원수를 공급하고 있다. 팔당호의 연간 상수원수취수량은 15억5천만㎥이며, 잠실수역의 연간 상수원수 취수량은 16억㎥다([표 1] 참조).
 

 
팔당호 수질은 상수원수로 부적합

팔당호 상류에는 많은 양의 생활하수, 산업폐수 및 축산폐수가 발생하고 농경지, 공장지역, 주거지역, 도로 등 비점오염원에서 많은 양의 다양한 수질오염물질이 발생하여 모두 팔당호로 유입되고 있다([그림 1] 참조).

 
그 결과, 2010년부터 2019년까지 팔당호의 평균수질은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 1.2㎎/L, 화학적산소요구량(COD) 3.8㎎/L, 부유물질(SS) 6.4㎎/L, 총질소(TN) 2.2㎎/L, 총인(TP) 0.032㎎/L, 클로로필a(Chl.a) 12.3㎎/㎥, 총대장균군(TC) 754군수/100mL 및 분원성대장균군(FC) 180군수/100mL로, 각각 Ⅰb, Ⅱ, Ⅲ, 등외, Ⅲ, Ⅱ, Ⅱ 및 Ⅱ등급을 나타내고 있다([표 2] 참조). 이와 같은 수질의 팔당호를 최소한 Ib등급의 수질을 요구하는 상수원수로서 사용하는 것은 부적합하다는 것이다.

 
팔당호의 이러한 수질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한 수준이며, 앞으로 개선될 가능성도 없다([그림 2] 참조). 팔당호와 잠실수역의 상수원수 취수량은 우리나라 전체 상수원수 취수량의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우리나라 인구 절반이 사용하는 상수원수의 수질이 상수원수로 부적합하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국내외 항구적 상수원 확보 사례

항구적 상수원이란 연중 양질의 상수원수를 충분하게 공급할 수 있는 상수원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그러한 항구적 상수원은 하천상류에 있는 호소들이다. 항구적 상수원의 상류에는 인위적인 오염원이 거의 없는 산간지역이 대부분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강유역의 소양호와 충주호, 낙동강유역의 안동호, 임하호, 합천호 및 진양호, 금강유역의 대청호와 용담호, 영산·섬진강유역의 주암호과 동복호 등이 항구적 상수원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상수원수 사용인구가 천만 명을 넘는 세계 대도시들은 예외 없이 모두 상류에 있는 청정 호소들로 구성된 항구적 상수원으로부터 수질과 수량이 안정된 상수원수를 공급하고 있다. 미국 뉴욕시 상수원인 델라웨어 호소군, 미국 로스앤젤레스시 상수원인 오언스 호소군, 호주 시드니시 상수원인 와라감바 호소군, 호주 멜버른시 상수원인 카디니아 호소군, 영국 런던시 상수원인 레이스버리 호소군, 독일 베를린시 상수원인 보겐제 호소군, 일본 도쿄도 상수원인 오쿠타마 호소군을 예로 들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금강유역과 영산·섬진강유역에 그 상류의 청정 호소들로 구성된 항구적 상수원을 가진 대도시들이 있다. 금강유역 상류에 있는 대청호와 용담호는 대전광역시와 전주시에 상수원수를 공급하고 있고, 영산·섬진강 상류에 있는 주암호와 동복호는 광주광역시에 상수원수를 공급하고 있으며, 태화강 상류에 있는 사연호와 대암호 및 회야강 상류에 있는 회야호는 울산광역시에 상수원수를 공급하고 있다([그림 3] 참조).

 
우리나라 7개 특·광역시 중 광주광역시, 대전광역시, 울산광역시 3개 광역시가 항구적 상수원을 가지고 있고, 서울특별시, 부산광역시, 대구광역시, 인천광역시 4개 특·광역시가 수질과 수량이 불안정한 임시적 상수원을 가지고 있다.

수도권의 항구적 상수원 확보방안

 
수도권의 항구적 상수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 호소로는 한강상류에 있는 충주호, 소양호, 횡성호 등이 있으며, 그와 함께 춘천호, 화천호, 의암호, 청평호 등을 보조용 상수원으로 사용하는 수도권상수원네트워크를 구축해 수도권의 항구적 상수원을 확보하는 방안이 있다([그림 4] 참조).

한강상류에 있는 청정호소인 충주호와 소양호는 상수원수에 적합한 1등급의 수질이며, 수도권의 상수원수 수요를 충당할 수 있는 충분한 수량을 가지고 있다. 춘천호 등 보조용 상수원은 홍수, 한발 등 극단적인 기후현상으로 인해 항구적 상수원에 일시적인 장애가 발생했을 경우 등에 보완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팔당호의 총 저수량은 2억4천400만㎥로 연평균 체류기간은 2.7일이다. 팔당호를 ‘하천형 호소’라고 부르는 경우도 이와 같이 짧은 체류기간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체류기간이 긴 호소의 경우에는 자연적인 물리적, 화학적, 그리고 생물학적 작용에 의한 물의 정화작용이 있으나, 팔당호의 경우 체류기간이 짧아 그러한 정화작용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한다. 잠실수역 수질이 팔당호의 수질보다 좋다는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우리나라 수계는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섬진강의 4대강유역으로 나눠져 있고, 상수원수도 각 수계별로 공급되고 있다. 각 수계별 수자원 부존량(연평균 강수량×국토 면적)은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섬진강 순이다. 수자원 부존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금강유역과 영산·섬진강유역은 항구적 상수원을 확보하여 양질의 충분한 양의 상수원수를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수자원 부존량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한강유역과 낙동강유역에 항구적 상수원이 없다는 역설이 21세기 대한민국에 존재하고 있다. 양질의 충분한 양을 가진 상수원이 있으면서도, 상류의 오염물질이 대량으로 유입되는 중·하류에 설치된 댐이나 하천에서 상수원수를 취수하는 어리석음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지 한심스러울 뿐이다. 수질개선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팔당호를 위한 막대한 재정지출은 국가재정의 낭비를 가져오고, 팔당호 상류의 토지이용 규제는 토지이용에 따른 국가 경제적 손실과 상류주민의 사회적 갈등을 초래하고 있다.

[『워터저널』 2021년 8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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