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근 박사

류재근 박사 칼럼


“‘세계 물의 날’을 맞이하여 물의 가치를 되새기자”

 

▲ 류 재 근 박사
·본지 회장
·㈔한국시니어과학기술인협회 연구위원
·㈔한국환경학술단체연합회장·(전)국립한국교통대학교 석좌교수
·㈔한국환경분석학회 명예회장
·(전)한국물환경학회장(현 고문)
·(전)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6,7대)
·(전)국립환경과학원장
·(전)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물은 모든 생명체에게 반드시 필요하지만, 모든 생명체가 필요한 만큼, 필요한 상태로 얻을 수는 없다. 사용가능한 물에 한계치가 있기 때문이다. 이 한계치는 무분별한 개발에 따른 환경파괴, 강과 바다 오염 등으로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이에 국제연합(UN)은 물부족과 수질오염을 방지하고 물의 소중함을 알리기 위해 매년 3월 22일을 ‘세계 물의 날’로 제정해 1993년부터 기념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보다 앞선 1990년부터 7월 1일을 ‘물의 날’로 정해 기념하던 중 ‘세계 물의 날’에 동참해달라는 UN의 요청을 받아 1995년부터 3월 22일로 ‘물의 날’을 변경했다.

올해 ‘세계 물의 날’ 슬로건은 ‘물의 가치’이다. 수질오염과 물부족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물의 가치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기후 조건상 물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사막이나 한대기후 지역뿐만 아니라 수자원은 풍족하지만 제대로 처리할 수 있는 처리시설이 부족해 수질이 나쁜 지역에서도 물은 매우 높은 가치를 지닌다.

우리나라의 경우 예로부터 금수강산이라 불리며 어느 하천이나 계곡의 물을 마셔도 문제가 없을 정도로 깨끗한 물을 쉽게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상하수도 처리시설 부재로 해방 직후 물이 부족해 전국민이 1년에 목욕을 네 번 정도 밖에 하지 못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또한 수인성 전염병 발병률이 높고 분뇨를 비료로 사용해 기생충이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였다. 이에 더해 6·25 전쟁 이후에는 전쟁 중 사용된 무기와 대규모 피난 과정에서 발생한 하수와 분뇨 등으로 인해 많은 하천이 오염되었다. 1960년대에 들어서는 산업화에 따른 각종 폐수가 하천을 오염시켜 농경지에 피해를 유발하고 상수원을 오염시켰다.

이러한 과정을 겪으며 우리나라 국민들은 ‘물의 가치’를 깨달았다. 다행히 1976년 우리나라 최초 하수처리장인 청계천하수처리장(현 중랑물재생센터)이 들어서면서 수세식 화장실이 보급되기 시작했고, 이후 지속적인 상하수도 인프라 구축으로 수질은 차츰 개선되었다. 안전한 물공급으로 수인성 전염병 발병률 또한 크게 줄었다. 오늘에 이르러 국민의 평균 수명이 증가한 것은 일찍이 물의 가치를 인식하고 물환경 개선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덕분이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철저한 위생관리가 요구되는 지금, 위생과 직결된 필수 자원인 ‘물’의 가치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고 할 수 있다. UN이 올해 ‘세계 물의 날’을 맞아 ‘물의 가치’라는 슬로건을 내건 것은 물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일 것이다. 3월 22일, 모두가 물의 가치를 되새기는 기회를 갖고 물을 절약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데 동참하기를 바란다.

 [『워터저널』 2021년 3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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