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스마트 물기술 발전방안


“물산업클러스터·물기술인증원 협업해 성과 내야”

개원한지 1년 지나 하드웨어는 모두 갖춰…입주기업 만족도 향상에 노력할 때
환경부는 과하다 싶을 정도의 제도적 지원과 그에 걸맞은 예산·인력 투자 필요


[전문가 토론] 국내 물산업 육성방안

 
한국물기술인증원(원장 민경석)은 국가 물기술 개발 및 물산업 육성을 도모하고자 지난 12월17일 국가물산업클러스터 글로벌비즈니스센터 2층 중회의실B에서 ‘스마트 물기술 발전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최승일 고려대학교 명예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전문가토론에서는 이호식 한국교통대학교 철도인프라시스템공학과 교수, 백종택 대구광역시 상수도사업본부 급수부 부장, 박노혁 K-water 낙동강유역본부 처장, 이대성 경북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 고광휴 국가물산업클러스터사업단 단장이 패널로 참석해 의견을 나눴다. 토론 내용을 정리했다.

토 론 자
•최승일 고려대학교 명예교수(좌장)
•이호식 한국교통대학교 철도인프라시스템공학과 교수(한국물환경학회 회장)
•백종택 대구광역시 상수도사업본부 급수부 부장
•박노혁 K-water 낙동강유역본부 처장
•이대성 경북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
•고광휴 국가물산업클러스터사업단 단장


▲ 최 승 일 고려대 명예교수
“물기술인증원·물산업클러스터 효율적 활용 중요”

■ 최승일 명예교수(좌장)  물산업계의 근래 화두는 통합물관리와 스마트물관리이다. 그런데 결국 중요한 것은 물기술을 발전시키고 물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한국물기술인증원과 국가물산업클러스터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인가이다.

앞선 주제발표 내용을 바탕으로 전문가토론을 진행하겠다.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토론자들은 우리나라 물산업을 어떻게 육성할 것인지에 대해 간략하게 말씀해주시기 바란다. 이호식 교수님부터 발언 부탁드린다.
 

▲ 이 호 식
한국교통대 철도인프라시스템공학과 교수
“클러스터·인증원 협업 통해 시너지 효과 창출 가능”

■ 이호식 교수   두 가지 말씀을 드리고자 한다. 하나는 최승일 교수께서 말씀하신 물산업클러스터와 물기술인증원 관련 이야기, 다른 하나는 상하수도시설의 에너지 문제에 대한 이야기이다. 앞서 최인종 ㈜미드니 대표이사께서 정답은 클러스터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클러스터에 입주한 기업 대부분은 이익 창출이 목적이지 사회 복지를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다. 때문에 기업이 보다 많은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서는 지자체든 공공기관이든 요구하는 기술인증을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승일 교수께서 지방자치단체에서 지방기업에 부여하는 가산점 제도를 지적하셨는데, 지방자치제도가 있는 한 가산점 문제는 해결하기 쉽지 않다. 물기업이 중소규모 기업인데다 지자체에는 오래된 토호세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그나마 극복할 수 있는 게 신기술인증 또는 기술인증에 대한 가산점일 수 있다. 이 가산점을 받기 위해 과거에는 이리 뛰고 저리 뛰어야 했지만 이제는 한 군데에서 원스톱(One-stop)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좀 더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론은 물산업클러스터와 물기술인증원이 서로 연계를 통해 협업한다면 양 기관 모두에게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에너지 효율 정확한 진단·평가 통해 자립률 높여야”

한편, 정수장이든 하수처리장이든 의무적으로 에너지 진단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에너지 진단 보고서가 상당히 의식적이고 형식적이다. 전체론적 관점에서 에너지 균형(balance)에 대한 부분도 없고 기계에 대한 정밀한 진단 없이 에너지 사용률을 얼마만큼 줄여 얼마만큼의 경제적인 이익이 있었다는 식의 형식적인 진단이 이뤄지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진단을 해서 과연 우리나라 에너지 자립률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한 가지 예로, 미국 환경보호청(EPA)에는 ‘에너지 스타 어워드(Energy Star Award)’라는 상하수도시설의 에너지 효율을 정확히 진단·평가하는 모델이 있다. EUAT 프로그램이다. 이를 통해 이미 미국에서는 모든 상하수도시설에 대해 일차적으로 EUAT 프로그램을 이용해 에너지 현황을 파악하고, 문제가 있는 시설에 대해서는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는 플랜을 수립한다. 이러한 모델이 우리나라에도 있다. 한국환경공단에서 이와 유사한 개념으로 이미 오래 전에 개발한 ‘Tool-Kit’이라는 프로그램이다. 현장에서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지 않은데, 이것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한창 개발되고 있는 저에너지 고효율 기술이 좀 더 빨리 세상 빛을 보지 않을까 기대한다.

▲ 백 종 택
대구광역시 상수도사업본부 급수부 부장
“개발된 기술 실증할 테스트베드 적극 제공 계획”

■ 백종택 부장  상수도 담당 공무원은 깨끗한 물을 생산해 시민에게 안전하게 공급하는 봉사자와 같다. 그런데 앞서 최승일 교수 말씀처럼 공무원 신분으로서 할 수 없는 것들이 상당히 많다. 이에 대해서는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한 여러 교수님, 전문가분, 업체 관계자께서 목소리를 꾸준히 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으로서 말씀드릴 수 있는 건 공무원들도 과거와 달리 마음가짐이 많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기업체에서 개발한 기술을 가져오시면 테스트베드를 적극 제공할 생각이며, 법적 제약이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법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그들이 원하는 바를 제공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또 대구시에서는 신기술이나 특허, 기술개발과 관련하여 시 자체적으로 신기술 플랫폼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외부 또는 지역에서 기술을 가져오면 모두 등록해 줄 수 있으며 기술 등록이 되면 해당 파트, 해당 분야에서 필요한 부분을 발췌하여 적용할 계획이다. 그러니 기업들은 주저하지 말고 요구할 게 있으면 적극 요구하시기 바란다.

한편,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에서는 ‘성과공유제(成果共有制)’라는 제도를 통해 10개 이상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허용이 된다면 2021년도부터 2년 정도는 수의 계약이 가능하다. 전체 사업 발주량의 50%까지 계약이 가능한 것으로 안다. 때문에 현행 제도 안에서도 많은 부분을 이용하고 있다. 또한 제도를 벗어나는 부분이 있으면 법을 어기지 않는 선에서 적극 수용하는 쪽으로 진행하고자 한다.

“적극 행정 펼치는 대구시에 감사하게 생각”

■ 최승일 명예교수(좌장)   적극 행정을 펼쳐 주시는 대구시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지금 대구시가 우리나라 물기술을 개발하고 산업을 육성하는 데 상당히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다. 뭐니 뭐니 해도 대구는 시장께서 물산업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다. 물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이토록 감사한 일도 없다.

대구시가 지자체로서 큰 수도사업자라면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수도사업자는 K-water이다. K-water가 우리나라 수도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크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그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많은 국내 물기업이 K-water로부터 다양한 지원을 받고 있으며, 이러한 맥락에서 K-water가 우리나라 물산업을 육성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K-water 낙동강유역본부의 박노혁 처장님 말씀을 들어보겠다.

▲ 박 노 혁
K-water 낙동강유역본부 처장
“터널식 강변여과, 다량 취수 가능한 좋은 방법”

■ 박노혁 처장   경험한 바로는 동남아시아나 파키스탄에서는 우리나라 기술을 가성비가 좋다는 이유로 상당히 선호하는 편이다. 때문에 한국의 자본과 한국의 기술, 한국의 장비, 그리고 설계사, 시공사, 협력사, 자회사, 자재 납품 등 연관산업이 같이 일어나 진출이 이뤄질 때 청년 일자리도 창출되는 등 그 효과가 무궁무진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와 관련된 상세한 내용은 나중에 토론할 기회가 있을 때 말씀드리도록 하겠다.

한편, K-water에서는 지난 2014년부터 창녕에서 강변여과수 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김승현 교수께서 발표하셨듯이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이렇게 저렇게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진행했는데 정작 문제되는 것은 따로 있다. 크게 세 가지인데, 하나는 수량이 그만큼 나올 것인가, 다른 하나는 수질이 확보될 것인가, 마지막으로 민원 발생 문제이다. 이것이 강변여과 개발사업의 키포인트(key-point)라고 할 수 있다.

민원 부문은 차치하고, K-water에서는 수량 부문에서 지하대수층이 잘 발달한 지역을 정밀조사를 통해 발굴하려고 하고 있고, 수질 부문에서는 2015년부터 지금까지 수질을 정기적으로, 이를테면 월 단위 또는 분기 별로 측정해 분석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BOD(생물학적산소요구량)나 TOC(총유기탄소량), SS(부유물질)는 전량 제거됐다. 조류독소의 일종인 마이크로시스틴(microcystin)의 경우도 100% 제거가 가능하다.

그런데 미량유해물질 57개 항목 가운데 낙동강에서 검출된 13개 항목 중 강변여과로 8개 항목이 전량 제거되었고, 나머지 5개 항목은 30〜80% 정도 농도가 감소했다는 분석결과가 있다. 이로 볼 때 강변여과는 미량유해물질을 제거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며 취수원을 다변화하는 한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수 수질이 좋으면 처리약품도 절감되는 등 상대적으로 적게 소요될 것이다.

김승현 교수가 제안한 터널식 강변여과는 다량의 취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상당히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20m 깊이 기반암(基盤岩) 바닥 깊숙이 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문제, 또 이것을 운영·관리하는 과정에서 폐색(閉塞)이 발생했을 때 세정해야 하는 문제 등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방법이 제시되면 좋겠다. 따라서 소규모라도 테스트베드를 일단 만들어 시행했으면 한다.

“K-water, 국내 물산업 육성에 조금 더 노력해주길”

■ 최승일 명예교수(좌장)  K-water에 대한 질책이 많은데, K-water가 못해서 그런 게 아니라 워낙 국내 물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수도사업자이다 보니, 이미 충분히 잘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금 더 잘해줬으면 하는 기대에서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K-water는 누가 봐도 많은 일을 해왔고 하고 있다. 실제 동남아에 가서 K-water 이야기를 꺼내면 통한다. 하루는 중앙아시아 관계자가 찾아와 K-water와 연결시켜 달라는 사람도 있었다. 그 정도로 K-water는 우리나라 물산업 해외진출에 큰 역할을 하고 있으며 기술개발 지원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다만, 우리 물산업과 물기업을 육성하는 데 지금보다 조금 더 애써달라고 당부드리는 것이다.

▲ 이 대 성
경북대 환경공학과 교수
“인증원에 더 많은 제도적 지원, 예산·인력 투자해야”

■ 이대성 교수  물산업클러스터와 물기술인증원이 개원한지 1년이 조금 지났다. 물산업클러스터는 지난 2012년 대구광역시 대통령 공약사업으로 처음 나와 현재 2020년까지 8년 정도 지나면서 하드웨어는 다 갖췄다. 최인종 ㈜미드니 대표께서 주제발표 중 “물산업클러스터가 답이다”라고 말씀하셨는데, 기술개발부터 시장진출까지 원스톱 지원하는 기능을 보면 답이라는 말에 공감하나,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여기가 답이라는 것에 공감할지는 잘 모르겠다.

물산업클러스터와 물기술인증원의 경영(운영) 보폭을 늘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당초 물산업클러스터를 두고 물산업 진흥을 이야기할 때 구상한 속도에 비해 현재 이들이 나아가는 속도는 다소 느린 감이 있다. 뿐만 아니라 물산업클러스터에 입주해 있는 46개 기업이 클러스터에 얼마나 만족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 최인종 대표가 언급한 혁신형 물기업으로 선정된 것 외에 가시적인 효과가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다른 한편으로 환경부가 물기술인증원에 예산과 인력을 이 정도밖에 투입하지 않으면서 물산업을 육성하겠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환경부가 물기술인증원을 통해 물산업을 진흥시키고자 한다면 과하다 싶을 정도의 제도적 지원을 뒷받침하고 그에 걸맞은 예산과 인력을 투자해야 물산업클러스터와 물기술인증원을 발판으로 하여 물기술과 물산업을 육성할 수 있을 것이다. 부디 환경부와 관계기관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부탁드린다.

한편 센서가 지나치게 복잡해지지 않고 소형화되려면 전제조건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된다. 기본에 충실하라는 말을 강조하고 싶다. 센서는 정확도와 정밀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수 부문에서 TOC(총유기탄소량)나 T-N(총질소), T-P(총인)를 측정하고자 할 때 관습물질 영향 때문에 측정값이 크게 뛰는 경우가 생긴다. 이러한 것들이 모두 확인되고 여기에 정확성과 정밀도가 담보되어야만 다음 단계로 넘어가 TOC와 악취를 연계하든 소형화가 이뤄지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전제조건에 대한 연구를 보다 집중적으로 정밀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센서를 개발하는 환경연구자들이 기본에 충실하고 전제조건을 확보한 후 다음 절차를 진행한다면 그 결과로 탄생한 센서는 시장 수요가 엄청날 것이다. 이것에 집중해 연구가 진행되었으면 한다.

▲ 고 광 휴
국가물산업클러스터사업단 단장
“물기업과 공동 ICT 기반 스마트 물기술 개발 추진”

■ 고광휴 단장  2020년 초 환경부는 수돗물 수질사고 발생을 방지하고 국민이 안심하고 수돗물을 마실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스마트 상수도 관리체계를 본격 도입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도시침수·지반침하 등 하수도 안전관리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인프라 노후화로 효율적인 하수도 관리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판단, 2021년부터 한국판 뉴딜사업의 일환으로 하수도 스마트 관리체계 구축·운영사업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렇듯 정부에서는 그동안 나타난 상하수도 관리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ICT(정보통신기술)나 AI(인공지능)를 접목한 스마트 물관리 정책을 추진하게 되었고, 이러한 정부정책 기조에 발맞춰 물기업의 스마트 기술개발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국가물산업클러스터는 국내 물산업 육성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술개발부터 기술검증, 사업화 지원, 해외진출에 이르는 전 과정 원스톱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이에 국가물산업클러스터사업단의 역할이 막중하다고 할 수 있으며 단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이를 위해 물기업과 공동으로 상하수도 기자재의 에너지 소비효율 평가기법 개발이나 가상 물리시스템을 활용한 정수처리 자동제어 및 운영·유지관리 기술 개발, AI 기반의 스마트 수처리 기술 등 ICT 기반 스마트 물관리 기술과 에너지 저소비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2021년부터 국내 물관리 기술·제품 디지털화 지원”

또한 우수 물기술의 조기 해외진출을 지원하고자 기술실증과 국제 공동연구를 추진 중에 있다. 2021년부터는 스마트 하수도 관리체계 도입에 필요한 국내 물관리 기술·제품의 능동형 디지털화 지원을 통해 물기술을 향상시키고 기업 국산화를 지원할 예정이다.

2020년 한 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해외진출 지원사업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지만 그런 와중에도 2019년부터 추진해온 재료시험 분야 장비구축이 완료되어 물기술·제품 개발에 필요한 실험·시험 장비를 구비했다. 따라서 각종 실험분석 분야에서 공공기관으로 지정되어 다양한 검증체계를 구축하는 등 기업이 마음껏 기술개발에 매진할 수 있는 여건을 갖췄다.

2021년부터는 이곳 물산업클러스터에서 물관리 기술·제품 개발을 본격적으로 시행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앞서 이대성 교수 말씀대로 우리 사업단이 열심히 하고는 있지만 제3자 입장에서 보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을 것이다. 그러한 질책을 달게 받고 물산업 발전과 육성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워터저널』 2021년 2월호에 게재]

저작권자 © 워터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