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근 박사

 류재근 박사 칼럼


“지하수 고갈과 오염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 류 재 근 박사
·본지 회장
·㈔한국시니어과학기술인협회 연구위원
·㈔한국환경학술단체연합회장
·(전)국립한국교통대학교 석좌교수
·㈔한국환경분석학회 명예회장
·(전)한국물환경학회장(현 고문)
·(전)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6,7대)
·(전)국립환경과학원장
·(전)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지하수는 수자원으로서 지표수에 비해 많은 이점(利點)을 가지고 있다. 연중 수온 변화가 크지 않아 여름철 냉각용수나 겨울철 양어용수로 사용하기에 적합하다. 또한 지하수는 강수나 지표수, 관개용수가 오랜 시일에 걸쳐 땅으로 침투한 것으로 지표수에 비해 수질이 훨씬 양호하다. 이 때문에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용수사용량 중 지하수 이용량이 60∼70%에 달한다.

반면 우리나라 지하수 이용률은 5%에도 못 미친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지하수를 상수원수로 사용하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물맛이 개선됨은 물론이고 저렴한 가격으로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 지하수의 평균 온도는 15℃로 냉각용수로 활용하기에 좋고 겨울철 지열(地熱) 이용에도 효과적이다. 세계적으로 보면 우리나라와 같이 적정한 지하수 온도를 갖고있는 나라가 드물다. 온도가 너무 낮거나 높으면 이용하기가 힘들다.

다만 지하수는 방대한 존재량에 비해 재충진되는 양은 극단적으로 적다는 큰 단점이 있다. 지하수를 집중적으로 이용한 특정지역 주변 우물이 완전히 말라버리거나 수량이 줄어 필요량을 확보할 수 없게 된 실례가 많다.

이 같은 문제는 물순환 관점에서 지하수 특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발생한다. 이를 해결할 구체적인 대안으로 개울물 양수량의 한계를 조사하고 전체 지하수역을 대상으로 지하수의 거동 또는 함양량(涵養量)을 밝혀 내는 일이 급선무다.

최근 전국적으로 추수가 끝나 논에 물이 없어지면서 지하수가 줄어들고 미세먼지는 많이 발생하고 있다. 또한 도로 및 주택·산업 단지가 들어서면서 불투수면적이 확대되고 지하수 함양량은 감소하여 지하수위가 저하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빗물침투량을 늘릴 수 있는 연구나 겨울철 논에 물을 넣어두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우물을 통한 지하수 인공함양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추수 후 물을 대면 5억∼10억㎥의 수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어느 지자체에서도 이 문제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 이번 기회에 국립생태원이 자리한 서천부터 논에 물을 대어 생태계를 살리고 저장한 지하수를 갈수기 때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편, 오염된 지하수를 원상태로 회복시키려면 지하수 체류시간에 걸맞은 세월이 필요하다. 경제성이 낮은 지하수를 싼값에 과잉 양수한 결과, 임해지대에서는 해수침입이 초래되고 수복(修復) 불가능할 정도로 지하수가 염수화되었다.

지하수 오염은 비교적 국소적인 현상이지만 유기염소계용제(트리클로물질)는 물보다 토양에 침입하기 쉬운 특성이 있어 지역에 미량만 침입하더라도 광역적인 지하수 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 이에 지하수를 국토의 구성요소로 명확히 하고 지표수와 지하수의 통합관리와 더불어 감시체계 확립이 조속히 요구되는 시기다.

그동안 국토부에서 관장하던 지하수 업무가 물관리 일원화로 환경부에 이관되었다. 이제 국토 물관리에 대한 전반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더 늦기 전에 지하수 수자원을 잘 파악하여 지하수 수량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오염된 지하수를 정화하기 위한 정책을 우선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워터저널』 2020년 12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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