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통합물관리와 물관리 디지털화
 

“4차산업 시대 물관리 디지털화, 선택 아닌 필수”

뉴노멀 시대에 맞춰 새로운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물관리 필요
물관리 디지털화 진행하고 그에 맞는 통합물관리 가치 실현해야

▲ 이 상 호
국민대학교 건설시스템공학부 교수
[주제발표] 통합물관리의 효과적 수행을 위한 Water Digitalization

뉴노멀에 대응할 새로운 물관리 방법 필요

물관리에도 뉴노멀(New Normal) 시대가 왔다. 뉴노멀은 과거에는 일반적이지 않았던 것들이 일상화되고 있다는 뜻으로 경제나 사회현상을 설명할 때 자주 언급된다. 과거의 물관리는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후변화나 사회현상 등 여러 예측 불가한 현상들이 발생하고 있다. 물관리의 기본 목적은 물부족 해결, 수질오염 문제 해결, 수재해 방지 등이다. 물부족 문제는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닌 기후변화나 여러 가지 사회적·경제적 구조가 얽혀있다.

수질오염의 경우 예측이 가능했던 신종 오염물질 유입문제뿐만 아니라 지난해 붉은 수돗물 사태에 이어 올해 수돗물 유충문제 등 벌어질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던 문제들이 연이어 나타나고 있다.

집중호우로 침수·가뭄 등 수재해 강도와 빈도도 늘어남에 따라 자연재해 및 사회적 재난·재해에 대응 가능한 시스템 구축이 요구되고 있다. 이 밖에 기후변화, 코로나19와 같은 예측 불가한 상황들은 물관리의 난이도를 높인다. 이제 새로운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물관리를 고민해야 한다.

 
4차산업 시대 물관리 디지털화, 선택 아닌 필수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4차 산업혁명으로 도입되고 있는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하는 것이다. 과거 산업혁명 때 개발한 기술이 물관리 혁신을 가져온 것처럼, 현재는 4차산업 기술을 활용한 효율적이고 안전한 물관리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아울러 2018년에 이룬 물관리 일원화의 경우 정책추진을 뒷받침할 수 있는 기술적 수단이 아직 확립되지 않았다. 4차 산업혁명 기술과 통합물관리 실현을 종합해볼 때 나오는 키워드는 바로 ‘물관리 디지털화(Water Digitalization)’다. 디지털화는 어떤 부분에 새로운 기술을 추가해 바꾸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 전체에 새로운 기술을 녹이는 혁신 과정이다. 디지털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이미 사회 전반에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물관리에도 디지털화가 필요하다. 물관리 디지털화는 시스템 전체에 디지털 기술을 녹여내 수자원·수생태, 상수도, 하수도 및 폐수처리 각 부문에 직·간접적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 또한 효율 향상과 안전 확보 및 디지털 기술을 적용해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가치를 제공하고 새로운 시장 창출을 목표로 삼을 수 있다. 유역관리나 공정 최적화 등에 통합된 형태로 적용해야 하는 물관리 디지털화의 두 가지 핵심은 ‘데이터 통합(Data Integration)’과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이다.

디지털 트윈, 물관리 불확실성 해결할 중요 수단

그러나 물관리 분야의 디지털화는 타 분야에 비해 상당히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져온 물관리 방식은 정보 중심이 아닌 인프라 중심이었으며, 상당 분량의 물 관련 자료는 자료 그 자체로서만 기능할 뿐 실제로 잘 활용되지 못했다. 또한, 물관리 데이터는 타 분야보다 훨씬 축소된 영역의 데이터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유용한 자료와 그렇지 않을 자료가 혼재되어 있어 두 가지 데이터를 통합하기 어려운 부분도 존재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IoT, AI 등 여러 가지 기술로 데이터를 더 많이 확보하고 통합하고자 하는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물 관련 데이터는 상당한 한계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려면 △데이터 통합 △구형장비와 신형장비의 데이터 호환 △이종 데이터간의 간격·빈도 동기화 △수집된 데이터 신뢰성 확보 등을 구축해야 한다. 나아가 데이터 분석에 머무르지 말고 미래 상황을 예측한 후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단계까지 가야 한다. 디지털 트윈은 새로운 기술을 물관리에 적용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불확실성을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다. 디지털 트윈을 제작하고 선보이는 수준을 넘어서 실질적인 편의를 제공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포인트다. 디지털 트윈과 사이버물리시스템(CPS)의 결합은 물관리의 완전 무인자동화(자율화) 등을 가능케 한다. 디지털 트윈이 정착되면 시각화, 최적운영 및 유지관리, 에너지 소비 감소, 비용 절감 등이 가능해질 것이다.

 
정부, R&D 중심 스마트 워터 그리드 사업 추진 중
 
물관리 디지털화는 물산업 시장에 10∼20%정도의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거대 규모의 물산업 시장에서 10∼20%는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셈이다. 특히 상수관망 분야는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분야로 해외에서는 우리보다 한발 앞선 투자와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 싱가포르 등 해외에서는 관망관리, 상하수도 기술, 서비스 플랫폼 등 다양한 기술들을 선보이고 있다. 민간기업을 중심으로 어느 정도의 산업생태계가 만들어져 있으며, 기술개발과 시장 진입 등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정부 추진 R&D 사업을 중심으로 스마트 워터 그리드(Smart Water Grid)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후 지능형 도시 수자원 관리 과제 등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물순환 통합, 도시 공간에서의 데이터 통합 등 일부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량·수질·수생태 등 물정보 통합부터 시작해야

통합물관리를 위한 물관리 디지털화 추진방향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기본계획이 수립되고 있기 때문에 완벽한 그림이 다 나오진 않았다. 산발적인 기술개발 등이 반영·추진되고 있지만 어떤 통합된 형태로의 기술개발 사업이 추진되고 있지 않아 대응 기술이 없다는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환경부가 진행 중인 지속가능한 통합물관리 기술개발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쳐 내년 초에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통합물관리의 여러 요소 중 상하수도나 수생태의 경우 선행사업에 통합물관리 항목을 담을 수 있으나 수자원은 빠져있다. 이에 환경부는 수자원 분야를 중심으로 통합물관리에 관련된 부분들을 포함시키는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 때 중요한 것은 물정보 통합이다. 수량, 수질, 수생태와 관련된 정보들이 지금은 다 분산되어있다. 이를 통합적으로 수집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들어야 수요·공급 및 유역 통합 등이 가능해질 것이다. 모든 부분은 물정보 통합에서 시작된다. 이 사업만으로 통합물관리가 해결되느냐는 미지수다. 수자원뿐만 아니라 상하수도, 수생태 등 기타 여러 요인을 통합한 상태에서 물관리 디지털화를 진행하고 그에 맞는 통합물관리 가치를 실현해야 한다.

K-물관리 표준화해 해외에 수출해야

통합물관리를 위한 물관리 디지털화 추진 방향으로 4가지를 들 수 있다. 첫 번째는 물정보 통합관리가 확대되어 물데이터은행(Water Data Bank) 등 새로운 물 관련 정보관리체계, 기술 등이 만들어져야 한다. 두 번째는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물관리 인프라, 변동요인 등에 효율적이고 지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들어야 한다. 세 번째, 국민과 같이 만드는 물관리 차세대 서비스(Open Water Service Platform) 등 국민과 지속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을 개설해야 한다. 마지막 네 번째로 앞서 말한 세 가지를 패키지화해 K-물관리를 표준화시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수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확립해야 한다.

물관리 디지털화를 통해 정책·기술·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추진하는 데 장애물은 많아도 잘만 실현하면 얻을 수 있는 것들이 굉장히 많다. 운전할 때 길을 모르면 내비게이션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처럼 물관리를 할 때에도 길을 모르면 무언가에 의존해야 한다. 물관리 시스템화를 통해 효율적이고 안전한 통합물관리를 추진한다면, 새로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워터저널』 2020년 9월호에 게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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