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 박사

김동욱 박사 정책제언


“장흥댐으로 연간 1천263억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

댐 건설 후 평상시 하천유지용수 연간 고르게 유지되는 장점 더해져
이주민들이 가진 실향의 아픔 빨리 치유되도록 주위 모든 사람이 도와야


▲ 김 동 욱 박사
•한국물정책학회장
•본지 논설위원
•전 강원대 환경공학부 교수
•환경부 기획관리실장·상하수도국장·수질보전국장 역임
장흥댐의 탄생과 성장, 그리고 지속가능한 미래

장흥댐의 탄생(誕生)

장흥댐은 전라남도 장흥군 유치면 탐진강에 건설된 댐이다. 1997년 11월에 착공하여 2006년 6월에 준공되었다. 높이 53m, 길이 403m, 총 저수량 1억9천100만㎥의 콘크리트 표면차수벽형 석괴댐으로 공사비 6천679억 원이 투입되었다. 장흥댐은 연간 1억100만㎥의 생활용수 및 공업용수와 2천700만㎥의 관개 및 하천유지용수를 공급하며 홍수조절용량은 800만㎥다.

장흥댐은 장흥군 부산면 지천리와 유치면 대리 일대를 포함해 유역면적은 193㎢며, 댐 건설로 장흥군 부산면과 유치면 및 강진군 옴천면의 3개 면, 12개 리, 17개 마을이 수몰되고, 697세대 2천121명의 이주민이 발생했다. 수몰된 농경지의 면적은 10.7㎢다.

그 후 지정된 수변구역에는 수몰지 유적을 이전할 선사문화공원 외에 생태문화공원, 심천공원(수변환경공원), 체육공원 등이 들어섰다. 댐 건설로 인해 기존 도로가 수몰되면서 1천550억여 원을 투입하여 11개 노선에 31.3㎞의 도로를 새로 이설했다.

장흥댐 건설 반대!

다음은 장흥댐 건설 반대와 관련한 기사 중의 하나다.
“耽津댐 건설에 따른 수몰 예정지인 전남(全南) 장흥(長興)군 有治면을 비롯, 장흥군 각 읍면 시가지에는 ‘康津·장흥(長興)의 이완용, 탐진댐 찬성한 者’라는 극한적인 표현이 적힌 플래카드가 곳곳에 나부끼고 있어 살벌한 느낌마저 자아낸다”(연합뉴스, 1996년 9월 2일자).
“(장흥(長興)=연합(聯合)) 김용일(金龍日) 기자 = 전남(全南) 장흥(長興)군 탐진댐건설 반대투쟁위원회는 8일로 공람이 끝난 탐진댐 환경영향평가서를 무효라고 주장하고 행정소송 등 강경투쟁을 벌이겠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투쟁위원회는 9일 발표한 성명에서 서울 소재 동아기술공사가 작성한 탐진댐 환경영향평가서는 수자원공사 기본설계서의 27개 부분을 그대로 복사했을 뿐만 아니라 항목별 주요 내용도 많은 부분이 평가서 작성 등에 관한 규정과 「환경영향평가법」 등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위원회는 특히 ‘「환경영향평가법」 시행규칙’에 따라 평가 대행자가 갖춰야 할 법정기술능력이 부족하고 전문분야가 다른 부적격자가 작성한 이 평가서는 무효라고 강조했다. 위원회는 또 수자원공사에 평가서 초안의 보완을 요청하도록 지난 4일 장흥(長興)군수에게 요구했으나 묵살됐다며 행정소송을 통해 金在鍾군수를 비롯, 관계 공무원들의 책임을 묻는 등 강경투쟁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연합뉴스, 1996년 10월 9일자).

장흥댐 건설로 발생된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지적하기도 한다.
“행정자치부(1999)의 『지방자치시대의 분쟁 사례집』을 보면, 장흥군에서 직접 조사한 탐진 다목적 댐 건설로 발생된 문제점을 볼 수 있다. 이는 건교부에서 지역주민들과의 협의를 거치지 않고 탐진댐 건설을 위한 절차를 강행함으로써 장흥군에서 현지방문 주민의견 수렴, 설문조사 등을 통해 예상되는 문제점을 종합한 것이다. 첫째, 농경지의 수몰로 인해 농작물 생산이 감소할 것이며, 둘째, 기상변화와 안개발생으로 교통장애와 생태계변화 및 농작물 피해가 발생할 것이며, 셋째, 표고 주 생산지 수몰로 인해 전국 최초의 제3섹터 방식인 장흥표고유통공사의 존립자체가 위협을 받게될 것이며, 넷째, 이주민 발생으로 군세약화와 군세입감소로 군 재정이 악화될 것이며, 다섯째, 댐 하류 건천화로 인해 환경오염이 발생하고 어류서식지가 파괴될 것이며, 여섯째, 매장문화재의 발굴과 습기로 인하여 문화재 부식피해예상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였다”(연합뉴스, 1996년 10월 9일자).

장흥댐의 산통(産痛)

다음은 장흥댐 건설로 인한 이주민들 고통의 일면을 전한 기사의 내용이다.
“장흥읍으로 이주를 한 유치 수몰민들은 물속에 잠긴 고향을 생각하면서 유치향우회를 조직하였으며, 1대 회장으로 유치면 돈지마을에 살았던 이병섭(72)옹을 회장으로 대리마을에서 태어난 임병석(47)씨를 총무로 선출하여 물속에 두고 온 고향을 그리면서 1년에 4번씩 모임을 갖고 있다. 이병섭 회장은 “참말로 나이는 자꾸만 먹고, 고향에 있을 때는 그래도 농사라도 지은답시고 농삿일에 시간 가는 줄을 몰랐는디, 인자 농사도 안지어븐께, 하루가 어찌나 긴지, 그저 망막하당께요, 어쩌다 가끔씩 유치에서 이사를 온 향우들을 보믄 그라고 반가운디, 모두가 다 나하고 똑같당께요, 그래도 나는 괜찬해라, 손주들이라도 있는께, 손주들 보는 재미라도 있지라, 유치에서 이사온 사람들 소원이 있는디, 죽기 전에 그래도 자주 만날 수 있는 공간이라도 있었으면 해라, 댐 짓는다고 다 쫓아 불었쓴께, 그라고 일 년에 9개 시군에서 받은 물부담금인가 그런 것 같고, 장흥읍에 유치사람들 위해 회관이라도 하나 지어주었으면 좋것써”라고 했다.
장흥댐 건설 반대운동에 앞장을 섰던 임병석씨는 “댐 건설은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큰 희생을 강요했습니다. 전남의 9개 시·군을 위해 우리 유치면에게 너무 큰 한을 심어주었습니다. 고향 떠나 온 지 불과 4∼5년인데 벌써 많은 어르신들이 갑자기 돌아가셨습니다. 살아서는 고향 언저리조차 갈 수 없는데, 돌아가시고 나니 고향을 바라보는 댐 주변 선산이나 공원묘지로 갈 수 있습니다” 장흥읍으로 이주를 하였던 70∼80대 할머니 할아버지와 60대 어른들까지 갑자기 돌아가셨다며 고향을 잃어버린 아픔이 노인들에게 얼마나 큰 충격인지 모른다고 했다”(오마이뉴스, 2006년 8월 18일자).

장흥댐의 성장(成長)

장흥댐 건설의 주된 목적은 각종 용수 공급이다. 장흥댐의 물은 전라남도 9개 시군과 목포, 남악 등지 주민 64만 명에게 생활용수로 공급되고 있으며, 연간 생활용수 공급량은 7천300만㎥다. 그리고 공업용수로 연간 2천774만㎥가 공급되고 있으며, 농업용수로 767만㎥, 하천유지용수로 1천935만㎥가 각각 공급되고 있다. 이러한 용수의 경제적 가치는 연간 생활용수 950억 원, 공업용수 344억 원, 농업용수 46억 원으로 총 1천340억 원이다. 반면 장흥댐 상류의 수몰 농경지 등으로 인한 연간 경제적 손실은 77억 원이다. 장흥댐 건설로 발생한 경제적 부가가치는 연간 1천263억 원이다([표 1] 참조).

 

장흥댐 건설 이전 댐 건설 지점의 평상시 유량은 연평균 2천648만㎥였고, 댐 건설 후 유량은 하천유지용수 공급량 1천935만㎥와 하류에 공급하는 농업용수 767만㎥를 합한 2천702만㎥로 댐 건설 전후에 있어 차이가 거의 없다. 댐 건설 후에 오히려 평상시 하천유지용수가 연간 고르게 유지되는 장점이 더해졌다.

예로부터 사람과 생물이 살 수 있는 땅을 ‘강산(江山)’ 또는 ‘산하(山河)’라고 했다. 모두 산과 물을 말한다. 산과 물이 없는 곳에 사람과 생물이 살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65%가 산지이고 3천883개의 하천이 있으며, 그 총 연장은 2만9천839㎞에 달한다. 우리나라는 ‘산과 하천의 나라’라고 할 수 있다.

‘물이 없는 산’이나 ‘산이 없는 물’은 존재하기 어렵다. 사막화 지역 등 건조지대는 산은 있으나 물이 없기 때문에 생물체가 없는 죽은 산이다. 평원에 내린 비는 쉽게 증발하거나 땅속으로 스며들기 때문에 지상에는 생물체가 귀하다.

우리나라는 강우량이 여름철에 편중되어 있어 귀중한 물을 연중 고르고 넉넉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계곡마다 대·소규모 저수지나 댐의 건설이 필수적이다. 또한 이러한 저수지나 댐은 주위 산지의 육상생태계와 상호작용하면서 수중생태계를 창조하여 산지의 전체적인 생태계를 풍부하게 한다. 우리나라는 산과 물로 축복받은 나라다. 우리나라의 산과 물이 우리나라를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만들었다. 산수(山水)란 단지 경치나 경관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생명과 생산을 말하는 것이다.

댐이나 저수지 건설은 생태적인 관점으로만 보면 매우 긍정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댐 건설로 인한 환경적인 영향은 농경지, 문화재, 주택 수몰 등 주로 사회경제적인 영향이다. 농경지나 주택 등 인공적인 시설이나 토지이용은 생태적으로는 부정적이다. 그러나 수몰지역에는 주위의 환경과 상호작용하면서 긍정적인 새로운 수중생태계가 창조될 수 있다. 사람들에게는 직간접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물이 많을수록 좋다.

▲ 우리나라의 푸른 산(왼쪽)과 사막지대의 붉은 산.

아픔을 딛고 지속가능한 미래로

장흥댐 건설은 조상 대대로 살아온 2천121명의 이주민에게 실향(失鄕)이라는 깊은 슬픔을 안겼다. 그 상처는 아직 다 아물지 않았고 마음의 상처가 더 오래갈 수도 있다. 정든 집과 문전옥답(門前沃畓)은 물에 잠기고 조상님의 묘는 다른 곳으로 이장해야 했다. 이러한 상처와 아픔이 빨리 치유되도록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 물질적, 정신적 방법 모두가 필요하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주민들의 이러한 아픔의 대가로 그 수십 배의 사람들이 현재뿐만 아니라 앞으로 물에 관한 한 지속가능한 미래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것이 역설적으로 이주민들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 얼마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내 아픔이 아픔으로 끝나지 않고 그로 인해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다면 그 아픔이 가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향민들이 옛날을 추억할 수 있는 장소, 예를 들어, 많이 부족하지만 향우회관과 같은 것을 마련해 주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장흥댐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베풀어주고 있다. 연간 1억㎥가 넘는 귀중한 생명수를 제공해 주고, 규모는 작지만 순수한 재생에너지인 수력전기를 제공해 준다. 장흥댐의 수중생태계가 주위의 산지생태계와 상호작용하면서 생물다양성은 크게 증진되고 있다. 수륙양서 동물종과 식물종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장흥댐의 경관에서 세속의 때를 씻으려는 관광객들의 수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우리는 장흥댐에서 우리나라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본다.

[『워터저널』 2020년 4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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