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의 도시로 다시 태어난 서천

   
▲ 이규용 환경부차관
우리나라는 성장위주의 발전전략을 추진하면서 괄목할만한 경제성장을 이뤘지만, 압축성장의 이면에는 환경을 비롯한 여타 사회부분의 희생이 뒤따랐다. 성장주도형 분위기 속에서 갈등이 표출되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사회가 보다 다양화되고 민주화가 진전되면서 누적된 갈등이 한꺼번에 폭발하고 있으나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시스템과 문화는 아직 정착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여서 갈등이 발생하면 쉽게 해결되지 못하고 서로간의 불신의 골만 깊어지고 있다.

특히, 환경갈등은 ‘개발이 우선이냐, 보전이 우선이냐’라는 세계관의 차이, 현재와 미래 가치의 차이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쉽게 접점을 찾을 수 없어 갈등이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다. 장항산업단지를 둘러싼 갈등도 그 중의 하나이다.

충청남도와 전라북도를 가르며 도도히 흐르던 금강이 서해안으로 흘러드는 금강하구의 북단이 서천 갯벌이다. 1989년 8월 군산지역과 장항지역이 군장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된 이후 군산지역은 공업단지가 조성된 반면, 장항지역은 개발이 계속 지연돼 지역주민들의 불만이 됐다.

2005년 5월 한국토지공사가 장항지역 개발 계획을 다시 수립하자 “갯벌을 메우고 산업단지를 건설해야 지역경제가 발전한다”는 주장과 “갯벌을 메우고 산업단지를 조성한다고 지역경제가 발전하는갚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양측의 주장은 결국 어떻게 하면 낙후된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을까 하는 방법론으로 귀결된다. 갯벌도 살리면서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은 무엇일까?

고민 끝에 매년 가을이면 철새를 보기 위해 금강하구를 찾는 생태관광객이 80만 명에 이른다는 점에서 힌트를 얻었다.

세계 경제가 전통적인 제조업에서 IT, BT산업으로 옮겨가면서 생물종 확보를 위한 전쟁이 치열하다. 우리나라에는 약 10만 종의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고, 확인된 종만도 3만 종이 넘는다. 그 중 2천322종이 우리 고유종일 만큼 생물자원이 풍부한 나라이다.

수십만의 생태관광객이 찾아오는 서천에 국립생태원과 국립해양생물자원관 등을 건립한다면 그만큼 생태도시로서 서천군의 이미지도 올라가고, 서천군이 우리나라 미래 생태 연구 및 교육의 허브로 발전해 지역경제에도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하고 대안으로 제시했다.

1989년 장항산업단지 지정 이후 약 18년간 개발계획이 미루어져 정부에 대한 불신의 골이 깊어 대안을 수용하려 하지 않던 서천지역 주민들도 정부 대안의 진실성을 받아 들여 지난 6월 관련 부처 차관들과 함께 협약서에 서명하게 되었다.

앞으로 서천지역에 3천400억 원이 소요되는 국립생태관, 1천200억 원이 소요되는 국립해양생물자원관과 함께 80만평 규모의 내륙산업단지 조성 등 총1조1천238억 원의 투자가 이루어지면 서천군은 생태체험과 생태연구의 인프라를 갖춘 첨단 생태도시로 다른 지역과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신동엽 시인이 대서사시로 읊었던 금강하구는 우리나라 3대 철새도래지 중의 하나이다. 새만금·시화호 등이 조성되면서 갯벌이 사라져 안타까운 마음인데 이번 협약으로 생태계의 보고인 서천 갯벌을 지킬 수 있게 돼 더욱 뜻 깊다.

또한, 장항산업단지를 둘러싼 갈등해결 사례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주민이 대화를 통해 상생의 길을 찾은 첫 사례로 앞으로 환경갈등 해결에 모범이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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