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 Forum  통합물관리 비전 포럼 5차 전체회의

“마침내 5개 분야 45개 정책과제 수립 완료”

국가 R&D 예산 중 물산업 몫은 0.1%…기재부 설득해 예산 추가 확보해야
기후변화 대응 물관리 국가정책 실행 및 현장 거버넌스 체계 구축 추진
2019년 중순까지 환경부 조직개편 마무리 및 국가물관리위원회 구축 예정

Part 02. [전문가토론] 통합물관리 로드맵

통합물관리 비전 포럼과 환경부는 지난 12월 26일 양재동 aT센터 그랜드홀에서 ‘인간과 자연이 함께 누리는 생명의 물’을 주제로 통합물관리 5차 전체회의를 개최했다.

허재영 통합물관리 비전 포럼 운영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토론에는 △최승일 고려대 교수(한국물학술단체연합회장) △김성준 건국대 교수(한국농공학회장) △박무종 한서대 교수(한국방재학회장) △차은철 환경부 통합물관리추진T/F팀장 등 전문가 4명이 패널로 참석해 통합물관리 정책과제에 대해 제언했다. 이날 토론 내용을 요약했다.

■ 토 론 자

허재영 통합물관리 비전 포럼 운영위원장(좌장)
최승일 고려대학교 교수(한국물학술단체연합회 회장)
김성준 건국대학교 교수(한국농공학회 회장)
박무종 한서대학교 교수(한국방재학회 회장)
차은철 환경부 통합물관리추진T/F팀장

“포럼 목표는 일원화 아닌 통합물관리”

▲ 허 재 영
통합물관리 비전 포럼 운영위원장
충남도립대학교 총장
■ 허재영 위원장(좌장) 2017년 7월 통합물관리 비전 포럼이 구성된 이후, 각 분야별 전문가들이 모여 1년 6개월 동안 열심히 달려왔다. 통합물관리를 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어느 한 부처에서 일관되게 관리하는 것이 좋겠다라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었고, 주무부처를 국토부로 할지 환경부로 할 것인지가 논쟁의 대상이었다.

그 점에 대해 우리 포럼에서도 많은 논의가 있었고, 결과적으로 정부는 환경부로 일원화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그 결과, 지난 5월 「정부조직법」이 개정되어 물관리 일원화가 실현되었다. 다만 우리의 목표는 물관리 일원화가 아닌 통합물관리에 있음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정책과제는 포럼에서 초안을 만들어 정부기관으로 넘겼고, 환경부, 국토부, 행안부, 농식품부로 구성된 통합물관리 작업반이 검토하여 수정·보완한 것을 다시 포럼이 넘겨받아 정책분과 위원회를 중심으로 논의를 이어갔다. 이번에 발표된 정책과제는 그러한 과정을 거쳐 구체화된 것이며, 오늘 논의를 끝으로 우리 포럼의 공식 안이 될 것이다.

“상하수도 서비스 중요성 깨달아야”

▲ 최 승 일
고려대학교 교수
한국물학술단체연합회 회장
■ 최승일 교수 앞서 발표에서 제시된 5가지 목표를 보면 상하수도가 들어갈 부분이 없다. 인력관리와 거버넌스 구축 모두 당연히 해야하는 일이 맞지만 상하수도가 더 중요하다.

건설한 지 50년이 되어가는 수도시설은 노후화된 탓에 정수되어 나오는 물이 수질 기준을 맞추지 못하기도 하고, 하수도 요금은 그걸 가지고 사업을 할 수도 없을 정도로 적자 상태에 놓여 있다. 게다가 정부에서 시설을 개선할 예산을 편성해 주지 않아 향후 이 시설을 갖고 어떻게 국민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막막하다.

통합물관리라고 해서 유역관리, 수질개선, 하천의 물상태와 같은 것만이 중요한 게 아니다. 수인성 전염병으로부터 안전한 물을 만들어 국민에게 공급하고 사람들이 사용한 구정물은 빨리 처리하여 해충이 번식하지 않게 하는 상하수도 서비스에 대한 정책이 지금보다 더 많이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환경부가 자기 본업을 잊은 게 아닌가 싶다. 남의 그릇 가져와서 그거 닦느라 정신 없으면 자기 밥그릇 깨지는 것도 모르는 법이다. 환경부가 상하수도의 중요성을 깨닫기를 바란다. 또한 수도와 관련해 말은 그럴 듯 하지만 현실성이 의심되는 게 있다. 예를 들어 지방상수도끼리 통합하고, 지방상수도와 광역상수도를 통합하면 예산을 줄일 수 있다고 하지만 불가능하다고 본다.

물론 중복 투자와 중복 건설은 막을 수 있을지 몰라도 수도사업은 망 사업이기 때문에 새로운 사업 시작 시 절대 예산을 절약할 수 없다. 게다가 스마트 시스템까지 도입한다고 가정하면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다. 기대와 달리 시스템을 정비하면 오히려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 

▲ 이날 토론회 패널로 참석한 전문가들은 “국가 R&D 예산 중 물산업 몫은 0.1%로 기재부를 설득해 예산을 추가로 확보해야 하며, 기후변화 대응 물관리 국가정책 실행 및 현장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고, ‘생명의 물’ 관점에서 효율성을 강조하기보다 일관성·유기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산업 R&D 예산, 불과 300억원”

향후 물산업을 육성하고 물기술을 개발하고 연구개발(R&D)을 하겠다고 말하는데 중요한 건 어떻게 하겠냐는 것이다. 우리나라 연구개발(R&D) 예산으로 편성된 200조 원 중 환경부에 배정된 예산은 1%인 2천500억 원 남짓이고, 이 중 물산업 몫은 200∼300억 원 정도이다. 물기술은 스마트폰 기술과는 달리 좋은 물을 만든다고 해서 떼돈을 벌 수 있는 산업이 아니다. 국가 R&D 예산의 0.1%를 들여 개발한 기술이 정부 사업에 적용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줘야 하며, 실제로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런데 현 정책은 R&D를 진흥시키자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매해 예산이 깎이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환경부가 해야할 일은 기재부를 설득하여 더 많은 R&D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 물산업이 스스로 돈을 투자할 정도로 육성되지 못했다는 데 있다. 대부분의 물기업이 영세한 탓에 정부가 손을 떼면 속절없이 무너지고 말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고 어떻게 해야 물산업이 살아날 수 있을지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주기를 바란다.

또한 거버넌스 확대에 따른 비용 부담이 불가피하지만 사람들은 물에 관련된 돈은 내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수리권에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은 굉장한 저항에 부딪히거나 실제로 예산 확보도 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환경부는 예산 확보를 위해 논리적으로 기획재정부를 설득해야 하며, 이때의 논리를 개발하는 일은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의 몫이다. 국책연구기관으로서 KEI는 정부 예산이 공공사업에 투자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 

“바텀업 방식으로 45개 정책과제 도출”

▲ 김 성 준
건국대학교 교수
한국농공학회 회장
■ 김성준 교수 통합물관리 비전 포럼에 소속된 물 전문가, 관련 정부기관, 환경단체,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1년 6개월 동안 협력한 끝에 수량·수질·수생태·방재·거버넌스 등 5개 분야서 총 45개 정책과제가 바텀업(bottom-up) 방식으로 도출되었다.

보고서에서는 정책과제를 단기 과제와 중장기 과제로 구분하고 있는데, 2019년부터 당장 중장기 과제를 시작한다고 해도 시간이 모자라다. 중장기 과제라고 해서 나중에 시작할 것이 아니라 빠른 시일 내에 추진하여 꼭 완성해 나가야 한다.

물관리 일원화가 이뤄졌지만 하천 업무가 여전히 국토교통부에 남아 있듯이 농업용수 관리도 농림축산식품부에 남아 있다. 농림부는 지난 2000년 농지개량조합, 농조연합회, 농어촌진흥공사가 통합해 한국농어촌공사(당시 농업기반공사)로 출범하면서 농업인이 부담하던 수세(水稅)를 완전히 폐지했다.

농업용수 관리가 전적으로 국가의 몫이 되면서 용수 낭비가 심해지는 등 지난 20년간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 또한 농업용수 이용량에 대한 명확한 통계가 없다. 지금이라도 모니터링을 통해 정확한 자료를 산출해야 통합물관리에 접근할 수 있다.

이제 정부 의지와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 특히 국회의 도움이 중요한 만큼 환경부는 국회와 유기적인 관계를 잘 이어가야 한다. 또한 정책과제는 총 45개지만 핵심은 두 가지이다. 외부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물관리 국가정책을 실행하는 것과 내부적으로 물문제 해결능력을 키우는 현장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는 것, 이 두 가지 과제를 잘 해결해야 한다. 하나의 「물기본법」 하에서 추진되는 이러한 과제들이 큰 결실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효율성보다 일관성·유기성이 더 중요”

▲ 박 무 종
한서대학교 교수
한국방재학회 회장
■ 박무종 교수 물관리가 환경부로 일원화된 후 포럼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행정을 구체화시키는 일이다. 일원화 전 물관리가 치수, 이수, 환경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지금은 수량과 수질, 생태계를 중심으로 방재와 거버넌스가 곁들어져 있다. 조직이 일원화되면서 목적에 따라 큰 틀이 바뀐 것이다.

아쉬운 점은 통합물관리 정책방향에서 언급은 되고 있지만 방재 분야가 실제로는 크게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소하천 뿐만 아니라 지방하천, 국가하천은 모두 연계된 채 일관된 관리가 이뤄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 물 공급 위주의 거버넌스가 지나치게 강조되고 있을 뿐이다. 물관리 일원화의 가장 중요한 가치가 일관성임을 잊어선 안 된다.

다시 말해 일원화라는 것은 일관성과 유기성을 갖는 것이지, 반드시 효율성을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다. 특히 생명의 물 관점에서 본다면 효율성을 강조하기보다는 일관성과 유기성을 확보해야 한다.

사실 기후변화라는 외부 환경에 대해 가장 밀접한 시야를 보여주고 있는 것은 환경부가 아닌 행정안전부이다. 행안부가 소하천, 내수침수 등을 중요한 화두로 다루고 있는 반면, 이번 정책과제 45개 중 내수침수에 관한 것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행안부에서 주요하게 다뤄지는 소하천 관리나 내수침수에 대한 부분이 여기서는 소홀히 다뤄져 아쉬움이 크다.   

“올해 중순까지 조직개편 마무리”

▲ 차 은 철
환경부 통합물관리추진T/F팀장
■ 차은철 팀장 물관리 일원화 이후 환경부가 많은 질책을 받고 있다. 그 전과 비교해 사실 달라지는 게 없다는 지적과 함께 국민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무엇이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가장 큰 질책은 물관리 일원화 이후에 물관리를 어떻게 끌고갈 지에 대한 정책이 없다는 것인데, 이번에 발표된 로드맵을 좀 더 보완하여 추진한다면 국민도 만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물관리 일원화 이후 아직 조직개편이 완료되지 않아 서비스가 달라지는 모습을 볼 수 없다는 지적과 관련해 2019년 중순까지 조속히 조직개편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특히 2019년 6월에 국가물관리위원회가 구축되면 보다 많은 통합물관리 정책과제가 논의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때 농업용수 부분도 의제에 포함시켜 논의해 나가겠다.

이번에 통합물관리 비전 포럼에서 제안한 정책과제 45개와 관련해 2019년 말경 기본법에 따른 법정계획이 수립될 예정이다. 포럼에서 설정한 로드맵 내용이 이른바 국가물관리기본계획에 모두 반영될 수 있도록 환경부에서 노력하겠다.

 [『워터저널』 2019년 2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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