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의 날 특집  Ⅳ. 환경 분야 적정기술사업 성과 공유사례


“CFM 활용 여과기 설치하자 수질 크게 개선”


상수도 없어 배수지 탱크서 PVC 파이프로 물 공급…카이 최종 세척수 탁질 심각
마을 주민의 운영·관리 역량 강화코자 여과 시스템 매뉴얼·모니터링 도구 제작


▲ 김 남 수 국토환경연구원 부원장

Part 03. 라오스 북부 산간마을 카이팬 작업장을 위한 여과시스템 설치 사례

리 마을에 카이팬 작업 위한 LKCB 건설

국토환경연구원은 지난해 11월 26일 라오스 북서부에 위치한 리 마을(Ban LEE)에 카이팬 작업장을 위한 여과시스템 설치사업을 완료했다. 리 마을은 루앙프라방(Luang Prabang) 시내에서 북쪽으로 약 100㎞ 떨어진 남박(Nam Bak)시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다.

100여 가구가 거주하고 있는 이 마을의 총 인구수는 약 600명 정도이다. 초등학교는 있지만 시장과 병원도 없을 정도로 낙후된 곳이고, 전기는 들어오지만 상수도도 아직 연결되어 있지 않다.

리 마을은 주로 벼농사를 많이 짓는데 농한기(건기)가 오면 강에서 민물 김인 카이(Kai)를 채취해 가공하여 내다 판다. 가공한 김을 ‘카이팬(Kaipen)’이라고 하는데, 라오스 사람들이 즐겨먹는 주식 중 하나이다. 그런데 강의 수질이 깨끗하지 않아 여기에서 건진 카이팬을 판매하거나 직접 먹는 데에 어려움이 따랐고, 카이에 묻은 오염물을 씻어내기 위한 깨끗한 물도 부족한 상황이었다.

이에 라오스-한국 적정과학기술거점센터(LKSTC)는 라오스 북부 국립대이자 거점대인 수파누봉대학과 협력해 리 마을 여성연맹과 공동으로 카이펜 작업을 위한 마을기업인 LKCB(Ban Lee Kaipen Community Business)를 만들었다.

우리 정부는 지난 2015년부터 라오스에 라오스-한국 적정과학기술거점센터를 설치하여 낙후된 현지 상황을 고려한 맞춤형 적정기술을 지원해오고 있다. 적정기술은 경제적으로 자립이 쉽지 않은 곳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수익을 내고 부가가치를 남길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에 학교나 도로 등을 건설해주는 일회성 원조 사업과 다르다.

카이 최종 세척수의 탁질문제 심각

한국 연구팀은 현지 사정에 맞는 세척 및 살균 기술을 개발했고, 이를 통해 리 마을 주민은 기존에 카이를 가공하던 방식보다 더 위생적인 방식으로 카이팬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또한 거점센터는 제품 디자인 및 포장기술도 지원했는데, 라오스 내에서 상당한 호응을 얻었다. 현재 리 마을 주민들은 12월∼5월이면 이 작업장 시설을 활용하여 성공적으로 카이팬을 생산 및 판매하고 있다.

문제는 세척수의 탁질(濁質)이다. 카이팬 작업장에서 100m 떨어진 곳에 남박(Nam Bak)강이 흐르고, 400m 거리에 마을 배수지가 위치해 있다. 리 마을에는 상수도가 연결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높은 곳에서 내려온 물을 배수지 탱크에 모아뒀다가 이것을 PVC 파이프를 통해 마을 각 가구에 전달하여 사용하고 있다. LKCB 작업장에서도 이 물을 이용해 카이를 세척하는데, 최종 세척수의 탁질이 매우 높아 위생상 문제가 제기됐다.

▲ 라오스 북서부에 위치한 리 마을(Ban LEE)은 민물 김인 카이(왼쪽)를 채취해 가공한 김인 ‘카이팬(Kaipen)’을 판매하고 있으나 최종 세척수로 사용하는 배수지(오른쪽)의 탁질이 문제였다.

거점센터는 일차적으로 세척수 내 탁질을 제거하기 위해 수처리 전문기업 ReWATER가 보유하고 있는 특허기술인 ‘큐빅형 섬유상 여재(CFM, Cubic Fiber Media)’를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굉장히 작은 공극이 있는 섬유를 작게 잘라 칼럼(Column) 안에 넣은 후, 여재로 사용하는 여과 기술이다.

CFM은 모래여과보다 처리 효율 및 지속성이 좋고, 막여과보다 유지 관리가 쉬운 데다가 경제성이 높다. 또 기술 현지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라오스에 설치하기에는 CFM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됐다.

프리 타입, 교반기 없어 여재 세척시 불편

CFM을 활용한 급속여과 시스템은 기본적인 칼럼 안에 CFM을 넣고 아래에서 위로 물을 흘려보내면 여재를 통해 물이 여과된다. 이때 여재는 반영구적이기 때문에 세척하여 계속 사용할 수 있다. 다만 규모가 클 경우 여재를 꺼내고 넣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대개 칼럼 안에 교반장치를 설치해 자동 세척이 가능토록 하고 있다.

그런데 2017년 2월 중 LKCB 작업장 세척실 내 설치된 CFM 시스템인 ‘프리 타입(Pre Type)’은 교반세척장치 없이 여재와 아크릴 칼럼을 활용하여 구성되었다. 여과장치를 통해 미세부유물이 제거되어 최종 세척수의 수질은 향상되었지만 여재 세척 시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이 밖에도 공급용수 수질에 따라 다양한 여과단계가 필요하고, 건기에 수원지 공급용수가 부족해지면 작업장에서 100m 거리에 있는 메콩강 지류에서 전기 펌프를 이용하여 물을 끌어올려야 하는 등 개선사항이 다소 지적됐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토환경연구원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지원을 받아 ReWATER., 라오스-한국 적정과학기술거점센터와 함께 LKCB 작업장의 최종 세척수 개선을 위한 사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하게 되었다.

이들은 소규모 분산형 정수 시스템의 현지화를 통한 안전한 물 공급 및 최종 세척수의 수질 개선을 목표로 설정하고, 구체적인 목표 수질로서 탁도 5 이하를 달성코자 했다.

ReWATER 큐빅형 섬유상 여재 활용

▲ 국토환경연구원은 지난해 11월 26일 라오스 북서부에 위치한 리 마을(Ban LEE)에 카이팬 작업장을 위한 여과시스템 설치사업을 완료했다.

현지조사 후, 정수시스템은 두 종류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타입1’은 규모(지름 500㎜, 높이 1천500㎜)가 크고 교반기를 이용해 여재의 (반)자동 세척이 가능토록 구상했고, ‘타입2’는 배수지 활용 시 무동력으로 작동되면서 규모(지름 300㎜, 높이 1천㎜)가 작은 형태로 구상했다. 전반적으로 타입1’은 ReWATER가, ‘타입2’는 국토환경연구원이 맡아 사업을 진행했으며, 여재(CMF)는 공통적으로 ReWATER의 제품을 사용했다.

‘타입1’의 경우, 처음에는 칼럼 안에 교반기를 넣어 자체 세척하는 방식으로 구상했으나 정해진 기간과 예산 내에 제작이 어렵다는 관련 국내 업체의 의견을 감안해 측면 분사 방식으로 변경했다. 핵심 부품 제작은 국내에서 하되 나머지 본체는 현지 업체에 의뢰하기로 결정하고 현지 업체 섭외에 나섰으나 협상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고 그들의 기술 수준을 파악하기도 어려웠다. 현지 제작비는 국내와 비슷하게 소요됐으며, 일부 재료는 태국에서 수입해왔다.

‘타입2’는 배수지와의 높이 차로 충분한 압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펌프 없이 무동력으로 이용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 시스템은 현지(루앙프라방)에서 판매 중인 레진용 칼럼을 구입해 개조하여 사용했다. 레진 대신 여재를 활용하고, 여재 세척 시 쉽게 꺼낼 수 있도록 파이프를 추가했다. 또 유출구와 유입구를 개조하고, 기존에 장착된 스트레이너를 대체하기 위한 실리콘 스트레이너를 제작했다.

저류·침전 기능 갖춘 저류조 설치

또한 배수지에서 오는 물을 저장하거나 비상 시 강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수중펌프를 설치한 저류조가 필요했다. 저류 및 침전 기능을 갖춘 저류조를 구상한 후, 전체 여과 시스템 프로젝트에 대해 리 마을 주민에게 설명하고 작업장 소유권을 갖고 있는 남박여성연맹과 계약을 맺었다. 특히 저류조 위치, 유출구와 유입구 위치, 강물 유입 경로, 건축 방식 등과 관련해 주민의 의견을 적극 반영했다.  
 


전체 여과 시스템 설치는 2017년 11월 26일에 완료됐다. 기존 LKCB 작업장에는 카이를 세척하기 위한 3개의 물탱크가 있었다. 두 개는 1차 세척용이었고, 프리 타입(Pre Type)과 연결된 나머지 하나가 최종 세척용이었다. ‘타입1’은 1차 세척용 탱크와, ‘타입2’는 최종 세척용 탱크와 연결됐다. 지난 11월 25일 여과 후 탁도 변화를 알아보기 위해 시운전을 실시한 결과, ‘타입1’은 11.2에서 2.7로, ‘타입2’는 1.99로 수질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주민의 운영 및 관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라오어와 영어로 쓰인 14쪽짜리 여과 시스템 매뉴얼을 제작하고, 주민에게 설비 운전 및 관리 요령을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효율적으로 모니터링을 할 수 있도록 수질 기록용, 여과기 사용 기록용 등 체크리스트도 표로 만들어 전달했다.

또한 국토환경연구원 내부적으로 자체 기술 평가를 실시했다. 수요 적합성, 기술 적정성, 운영 및 관리를 위한 역량 강화 등 크게 세 부문으로 나눠 시기별(사업 발굴 단계, 사업 진행 중, 사업 완료 후) 자문자답하는 형식으로 이번 사업을 점검했다. 평가 후에는 부족한 부분을 보완 및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탐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워터저널』 2018년 6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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