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 Trend  통합물관리 추진 사회적 합의 어떻게 이룰 것인가

“통합물관리 절실…정치권도 협력해야”

2000년에 국가 주도 SOC사업 완료 후 물정책 전환 이뤄지지 않아 비효율 심각
시민의 삶과 생태적 건강성 회복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물관리 정책 거듭나야

▲ 염 형 철
환경운동연합 전 사무총창
물개혁포럼 공동 대표
 Part 02. 시민사회가 바라본 통합물관리 방향

 하나의 생명이자 완결된 유기체인 강

한강은 발원지인 강원도 태백 검룡소부터 시작되어 점차 퍼져나간다. 골지천까지 흐르는 동안 주변 고랭지 논밭에서 유입된 오염물질로 수질이 나빠지기는 하나 본래 강은 정화와 오염을 반복하며 흐른다.

문제는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강천보·여주보·이포보에 있다. 이 보를 건설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들었지만 소량의 전기 생산 기능을 제외하고는 환경 파괴만 유발하고 있어 지속해서 운용비용을 지출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다. 사회적 비용은 낭비하고 편익은 발생시키지 못하는 이러한 시설들의 존재를 잊지 말아야 한다.

팔당호 주변과 상류 또한 4대강 사업이 집중되면서 황폐화되었다. 그러나 강은 언제나 인간이 흐트러뜨린 것을 끊임없이 복원해 왔다. 1980년대 한강종합개발계획 이후 방치되어 온 팔당호 하류는 상류와 달리 점차 복원되면서 살아나고 있다. 이처럼 강은 하나의 생명이자 완결된 유기체로서 존재한다.

강 관리의 책임 주체 불분명해 혼란

한편, 한강에 대한 결정권을 가진 인사는 많지만 책임지는 단위는 없는데다가 논란과 갈등을 조율할 기관도 없어 혼란이 가득하다. 일찍이 통합물관리가 되었더라면 강 관리의 책임 주체가 분명했을 것이고, 행정 기관 간 소통이 있었더라면 지금의 물정책은 매우 달랐을 것이다.

시설의 효율은 더 높아졌지만 비용은 줄었을 것이고, 강이 주는 혜택은 보다 풍성했을 것이다. 또 발원지에서 하구까지 한강길이 연결되고 삭막한 강변과 제방 관리는 생태적으로 개선되었을 것이며, 하천 시설들은 주민과 안전을 위해 활용되었을 것이다. 공유지는 모두가 누릴 수 있는 친수공간으로 가꿔지고 나아가 강은 생활과 밀접한 곳으로 자리매김해 주민들의 삶의 질을 더욱 개선시켰을 것이다.

또한 환경부와 농림부 등 관계 기관이 수질관리에 협력했다면 현재 방치되어 있는 고랭지밭이나 도로변의 비점오염원도 관리될 수 있었을 것이다. 특히 환경부가 곳곳에서 매입한 토지는 전혀 관리되지 않은 채 나무만 빽빽하게 심어져 있다. 만약 지자체와 협력해 토지를 개방하면 더 의미 있는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 충주조정지댐과 같이 수질과 홍수관리에 부담을 주고 있는 댐과 보의 필요성도 더 따져볼 수 있었을 것이다.

생태적 관점 부족으로 사막화 심각

▲ 한강은 발원지인 강원도 태백 검룡소부터 시작되어 점차 퍼져나간다. 사진 왼쪽부터 검룡소, 정선 조양강 및 동강 모습. [사진제공 =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전 사무총창]

4대강 사업을 추진할 때 생태적 관점이 부족하다 보니 둔치의 식생을 밀어버려 많은 땅이 사막화되었고 생물 이동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제방을 건설해 생태계가 파괴되었다. 생태적 관점이 있었더라면 그간 열중했던 제초작업 대신 환삼덩쿨이나 가시박 같은 유해식물 제거에 힘을 쏟았을 것이고 지금보다 생태의 상태는 훨씬 나았을 것이다.

또한 국토부에서 조성한 여주 저류지가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국토부의 안내문에는 ‘본 지역은 하천의 급격한 수위 상승 시 본류 수위를 낮추기 위해 조성된 저수지 유입부로, 홍수 또는 상류 댐의 대규모 방류 시 안전을 위해 통행이 제한됨을 알려드린다’고 쓰여있다. 그런데 이 곳은 초기 우수 때 이미 차 버려서 수위 저감에 별다른 효과를 가져오지 못한다. 시설 자체도 부적절하지만 생태적으로도 좋지 않다.

지자체와 하천시설을 공유했다면 시설은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면서 치수, 생태, 용수 공급, 수자원 보호, 주민편의 제공, 안전 제고 등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 도시 계획에 지자체가 관여했다면 공공 부지와 경관이 일부에 사유화되지 않았을 것이고, 버려진 시설들의 처리가 더 용이했을 것이다.

이 밖에도 생활 행정과 물관리가 분리되어 있는 탓에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쓰레기는 강물에 쉽게 떠내려가기 때문에 조속한 처리가 필요하나 방치되어 있고, 시민들이 찾지 않는 터무니없는 곳에 체육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생활 행정과 연결되어 주민의 삶을 고려했다면 4대강 사업으로 엉뚱한 곳에 지어진 생태공원 사례와 같은 일은 추진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2000년에 국가 주도 SOC사업 완료

신속한 사회간접자본(SOC) 보급으로 국가의 경제 성장과 국민의 보건 위생에 기여했던 물정책은 20년 전부터 퇴행하고 있다. 국민의 삶은 안전과 풍요로부터 멀어졌고 생태계는 더욱 취약해졌다. 시설 운영에 드는 비용은 갈수록 늘고 있지만 국민의 불신은 급등하고 있다. 물정책은 이른바 붕괴 직전이며, 국가 체계의 작동을 교란하는 부담으로 변모했다.

▲ 일찍이 통합물관리가 되었더라면 강 관리의 책임 주체가 분명했을 것이고, 행정 기관 간 소통이 있었더라면 지금의 물정책은 매우 달랐을 것이다. 사진 왼쪽부터 남한강 충주호와 이포보 및 팔당호 모습. [사진제공 =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전 사무총창]

물정책 전환은 이미 20년 전에 실시됐어야 하는데 시기를 놓쳤다. 중앙 정부가 국가적 프로젝트로 추진했어야 할 댐, 제방, 광역상수도, 상하수도 시설 등의 건설은 대부분 2000년 즈음 완료됐기 때문이다. 그 이후 국가 주도로 만들어진 시설 대부분은 효용이 극히 떨어지는 불필요한 것들이었다. 예산만 낭비하는 이러한 개발 위주의 정책은 그만 끝내야 한다.

상수도 공급률 100% 달성과 같은 목표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앞으로의 물정책은 시민들의 수요에 답하는 방향으로 개편되어야 하며, 시민들이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물을 공급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중앙의 결단이 아닌 시민의 수용이 우선되어야 하고, 특정한 가치 보다 소통을 통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또 물정책은 시민의 삶과 생태적 건강성 회복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거듭나야 한다. 유역 중심 통합물관리를 통해 이러한 것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물관리 일원화, 20년째 계속 진행형

지금 정치권의 행태는 그야말로 가관이다. 현 정부는 국토부의 수자원 업무를 환경부로 이관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을 추진했으나 국회는 이를 처리하지 못하고 두 차례나 연기했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논의를 위해서라면 정치권의 공전(攻戰)은 얼마든지 수용할 수 있지만 현재 자유한국당의 행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번 법 개정을 4대강 사업에 대한 보복으로 규정한 자유한국당이 물관리 일원화를 적극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하천부분은 국토부에 남기고 나머지만 환경부로 옮기자’는 식의 의견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업무 구분에 있어 복잡할 뿐만 아니라 통합물관리의 취지를 고려할 때도 결코 타당하지 않다.

물관리 일원화와 관련해 20년째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는 논의와 여러 사회 진영에서의 합의를 이런 식으로 폄하하는 것은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고 판단된다. 또한 자유한국당의 반발이 있기는 있지만 그들을 설득하지 못한 채 번번이 협상 카드로만 쓰고 있는 정부 여당도 반성해야 한다. 여당의 이러한 태도는 사실상 통합물관리를 포기한 것과 다름 없다.

기득권의 무능력으로 물정책 골병

최근 1년간 국토부의 관련 인사업무는 마비상태였고, 환경부와 지자체 등도 관련 정책을 결정하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에 놓여 있다. 이 상황에서 오는 혼란과 예산 낭비를 가볍게 넘기기 어렵다. 결국은 기득권과 무능력이 어우러져 물정책의 전환을 발목 잡고있는 형국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내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환경부로 물을 일원화하는 것에 부정적인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책임과 권한이 정부에 있는 현 상태에서 통합물관리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굉장한 혼란을 유발할 수밖에 없으며, 여당의 주장을 반대해가며 통합물관리를 지체시킬 정도의 근거가 되기 어렵다.

통합물관리를 4대강 사업에 대한 정치적 보복이라 여기고 반대하는 자유한국당과 자유한국당에 밀려 강한 의지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여당으로 인해 물정책은 골병이 들고 있다. 따라서 통합물관리에 대한 정치권의 신속한 결단과 합의가 요구된다.

▲ 물정책은 시민의 삶과 생태적 건강성 회복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거듭나야 한다. 사진은 김포시 한강 하구 모습. [사진제공 =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전 사무총창]

또한 시민사회에서 저항의 걸음을 시작할 때이다. 그동안 정치권의 무능과 일탈을 방치했던 것에 대해 시민사회도 책임을 통감하고, 정치권의 역할을 기대하며 방관하던 자세에서 저항하는 태도로 전환하여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나서야 한다.

마침 지방 선거(2018년 6월 13일 예정)가 당장 90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에서 통합물관리를 쟁점으로 삼고, 이를 방해한 정치세력에 대한 심판을 천명해야 한다. 특히 상징적인 몇몇 지자체장에 대해서는 낙선운동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시민사회는 통합물관리를 이슈화시키기 위한 활동을 전개해 나가야 한다.

이와 관련해 자유한국당은 대증적(對症的) 태도를 버리고 「정부조직법」 개정에 적극 협조해야 하며, 정부 여당은 좀 더 책임감 있는 자세로 사안을 진행해야 한다. 이 가운데 바른미래당 등도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즉, 정치권은 국민의 불안과 불편에 대한 책임을 궁극적으로 인식하여 통합물관리를 추진하는 데 조속히 협력해야 한다. 

[『워터저널』 2018년 5월호에 게재]

저작권자 © 워터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