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 Trend  통합물관리 추진 사회적 합의 어떻게 이룰 것인가

“포용적 행정제도 구축 통합물관리 유도 필요”

공정한 과정 통해 모든 이해관계자의 수긍 확보하는 합의 형성 지향
유역별 이해관계 달라 개별성 가져…독립성 유지하되 통합적 운영해야

▲ 김 광 구
경희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한국갈등관리학회 이사
Part 01. 통합물관리 위한 사회적 합의 방안

 물은 독점·지배 대상 아닌 모두의 것

현재 권력은 중앙정부, 지방정부, 국회, 시민단체, 언론, 시민 등이 공유하고 있다. 이와 같이 권력이 공유된 사회에서는 정책을 누구 혼자서 주도할 수 없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가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 합의 없이 사회의 진전이나 진보, 문제 해결을 이루기는 어렵다.

앞서 통합물관리 비전포럼은 ‘인간과 자연이 함께 누리는 생명의 물’을 통합물관리 국가 비전으로 수립했다. 물은 독점이나 지배, 배제의 대상이 아닌 ‘모두의 물(Water for all)’인 것이다. 그런데 물관리는 단일 해답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난제 중의 난제(wicked problem)’이다. 어느 한 부처나 기관, 하나의 정책으로 해결할 수 없다. 오직 이해당사자 간 점진적인 합의를 통해 해결 가능하다.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는 과거에 일하던 방식이나 관행, 적폐를 단절하려는 의지를 천명함으로써 얻어낼 수 있다. 예를 들어 물은 일방적으로 다룰 수 있는 대상이 아님을 받아들여 과거에 해왔던 방식과의 단절을 천명하고 물정책의 전환 패러다임을 만들겠다고 표명하는 것이다. 그럴 때 사회적 합의는 진전한다.

‘같이의 가치’ 통해 함께 문제 해결

또한 이해당사자 간 ‘같이의 가치’를 공유함으로써 사회적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 물이라는 난제는 혼자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함께 해결할 수밖에 없는데, 이때 ‘공감’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에서 격렬한 논의가 이어졌던 낙태문제의 경우도 찬성과 반대측 대표가 만나 피임 공동활동을 전개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은 사례가 있다. 이처럼 같이 해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물은 ‘모두의 물’이기 때문에 누구를 배제해서도, 누가 배제를 당해서도 안 된다. 물은 모두를 포용하므로 이해관계에 있는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기저 위에서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이때의 거버넌스는 기계적이고 편향적인 구성을 지양하고 포용적이고 균형적이며 공정한 기반을 바탕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물관리 일원화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였던 데다가 많은 전문가들과 환경단체의 공감을 얻고는 있지만 일반 국민과 지자체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 물의 최종 소비자인 국민이 물관리 일원화(통합물관리)에 대해 얼마만큼 인식을 하고 있고, 또 필요성에 공감을 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높은 수준의 사회적 합의는 일반 국민의 공감을 바탕으로 도모된다.

▲ 물은 ‘모두의 물’이기 때문에 누구를 배제해서도, 누가 배제를 당해서도 안 된다. 물은 모두를 포용하므로 이해관계에 있는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기저 위에서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사진은 금강 모습.

사회적 합의는 거버넌스 구축이 관건

그간 통합물관리 비전 포럼의 유역별 발제 내용을 보면 공통적으로 유역별 거버넌스를 추구하고 있다. 결국 사회적 합의는 거버넌스 구축이 관건인 것이다. 다자간 대화 협의체로서 거버넌스를 구축하기 위해선 앞서 말했듯 포용적인 구성 형태를 취해야 하며, 민주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공감과 합의에 의한 결정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룰 수 있다. 다만 포용·민주·공감(합의)이라는 세 가지 기본 원칙을 준수하고 실행하는 것은 이해당사자의 몫이다. 이 조건들이 이해당사자에게 공유되어 도움이 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이해당사자 간 이해관계가 대립하고 충돌하는 상황에서 회의를 주도하는 회의진행자의 운영 및 진행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 이해관계를 제대로 조율할 수 있는 충분한 자질을 갖춘 운영자에 의해 보다 매끄럽게 사회적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 편향성을 띤 회의진행자는 논란의 대상이 될 뿐이다.

숙의 과정의 공정성 통해 합의 형성

한편, 합의 형성(Consensus-building)이란 만장일치를 지향함으로써 모든 관련자들의 이해를 충족하기 위한 진정성 있는 노력과 과정을 말한다. 대화와 숙의를 통한 공감 형성 과정에서 합의를 얻어낼 수 있는데, 이는 숙의 과정의 공정성을 통해 만들어진다.

합의는 100% 만장일치가 아니다. 대신 공정한 과정 속에서 ‘수긍’을 얻어내야 한다. 수긍은 다수결, 즉 한두 표 차이가 아닌 압도적인 다수결을 통해 확보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다시 말해 합의에 이르기 위해서는 공정성 있는 과정과 운영을 통해 이해당사자의 수긍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2017년 10월 24일자 한국일보에 게재된 이종필 건국대 상허교양대학 교수의 사설이다. 이 글에서 이 교수는 “나는 신속한 탈원전을 지지하는 입장이라 59.5% 대 40.5%로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를 선택한 공론화위원화의 최종 결과가 달갑지는 않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러나 이 결과를 받아들이는 내 마음이 아주 불편하지는 않다. 석 달이라는 공론화 과정 기간이 아주 넉넉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충분히 납득할 만한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라고 사견을 밝혔다.

여기서 ‘충분히 납득할 만한 과정’이라는 문장을 눈여겨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수긍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마음이 완전히 돌아서지는 않았지만 충분한 과정을 통해 이해를 하겠다’는 표현이 바로 ‘수긍’인 것이다.

▲ 물관리는 단일 해답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난제 중의 난제로 어느 한 부처나 기관, 하나의 정책으로 해결할 수 없으며 오직 이해당사자 간 점진적인 합의를 통해 해결 가능하다. 사진은 안동시를 관통하는 낙동강 전경.

모두가 동의하는 객관적 물 현황 공유

공정한 과정이 되기 위해선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서로 관점이 다른 이해당사자가 만나는 것이기 때문에 합의된 운영 원칙에 기반해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 또 균형 잡힌 정보가 공개 및 공유되어야 하며,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증거를 바탕으로 충분한 토론과 숙의가 진행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서로를 설득하고 이해함으로써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 이것이 전제될 때 공정한 과정을 거쳐 합의를 도출할 수 있다.

이때 공감의 대상이 무엇인지도 중요하다. 통합물관리의 필요성을 주창하기 이전에 모두가 동의하는 우리나라 물의 현황부터 일반 국민과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물이 처한 ‘객관적인’ 상황이나 그간 물을 어떻게 다루어 왔는지, 또 어떻게 다루어 가야 하는지를 설명하고 이해시킴으로써 통합물관리에 대한 공감을 얻을 수 있다. 나아가 각 유역별 전 국민 대상 순회공청회를 실시하여 공감대를 한 차원 더 높일 수 있다.

여기서 유역은 한강, 낙동강, 금강·동진강·만경강, 영산강·섬진강, 제주권역으로 구분되며, 이는 다시 상류·중류·하류·지류로 나뉜다. 그런데 유역별 처한 상황과 조건이 다를 수밖에 없다. 즉, 유역별로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각 유역은 특수성과 개별성을 가진다. 따라서 유역별 거버넌스는 독립성을 갖되 통합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포용적 행정제도 구축해 갈등 예방

앞서 말했듯 사회적 합의의 핵심은 거버넌스 구축이다. 통합물관리 비전 포럼은 그간의 활동을 통해 통합물관리의 비전·목표·전략을 모두 마련했으며, 이제 유역별 실행체계 및 실천방안을 모색할 차례이다. 이는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모인 유역별 거버넌스를 통해 도모할 수 있다.

유역별 거버넌스는 이해관계자들과의 협력을 통해 성공적인 경험의 장이 될 수 있다. 우선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공동의제를 발굴한 후, 함께 논의·검증·모니터링의 과정을 거쳐 실행까지 이어져야 한다. 이러한 실천적인 체계가 만들어질 때 합리적으로 합의된 관리방안 및 규제를 창출할 수 있다. 이때 이해관계자들은 스스로 역할을 정립할 수 있어야 한다.

▲ 통합물관리 비전 포럼은 그간의 활동을 통해 통합물관리의 비전·목표·전략을 모두 마련했으며, 이제 유역별 실행체계 및 실천방안을 모색할 차례이다. 사진은 2017년 7월 10일 서울 엘타워에서 개최된 ‘통합물관리 비전 포럼’ 출범식 모습.

한편, 2016년에 발표된 연구논문 「갈등내재화 위한 포용적 행정제도 구축전략(김광구 외 2인)」에 따르면 21세기 사회는 특정 이슈와 관련된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여 대화와 협력을 통해 합의를 형성해 낼 수 있는 비정형적·상황적·이슈 중심적·비공식적 정부형태의 거버넌스를 설계해 내고 운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 사회는 갈등을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를 포용하며 발전해 왔다. 이러한 ‘포용적 행정제도’는 정부(공무원)의 일하는 방식을 개선함으로써 실현할 수 있다. 시민이 원하는 것은 실생활에서 정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주도하는 일방적인 방식을 벗어나 정책의 구상단계에서부터 이해관계자가 함께 참여하는 쌍방형 행정체계를 마련해 나가야 한다. 행정과정의 민주화를 강화함으로써 갈등을 해결할 수 있으며, 행정민주성 강화는 경제민주화나 정치민주화만큼이나 중요하다.

공무원, 정책과정 설계자 되어야

또한 정부는 갈등을 내재화할 수 있는 체제로 조속히 전환해야 한다. 그간 정부는 갈등이 증폭되고 나서야 관리에 나서는 악순환을 반복해 왔다. 이는 권한 및 예산, 전문성 등이 없는 갈등현장의 구조적 한계에서 기인한 것이다. 이러한 적폐를 청산하고 갈등을 사전에 예방하거나 관리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드는 것이 정부의 기본 소임이다. 정부는 사후가 아닌 행정결정과정 중에 갈등관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정부의 의사결정구조 및 행정절차의 재설계가 시급하다. 현재 통합물관리 비전 포럼만 봐도 결국은 포럼일 뿐, 정부조직이 아니다. 보다 진전된 높은 수준의 문제해결능력을 갖추기 위해선 정부 내부적으로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구조가 필요하다.

이러한 행정조직 상에서 장기적으로 갈등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 아울러 행정체제가 포용적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공무원의 역량 배양이 요구된다. 앞으로의 공무원은 정책 생산자에서 정책과정 설계자가, 정답 제시 전문가에서 올바른 과정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앞으로는 이해관계자에게 정답을 강요하는 대신 공감을 앞세워 문제해결의 필요성을 공유해야 하며, 그간의 폐쇄적이었던 정책과정에서 탈피해 개방적이고 협력적인 거버넌스의 장을 만들고 대화의 장을 설계해야 한다. 

[『워터저널』 2018년 5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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