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근 박사

류재근 박사 칼럼


아침에 물 섭취 시 주의할 점


▲ 류 재 근 박사
·본지 회장
·국립한국교통대학교 명예석좌교수
·(사)한국환경학술단체연합회장
·(사)한국환경분석학회 명예회장
·(전)한국물환경학회장(현 고문)
·(전)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6,7대)
·(전)국립환경과학원장
·(전)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수돗물. 수도꼭지를 틀면 언제든지 나오는 수돗물. 이 물은 항상 똑같은 상태일까? 실제로 하루 종일 상태가 좋은 물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하루 중 가장 상태가 좋은 물이 나오는 시간은 밤이다. 그렇다고 해도 밤에도 아침에도 같은 물이라고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다음의 상황을 생각해보자.

여행에서 돌아와 무심코 집의 수도꼭지를 틀었을 때나 어린 시절 여름방학이 끝나고 학교에서 물을 마시려고 할 때 붉은 물이 나왔던 경험은 1990년대 초에나 있을 법한 이야기였다. 그러나 요즈음에도 대학교에서 실험실 수도꼭지를 틀었을 때 붉은 물이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처럼 붉은 물이 나오는 원인은 대부분 철분성분 때문이다. 가는 수도관에 물이 장시간 머물러 있으면 관에 사용되는 철분이 녹게 되고, 이 철분의 농도가 높아지면서 물이 붉어지게 된다. 이와 비슷한 현상은 아침 무렵 가정의 수도꼭지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아침에 처음 나오는 물은 밤새 수도관에 들어있었던 물이기 때문이다.

집을 지을 때 사용하는 수도관의 종류는 PB관, 쇠파이프, PVC관, 스테인리스관 등인데 대부분의 관에서는 이물질이 발생하지 않지만 주철관(쇠파이프)은 사용 시 이물질이 발생한다.

수돗물이 수도관을 녹이는 원인은 다양하지만 정수장에서 약품처리하는 것도 주요 원인 중 하나이다. 예를 들어 염소를 많이 넣으면 염소가 물과 반응하여 차아염소산과 염산을 만든다. 이 차아염소산이 강한 산화작용에 의해 직접 수도관을 부식시키는 것이다. 참고로 우리나라 물은 약알칼리성이다.

수도관에는 철 외에도 아연, 납, 구리 등이 사용되고 있다. 과거에는 수돗물에 흰색이 보일 경우 아연이 녹아 있다고 생각했다. 강관이 녹아 내린 물은 녹색으로 보인다. 그런데 철과 아연, 구리와 달리 납이 녹아있는 물은 몸에 위험하다. 미량으로 녹아 있다고 해도 장기간 섭취를 계속하면 무서운 납중독에 걸리게 된다. 물론 납이 수돗물에 용해되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수도관에 납을 사용하는 일은 없다.

다시 돌아가 붉은 물이 나오는 사태에 대처하기 위한 방법은 간단하다. 아침에 2분 정도 힘차게 수도꼭지를 틀어 놓으면 밤새 수도관에 쌓여 있던 물이 다 쏟아져 나오게 된다. 아침에 처음 받는 물은 결코 식수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수돗물을 맛있는 물로 만들기 위해서는 저녁에 주전자에 물을 받아 활성탄을 넣으면 된다. 그러면 아침에 마셔도 맛도 좋고 염소냄새도 나지 않는다. 매일 저녁마다 이와 같이 물을 처리해서 먹으면 좋다. 우리나라는 수돗물에 보리차, 옥수수를 넣어 끓인 다음 식혀서 먹기도 하는데 이 또한 좋은 물이 된다. 수돗물에 대해 근심만 하지 말고 위의 사항을 잘 파악하여 마시면 안전한 물을 언제든 섭취할 수 있다. 

[『워터저널』 2017년 12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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