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 박사

김동욱 박사 정책제언


“중소규모 저수시설, 산간지역에 설치 적합”


여름철 강우 집중돼 갈수기 물부족 심각…인공저수시설로 수자원 절대량 늘려야
중소규모 저수시설 통해 홍수시 하류 범람 방지  및 윤택한 산림생태계 조성 가능

 

▲ 김 동 욱 박사
•한국물정책학회장
•본지 논설위원
•전 강원대 환경공학부 교수
•환경부 기획관리실장·상하수도국장·수질보전국장 역임
 산간지역에 중소규모 저수시설 설치 방안

중소규모 저수시설과 산지지형

우리나라는 국토면적의 약 70%가 산지이며, 오랫동안 강우의 침식을 받아왔기 때문에 비교적 낮은 산지가 많다. 상대적으로 해발 고도가 높은 산들은 주로 신생대에 형성된 함경산맥, 낭림산맥, 태백산맥에 속해 있다.

우리나라는 경동성 요곡운동(傾動性 撓曲運動)으로 태백산맥과 함경산맥을 기준으로 동쪽은 급경사면을 이루고 서쪽은 완경사면을 이루어 동서 간에 비대칭적인 지형이 형성되었다.

동쪽의 산지는 해발 고도가 높고 연속성이 뚜렷한 반면, 낭림산맥과 태백산맥에서 남서 방향으로 뻗은 산맥들은 상대적으로 융기가 작고 오랫동안 풍화와 침식 작용을 받아 비교적 해발 고도가 낮다. 이들 산맥은 구릉성 산지가 많으며 하천에 의해 산줄기의 연속성을 잃고 부분적으로 끊기는 경우가 많다(고등교과서 한국지리).

여기서 말하는 ‘중소규모 저수시설’이란 저수용량이 작게는 수백㎥에서 크게는 수십만㎥에 이르는 규모의 저수시설을 말한다. 중소규모의 저수시설은 산지지형에 설치하기 적합하다. 특히, 우리나라의 산간지역은 중소규모 계곡이 많아 중소규모의 저수시설을 설치할 만한 적지가 많다([그림 1] 참조).

 
중소규모 저수지와 산지생태계

산지생태계는 대표적인 육상생태계 중의 하나다. 우리나라의 산지생태계는 풀과 나무를 주요 생산자로 하고 육지 야생동물을 주요 소비자로 하는 비교적 단순한 생태계라고 할 수 있다. 단순생태계란 생물다양성이 낮은 생태계를 말한다.

우리는 흔히 늪지 등의 습지를 생물다양성의 보고라고 한다. 생물다양성의 보고란 생물다양성이 높다는 것을 말한다. 늪지의 생물다양성이 높은 것은 늪지생태계와 늪지 주변의 육지생태계가 상호작용하여 수생식물, 반 수생식물, 육지식물 등으로 식물종의 다양성이 높아지고 물고기 등 늪지 수생동물과 늪지와 육지를 오가는 양서류 등 동물종의 다양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산지에 저수지와 같은 수체(water body)가 생기면 그것이 늪과 같은 생태적 기능을 하기 때문에 단순 산지생태계를 생물종다양성이 높은 복합생태계로 만들어 산지의 환경적인 완전성을 높일 수 있다([그림 2] 참조).

 
산지에 밀생한 초목, 수원함양 기능

우리나라의 산지는 강우를 저장할 수 있는 지하 대수층이 거의 발달되어 있지 않거나 있어도 빈약하고 경사가 급한 산지지형이 대부분이다. 거기에 더하여 강우가 여름철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인공적인 강우 저장시설의 설치가 수자원 확보를 위한 유일한 수단이 되어 왔다.

우리나라 산업화의 초기인 1960년대 말부터 소양댐, 충주댐 등 대규모 인공저수시설이 건설된 것은 필연이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는 대규모 댐의 건설은 그 적지를 구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주민 이주나 역사적인 유적지, 희귀 생태계 등의 수몰 가능성 때문에 대단히 어렵거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우리나라와 같이 좁은 국토면적에 산지지역이 70%인 나라는 세계 어느 곳을 찾아보아도 드물다. 그러나 산지지형을 잘 활용하면 평지지형이나 평야보다 훨씬 큰 효용을 얻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산지 개발을 보면 목재와 같은 산림식물의 생산물은 직접 가치가 거의 제로(0)에 가깝다. 우리나라의 목재 수요 중 자급하는 목재의 양은 수입하는 목재의 양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다. 이는 우리나라 산림의 직접적인 경제적 가치가 매우 작다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 산지와 산림의 가치는 목재생산과 같은 직접적인 가치의 창출보다는 물 함유 등 간접적인 가치가 훨씬 크다. 산림은 수원함양기능, 대기정화기능, 토사유출방지기능, 산림휴양기능, 산림정수기능, 토사붕괴방지기능, 야생동물보호기능 등의 경제·환경적 효과가 있다. 그리고 산림청이 2007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산림의 가치는 66조 원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추산일 가능성이 있다.

한국전쟁 직후의 남한을 생각해 보라! 벌거벗은 산에 홍수 때는 붉은 토사가 강을 메우고 가뭄 때는 논바닥이 쩍쩍 갈라지는 참혹한 광경을…. 이것을 극복한 가장 큰 원인이 산지의 녹화다. 지금은 산에 풀과 나무가 밀생(密生)하여 사람이 뚫고 들어가기가 힘들 정도다. 우리나라 산림은 수원함양기능, 토사유출방지기능 등 수자원의 확보와 수질보호기능만 하더라도 66조 원의 몇 배에 달하는 가치가 있다.

지난 5년간 연평균 강우량이 1천㎜ 이하인 해가 2년 연속 계속되었고 우리나라에 대량의 수자원을 공급하는 태풍도 없었지만, 그동안 우리나라가 가뭄의 고통을 면할 수 있었던 것은 산지에 밀생한 초목의 수원함양기능 덕이었다.

국제연합(UN)이 우리나라를 ‘물 부족국가’로 분류하고 있다고 흔히 말한다. 이것은 일면의 진실일 수는 있으나 전면적인 진실은 아니다. 우리나라가 물 부족국가가 될 가능성은 우리가 물관리를 잘못했을 때 커질 수 있다.

갈수기 대비한 수자원 정책 펼쳐야

우리나라의 연간 수자원공급총량(강우량) 1천300억㎥ 중 땅에 떨어지는 수자원량은 860억㎥(66%)이다. 그 중 댐과 저수지 등 인공 저수시설의 저수량이 130억㎥(10%), 평상시 하천유출량이 380억㎥(29%), 홍수 시 바다 유실량이 350억㎥(27%)이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의 사용 가능한 수자원량은 평상시 하천유출량과 저수시설 저수량의 합계인 510억㎥로, 그 중 약 340억㎥는 생활용수, 공업용수, 농업용수 등으로 사용되고, 나머지 170억㎥는 생태계 유지용수로 사용된다.

이러한 물 수지는 평수기일 경우 그대로 적용될 수 있으나 갈수기에 적용하면 ‘물 부족’이 발생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수자원정책은 갈수기를 대비한 정책이 되어야 한다. 갈수기에 대비한 수자원정책의 핵심은 수자원의 절대량을 늘리는 것이다.

수자원의 절대량을 늘릴 수 있는 대상은 홍수 시 바다로 유실되는 350억㎥ 중 일부가 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산림의 수원함양능력이나 대수층에 의한 지하수 함양능력은 한계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인공저수시설의 설치가 홍수 시 바다 유실량을 잡아둘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또한 대형 댐과 같은 저수시설은 적지를 찾기 힘들고 주민 이주나 생태계의 파괴, 농지의 수몰과 같은 해결이 어려운 문제들이 발생하기 때문에 설치가 어렵다. 그 대신 상류의 산간지역에 중소규모의 저수시설을 건설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산간지역에는 상류에 오염원이 없고 주민들이 살지 않으며 농토도 없고 생태계도 대부분 단순한 산지생태계이기 때문에 환경적으로도 큰 문제가 없다.

산간지역에 중소규모의 저수시설을 건설하면 홍수 시에는 하류의 범람을 방지하고 갈수기에는 하류의 하천과 호소에 물을 공급할 수 있다. 또한 산간지역에 설치된 중소규모의 수체(water body)는 산림생태계를 윤택하게 할 수 있다.

▲ 산간지역에 중소규모의 저수시설을 건설하면 홍수 시에는 하류의 범람을 방지하고 갈수기에는 하류의 하천과 호소에 물을 공급할 수 있으며, 산간지역에 설치된 중소규모의 수체(water body)는 산림생태계를 윤택하게 할 수 있다.

중소규모 저수시설의 환경영향평가

이와 같은 산간지역의 중소규모 저수시설 설치는 수자원 확보라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환경적으로는 반드시 긍정적인 효과만 있는 것이 아닐 수 있다. 산지생태계 중에서도 희귀 생태계나 천연기념물 서식지 등 법령에 규정된 생태계 등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환경영향평가가 필요하다.

환경영향평가의 주요 대상은 첫째, 수자원 확보의 기술적 가능성과 효율성이다. 기술적 가능성은 지형, 지질 등의 측면에서 댐의 건설 가능성, 저수지설의 물이 하류 하천의 지표수나 호소에 미치는 영향 등에 관한 분석이다. 효율성은 저수시설의 건설, 유지, 관리 비용에 대해 확보된 수자원의 가치 비율이다. 둘째, 저수시설의 설치에 의해 새로 창조되는 생태계가 기존의 주변생태계에 미치는 영향과 창조된 생태계의 가치다.

이러한 중소규모 저수시설의 설치는 철저한 전국적인 사전조사가 필요하다. 우리나라가 갈수기의 물 부족을 극복하고 물 부국, 물 강국이 되려면 수자원관리에 대한 백년대계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조사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가칭 ‘전국수자원조사단’을 만들어 중장기적으로 산간지역의 저수시설뿐만 아니라 지하수, 강변여과수, 저장저수지 등에 대한 종합적인 기초조사를 해야 한다.

물로 먹고사는 우리나라에 수자원에 대한 체계적인 기초조사 자료가 지금까지 없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물은 생명이며,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물은 우리의 생존과 번영을 좌우하는 자연자원이다. 

산간지역에 중소규모의 저수시설을 건설하면 홍수 시에는 하류의 범람을 방지하고 갈수기에는 하류의 하천과 호소에 물을 공급할 수 있으며, 산간지역에 설치된 중소규모의 수체(water body)는 산림생태계를 윤택하게 할 수 있다.

[『워터저널』 2017년 11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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