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 박사

김동욱 박사 정책제언


“구조적 저영향개발기법 활용해 수문변화 감축”


도시 건설이 자연의 물순환 변화시켜 수중생태계 파괴·수질오염 유발
시민 동선 최소화한 밀집도시 구축…불투수면적 감소·대기오염 방지 가능


▲ 김 동 욱
• 한국물정책학회장
• 본지 논설위원
• 전 강원대 환경공학부 교수
• 환경부 기획관리실장 역임
• 상하수도국장 역임
• 수질보전국장 역임
 도시 물순환의 개선

생태계, 생산자·소비자·분해자로 구성

생태계란 생물과 다른 생물 그리고 그 생물들이 살고 있는 무생물적인 환경의 상호작용체계를 말한다. 생태계의 생물적 구성요소로는 생산자, 소비자 및 분해자가 있다. 생산자 또는 독립영양생물로는 녹색식물, 광합성조류 등 광합성 식물과 광합성 세균, 화학합성세균 등 광영양박테리아가 있다.

소비자 또는 종속영양생물로는 동물, 원생동물, 균류, 박테리아 등이 있으며, 이들을 1차·2차·3차 소비자 등으로 분류한다. 분해자로는 부생균류, 박테리아 등이 있으며, 물질을 분해·순환시켜 생산자에 공급하고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연결고리 역할, 즉 유기영양소 순환의 필수 기능을 수행한다.

도시에는 자연생태계가 없다. 도시체제를 자연생태계에 비유하면 생산자는 직장과 공장, 사용자는 가정, 분해자는 하수처리장 등 오염물질 처리시설에 비유될 수 있다. 자연생태계와 같이 도시생태계도 천이(遷移)한다.

미숙도시생태계는 구조적인 다양성은 낮고 생산성은 높으며, 급격한 인구 증가와 공간적으로 분산되어 있어 공간적인 효율은 낮다. 또한 경제성장률은 높으나 에너지효율을 낮으며, 물질순환율은 높고 재순환율은 낮다.

이에 비해 성숙도시생태계는 구조적 다양성이 높으며 생산성은 안정적이다. 인구는 밀집되어 있어 공간적 효율이 높으며 물질순환율은 낮고 재순환율은 높다.

지속 가능한 도시생태계 특징

지속 가능한 도시생태계란 성숙도시생태계의 특성을 가진 도시생태계를 말한다. 성숙도시생태계는 높은 구조적 다양성, 높은 인구 밀도, 밀집된 공간적 분포, 높은 에너지 효율, 높은 물질 재순환율이 특징이다.

‘구조적 다양성’이란 중·저·고층의 구조물이 혼합되어 있다는 것이고, 높은 에너지 효율이란 냉난방, 교통, 산업 등에 사용되는 에너지의 절약 및 대체에너지 활용 등을 말한다. ‘물질 재순환율’이란 물질의 재활용, 재이용 등을 말한다.

‘지속 가능한 도시생태계’란 공기, 물, 토양 등 도시 주변의 자연생태계가 도시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의 유입, 수문 변화 등을 그 본질이 변화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수용할 수 있는 경우의 도시생태계를 말한다.

도시 건설이 육지·수중생태계 파괴

지구의 물은 태양에너지에 의해 바다와 육지의 물이 대기 중으로 증발하여 다시 바다와 육지에 비와 눈의 형태로 떨어지면서 순환한다. 육지에 떨어진 비와 눈의 일부는 다시 대기 중으로 증발하고 나머지는 지표수와 지하수의 형태로 육지를 흐르다가 일부는 지하의 대수층 또는 지표의 호소 등에 저장되고 나머지는 바다로 흘러든다. 이렇게 지구의 물은 순환한다.

이와 같은 자연의 물순환에 의해 육지에는 육지생태계가 형성되어 번성한다. 도시의 건설은 이러한 자연의 물순환을 변화시켜 자연적인 육지생태계를 교란 및 파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육지의 전형적인 자연적 물순환 중 강우, 증발, 지표수, 지하수의 분포를 보면 증발 46%, 지표유출 12%, 지하침투 42%이다. 그러나 도시지역의 물순환은 증발 12%, 지표유출 81%, 지하침투 7%이다.

이러한 도시지역의 수문변화는 유입하천의 건기유출량 감소, 홍수위 상승, 육지 비점오염물질의 하천유입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것은 강우 시 홍수 발생, 건기유출량의 감소 내지 고갈로 인한 수중생태계 교란 및 파괴, 강우 유출 시 도시 비점오염원에 의한 하천 수질오염을 유발한다.

불투수면적 증가해 도시 수문변화

도시 수문 변화의 가장 큰 원인은 아스팔트 등에 의한 포장이나 건물 등 구조물로 인한 강우 시 불투수면적의 증가다. 불투수면적의 증가는 강우의 지표유출을 80% 이상의 수준으로 증가시켜 홍수 발생, 생태계 파괴, 비점오염물질 오염, 건기유출량 급감으로 인한 하천생태계 파괴 등을 야기한다. 불투수면적의 비율과 지표유출량의 관계를 보면 불투수면적이 0%, 10%, 30%, 80%일 때 지표유출량은 각각 10%, 20%, 30%, 65% 수준이다([그림 1] 참조).

도시 수문 변화의 또 다른 원인은 도시 토지의 식생 피복이다. 식생 피복은 강우의 지하침투와 저류, 증발산 등의 자연적 수문 기능과 비점오염물질의 하천 유입을 감소시킬 수 있다.

 
저영향개발 통해 투수면적화 도모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도시 수문변화에 대한 대책으로 저영향개발(Low-impact development, LID)이 있다. 이 기법은 도시 우수를 지하로 침투시키거나 지하 또는 지상 저류 등을 통해 도시화에 따른 수문 변화를 최소화하기 위한 도시개발기법이다. 이 기법의 핵심은 도시화에 따른 불투수면적을 투수면적으로 만들고 도시 토지의 식생 피복 면적을 확대하는 것이다.

도시 토지의 불투수면적 중 투수면적화가 가능한 것은 포장도로이다. 불투수성 포장도로에 대한 대책으로 빗물이 침투하는 투수성 포장 재료 또는 방법으로 도로를 포장하는 방법이 개발되고 있다. 투수아스팔트포장, 투수콘크리트포장, 투수흙포장, 투수블록포장, 틈새투수포장 등이 그것이다.

도시 우수의 다른 지하침투시설로는 건물 지붕의 우수를 지하로 침투시키는 시설, 지상 및 지하 우수 저류시설, 저류지, 인공습지, 침투도랑, 침투통, 침투트렌치, 침투관, 침투측구, 침투저류지, 침투화분, 식생수로, 식생여과대 설치 등의 대책들이 있다. 건물 지붕의 강우를 처리하기 위한 옥상정원을 만들어 풀이나 나무를 심기도 한다.

밀집도시 구축해 불투수면적 최소화

도시 수문 변화 감축대책은 ‘투 트랙’ 접근 방법이 효율적이다. 하나는 도시의 절대적 불투수면적을 줄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가능한 범위까지 불투수면적을 투수면적으로 바꾸고 저류지 등 크고 작은 저수시설을 설치하여 우수의 지하침투를 돕고 강우 유출량을 감축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도시의 수문 변화를 줄이기 위해 후자와 관련된 대책이 많이 추진되어 왔으며, 그러한 대책들은 얼마간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각 대책들의 도시 수문 변화 감축효과에 대해 현재 활용 가능한 조사·분석 자료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예를 들어 투수성 도로포장재의 투수율, 침투도랑의 침투율, 저류지의 침투율 등이 각각 얼마인지에 관한 자료가 없다. 앞으로 이들 대책의 효율성에 대한 조사 및 분석이 반드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도시 수문 변화 감축 접근방법 중 보다 근원적인 대책은 도시를 새로 개발하고 재개발할 때 불투수면적을 가능한 한 줄이는 것이다. 도시의 주요 불투수면적은 포장도로와 구조물이다.

도시의 불투수면적을 줄이는 방법은 밀집도시(compact city)로 개발하거나 재개발하는 것이다. ‘밀집도시’란 건물 등 구조물은 고층화하여 구조물이 차지하는 토지면적을 가능한 한 줄이는 것이고, 생활공간과 일하는 공간을 근접시켜 시민들의 동선을 최소화함으로써 필요한 도로 연장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도시의 구조물이 밀집될수록 그리고 그 동선이 짧아질수록 불투수면적은 줄어들고, 이에 따라 도시 수문의 변화도 감소한다. 밀집도시는 팽창도시(sprawl city)에 비해 자연적 토지의 도시적 사용량의 축소 외에도 다른 이점을 가지고 있다([표 1] 참조).

이와 같이 밀집도시는 팽창도시에 비해 도시 수문 변화 감축이라는 이점 외에도 대기오염 방지, 에너지 절약, 공공시설건설비 절감 등 많은 이점이 있다. 특히 대도시의 대기오염 방지 대책으로 크게 활용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밀집도시와 같은 ‘구조적 저영향개발기법’은 수문 변화 감축 대책뿐만 아니라 대기오염 감축 대책으로도 사용하면 좋을 것이다. 

이와 같은 밀집형 구조물은 도시가 아닌 농어촌지역의 단독주택에서도 적용이 가능하다. 동일 면적의 생활공간 구조물이면 건폐율은 낮추고 용적률은 높이는 것이 자연적 수문에 좋고, 건물 높이가 경관을 해친다면 한 층은 지하화하는 것도 좋다.

도시 물순환 개선을 밀집형 도시라는 구조적 대책과 도시지역의 우수 투수 및 침투를 위한 여러 가지 비구조적 대책들은 나름대로의 효용이 있기 때문에 병행해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비구조적 대책에 대해서는 비용효과 분석 및 노력효과 분석이 반드시 필요하다. 비용효과분석은 모든 정책결정 시 최소한의 필요조건이 되어야 한다.

건물 옥상에 풀과 나무 몇 포기를 심고 도시하천을 복원하며 보행로에 가로수 몇 포기, 화분 몇 개를 놓는다고 생태도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도시생태계의 본질은 생산자, 소비자, 분해자가 모두 인간인, 비자연적 생태계이다.

도시생태계를 자연적 생태계와 유사하게 만들려는 노력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도시생태계는 도시생태계 원리에 따라 관리할 때 자연생태계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 건물 옥상에 풀과 나무 몇 포기를 심고 도시하천을 복원하며 보행로에 가로수 몇 포기, 화분 몇 개를 놓는다고 생태도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도시생태계의 본질은 생산자, 소비자, 분해자가 모두 인간인, 비자연적 생태계이다.

[『워터저널』 2017년 9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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