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 박사

김동욱 박사 정책제언


“물관리 일원화 앞서 지역간 물분쟁 해결 시급

물관리 주체 다변화로 인한 부작용…유역별·수역별 수질·수량관리 일원화 필요
행정 정책과 더불어 전국 수자원 네트워크 구축 통한 ‘기술적 일원화’도 급선무


▲ 김 동 욱
•한국환경평가전략연구소장
•본지 논설위원
•전 강원대 환경공학부 교수
•환경부 기획관리실장·상하수도국장·수질보전국장 역임
물관리 일원화 방향

우리나라의 고질적 물문제 해결방안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물문제 해결방안으로는 △물관리 정책의 일원화 △물관리 부처의 일원화 △「물관리기본법」 제정 △중앙집권적 물관리 업무를 지방분권적 물관리 체제로 전환 △대통령 소속 물관리위원회 설치 △지방자치단체의 수리자치권 강화 △유역단위 분산형 물관리 시스템 구축 △현실성이 부족한 물관리 일원화를 추진하기보다는 부처들을 조정하여 관리할 수 있는 물관리위원회를 설치하여 강력한 통합기능 부여 등이 있다.

이 외에도 △수질 및 수자원 관리부서의 일원화 △국가 물관리위원회 설치 △유역별 위원회를 구성하여 주민과 지자체가 실질적인 집행 주체가 되는 것 △대통령실 산하 국가 물관리위원회가 주체가 되어 법 제정을 포함한 물관리 개혁 △수량·수질·수생태계 종합적 고려 등이 해결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물관리 일원화의 역사

‘물관리 일원화’라는 말은 환경청(현 환경부)이 개청된 1980년대 초부터 환경부와 민간 환경단체 및 환경학자 사이에서 주장되어 온 주요 물관리 정책 중의 하나다. 당시의 물관리 일원화란 우리나라가 충분한 양질의 수자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건설부(현 국토교통부)가 담당하고 있는 수자원관리를 수질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환경부로 이관하여 수질과 수량업무를 통합하여 일원화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당시 환경부는 차관급의 청 단위 중앙행정기관이었기 때문에 장관급의 건설부를 상대로 자산규모 수십조 원의 큰 밥그릇인 수량관리업무를 빼앗아 올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 환경부가 장관급 중앙행정기관으로 승격된 1990년대 초에 건설부의 상하수도 업무와 보건사회부의 먹는물 관리 업무가 환경부로 이관된 것은 이들 업무들의 본질이 수량관리가 아닌 수질관리였기 때문이다.

물관리 일원화의 필요성

이와 같이 협의의 물관리 일원화란 수질 및 수량관리 업무를 환경부로 통합시킨다는 것을 말한다. 수량이 수질을 결정하는 주요 요소 중의 하나고 수질이 나쁘면 수량이 아무리 많아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수질이 곧 수량을 결정한다는 논리를 근거로 하여, 물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질관리와 수량관리를 통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수도권 2천500만 주민의 상수원인 팔당호의 수질을 보호하기 위해 환경부는 상수원보호구역, 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 수변구역, 자연보전권역 등의 수질을 보호하는 일에 다양한 대책을 추진하고 막대한 재원을 투자하고 있다. 이 경우 소양강댐이나 충주댐에서 많은 양의 물을 흘려준다면 팔당호의 수질은 더 개선될 수 있다.

그러나 건설부는 팔당호의 수질에는 책임이 없기 때문에 수자원의 공급 측면만을 고려하여 팔당호의 수질오염이 극심한 경우에도 물을 더 흘려주지 않는다. 이 때 환경부 장관이 수자원관리 권한을 가지고 있으면 보다 많은 물을 흘려 팔당호의 수질악화를 막을 수 있다.

다만 이러한 물관리 일원화는 일면의 타당성은 있으나 전면적인 타당성은 없어 보인다. 다시 말해 흘려줄 만큼의 수량이 없거나 필요한 경우 건설부가 적극 협력해준다면 구태여 같은 장관 아래 수질업무와 수량업무를 통합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즉, 정책공조와 현장업무공조가 잘 이루어질 수 있다면 일원화는 필요 없다.

부처간 불필요한 시간낭비 절감 가능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그러한 공조가 이루어지기 쉽지 않기 때문에 ‘일원화’라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얼마간의 근거가 있는 주장이다. 일원화를 하면 부처간의 긴밀한 공조라는 불필요한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그만큼 시간과 비용, 인력을 절감하는 이익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물관리 일원화에 대한 환경부의 다른 주장은 이렇다. 당초 수자원업무를 건설부가 관장하게 된 것은 1970년대의 가뭄해소 및 공업용수와 농업용수 확보를 위한 수자원의 개발이 댐의 건설로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건설업무는 건설부 소관 사항이고, 당시에는 환경부가 없었으므로 수자원업무는 당연히 건설부 소관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1980년대부터는 이러한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민간 부문의 건설 역량의 발전으로 건설업무 중 정부 부문이 담당할 부분이 점점 줄어들고 현재는 거의 모든 건설 업무를 민간 부문이 담당하고 있어 건설부가 개입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수자원은 생활용수, 공업용수, 농업용수 등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건설부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수자원의 개발과 사용에 있어 아무런 역할이 없는 건설부가 수자원관리를 계속 담당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것은 K-water가 현재 수행하고 있는 주요 사업을 보면 알 수 있다.

지역간 물분쟁 해결도 고려해야

환경부가 생각하는 물관리 일원화는 환경부의 수질관리업무와 건설부의 수량관리업무를 통합하는 것이다. 그러나 수량관리업무는 농림수산부의 저수지관리도 있다. 따라서 환경부의 물관리 일원화는 완전한 일원화가 아니다. 또한 수량관리업무 중에는 홍수 통제와 같은 수질과 관련이 없는 업무도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물관리 일원화 문제에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물관리 업무의 분담문제도 포함된다. 사실 어떻게 보면 중앙부처 간의 물관리 일원화보다 더 심각한 우리나라의 물관리 문제는 지역 간의 물분쟁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부산시와 경남도 간의 물분쟁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부산시는 수질오염과 수질오염사고에 취약한 낙동강지표수 대신 합천댐과 남강댐의 물을 상수원수로 사용하려고 하고 있으나 경남도의 반대로 지금까지 낙동강지표수를 상수원수로 사용하고 있다.

역시 낙동강지표수를 상수원수로 사용하고 있는 대구시는 상류의 깨끗한 상수원수를 사용하려고 하고 있으나 상류에 있는 주민들의 반대로 아직도 수질오염과 수질오염사고에 취약한 낙동강지표수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이것은 대한민국 모든 국민의 공유자원인 물에 대해 지역 간, 주민들 간의 충돌, 즉 물관리 주체의 다변화로 인한 부작용이며, 우리나라의 모든 국민이 깨끗한 물을 사용할 천부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물관리 일원화는 지역 간에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물관리 일원화에 대해서는 지역 간 일원화, 부처 간 일원화, 국가 전체적 일원화의 계층구조를 생각할 수 있다. 지역 간 일원화란 유역별 또는 특정 수역별로 수질과 수량관리를 일원화한다는 것이고, 부처 간 일원화란 중앙부처 간 수질관리와 수량관리 업무를 어느 한 부처로 일원화하는 것을 말한다. 국가 전체적 일원화란 대통령실 또는 국무총리실로 물관리를 통합하는 것이다.

일원적 물관리 체제가 유일한 해결책

일반적으로 물문제는 수질과 수량의 문제다. 이에 더하여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지역 간의 물분쟁이 가장 심각한 물문제 중의 하나로 추가되어 있다. 앞에서 언급한 부산시와 대구시의 경우와 같이 더 좋은 수질의 물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지역 간의 갈등으로 수자원의 사용효율을 떨어뜨려 국가 전체가 큰 손실을 입고 있다.

이것은 물에 대한 지역분권적인 사고 때문이며, ‘나의 집 앞을 흐르는 물은 나의 물’이라는 관습적인 사고의 결과다. 이 세상에 ‘우리의 물’은 있어도 ‘나의 물’은 없다. 그러나 물에 대한 인간의 집착으로 인해 ‘나의 물’을 배타적으로 보호하려는 생각이 행동으로 옮겨지면 부산시나 대구시 같은 비극이 발생한다.

물관리 일원화의 기본 철학은 대한민국의 모든 물은 대한민국 모든 국민의 물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수자원 공유의 개념은 행정적으로는 중앙집권적인 물관리 체제이고, 기술적으로는 ‘전국 수자원 네트워크의 구축’이다.

중앙집권적 물관리 체제란 예를 들어 환경부와 같은 중앙행정기관에 우리나라의 모든 수자원에 대한 수질 및 수량관리 업무를 전담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지방분권이나 지역분권은 자립과 자주를 위한 정치적 체제로는 타당성이 있을 수 있으나 물관리 체제로서 지방분권이나 지역분권은 물 사용을 둘러싼 지방 간, 지역 간의 분쟁을 유발하여 국민의 평등한 물 사용권을 방해하고 귀중한 수자원의 효용을 잃는 결과를 가져온다.

전국 수자원 연결한 기술적 일원화 필수

물 관련 부처들 간의 다툼으로 중앙정부 차원에서 행정적인 물관리 일원화가 어려울 경우 상급기관인 국무총리실이나 대통령실에 국가 물관리위원회와 같은 조직을 설치할 수 있다. 이것은 종전에 국무총리실에 설치되었던 ‘수질개선기획단’과 같은 조직이다.

수질개선기획단의 주요 기능은 부처간 물관리 관련 조정의 필요성이 있을 경우 관련 부처가 참여하는 회의를 통해 필요한 조정을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수질개선기획단의 운영을 보면 관련 부처간의 양보 없는 주장으로 내실 있는 조정이 이루어진 사례가 드물다.

물관리 일원화에는 기술적인 일원화가 포함되어야 한다. 기술적인 일원화란 전국의 수자원을 도수로 등으로 연결한 전국 수자원 네트워크의 구축이다. 우리나라의 연평균 강수량은 1천300㎜이지만 지역에 따라 평균 강수량보다 많은 곳과 적은 곳이 있고, 계절별, 연도별로도 지역 간 강수량의 차이가 있어 모든 국민에게 언제 어디서나 좋은 물을 충분히 공급하기 위해서는 전국의 수자원을 연결하여 공급할 수 있는 전국 수자원 네트워크의 구축이 필요하다. 수자원 네트워크의 주요 사이트(site)는 하천, 호소, 지하수, 복류수, 강변여과수 등 동원 가능한 모든 수체(water body)이다.

환경부가 물관리 일원화 주체해야

물관리 일원화는 관리주체의 일원화와 전국 수자원 네트워크 구축에 의한 수자원의 공간적·시간적 일원화다. 관리주체의 일원화는 과거의 경험이 말해주듯이 총리실이나 대통령실의 ‘위원회’로는 힘이 미치지 못한다.

전문성과 인력이 없고 상시성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장 현실적인 관리주체의 일원화는 중앙부처 수준의 한 행정기관이 되는 것이다. 이는 두말할 것도 없이 환경부가 관리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물관리는 국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이며,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의 존망과도 관련이 있는 문제다. 이제 부처 간, 지역 간, 지방 간 다툼을 넘어 물관리 일원화로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물문제를 해결하고, 물 부국·물 강국을 만들어 나갈 때이다. 물은 ‘핵’보다 강하다.

▲ 물관리는 국가 백년지대계이며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의 존망과도 관련이 있는 문제로, 이제 부처 간, 지역 간, 지방 간 다툼을 넘어 물관리 일원화로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물문제를 해결하여 물 부국·물 강국을 만들어야 한다. 사진은 하남시 검단산에서 바라본 팔당호 및 남·북한강이 합류하는 양수리 전경.

[『워터저널』 2017년 6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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