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근 박사

류재근 박사 칼럼


요즈음의 겨울은 산에 눈이 쌓이지 않아
댐 상류지역 지하수가 고갈되고 있다


·(전)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6,7대)
·(전)국립환경과학원장
·(전)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21세기 들어 한겨울인 12월 20일경이 되어도 남산, 관악산, 도봉산, 북한산, 아차산 등 서울지역에 좀처럼 눈이 보이지 않는다.

내가 살던 춘천의 화학산에서도 눈을 볼 수 없다. 과거 1950∼1960년대만 해도 겨울철이 되면 눈이 많이 와서 뒷산에 300m 높이로 눈이 쌓이고 논이나 밭에 눈이 쌓이지 않은 곳이 없었다.

이제는 얼음이 꽁꽁 얼은 논을 쓸고 스케이트를 타는 모습을 볼 수 없다. 2000년이 되면서 기후 변화의 영향인지 천년 주기로 오는 영향인지는 몰라도 요즘 겨울은 눈이 쌓여있는 모습을 볼 수 없으며, 댐 상류에 봄철 지하수가 부족하여 실개천에 흐르던 물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강원도 산간지역은 봄철에 먹는물이 부족한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다가오는 봄, 상수원의 상류댐인 소양댐, 충주댐, 안동댐, 대청댐의 저수량이 부족해지면서 농업용수·공업용수뿐만 아니라 갈수기에는 먹을 물도 부족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이러한 농촌에 우후죽순으로 밭과 논에 온실을 설치하고 지하수를 채취하여 겨울철 채소나 농작물을 재배하다보니, 농촌지역 개천의 수량이 줄어 댐의 저수량 확보에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사료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을철 논에서 물을 빼지 말고 그대로 얼게 하여 물의 증발량을 감소시키고 지하수를 확보해야 한다. 또 전국적으로 물을 저장하여 봄철 농업용수로도 사용하고 상수원으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지도 및 계몽해야 한다.

점점 눈의 양이 줄어드는 것을 보면서 기후변화를 실감한다. 우리 몸의 체온은 36.5℃인데, 3℃만 올라가도 사망할 수 있다. 식물이나 동물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클 것으로 생각된다. 물 자체도 3℃만 증가해도 전체 증발량이 10억㎥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눈과 얼음이 산과 토지에 있어야 물의 증발량도 적어져 지하수나 저수지 등의 수자원을 보호할 수 있다. 기후변화가 진행될수록 눈과 얼음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눈과 얼음은 증발이 적은 반면에 겨울철 빗물은 바로 증발하여 없어지기 때문에 수자원 고갈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눈이나 얼음이 절실히 필요하다.

일년 동안 한강의 증발량은 팔당호의 저수량인 2억4천400만㎥와 같은 많은 양이 증발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증발량에 대해서도 이제는 큰 관심을 가질 때라고 판단된다. 정부 관계자는 눈을 크게 뜨고 물순환에 보다 관심을 갖고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또한, 가을철 논에 물대기를 하여 겨울철 물이 얼 때 도시의 손자, 손녀로 하여금 시골에서 썰매와 스케이트를 타고 얼음 밑에 미꾸라지와 붕어 등 물벌레가 다니는 것을 관찰하도록 한다면 유년기의 손주에게 자연학습의 장을 제공할 수 있다.

앞으로는 도시의 어린 아이가 농촌 마을을 찾아 논에서 썰매를 타고 스케이트를 타는 꿈을 실현시켜 주도록 하자. 그렇게 하면 어려서부터 물·생태의 중요성을 아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봄철 댐의 물 확보를 위해 수자원공사는 물순환의 기본 원리를 찾아 기초적인 부분부터 관리해야 하며, 국민들 또한 물 보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워터저널』 2017년 1월호에 게재]

저작권자 © 워터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