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근 박사 칼럼]

우리네 삶 속에 개천을 살리자

 

▲ 류 재 근 박사·본지 회장·국립한국교통대학교 명예석좌교수·(사)한국환경학술단체연합회장·UNEP 한국위원회 이사·(전)한국물환경학회장(현 고문)·(전)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6,7대)·(전)국립환경과학원장·(전)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그 옛날 실개천을 상상하면 가재, 송사리, 개구리를 직접 보고 자연과 어울려 하나가 되는 아이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맑고 투명한 물속에는 물고기들이 헤엄쳐 다니고, 수서곤충과 물풀 등 숱한 생명들이 살아 숨쉰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냇물과 더불어 즐거워했고, 그 물에서 헤엄쳤으며 물고기 잡는 재미에 도취하곤 했다. 개천은 어린이들에게 자연의 아름다움을 일깨워주었고, 감성을 풍부하게 키워주었다.

그 시절 개천은 인간 형성의 수련장, 이를테면 ‘인생도장’이었다. 물을 신격화했던 사람들은 생활하수를 함부로 버리지 않았고, 매년 공동작업이었던 개천 청소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렇게 관리함으로써 개천은 항상 맑고 깨끗하며 풍요롭게 흘러 사람들에게 부드러움과 삶의 혜택을 주었다. 이는 불과 30년 전만 해도 전국 어느 마을을 가든 볼 수 있던 개천의 모습이었다.

많은 생명들이 숨쉬며 마음의 평안을 찾을 수 있었던 투명한 하천의 풍경은 우리가 개천과의 인연을 게을리한 사이 그 빛이 퇴색되고 말았다. 이제 ‘생명의 물’이 위태로워진 것이다. 우리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자연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자연 그 자체가 교육장소가 될 수 있도록 자연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생활이 메마른 도시에 인공적으로 만든 수영장과 개천의 정서가 어떻게 같다고 여길 수 있겠는가? 아이들은 개천 속에서 대도시의 수영장과는 비교 불가한 자연을 체험할 수 있다. 자연은 우리 삶에 있어 고마운 존재이며, 우리는 자연의 베풂 없이는 한순간도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가르쳐야 한다.

먼 옛날부터 인간은 물가에서 생활해왔다. 아무리 과학기술이 발달할지라도 물과 우리의 관계는 변함이 없다. 건강하고 문화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라도 우리 주변 하천의 건강이 절실히 요구된다. 우리의 생활도 깨끗한 물환경이 존재해야 비로소 생기가 넘친다. 가재나 물고기 잡이에 열중하고 물장구치며 뛰놀던 그 개천이 우리들 생활 속에 존재한다면 우리의 삶은 그 자체로 신바람 나는 나날이 될 수 있다.

풍요로운 개천에 대한 소망을 깃들여서 글짓기나 그림을 그릴 수도 있다. 물가에서의 곤충채집, 하천의 생태조사, 학습, 자가수질측정, 낚시와 물놀이, 하이킹, 놀잇배타기 등 연중행사 놀이가 끝난 다음에는 필수적으로 개천, 하천 청소가 있어야 한다. 모든 마을사람이 참여한 하천청소는 이웃과 남녀노소 사이의 소통을 만들며 연대감을 키워준다. 물과 개천에 얽힌 지역의 전설을 구전으로나마 전해 가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책으로 만들어 후대에 전승해간다면 더욱 바람직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언제나 개천이나 시냇물에 접근하기 쉬워야 한다. 펜스나 난간 따위를 설치한다면 사람들은 더욱 자연과 멀어지게 될 것이다. 급속도로 진행되는 오염화를 간과하는 순간 인간의 삶마저 잃게 된다는 사실을 늘 자각해야 한다. 개천 살리기는 산업의 번성과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일인 동시에 자연보존을 위한 일이며 생태계를 살리고 우리 후손에게 살기 좋은 터전을 물려주는 일이다. 

[『워터저널』 2016년 8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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