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 박사 정책제언


“‘수자원개발단’ 상시 설치·운영 필요”

수자원 확보, 우리나라가 직면한 여러 과제 중 우선 추진돼야
강수량 여름철 집중 및 지질·지형학적으로 자연적인 물 저장용량 빈약

 

▲ 김 동 욱
•한국환경평가전략연구소장
•본지 논설위원
•전 강원대 환경공학부 교수
•환경부 기획관리실장·상하수도국장·수질보전국장 역임
수자원 개발의 백년대계

수자원 기반의 인구·경제성장

물은 곧 생명이다. 물이 있는 곳에 생명이 있고 물이 없는 곳에는 생명이 없다. 지구상 생명이 처음으로 탄생한 곳은 물이 있는 바다였으며, 일정 지역에서 생명체 수는 물의 양과 정비례한다.

인구분포를 보면 물이 풍부한 곳에는 인구가 밀집된 반면, 사막이나 초원 등 건조지역에는 인구가 희소하다. 물이 풍부한 곳에는 동식물의 자연적 생산량이 많을 뿐만 아니라 사람의 농산물과 공산물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물의 양과 인구 및 경제성장은 서로 밀접하게 관련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10만㎢의 국토면적에 5천만 인구가 살고 있으며 2015년 기준 국민총생산액은 1조4천억 달러이다. 국토면적이 상대적으로 좁은 우리나라가 세계 11위의 경제대국, 세계 27위의 인구대국이 될 수 있었던 요인은 충분한 양의 물을 통해 많은 인구를 부양하고 경제성장이 가능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960년의 우리나라는 인구 2천500만 명, 물 사용량 39억㎥, 국민총생산 20억 달러에 불과했으나, 55년 후인 2015년에는 인구가 5천80만 명에 달해 1960년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또한 물사용량은 347억㎥로 9배 증가했으며, 국민총생산은 1조3775억 달러로 689배 증가했다([그림1] 참조).

이처럼 우리나라의 인구증가 및 경제성장이 가능했던 원인은 상대적으로 풍부한 수자원을 유일한 천연자원으로 보유했기 때문이다. 물론 온대지역이라는 유리한 지리적 위치 및 지형적 특성, 우수한 자질을 가진 인력자원 등도 주요 요인이 될 수 있으나, 풍부한 수자원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경제성장은 이룩하기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수자원의 순환구조

1961∼2010년 기간 중 우리나라의 연평균강수량은 전국 68개 측정지점에 대해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그림2] 참조). 1961∼1990년의 연평균 강수량은 1천299㎜이었으나 1971∼2000년에는 연평균강수량이 1천310㎜로 증가했으며, 1981∼2010년에는 1천362㎜로 증가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연평균강수량은 지속적으로 증가추세를 보이며,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최근 연평균강수량은 1천362㎜로 연간 수자원 발생량은 1천362억㎥에 달하나, 사람과 생태계가 사용할 수 있는 물의 양은 일부분이다. 전체 강수량 중 증발산량 463억㎥(34%)를 제외한 899㎥(66%)만 지표수 및 지하수 형태의 강우유출량으로 이용가능한 수자원이 될 수 있으며, 그 중 홍수유출량 477억㎥(35%)를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수자원은 422억㎥(31%)에 불과하다.

1천798㎥, 물 풍요국가…물부족 문제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에 의하면 강우유출량을 인구수로 나누어 1인당 물 사용가능량을 분석한 결과 1천㎥ 미만 국가는 ‘물 기근국가’로, 1천㎥ 이상 1천700㎥ 미만 국가는 ‘물 부족국가’로, 1천700㎥ 이상 국가는 ‘물 풍요국가’로 분류한다.

이러한 기준을 적용할 때 우리나라의 1인당 물 사용가능량은 1천798㎥로 물 풍요국가에 해당되어 물 부족국가, 물 기근국가에 해당되지 않는다. 또한 자연적인 수자원 발생량 기준으로도 우리나라는 물 풍요국가이다.

그러나 사용가능한 자연적 수자원 부족이 아닌 자연 상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수자원이 부족하다는 점은 우리나라의 물문제로 지적된다. 우리나라의 사용가능한 자연적 수자원의 양은 연간 899억㎥지만, 댐·저수지 등 인공저수시설이 없어 자연 상태에서 사용가능한 수자원양은 422억㎥로 줄어 1인당 물 사용가능량은 844㎥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인공저수시설에 의한 실제 물 사용가능량의 증가량은 148억㎥이며, 여기에 자연 상태에서 실제 사용이 가능한 수자원 422억㎥를 합하면 총 570억㎥로 1인당 실제 물 사용 가능량은 1천140㎥이 된다. 우리나라는 수자원 확보 시 강수량이 여름철에 집중되어 홍수로 인한 바다유출량이 많다는 점, 지질·지형적으로 물의 자연적인 저장용량이 빈약하다는 점이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지질적으로는 지하수를 함양할 수 있는 퇴적층 발달이 빈약하고, 지형적으로는 산지가 많아 경사가 급해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물의 저장용량이 적을 수밖에 없다. 이는 현재 우리나라의 지하수사용량이 전체 물 사용량의 10% 수준인 38억㎥에 불과하다는 사실로 증명된다.

 
실제 사용가능한 수자원 확보 중요

이처럼 사용가능한 수자원이 아닌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수자원’이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수자원의 절대량을 늘리는 유일한 방법은 인공저수시설을 건설하는 것이다.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건설된 인공저수시설에 의해 확보된 수자원의 양은 전체 실재사용량의 26%를 차지한다. [그림1]에서처럼 우리나라 경제의 꾸준한 성장을 위해서는 인공저수시설의 건설을 통해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수자원의 양을 지속적으로 증가시켜야 한다.

인공저수시설로는 소규모 댐 및 저장저수지 건설 방안이 적극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대규모 댐은 건설 적지가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적지가 있더라도 주민이주, 사회적 갈등 발생, 막대한 비용·시간 문제 등 해결이 어려운 과제가 많아 소규모 댐 건설이 선호된다. 뿐만 아니라 소규모 댐은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산지에 존재할 수 있고 인공적 오염원이 거의 없어 가장 바람직한 대안으로 주목된다.

이처럼 소규모 댐은 상류의 산간지역에 주로 설치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산지에 설치된 소규모 댐은 수자원 양을 늘릴 뿐만 아니라 산지 곳곳에 소규모의 수중 생태계를 창조함으로써 산지 생태계를 더욱 풍요롭게 형성할 수 있다. 단순한 육지 산림생태계가 수중생태계와 상호 작용해 생물다양성이 높은 습지생태계가 창조되는 것이다.

▲ 오늘날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은 풍부하고 질 좋은 수자원을 기반으로 이뤄졌으며,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보다 질 좋고 많은 양의 물을 확보해야 한다. 사진은 태백시 광동댐 전경.

하천물 양수·저장, 저장저수지 활용

저장저수지는 유역이 전혀 없는 저수지이며, 하천수를 양수해 저장하므로 폐쇄된 ‘물통’과 유사하다. 저장저수지는 평상시, 홍수발생 시에 바다로 유출되어 사용할 수 없는 물을 필요한 때 사용함으로써 실제로 사용가능한 수자원의 양을 늘리는 동시에 저장기간 동안 자연적 정화작용에 의해 수질을 개선해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다.

저장저수지는 빈 공간이 있는 곳이면 산지, 평지 등 어디든 건설이 가능하며, 기존의 댐이나 저수지도 용량이 충분하면 저장저수지로 사용될 수 있다. 우리나라 댐 대부분은 갈수기에는 저수량이 감소되므로, 인근 하천물의 양수·저장을 통해 훌륭한 저장저수지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금강물을 양수해 저장하는 보령호는 좋은 예시이다.

가칭 ‘수자원개발단’ 상시 설치·운영

우리나라의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요인 중 충분한 양의 물공급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충분한 수준으로 수자원을 확보하지 못 하면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수자원 확보를 위해 우선적으로 가칭 ‘수자원개발단’을 상시 설치하고 운영하는 방안이 추진되어야 한다.

수자원개발단의 임무는 소규모 댐과 저장저수지의 적지 탐색에서 시작되며, 적지 발견 시에는 환경·기술·경제·사회적 영향을 분석해 최적의 건설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수자원개발단에는 환경·기술·경제·사회·행정 등 각 분야의 전문가가 구성원으로 참여해 종합적인 환경영향평가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이에 수자원개발단은 상시 조직으로서 수자원전문기관에 설치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은 우리나라가 보유한 유일한 천연자원으로 가장 귀중한 존재이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은 풍부하고 질 좋은 수자원을 기반으로 이뤄졌으며,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보다 질 좋고 많은 양의 물을 확보해야 한다.

때문에 수자원 확보는 우리나라가 직면한 여러 과제 중에서도 우선적으로 추진되어야할 과제이다. 그러나 정치집단은 물론 전문가 집단도 물의 중요성과 수자원 개발의 시급성을 깨닫지 못하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워터저널』 2016년 6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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