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 박사 정책제언


10월까지 강수량 619㎜…56년만의 최악 가뭄

4대강 물 관로 연결사업 항구적인 가뭄대책 될 수 없어
수자원 양을 획기적 증가시킬 방안 적극 개발 추진해야



▲  김 동 욱
•한국환경평가전략연구소장
•본지 논설위원
•전 강원대 환경공학부 교수
•환경부 기획관리실장·상하수도국장·수질보전국장 역임
우리나라의 항구적 가뭄대책

올해 10월까지의 강수량은 619㎜로, 11월과 12월의 2개월간에 대해 지난 55년간 해당 기간의 최대 강수량인 236㎜를 더한다고 해도 855㎜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평균 강수량인 71㎜를 더하면 690㎜이고, 최소 강수량인 10㎜를 더하면 629㎜이다.

1960∼2015년 기간 중 강수량이 1천㎜미만이었던 것은 1962년의 986㎜, 1973년의 928㎜, 1982년의 949㎜, 1988년의 761㎜, 그리고 2014년의 809㎜이다. 이러한 수치로 보아 올해는 56년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은 것으로 분석된다. 뿐만 아니라 지난 56년간 한 번도 연속해서 2년간 강수량이 1천㎜ 미만을 보인 적은 없었다([그림 1] 참조).

또한 1988년까지 4번의 가뭄은 10년, 8년, 5년의 간격으로 각각 발생했으나, 작년과 올해의 가뭄은 25년 만에 발생했다.

같은 기간 중 평균 강수량이 1천547㎜인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와 올해의 가뭄은 일시적인 것으로 볼 수 있으나 기후변화 등의 불안정 요인을 고려하면 내년에도 지난해·올해와 같은 가뭄이 계속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정부의 허둥지둥 단편적 가뭄대책

지난 10월 15일자 『조선일보』의 A1면 기사에는 다음과 같은 기사가 실렸다. 정부는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뭄에 대처하기 위해 4대강 보에 저장한 물을 끌어다가 가뭄 지역에 공급하는 사업을 확대하고, 지하수댐과 해수담수화 시설도 늘리기로 했다. 여당과 정부는 14일 국회에서 당정협의를 갖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가뭄 비상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가뭄은 올해까지 2년째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전국 평균 강수량이 1973년 이후 42년 만에 가장 적어 전국 댐과 저수지의 저수율이 평년의 60% 수준까지 떨어졌다. 당정은 항구적인 가뭄 대책으로 4대강 보와 가뭄지역을 잇는 관로 연결사업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금강백제보에서 보령댐까지 길이 21㎞의 도수 관로를 연결하는 사업은 이미 확정돼 이달 말 착공한다. 또 내년까지 연구용역과 타당성 검토를 거쳐 다른 강으로도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정부는 4대강 물 관로 연결 사업에 최소 1조 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당정은 이와 함께 2021년까지 중·소규모 댐 14곳을 순차적으로 짓고, 해수담수화 시설도 도시지역까지 확대하기로 했다고 조선일보는 보도했다.

4대강 보의 최대 저수량은 7억8천만㎥이며, 4대강 보의 물은 농업용수로는 사용할 수 있으나 생활용수의 용도로는 부적합하다. 우리나라의 연간 농업용수 사용량은 150억㎥이다. 4대강 보의 최대 저수량 중 농업용수 사용량은 5%이며 실제로 관로를 이용해 농업용수로 끌어 쓸 수 있는 수량은 그 일부분에 불과하다.

도수관로를 연결하는 사업은 해당 도수관로를 평상시에도 계속 사용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도수관로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고, 유지관리비가 소요된다. 30∼40년 만에 한 번 잠시 사용하기 위한 도수관로의 건설은 여러 측면에서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물 한 방울 도수하지 않는 도수관로를 30∼40년 동안 유지·관리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러나 도수관로를 장기간 방치하면 정작 필요할 때 그 도수관로를 사용할 수 없을 것이다.

4대강 보 등 저수시설 주변의 농경지가 이번 가뭄에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직접 양수 외에 보의 저수로 인해 인근 농경지의 지하수 수위가 올라갔기 때문이다. 이러한 원리에 따라 농업용수 공급 이외의 ‘관로건설’에 의한 농업용수 공급은 가뭄대책이 될 수 없다.

▲ 우리나라는 56년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으며, 기후변화 등의 불안정 요인을 고려하면 내년에도 지난해·올해와 같은 가뭄이 계속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사진은 가뭄으로 바닥이 드러난 강화군 내가면 고려저수지.

해수담수화 이용 용수공급 비효율적

전 세계적으로 해수담수화로 생활용수와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대표적인 국가는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의 국토는 대부분 사막이어서 강수량이 적고, 평지이기 때문에 강수의 저수에 의한 용수 공급은 거의 불가능하다.

우리나라는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도서지역과 같이 기술적·경제적으로 육지에서의 용수공급이 불가능하거나 지형 등의 이유로 강수의 저장을 위한 저수지 건설이 어려운 경우, 강수량 자체가 적은 지역의 소수 주민들을 위한 용수공급을 위해 해수담수화 시설이 설치·운영되고 있다.

해수담수화 비용은 담수 생산비용의 3배 이상이 소요되므로 경제적으로도 큰 부담이 된다. 해수담수화의 비경제성에도 불구하고 해수담수화에 의한 용수 공급이 타당성을 가지려면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도서지역, 자연적으로 강수를 저장할 수 없거나 인공적인 저수시설의 설치가 어려운 지역, 용수의 공급 대상이 되는 주민의 규모가 크지 않은 지역 등이 대상이 되어야 한다.

해수담수화를 이용해 대도시에 용수를 공급한다는 것은 타당성이 없는 대책이다. 그 이유는 첫째, 대도시 주변에는 용수 공급을 위해 낮은 비용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 담수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인천시의 경우 한강 하류의 풍부한 물을 이용하면 해수담수화보다 훨씬 낮은 비용으로 생활용수 및 농업용수를 공급할 수 있다. 둘째, 해수담수화 비용은 담수의 용수생산 비용의 2∼3배에 달해 경제성이 없다. 마지막으로 해수담수화에 의한 용수 공급은 대상 주민의 규모가 작아야 한다.

중·소규모 저수시설 건설 필요

우리나라의 수자원 확보를 위한 항구적인 대책의 하나는 먼저 다수의 중소규모 댐 등 인공 저수시설의 건설이다. 우리나라는 산지가 많아 어느 곳이든 크고 작은 저수시설의 건설이 가능하며, 산지 일부에 저수지 등 수체(water body)가 건설되면 수중생태계와 산림생태계가 연접하게 되어 생물다양성이 증가한다. 이 경우 산림면적의 감소는 불가피하지만 깨끗한 수자원의 확보, 생물다양성의 증가 등 전체적으로 얻는 이익이 훨씬 크다.

다수의 중·소규모 저수시설의 건설은 국토 전체의 용수량을 증가시켜 그만큼 직·간접적 생산력을 증가시킨다. 수자원의 증가는 단순히 생활용수·공업용수·농업용수 등 용수의 수량을 증가시키는 것이 아니라 이 땅의 생명력을 증가시키고 자연적·인공적 생산력의 증가와 연계된다.

하천 양수·저장하는 저장저수지 건설

저장저수지(storage reservoir)의 건설도 항구적인 수자원 대책의 하나가 될 수 있다. 저장저수지란 유역면적이 작거나 없는 지역에 저수지를 만들어 인근 하천에 흐르는 물을 양수해 저장했다가 용수로 사용하는 저수지를 말한다. 저장저수지는 또한 양수된 물을 일정기간 저장한 후 사용함으로써 수질오염물질을 화할 수 있고 낙동강 페놀사고와 같은 수질오염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저장저수지는 강의 중류나 하류 어느 곳이든 적지에 건설이 가능하다. 저장저수지를 거친 강물은 생활용수의 훌륭한 원수로 사용할 수 있으나, 오염된 강물의 경우 그대로는 생활용수로 사용하기 어렵다.

금강 백제보에서 21㎞의 도수관로를 건설해 보령호에 물을 끌어들이는 것은 저장저수지의 좋은 예이다. 이에 백제보 등 금강의 흐르는 물은 가뭄시 뿐만 아니라 평상시에도 보령호를 가득 채워 보령호 하류는 물론 주변지역에도 충분한 물을 공급할 수 있으며, 지하수원도 풍부해 진다.

저장저수지를 금강 유역에서 보령호 뿐만 아니라 여러 적지에 건설하면 가뭄에 대한 대책 이상으로 평상시에도 같은 양의 수자원 활용도를 몇 배나 증가시킬 수 있다. 이는 금강유역 뿐만 아니라 한강, 낙동강, 영산·섬진강 등 우리나라의 가능한 모든 하천으로 확장될 수 있다.

가뭄대책 넘어 수자원대책 추진해야

물은 생명의 근원이자 생산력이다. 우리나라는 물이 거의 유일한 자연자원이기 때문에 특히 중요하다. 국토면적 10만㎢에 5천만 명이 넘는 인구가 살고, 세계 10위권의 생산력을 가질 수 있었던 주요한 요인은 상대적으로 풍부한 물이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계산으로 현재 우리나라가 사용할 수 있는 물의 양이 2배로 늘어난다면 마찬가지로 생산력도 그만큼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앞으로 우리나라의 생산력을 높이기 위해 가용 수자원의 양을 계속 늘려나가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국가는 이러한 사항을 고려해 수자원의 양을 획기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개발·추진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수자원 대책은 가뭄을 대비한 대책만 되어서는 안 된다. 수자원의 절대·상대적인 양을 획기적으로 증가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며 국가는 이를 지금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워터저널』 2015년 11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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