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원수 대량 사용하는 세계 대도시들 상류서 상수원수 취수

김동욱 박사 정책제언

“상수원수는 상류에서, 하수는 하류에서”

상수원수 대량 사용하는 세계 대도시들 상류서 상수원수 취수
오염원 차단으로 건강상 위협 제거·고도정수처리 비용 절약


▲ 김 동 욱•한국환경평가전략연구소장•본지 논설위원•전 강원대 환경공학부 교수•환경부 기획관리실장·상하수도국장·수질보전국장 역임
‘상·상, 하·하’는 수질·수량관리 기본원칙

상수원수는 상류에서 취수하고 하수는 하류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것, 즉 ‘상·상, 하·하’는 수질 및 수량관리의 기본원칙이다. 취수를 위한 상수원수는 자연 상태에서 깨끗해야 한다.

정수처리 기술이 매우 발전한 현재는 생활하수나 공장폐수 등 심하게 오염된 물이라도 고도정수처리를 통해 건강에 해롭지 않은 수준까지 정수가 가능하다. 그러나 이러한 고도정수처리에 의한 생활용수의 공급은 큰 문제점을 2가지 가지고 있다.

첫째, 상수원으로 유입되는 생활하수나 공장폐수에 현재의 고도정수처리 기술에 의해서도 제거할 수 없는 미량유해물질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화학물질이 끊임없이 개발되어 사용되는 실정이므로 정수처리기술의 고도화에 의한 미량유해물질의 완벽한 처리는 불가능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둘째, 고도정수처리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이다. 2013년 기준 전국평균 수돗물 생산원가와 정수원가는 각각 ㎥당 849원, 357원이었다. 같은 해 연간 생산된 수돗물의 양이 61억㎥이었음을 고려하면, 총 정수비용은 2조1천777억 원이 된다. 이는 정수처리가 전혀 필요 없는 천연암반수를 상수원수로 사용한다고 가정할 경우, 정수비용을 그만큼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위와 같은 2가지 이유만으로도 상수원수는 원칙적으로 인간의 생산 및 소비활동이나 자연에 의해 발생한 수질오염물질의 유입이 차단된 상류에서 취수해야 한다. 반면, 생활하수나 공장폐수는 하류에서 처리되어야 한다.

상류나 중류에 이러한 하·폐수가 유입되면 유입 지점으로부터 그 하류의 물은 심하게 오염돼 하류 주민들이 상수원수로 사용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하류 수중생태계도 파괴하게 된다. 또한, 수중생태계가 파괴된 강이나 호소는 죽음의 땅이 되고 만다.

세계 대도시 상수원 모두 상류 위치
 
세계 대도시의 상수원은 모두 상류에 위치하고 있다. 위에서 말한 2가지 결정적인 이유 때문이다. 미국 뉴욕시의 상수원은 200㎞ 상류에 있는 크로톤(Croton), 캐츠킬(Catskill) 및 델라웨어(Delaware) 유역에 있는 27개의 호소로 구성되어 있다. 뉴욕시는 이들 호소의 자연정화기능에 의해 정수처리 없이 시민들에게 생활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인공적인 수질오염물질의 유입이 차단된 상수원수를 사용함으로써 미량유해물질 등에 의한 건강상 위협을 제거할  뿐만 아니라, 따로 정수처리가 필요 없어 정수비용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독일 베를린시는 상류에 있는 26개 호소로부터 인공수로 등을 통해 상수원수를 직접 취수하고, 일부는 그 호소에 의해 함양된 지하수를 취수한다. 호주 멜버른시는 상류에 있는 9개 호소로부터 상수원수를 직접 취수하며, 일본 동경시는 타마 강과 토네 강 유역에 건설된 7개의 저수지에서 상수원수를 취수한다.
이와 같이 상수원수를 대량으로 사용하는 세계의 대도시들은 하나같이 상류에서 상수원수를 취수함으로써 오염된 상수원수 사용으로 인한 건강상 위협을 제거하고, 고도정수처리에 따른 비용을 절약하고 있다.

세계 대도시 대부분 하류에 위치

큰 강을 끼고 있는 세계 대도시들은 대부분 강의 하류인 해안에 위치하고 있다. 미국 뉴욕시와 로스앤젤레스시, 일본 동경시, 영국 런던시, 호주 시드니시와 멜버른시, 스웨덴 스톡홀름시, 노르웨이 오슬로시, 덴마크 코펜하겐시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 미국 뉴욕시와 로스앤젤레스시, 일본의 동경시, 영국의 런던시 등 대도시들은 큰 강의 하류인 해안에 위치하고 있다. 사진은 영국 템즈 강 하류에 위치한 런던시.

이들 도시가 해안에 위치하는 이유는 대도시에서 발생하는 하·폐수로 인한 하류 하천과 호소의 오염 때문이다. 지금은 하·폐수 고도처리 기술이 개발되어 하류의 수질오염을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지만, 이 역시 기술개발의 한계와 막대한 비용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중·상류에 위치한 대도시에서 발생한 하·폐수가 하류에 유입되면 하류 전체가 오염되어 막대한 양의 귀중한 수자원을 못쓰게 된다. 물론, 교통이나 기후 등 다른 이유들도 있지만, 대도시가 주로 해안지역에 건설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이처럼 상류의 상수원 확보와 하·폐수에 의한 귀중한 수자원 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중·상류 위치한 우리나라 대도시들

우리나라의 7개 특·광역시 중 부산시, 인천시 및 울산시는 해안지역에 위치하고, 서울시, 대구시, 광주시 및 대전시는 4대강의 중·상류에 위치하고 있다. 해안지역에 위치한 부산시, 인천시 및 울산시는 상류에서 깨끗한 상수원수를 취수할 수 없어 실제로는 상당히 오염된 상수원수를 취수하고 있다.

낙동강 유역에 있는 부산시의 경우 강 상류에 대형 수질오염원인 대구시, 구미시 등이 위치해 오염된 물을 상수원수로 사용하고 있다. 즉, 낙동강 중·하류의 수자원이 강 중·상류에 있는 대구시 등 대형 오염원으로 인해 못쓰게 된 형편이다. 이에 부산시는 오염된 상수원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합천댐과 남강댐의 물을 사용하며, 강변여과수를 개발하는 방안 등을 추진하고 있다.

▲ 낙동강 배수로 (대구시, 구미시 등 하·폐수 배수)


영산강 유역에 있는 목포시 등의 경우 상류에 대형 수질오염원인 광주시 등이 위치해 있다. 목포시는 이러한 대형 오염원에 의해 오염된 물을 상수원수로 사용한 적이 있으나, 극심한 수질오염으로 더는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해 현재는 상류의 호소에서 상수원수를 취수하고 있다. 이 역시 영산강 중·하류의 수자원이 그 상류에 있는 광주시 등 대형 오염원으로 못쓰게 된 사례이다. 금강유역의 중·상류에 있는 대전시에 대해서도 같은 분석을 할 수 있다.

▲ 영산강 배수로 (광주시 등 하·폐수 배수)

하·폐수 하류 처리 방안 연구해야

상수원수와 하류 수자원을 오염시키는 중·상류의 크고 작은 오염원을 하류로 처리하는 방안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중·상류에 위치한 소규모의 수질오염원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은 인공처리 후 자정작용에 의해 수질오염을 방지할 수 있을 경우는 문제되지 않는다.

그러나 자정작용이 미흡해 하류 수자원의 용도를 방해하게 되면 경제성을 고려한 고도처리나 하류로의 방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대구시나 구미시 등 낙동강 중·상류의 대형오염원에서 발생하는 하·폐수 처리수를 부산시 상수원수 취수지점인 물금취수장 하류로 배수하면 물금취수장에서 취수하는 상수원수의 수질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
먼저 구미시의 하·폐수 처리수가 대구시의 하류로 배수되면 대구시 상수원수의 수질을 크게 개선할 수 있고, 대구시의 하·폐수 처리수를 물금취수장 하류로 배수하면 부산시의 상수원수의 수질향상이 가능하다

([그림 1] 참조).
 

영산강 유역의 광주시 하·폐수 처리수를 목포시의 하류로 배수하면 영산강의 수질이 크게 개선되며, 현재 폐쇄된 목포시의 몽탄취수장에서 상수원수를 취수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광주시 하류의 영산강 전체 수질이 개선되어 사용 가능한 수자원의 양이 크게 증가할 것이다([그림 2] 참조). 금강유역의 중·상류에 위치한 대전시도 대구시나 광주시의 경우와 같다.

한편, 서울시의 경우 하류에 위치한 인천시의 상수원이 서울시 상류에 있고, 서울시 하류의 물을 생활용수로 사용할 필요가 거의 없기 때문에 그 하·폐수 처리수를 하류의 특정 지점으로 배수할 필요는 없다. 다만, 하·폐수 처리수는 수중생태계의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는 정도까지 정화하면 될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4대강 중·상류에 위치한 대도시 등 대형 오염원에 의한 상수원수 오염의 방지와 수생태계의 보호, 그리고 수자원 증대를 위해 하·폐수 처리수를 하류로 배수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 상수원수는 원칙적으로 인간의 생산 및 소비활동이나 자연에 의해 발생한 수질오염물질의 유입이 차단된 상류에서 취수해야 한다. 사진은 팔당호 아래 한강 중류에 있는 성남시 취수장.

 

[『워터저널』 2015년 3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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