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 박사 정책제언

음식물류폐기물 자원화 정책, 오히려 자원 낭비

‘적정처리’가 올바른 정책 방향…현실적인 대안 마련 필요
아파트 등 공동주택 지역 ‘무동력 합병정화조’ 우선 설치해야


•한국환경평가전략연구소장
•본지 논설위원
•전 강원대 환경공학부 교수
•환경부 기획관리실장·상하수도국장·수질보전국장 역임
주방용오물분쇄기 사용, 가능한 곳부터 허용돼야

음식물류폐기물, 자원화 가치 없어 

우리나라의 음식물류폐기물은 자원화 가치가 거의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음식물쓰레기는 수분 78%와 고형물질 22%로 구성되어 있으며, 고형물질 중 사료나 퇴비 등 자원화가 가능한 유기물질은 18%이다. 이러한 유기물질은 채소 및 과일류 51%, 곡류 20%, 어육류 14%, 기타 15%로 구성되어 있다.

이렇듯 가정에서 대부분 발생하는 음식물류폐기물은 채소 및 생선을 손질해 발생한 쓰레기, 귤이나 사과 같은 과일 껍질, 먹고 남은 생선가시 등과 같이 쓰레기로 버려지는 물질 자체가 자원화의 가치가 없을 뿐만 아니라, 가정에서 수집, 보관, 배출하는 과정에서 상당 부분 부패해 가치가 더욱 떨어진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음식물류폐기물은 2012년 기준 연간 약 480만 톤에 이른다. 단위당 처리비용을 15만 원으로 가정하면, 음식물류폐기물의 연간 처리비용은 7천200억 원이 된다. 반면, 음식물류폐기물의 자원화로 창출되는 가치는 0원에 가깝다. 음식물류폐기물로 만든 사료나 퇴비의 대부분은 수요자에게 무상으로 공여되기 때문에 그 가치는 제로(0)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전혀 가치가 없는 음식물류폐기물의 처리를 위해 연간 7천200억 원의 유용한 자원이 낭비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아가 골목마다 설치되어 보기 흉하고 악취를 풍기는 음식물류폐기물 수거용기, 이것을 수거하여 운반하는 자동차로 인한 교통 혼잡과 대기오염물질의 배출, 가정에서 음식물을 분리, 보관, 배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악취 등 환경적, 보건적인 문제도 있다.

‘음식물류폐기물 100% 자원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나라는 지구상에서 우리나라 밖에 없다. 우리나라 음식물류폐기물은 수분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자원화의 대상이 되는 고형물질도 채소나 과일껍질, 생선가시와 같은, 자원화의 가치가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미국이나 유럽 국가 등 서양의 경우 우리나라의 음식물류폐기물과는 반대로 자원화가 가능한 고형물질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그 구성도 곡류나 육류 등 자원화 가치가 큰 물질이 대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음식물류폐기물의 자원화 수준은 3%에 불과하다.

‘적정처리’가 올바른 정책 방향
 
폐기물 정책의 최우선 순위는 ‘폐기물 발생 억제’이고, 다음 우선순위는 ‘폐기물 재활용’이며, 마지막은 ‘폐기물 적정처리’이다. 폐기물은 가능하면 발생원에서 그 발생량을 최소화해야 하는데, 이것을 ‘폐기물 감량 정책’이라 한다. 이렇게 감량해도 발생하는 폐기물을 최대한 재활용하는 것을 ‘폐기물 재활용 정책’이라 한다. 마지막으로 폐기물 중 재활용이 불가능한 폐기물은 자연과 사람의 건강에 무해하게 처리되어야 하는데, 이것이 ‘폐기물 적정처리 정책’이다.

폐기물 정책의 최우선 순위인 ‘폐기물 발생 억제 정책’은 음식물류폐기물의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좋은 식단’ 등이 그 좋은 예이다. 그러나 수분이 많은 우리나라의 음식문화 때문에 이러한 정책들의 성과는 기대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폐기물 정책의 다음 우선순위인 ‘폐기물 재활용 정책’, 즉 음식물류폐기물 자원화 정책은 앞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자원낭비 정책’이 되고 말았다. 따라서 자연과 사람 건강에 무해하게 처리하는 음식물류폐기물 정책은 폐기물 정책의 마지만 단계인 ‘음식물류폐기물 적정처리 정책’이다.

재활용 대상이 되는 폐기물로 처리

수세식 화장실이 없던 때에는 가정에서 발생한 분뇨를 수거해 분뇨처리장에서 처리했다. 우리나라의 음식물류폐기물은 자연과 사람에게 사용가치가 없는, 수세식 화장실에서 발생하는 하수처럼 적정처리 되어야 할 폐기물이다.

현재 음식물류폐기물도 수세식 화장실이 없던 때의 분뇨처럼 수거해서 처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것은 음식물류폐기물의 처리가 수거식 화장실에서 분뇨를 수거해서 처리했던 시대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도시지역에서 분뇨는 적정처리 되지만 음식물류폐기물은 비위생적으로 부적정하게 처리되고 있다. 똑같이 가정에서 발생한, 적정처리 되어야 할 폐기물인데 분뇨는 수세식에 의해 하수로 처리되고 있는 반면 음식물류폐기물은 재활용의 대상이 되는 폐기물로 처리되고 있는 것이다.

분뇨나 음식물류폐기물은 모두 음식물찌꺼기인 점에서 동일하다. 분뇨는 인체 내의 세균에 의해 분해되고 남은 잔재물이고, 썩은 음식물류폐기물은 밖에서 세균에 의해 분해되고 남은 잔재물이다.

퇴비화라면 음식물찌꺼기보다는 분뇨가 가치가 더 높다고 할 수 있으며, 실제로 지금과 같은 화학비료가 없었을 때에는 사람이나 가축의 분뇨를 사용해서 만든 두엄과 같은 유기질 비료가 거의 유일한 비료였다.

▲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음식물류폐기물은 2012년 기준 연간 약 480만 톤에 이른다. 단위당 처리비용을 15만원으로 가정하면, 음식물류폐기물의 연간 처리비용은 7천200억 원이 된다.

적정처리의 문제점과 해결방안

이와 같이 자원으로서의 가치가 거의 없어 적정처리의 대상이 되는 음식물류폐기물을 수세식 화장실에서 발생하는 분뇨처럼 적정처리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필수적인 조건이 갖추어져야 한다.

첫째, 대부분의 음식물류폐기물은 길이가 길고 질긴 생 섬유질로 되어 있기 때문에 잘게 분쇄해 물과 함께 하수도로 잘 흘러가게 해야 한다. 둘째, 음식물류폐기물이 잘 분쇄된 경우에도 하수관의 굵기와 경사도가 충분하지 못하면 관이 막히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충분한 하수관 굵기와 경사도를 확보해야 한다.
 
셋째, 음식물류폐기물의 추가적인 부하로 인해 기존 하수처리장의 처리용량을 초과할 경우가 생길 수 있으므로 하수처리장의 증설이 필요할 수 있다. 넷째, 합류식 하수관거일 경우에는 수세식 화장실의 경우와 같이 정화조를 설치해야 한다.

첫 번째 문제는 세계 여러 나라처럼 주방용오물분쇄기(disposer)를 사용하면 간단히 해결된다. 두 번째 문제인 하수관의 굵기와 경사도는 기존의 하수관거에 대해서는 단시일 내에 해결이 곤란하거나, 기술적·경제적으로 불가능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때는 네 번째 문제의 경우와 같이 정화조를 설치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세 번째 문제는 하수처리장을 증설하거나 가정 등 배출원에 정화조를 설치하여 해결할 수 있다.

무동력 합병정화조에서 처리 가능

분류식 하수관거가 설치되어 있지 않거나, 설치된 경우에도 그 굵기와 경사도가 충분하지 못한 경우, 또는 하수처리장의 처리용량이 충분하지 못한 경우에는 무동력 합병정화조를 설치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무동력 합병정화조’란 수세식 화장실의 하수와 주방용오물분쇄기에 의한 하수를 병합하여 처리하는 정화조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부패식 정화조의 경우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의 삭감효율은 50% 수준이다. 주방용오물분쇄기를 사용할 경우 하수처리장에 추가되는 BOD의 농도는 약 40㎎/L이므로, 정화조에 의해 이를 반으로 삭감하면 하수처리장에 대한 추가 부하는 20㎎/L의 수준이 된다.

현재 하수처리장의 설계 처리용량은 대부분 180㎎/L 이상이고, 유입되는 하수의 농도는 평균 150㎎/L 수준이므로 합병정화조를 설치하면 하수처리장의 처리용량 초과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만약 현재 무동력 합병정화조의 제조나 성능에 기술적 문제가 있다면, 정부는 마땅히 문제 해결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음식물류폐기물을 병합 처리하는 합병정화조는 합류식 하수관거 설치 지역이나 충분한 관의 굵기나 경사도를 갖추지 못한 분류식 하수관거 설치지역에 설치될 수 있다. 그러나 도시지역의 단독주택 등과 같이 공간이 부족하거나 기술적인 어려움 등으로 합병정화조의 설치가 불가능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디스포저 부분적 설치 허용 필요
 
일반적으로 아파트 단지와 같이 공간적으로 합병정화조 설치가 가능한 지역에는 합병정화조 설치를 조건으로 주방용오물분쇄기 사용을 허용해야 한다. 그리고 신축되는 공동주택이나 단독주택에 대해 공간적·기술적으로 허용되는 경우 주방용오물분쇄기 사용을 위해 무동력 합병정화조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

여기서 무동력 합병정화조의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은 국가 자원의 낭비 방지와 공익을 위한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음식물류폐기물이라는 사람에게 무용한 폐기물을 ‘30조 원’의 가치를 가진, 자원화가 가능한 유용한 폐기물로 착각한 결과 연간 약 1조 원에 달하는 귀중한 국가 자원을 낭비하고 있다. 이 금액은 연봉 5천만 원의 고용인력 2만 명이 창출하는 부가가치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혹자는 “현재 주방용오물분쇄기의 설치가 가능한 지역은 전국의 10%에 불과하다. 이것은 나머지 90%를 차지하는 지역과 형평의 원리에 어긋난다. 따라서 주방용오물분쇄기의 부분적인 설치 허용은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것은 우선 경제적인 논리에 어긋난다. 예를 들어, 전국적으로 10%에 해당하는 가구에 대해 주방용오물분쇄기의 설치가 허용되면 음식물류폐기물 처리비용이 그만큼 줄어들어 국가적으로 자원의 절약이 가능해지고, 음식물류폐기물 종량제 가격이 10% 감소되어 음식물류폐기물 분리수거 가구의 부담도 그만큼 줄어든다. 주방용오물분쇄기를 설치한 가정이나 설치하지 않은 가구나 모두 이득을 얻는 것이다.

그럼에도 활성화가 이뤄지지 않는 까닭은 “이웃이 편하게 살고 내가 불편하게 살면 불평등하다”, “이웃이 나보다 더 많은 이익을 보면 배가 아프다”는 정서적인 문제 때문이다. 정서적인 문제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나 주방용오물분쇄기의 부분적인 설치 허용의 타당성에 대한 이성적인 분석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앞으로 주방용오물분쇄기의 전국적인 사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가능하면 정책 추진의 시한을 설정하고, 치밀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언제까지 냄새나는 음식물쓰레기를 들고 다닐 것인가?

[『워터저널』 2015년 1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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