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하천 대신 '자연형 하천'을 주민에게

 
   
▲ 이규용 차관

삼성경제연구소가 선정한 ‘2005년 10대 히트상품’에서 단연 눈에 띄는 이름은 청계천이었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회색빛 도심지 한가운데를 흐르는 수변공간에 대한 국민의 뜨거운 욕구와 관심이 만들어 낸 결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우리는 청계천을 통해 도시하천의 환경적 기능이나 중요성을 주목했지만 이미 정부는 1980년대 중반부터 복개됐거나 오염된 하천의 정화사업을 시작했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이라는 국가의 중대 행사를 앞두고 환경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가던 시기였다.


이전까지만 해도 하천이나 수자원은 이용과 극복의 대상이었다. 풍부한 수력을 경험하지 못했던 일본은 일제강점기에 우리나라 강을 대상으로 대규모 댐을 지어 수력발전을 시작했고, 해방 후에는 농사를 위한 저수지 축조가 주로 이뤄졌다.


1960년대 급격한 산업화의 길로 들어서며 하천은 새 국면을 맞는데, 바로 산업화의 결과로 발생한 수질오염과 주변 환경의 악화였다. 이 과정에서 깨끗한 자갈밭과 하얀 모래톱이 있고 맑은 물이 흐르던 하천은 흙으로 덮여지고 생활하수를 받아내는 배출관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환경부는 오염하천의 수질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의 하나로 1987년부터 오염하천 정화사업을 추진해 하수의 하천유입을 차단하고, 1996년부터는 수질개선과 함께 하천 본래의 환경기능을 함께 살리기 위한 자연형 하천정화사업을 펼쳐왔다.


하천의 콘크리트 둔치나 제방을 자연형으로 복원하고, 물고기떼가 헤엄칠 수 있도록 길(魚道)을 설치하고, 습지를 조성하는 등 자연형 하천정화사업을 추진해 왔다. 그 결과 전주천, 무심천, 온천천, 학의천, 안양천 등 지역을 대표하는 많은 하천이 ‘친환경’의 모습을 하고 주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물론 조성 초기에는 시민들이 예산낭비를 이유로 반대하는 사례도 있었고 하천의 특성상 행정기관이 다른 데서 오는 어려움도 많았다. 주민과 시민단체가 요구하는 방향이 다르기도 했다. 그러나 죽어가던 하천에 동식물이 찾아들고 도심의 휴식처로 탈바꿈하면서 하천은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공간이 되었다.



안양천·함평천 등 지역 하천 좋은 사례


전국에서 오염도가 가장 높았던 안양천이 한강의 주요 지천 중 가장 깨끗한 하천으로 변모한 사례나, 함평천을 중심으로 지역을 대표하는 축제를 기획해 관광자원을 개발한 사례는 지역주민의 자긍심을 일깨우기에도 충분했을 것이다. 이처럼 도심지 하천은 자연적인 공간이 많지 않은 현실에서 정서함양을 위한 귀중한 공간이 되고 있다.


인류는 흐르는 물을 이용해 문명을 일구고, 그 속에서 함께 생활하며 농경과 공업을 발달시켰다. 하천은 그렇게 흐르며 찬란한 문화유산을 꽃피우게 했다. 오늘도 추억과 낭만, 꿈을 싣고 흐른다.


하천의 이런 문화적인 기능을 잘 알기에 환경부는 앞으로 자연형 하천정화사업을 한층 더 발전시켜 지자체 및 일반 주민들과 함께 훼손된 하천을 물고기가 헤엄치고 아이들이 멱감을 수 있는 자연하천으로 복원하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계획이다.


하천변에서 휴식을 즐기는 사람들이 걷다가, 들꽃을 들여다보다가, 바람을 가르며 뛰는 모습이 우리 생활문화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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