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 범람·생태계 파괴 원인…‘빗물이용’ 아닌 ‘빗물관리’ 바람직

김동욱 박사 정책제언


빗물이용시설 설치제도 개선 필요

하천 범람·생태계 파괴 원인…‘빗물이용’ 아닌 ‘빗물관리’ 바람직
지하침투 위한 빗물관리기반시설 구축…빗물저류시설 설치·관리해야


빗물이용시설 설치제도의 개선방향

▲ 환경부가 규정한 빗물이용시설 설치 대상으로는 지붕 면적이 1천㎡ 이상인 종합운동장, 실내체육관 및 공공청사, 매장 면적의 합계가 3천㎡ 이상인 대규모 점포, 건축 면적 4천㎡ 이상인 공동주택, 모든 학교 및 부지 면적 10만㎡ 이상인 골프장을 각각 규정하고 있다. 상암월드컵경기장은 빗물을 청소용수로 이용하고 있다.
「물의 재이용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는 빗물이용시설을 건축물의 지붕면 등에 내린 빗물을 모아 이용할 수 있도록 처리하는 시설, 물의 재이용은 빗물, 오수(汚水), 하수처리수 및 폐수처리수를 물 재이용시설을 이용해 처리하고, 그 처리된 물을 생활·공업·농업·조경·하천 유지 등의 용도로 이용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제8조는 이러한 빗물이용시설의 설치·관리 의무와 빗물이용시설의 설치·관리 대상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종합운동장, 실내체육관, 공공청사, 공동주택, 학교, 골프장 및 「유통산업발전법」 제2조 제3호에 따른 대규모 점포를 신축하려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시행령 제10조는 종합운동장, 실내체육관 및 공공청사란 지붕면적인 1천㎡ 이상인 시설물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환경부의 ‘물 재이용시설 운영·관리 업무지침(2014년 5월)’은 빗물이용시설 설치 대상으로 지붕 면적이 1천㎡ 이상인 종합운동장, 실내체육관 및 공공청사, 매장 면적의 합계가 3천㎡ 이상인 대규모 점포, 건축 면적 4천㎡ 이상인 공동주택, 모든 학교 및 부지 면적 10만㎡ 이상인 골프장을 각각 규정하고 있다. 빗물이용시설 설치용량은 지붕 집수 면적에 0.05m를 곱한 양으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골프장의 경우, 연간 물 사용량의 40% 이상을 공급할 수 있는 용량으로 규정되어 있다.

빗물이용시설 설치·관리 현황

2007년도 말 기준, 전국의 빗물이용시설은 127개소, 집수면적은 32만7천973㎡이고, 저수용량은 3만2천743㎥이다. 서울시가 66개소, 저수용량 1만4천676㎥로 빗물이용시설의 개수 및 용량이 가장 많고 크다.
제주도가 11개소, 저수용량 7천641㎥이고, 경기도가 34개소, 저수용량 5천205㎥이며, 울산시가 2개소, 저수용량 1천480㎥ 등이다. 전국 17개 시·도 중 11개 시·도만 빗물이용시설을 설치·관리하고 있다. 빗물이용시설 설치용량은 집수 면적에 평균 0.1m를 곱한 양과 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빗물이용시설 경제성 낮아 유명무실

▲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빗물이용시설 설치비는 저수용량 ㎥당 100만 원이고, 유지관리비는 연간 ㎥당 6천 원으로 나타났다.
빗물이용시설의 설치·관리 목적은 생활용수, 공업용수, 농업용수, 조경용수, 하천 유지용수 등의 용도로 이용하는 것이라고 규정되어 있다. 현재 저수용량 3만2천743㎥을 모두 사용하여 연간 1천㎜의 강수량을 모두 저수할 경우에도 저수량은 30여 만㎥에 불과하다.

전국 빗물이용시설 저수용량의 45%를 차지하고 있는 서울시의 경우 화장실 용수 이외에는 사용할 곳이 거의 없다. 서울시의 생활용수 사용량은 연간 12억㎥이므로, 빗물이용시설에 의한 연간 용수공급량 13만㎥은 전체 공급량의 0.01%에 불과하다.
서울시에 비해 빗물이용시설의 규모가 더욱 영세한 기타 시·도의 경우에는 빗물이용시설에 의한 용수공급량의 기여도가 더욱 미미하다.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빗물이용시설 설치비는 저수용량 ㎥당 100만 원이고, 유지관리비는 연간 ㎥당 6천 원으로 나타났다. 편익·비용 비율은 0.2∼0.5의 범위로 나타났다. 이것은 100원을 빗물이용시설에 투자하여 20∼50원의 수입을 얻는다는 것으로, 80∼50원의 재원이 낭비된다는 것을 뜻한다. 이를 2007년의 경우에 적용하면 시설투자액 17억 원(20년 균분), 유지관리비 2억 원 등 총 22억 원을 투자하여 최대 18억 원, 최소 11억 원의 재원을 낭비했다는 계산이 된다.

이러한 계산은 전국적인 빗물이용시설의 규모가 커질수록 커지게 된다. 예를 들어, 빗물이용시설의 저수용량 규모가 100만㎥일 경우 연간 최대 550억 원의 재원을 낭비하게 된다는 것을 말한다. 2007년 기준 우리나라 빗물이용시설에 의해 생산된 물의 생산비용은 ㎥당 6만7천 원으로, 수돗물 전국평균 생산비용의 거의 100배에 달한다.

외국의 빗물이용시설 설치사례

독일의 경우에는 빗물관리기반시설을 구축하여 도시의 홍수를 방지하고 지하수 함양을 위해 빗물저류시설을 설치·관리하고 있다. 일본은 1985년이래 도심지역의 유출수로 인한 홍수방지, 수자원 보전, 하천오염 방지, 배수관망체계의 건설경비 절감 등의 효과를 얻고 있다.

호주의 경우, 인구가 밀집한 해안지역과 내륙 건조지역의 수자원 부족지역에서 빗물을 이용하는 사례가 발견되고 있다. 물이 풍부하고 도시지역이 넓은 미국의 경우에는 빗물이용시설이 없다.
우리나라의 도서지역과 같이 호소나 지하수 함양 등 자연적 저수 기능이 없고, 댐이나 저수지 등 인공적 저수시설의 설치가 어려운 경우 외국의 경우에도 빗물이용시설이 설치되어 있는 사례가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제외하고 세계적으로 빗물이용시설의 설치·관리를 법령에 의해 강제하고 있는 국가는 없다.

도시지역 빗물관리의 개념

산이나 들에 내리는 빗물은 인위적으로 건설된 댐이나 저수지와 함께 자연적인 수리 수문을 통해 자연과 사람에 의해 사용된다. 그러나 건물의 지붕이나 포장된 도로 등 도시지역에 내리는 빗물은 그 대부분이 지표수(run-off)가 되어 하천을 범람시키고 수중 생태계를 파괴할 뿐만 아니라 지하수를 고갈시키는 등 자연과 사람의 물 이용을 크게 방해한다. 

도시지역에 내리는 빗물에 대한 대책의 핵심은 ‘빗물이용’이 아닌, ‘빗물관리’이다. 도시지역 빗물관리의 요체는 도시지역에 내리는 빗물을 지하에 침투시키거나, 지질, 지형, 공간 등의 이유로 지하침투가 곤란할 경우에는 유수지나 저수탱크 등 인공적인 저수시설을 만들어 빗물을 저장한 후 천천히 방류함으로써 하천의 홍수를 방지하고, 비가 내리지 않을 때 하천의 유지용수를 공급하여 하천생태계를 살리는 것이다. 저수탱크의 물을 생활용수으로 사용하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이다.

서울시의 경우, 빗물관리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대지, 학교용지, 공장용지, 주차장용지 및 주유소용지의 면적은 246㎢이다. 여기서 발생하는 홍수량은 연간 2억8천만㎥이다. 최대 0.05m의 강우에 대한 빗물저장탱크의 용량은 1천230만㎥이다.

이러한 용량의 저수시설이나 저장탱크를 서울시내에 설치한다는 것은 기술적·경제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이에 대한 실효적·경제적인 대책은 빗물의 지하침투를 위한 빗물관리기반시설을 구축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빗물저장시설 등을 설치하는 것이다.

▲ 도시지역 빗물관리의 제1원칙은 빗물의 지하침투로 빗물의 지하침투의 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독일의 경우와 같이 빗물관리기반시설을 구축하는 방법이 있다. 사진은 우이동 빗물 저류조 사업 조감도.
도시 빗물·비점오염물질 관리

도시지역 빗물관리의 또 하나 중요한 목적은 도시지역에서 발생하는 비점오염물질의 공공수역 유입을 방지하는 것이다. 도시지역에서 발생하는 비점오염물질은 강우 시 유출수에 의해 인근 하천에 유입된다.
이러한 비점오염물질의 하천 유입을 막기 위해서는 강우 유출수의 하천유입을 차단해야 한다. 강우 유출수의 하천 유입을 차단하는 방법은 빗물의 지하침투와 저류지, 저류조, 저장탱크 등에 의한 빗물의 저장 및 저장된 물의 지속방류(遲速放流)이다.

「물의 재이용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의 관련 법령 규정과  「수질 및 수생태계 보전에 관한 법률」의 관련 법령 규정은 중복된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공동주택 개발의 경우 「물의 재이용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관련 규정에 의한 공동주택과 「수질 및 수생태계 보전에 관한 법률」의 비점오염원 관리 대상인 공동주택은 그 규모가 커지면 양자는 중복될 수 있다.

도시지역의 빗물이용시설 설치제도는 기술성과 경제성의 문제뿐만 아니라, 수자원의 확보라는 효과성도 거의 없다. 자연생태계 보전과 수자원 확보 및 이용이라는 측면에서 도시지역의 문제점은 강수의 대부분이 지표수(run-off)가 되어 홍수와 하천생태계 파괴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자연생태계가 잘 형성·보전되는 산림지역의 경우, 빗물의 42%가 지하로 침투하고, 지표수는 12%에 불과하다.

반면, 자연생태계가 거의 없는 도시지역 경우, 빗물의 7%만 지하로 침투되고, 그 중 81%가 지표를 통해 하천에 직접 유입되어 하천 범람과 하천생태계 파괴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와 같은 사실을 고려할 때 도시지역 빗물관리의 원칙은 자명하다. 도시지역 빗물관리의 제1원칙은 빗물의 지하침투이다. 빗물의 지하침투의 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독일의 경우와 같이 빗물관리기반시설을 구축하는 방법이 있다.

빗물관리의 제2원칙은 빗물관리기반시설의 구축이 곤란하거나 충분하지 못할 경우 빗물저장시설의 건설 등에 의해 빗물을 관리하는 것이다. 빗물관리의 제3원칙은 빗물관리의 경제성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중요한 사항은 빗물의 이용이나 관리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법령에 의해 강제할 사항이 아니라는 것이다. 빗물 관리는 기반시설의 구축 등과 같이 도시전체의 일이지, 개인의 일이 아니다.

 

[『워터저널』 2014년 9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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