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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빗이끼벌레’ 출현 원인,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 배 철 민 / 편집국장
지난 6월 16일 금강에서 처음 존재가 확인된 큰빗이끼벌레가 영산강, 낙동강, 한강 등 4대강 보(洑)에서도 발견되면서 큰빗이끼벌레 출현이 4대강 사업과 연관성 여부, 독성이나 인체 위해(危害) 등을 놓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큰빗이끼벌레(Pectinatella magnifica)’를 위키백과사전에서는 피후강 빗이끼벌레과에 속하는 태형동물(苔形動物)로 1∼3급수의 비교적 깨끗한 곳에서 자라며, 1.5㎜ 정도의 개충이 젤라틴과 같은 점액질을 분비해 서로가 합쳐져 군체를 이루며, 직경이 2m에 이르기도 하고, 죽은 나뭇가지·로프·그물·바위 등에 부착해 생활하며 조류(藻類)나 동물 플랑크톤을 먹이로 한다고 서술하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큰빗이끼벌레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5억 년 전에 출현해 진화해온 수중 무척추동물로 원래 미국 미시시피강 동쪽에서만 서식했으나 30여 년 전부터 서쪽에서도 검출되기 시작했으며, 그 후 유럽과 일본, 한국까지 이주해 번성하고 있다고 한다. 국내에 들어온 시기는 1990년대 중후반으로 수입 물고기의 국내 반입시 함께 들어와 서식하게 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큰빗이끼벌레가 올 여름에 갑자기 많이 발견되는 것은 4대강 사업 이후 생긴 강 생태계의 이상징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는 입장이다. 특히, 낙동강의 경우 4대강 사업 이후 보(洑)가 8개나 생겨 강 흐름이 전 구간에서 정체되고 조류발생이 일상화되면서 조류 등을 먹고사는 부착성 생물인 큰빗이끼벌레의 증식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다.

또한, 죽은 큰빗이끼벌레에서 풍기는 악취가 심해 여름철에 개체군이 급격히 번성했다가 가을에 집단 폐사하는 과정에서 암모니아 등 위해성 물질을 다량 유출, 수질오염 및 수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도 한다.

이에 대해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나 4대강 사업 찬성론을 펼치는 학자들은 큰빗이끼벌레가 최근에 급증한 원인을 극심한 가뭄과 이상고온 때문으로 보고 있다. 6월 말에 시작되었어야 할 여름장마가 올해는 유례없이 지체돼 27년 만에 가장 늦게 찾아왔고 그마저도 이렇다 할 큰비를 뿌리지 못하고 지나갔다.

게다가 이상고온으로 태형동물 휴면아(休眠芽)의 발아 시기와 속도가 빨라지고, 가뭄으로 물의 정체 시간이 길어지면서 이동성이 없는 큰빗이끼벌레들이 쉽게 수면 밖으로 노출되어 발견되고 있다는 것이다. 봄·여름철 가뭄이 심했던 1994년과 2001년, 2004년에 대청호와 충북 옥천의 보청천 등지에서도 지금처럼 많이 발견됐다고 한다.

특히,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보에는 극심한 가뭄에도 물이 있으므로 비교적 느린 유속과 수변 주변의 고사목 등으로 인해 큰빗이끼벌레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돼 대하천에서 발견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인체나 물고기에 유해하다는 보고는 지금까지 없으며, 물을 흡입해 유기물을 섭취하기 때문에 수질을 정화하는 기능이 있고, 수온에 민감해 섭씨 16∼20도 미만이 되면 사라진다고 한다.
큰빗이끼벌레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자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 한국수자원공사 등은 큰빗이끼벌레의 분포 실태, 독성·유해성 여부, 성장·사멸에 관한 동태, 해외 피해사례, 관리 방안 등에 관한 조사와 연구를 시작했다.

이전에 나타나지 않았던 큰빗이끼벌레가 최근에 4대강 본류에서 많이 발견됐다는 것은 보 건설로 인해 수생태계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환경부는 큰빗이끼벌레 출현 원인을 철저하게 규명하여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시켜야 한다.

[『워터저널』 2014년 8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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